[공포 그 첫번째] 낙서...#6

이지민2006.05.19
조회365

손이 부르르 떨리던 담임은 비어있는 의자를 들고는 현진에게로 달려갔다. 분명 담임은 의자를 현진에게 내려칠 기세였다. 의자는 이미 내려오고 있었고, 현진의 짝인 하영이가 갑자기 뛰어나가서 현진이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막았다. 의자는 하영이의 머리를 향했고, 갑자기 교실 바닥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담임도 그때서야 이성을 찾은 듯이 당황하는 표정을 보였고, 우리가 앉아 있는 쪽을 쭉 바라 보았다. 우리들이 그를 보는 표정은 정말 가관이었다. 그때서야. 눈물이 없던 현진이가 하영이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현진이의 울음 소리에 옆 반 얘들까지 우리 반으로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담임은 그 많은 눈빛이 두려운 듯 빠르게 앞문으로 뛰쳐나갔다.

 

현진이는 담임이 나간 앞문을 그대로 쳐다 보고 만 있었다. 눈에는 무언가를 결심하는 듯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우리들은 바로 119를 불러 하영이를 병원으로 옮겼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머리를 너무 많이 맞아서 뇌가 손상이 되어서 식물인간으로 살 확률이 더 높다고.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왜 담임이 그렇게 화를 냈을까? 그것도 정인이가 죽고 바로 그렇게 태도가 변하였다. 혹시 담임이 정인이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학교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생각하면서 버스에 올랐다. 144번 어제 반 아이들이 했던 그 말이 생각이 났다. 이 버스에 낙서를 하면 그 낙서가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오늘도 그 자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소원이 이루어진 다는 말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옆자리에 어디서 많이 본 여자가 앉아있었다.

 

현진이었다. 현진이는 교복 소매로 눈에서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아 내면서 무언가를 쉴새 없이 적고 있었다.

 

그녀는 무엇을 쓰고 있을까? 정말 저 현진이도 소원을 쓰고 있는 것일까?

 

교실에 들어 온 나는 자꾸만 현진이에게로 눈길이 갔다. 현진이는 그 버스에 무슨 소원을 썼을까? 말도 안 되는 사실을 믿고서 적을 만큼 이루고 싶은 것이 분명하다는 나의 추측이었다. 그때 부담임 선생님이 들어 오셨다.

 

“너희 반에서 어제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나도 아침에 들었다. 너희 담임 선생님은 지금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계신다. 조사가 끝나도 교직으로 돌아오는 것은 무리일 듯 싶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가 너희 담임을 하기로 했다. 어제 일은 잊어 버리고 열심히 공부를 하자 알았지.”

 

나는 현진이를 쳐다 보았다.

현진이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현진이가 원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을까? 하지만, 교직에 못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설마 이런 간단한 소원을 적었을지 다시 한번 의문을 가졌다. 나는 오늘 하루가 지나가는 동안 머릿속에는 온통 현진이의 소원 생각뿐이었다. 오늘은 과제도 있던 날이지만, 나는 생각에 빠져 과제도 끝내지 않고, 잠도 자질 못하였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버스를 타면 현진이가 적어 두었던 그 소원이 무엇인지 읽어 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나는 그 소원을 읽지 못할 것이다.

 

문밖을 나서려 하자 흘러나오는 텔레비전의 뉴스 소리,

‘오늘부터 서울과 경기도지역 전역에 버스파업으로 교통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지하철을 타야 한다. 지하철로 학교를 가면 등교시간이 조금 늦긴 하지만, 버스가 다니질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지하철 역으로 갔다.

지하철에서 표를 사고 들어갔는데,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엄청나게 들려왔다. 열차길 쪽으로 엄청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뭉쳐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그 쪽으로 다가갔다. 한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눈을 가리고 밖으로 데리고 나왔고, 어떤 한 아가씨는 어쩌면 좋으냐며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들이 나온 곳으로 비집고 들어가서 열차 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았다.

 

나는 눈앞에 처음 보는 믿기지 않는 상황을 보았다. 사람이 열차길 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누워있는 건 아니었지만 열차가 올 것만 같아 손에 땀을 쥐었다.

 

그때였다.

열차가 도착했다는 방송이 역 전체에 퍼지기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더욱 시끄럽게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방송이 나오자 마자 고함 소리는 더 터져나왔다.

 

그때였다. 누워서 잠을 자고 있던 그 남자가 잠에서 깬 것이다.

그 남자가 자신이 왜 여기 있다는 걸 알지 못했던 것 같이 보였다. 나는 순간 내가 들고 있던 책을 놓쳐 버렸다.

 

그 열차 길에 누워있던 남자는, 바로 담임이었다.

 

나는 심장이 덜컹 하고 막혔었다. 그러더니 심장 박동수가 점점 커졌다.

 

“서…..선생님..”

 

“신영아…”

 

“빨리 나오세요 뭐 하시는 거에요.”

 

그때였다. 기차가 오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나는 그 순간 그냥 눈물이 터져 나와버렸다. 담임은 나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뻗치지 않았다. 담임의 손과 양 쪽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손이 움직이질 않아. 담임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발을 허공에서 굴렀다. 눈에선 엄청난 양의 눈물 그리고 입에선 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침 범벅이 되어 가슴이 메어졌다. 열차소리는 점점 가까워져만 가고 담임은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기차의 불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뒤늦게 도착한 경찰들과 119대원들이 도착하였다. 하지만 너무 가까워진 열차에 그들도 손을 쓰지 못하였다. 담임은 새빨갛게 빨개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미…미……미안…하..”

 

‘윙~~~~~~~~~’

 

열차는 지나갔다. 말도 안되게 영화에서만 듣던 그런 소리가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내 등골을 쏴하게 만들었다. 내 하얀 교복에 튀긴 새빨간 몇 개의 핏방울이 지금의 상황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나는 순간 숨이 쉬어 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 날수가 없어 지하철에 탈수가 없었다. 열차가 지나가면 사정없이 분해가 되어버린 형체를 알 수 없는 선생님의 시체가 있겠지? 열차가 끝을 보일 쯤 누군가 내 눈을 턱 하니 잡고 뒤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