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episode 2 -암흑과의 조우-

장영근200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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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썩어가고 있었다. 내 육신이 혐오스러웠고 영혼마저 태워버리고 싶었다.

···나는 죽음을 원했다.

* * *


학교가 보인다. 검은 교복을 입은 고교생들이 건물 안으로 들락날락거리고 몇몇이 매점을 향해 뛰어간다. 올해로 고교생이 된 신입생들의 어느 남학생 반. 한 아이가 셋에게 둘러 싸여 뭐라 말다툼을 하고 있다.

셋은 명백히 상대를 무시하는 비웃음에 사나운 얼굴이다. 당하는 쪽은 흰 피부에 유약해 보이는 외모로 안경을 쓰고 있다. 상대에 비해 덩치는 작지만 꽤 당차게 맞받아치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셋 중 하나가 괴롭히던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꽤 반항은 했지만 역시나 분명한 격차로 안경 쓴 녀석은 아래에 깔리고 말았다.

그 장면을 교실 뒤편 사물함 위에 앉아 구경하고 있는 자가 있었다. 굉장히 튀는 광대 복장을 하고 있다. 웃고 있는 가면을 쓴 그는 턱을 쓰다듬으며 인간들의 저 행태를 짧게 평가했다.

“동족을 공격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존재야, 인간은.”

싸움은 곧 끝났다.

쓰러져 있는 상대에게 그 셋의 무리가 무어라 말한다. 아마 다시는 까불지 마라, 정도일 것이다. 인간의 언어로는 그보다 더 강도가 센 말일지도 모르겠다.

결말이 나자 조커는 앉은 자세로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학교에, 그것도 광대 복을 입고 사이코 같은 말을 중얼거린 사람이 있었지만 누구도 그에게 눈길을 보내는 사람은 없었다.

교문을 향해 가는 조커의 앞으로 누군가 휙 하고 빠르게 지나갔다. 그 뒷모습은 아까 싸움에 패배한 녀석이었다. 진 녀석은 도망치는 것이 옳지, 라고 또 제멋대로 생각한 조커가 다시 나가려 했을 때 이상한 광경이 눈에 잡혔다.

수많은 관절로 연결된 뼈였다. 생물의 꼬리로 보이는 것으로 그것은 드르륵··. 요란한 뼈 소리를 내며 사라져버렸다. 역시나 학생들은 듣지 못한 듯 방금 뛰쳐나간 녀석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

“···흠.”

잠시 고민한 조커는 결국 흥미로움에 이끌려 그 패자를 쫓아갔다.


* * *


현오의 부모님은 과거 교통사고로 떠났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모두 말이다. 당시 부모님은 여동생과 함께 피서를 떠났던 것으로 현오는 굳이 따라가지 않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 다시 돌이켜보면 그때 자신은 부모님을 따라가야 했다. 그리고 그 때 죽어버려야 했다.

3일 후, 들이닥친 현실은 척추를 다쳐 잘 걷지도 못하게 된 여동생과 부모님의 시체였다. 그 후의 삶은 지옥과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친척들이 도와주었지만 1년도 안 되어서 연락이 끊겼다. 그 후 소년가장이 되어 나라에서 주는 작은 돈으로 간신히 생명줄만 붙잡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현오를 버렸다. 사회도, 친구도, 그리고 자기 자신도.

문을 따고 15평 남짓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여동생의 방으로 걸어갔다. 자고 있었던 모양으로 언제나처럼 굉장히 아픈 표정이다. 여동생을 내려다보며 서글픈 표정을 지은 현오는 부러진 안경을 들고 등을 돌렸다.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응?”

“오늘 빨리 왔네.”

“···그래.”

동생이 손을 잡고 놔주지 않아서 결국 멀뚱히 서 있어야 했다.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 그녀는 현오를 당겨 자신을 보게 했다. 그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구야? 또 누가 오빠를 그렇게 만든 거야!”

현오는 멍든 한쪽 뺨을 가리며 말했다.

“아무 것도 아냐.”

“아니긴! 넘어졌다는 말은 아예 하지도 마. 오빠, 응? 누구야. 대체···.‘

“시끄러워!”

여린 손을 탁하고 쳐냈다. 금방 후회했지만 여동생은 더욱더 놀란 눈으로 현오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오빠?”

그때 안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던 감정이 제어를 잃고 멋대로 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신경 꺼! 네가 안다고 뭐가 달라는데? 내가 더 비참하기 밖에 더해? 지금도 나는 충분히 괴로워. 너까지 나를 이렇게 만들어야겠어? 그래야 하겠냐고!”

무슨 짓을 벌인 건지 머릿속이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대로 있을 수 없어 방을 나왔다. 여동생이 부르는 것 같았다. 오빠, 미안해···. 내가 잘못 했어. 아니다 그녀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인가 괴로운 거야 언제나 그런 것인데. 앞으로도 그런 반복되는 고통을 견뎌낼 거면서, 그럴 거면서.

아니, 그렇지 않아.

현오는 주방으로 가서 칼 하나를 집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 * *


‘죽자. 그러면 다 끝날 꺼야.’

남겨진 여동생에 대한 것이나, 현실에 대해는 모두 잊어버리기로 했다. 나는 이제 곧 죽는다. 그러니 상관없어···. 모두가 비난하더라도 난 듣지 않아.

눈에 띄면 곤란하기 때문에 소매에 칼을 감췄다. 무작정 걷고 있는데 골목길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어. 울보 하현오 아닌가.”

학교의 그 셋이었다. 역시 자신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세상이 끔찍하게도 싫어한다고 느껴졌다. 씁쓸한 웃음 밖에 안 나왔다. 그걸 보고 자기들을 비웃는 줄 알고 자신을 팼던 녀석이 가방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껌을 탁 뱉었다. 뺨에 묻은 이물질의 촉감이 매우 불쾌했다.

더 이상의 놀림은 없었다. 그저 폭력만이 있을 뿐이었다. 주먹이 현오를 여러 번 두들기고 비틀거렸다.

뭘까. 왜 나는 어째서 아프기만 할까.

그렇게 생각했다.

복부를 걷어차였다. 벽 쪽으로 날아갔다. 머리를 부딪친 듯 깨질 것처럼 아팠다.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바닥을 짚었다. 그럼에도 뭐가 그렇게 화난건지 놈은 화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곧장 자신을 걷어차려던 찰나.

왜일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정말이지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이변이었다. 놈의 교복 아래로 붉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보인다. 그리고 스르륵 자신을 향해 손을 뻗던 자세로 바닥에 쓰러졌다.

죽여버렸다.


* * *


“하아···. 하아···.”

어느 빌딩의 옥상으로 올라온 현오는 물탱크를 등지고 앉았다. 저 멀리 석양이 지는 것이 보였다. 옅은 황색의 빛이 눈을 따갑게 한다.

“하아···. 하하···. 하하하하···.”

점점 소리 높여 웃기 시작했다. 완전히 미쳐버렸다. 사람을 죽였어. 자신이 살인자가 될 줄 몰랐다. 범죄 이전에 자신의 속에 있던 절대 어기면 안 돼는 틀이 깨져버린 느낌이었다.

“즐겁나 보군.”

“그래 즐거워···.”

다음 순간, 놀라 눈을 뜨고 해를 등지고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조커 카드에 나오는 그림이 앞에 서 있었다.

“다, 당신은 뭐야?!”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서 상대를 노려봤다. 그리고 곧 제풀에 힘이 빠져버렸다. 뭘 그리 걱정하는 거지? 본래의 목적을 잊은 건가. 이제 나는 죽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어떻게 돼버리든 상관없어 이 앞에 저 사람이 위험한 자라도 더 이상 문제 될 것은 없다.

남자가 웃었다. 아니 사실 남자의 표정은 가면에 가려 알 수 없는 것으로 웃음소리만 들렸지만 웃는 가면이었기에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이미지가 떠올랐다.

“죽지 않을 건가?”

“아아. 물론 그래야지···. 지켜봐주겠어?”

현오는 그대로 품에서 칼을 꺼냈다. 그리고 붉게 변해 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트렸다. 손이 부르르 떨렸다.

“두려운 건가?”

조커가 떨어진 칼을 들었다. 그리고 무딘 날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무뎌서야 죽기 어렵다네. 정확히 말하자면 편하게 죽기 어렵다는 것이겠지. 안식을 얻으려면 무척이나 고통스러울 거야. 자네의 평소처럼 말이네.”

“아···.”

현오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조커를 지나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흠, 떨어져 죽으려는 건가? 그렇지만 아직 해가 지지 않았어. 사람들의 눈에 띄면 금방 병원으로 실려 가겠지. 그렇게 되면 살 확률도 높고 말이네.”

“···그런가.”

사실 낮이건 밤이건 사람이 떨어졌는데 눈에 띄지 않을 리 없다. 또 밤이라도 도시는 때를 가리지 않고 빛을 내는데 그것 또한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현오의 정신은 혼란스러웠다.

그대로 멍하니 해만 보며 서 있는지 꽤나 긴 시간이 지났다. 멍한 눈이 점점 시야를 되찾았다.

“어떻게 된 거지?”

“뭘 말인가?”

“어째서···.”

현오가 저 멀리 보이는 해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여전히 황금빛의 타오르는 태양이다.

“어째서 해가 지지 않는 거야?”

“사연을 듣고 싶은 건가?”

“당신은 이유를 알아?”

조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해가 지지 않는 것은 암흑이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네.”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현오가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야?”

조커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하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이 세상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하게 이뤄져 있다네. 예를 들자면.”

조커가 손을 옆으로 뻗자 허공에서 미묘한 변화가 일더니 사람 크기의 거대한 카드가 나타났다. 카드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자신처럼 보이는 소년과 조커가 서 있었다. 카드 위로 ‘빌딩’이라는 단어가 보였다.

“세상을 구성하는 것은 이 카드. 조물주가 내린 카드는 사물을 현실화하는 매체지.”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다시 카드가 허공으로 스며들며 사라졌다. 현오는 그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을 더듬어 봤으나 알아낸 것은 없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조커는 현오의 그런 모습을 보며 계속 말했다.

“인간들이 모르는 공허의 공간에서 저 사물들은 서로 싸우기 시작했지. 언제인지는 모르네. 거의 영겁이라고 봐야하겠군. 그러나 어느 순간 언제나 동일하던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어. 한 번 깨어지기 시작한 호수 위의 얼음처럼 거침없더군. 암흑의 세력은 점차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조커가 이제는 밤에 가리지 않는 태양을 가리켰다.

“그리고 빛은 그 강대한 힘으로 어둠을 뛰어넘었다. 사물의 전쟁, 그 결과는 현실에 반영 되지. 이제 밤은, 우리들의 시간은 오지 않아. 오직 가증스러운 태양만이 세상을 내려 볼 것일세. 하나 더 말해두자면 자네는 죽을 수 없어. 죽음은 어둠의 관할. 암흑이 힘을 상실한 지금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죽을 수 없지. 그들은 영원한 권태에 자아를 잃고 영혼마저 소멸될 것이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이제 밤은 오지 않고 자신은 죽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신은 누구지?”

“나는 조커. 암흑의 존재 중 하나라네.”

“그럼···. 당신은 왜 내 앞에 나타난 거야?”

조커의 손에는 어느 새 두꺼운 책이 들려 있었다. 신비한 서적 같은 아니고 현오도 알 고 있는 것으로, 국어사전이었다.

“희망. 어떤 일을 얻고자 기대하고 바람.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 또는 밝은 전망.” 그리고 바닥에 떨어트렸다.

“인간의 단어로 설명하자면 이 정도겠군.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것은 조금 달라 그런 사치스런 말이 아니라 ‘살기 위한 발버둥’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조커가 현오에게 다가갔다. 알 수 없는 느낌에 뒷걸음치고 싶었지만 현오는 그러지 않았다. 조커가 그의 앞에 섰다.

“나는 전투에 앞서 항상 가능성을 계산하지. 그리고 나는 그 가능성으로서 자네를 택할까 한다. 어떻게 생각하지?”

그리고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품에서 무엇을 꺼내 건넸다. 카드뭉치다. 알 수 없는 글자가 써져 있는 회색 뒷면이 보였다.

현오는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카드를 받아든 소년을 보며 조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것이 자네의 의지인가. 이게 어떤 결말을 부를지 벌써부터 궁금하군. 하지만, 금방 실망을 안겨줄지도 모르지.”

조커가 또 다른 카드 뭉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오른손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 펼쳐진 손바닥이 하늘을 받치는 것처럼 보였다.

“자네는 오늘 한 번 졌지. 그때는 도망이라도 칠 수 있었지. 하지만 이번은 달라.”

조커를 중심으로 세상이라는 이름의 벽이 허물어졌다. 그리고 온통 어두운 안개와 암흑으로 메워졌다.

몰아치는 흑풍에 팔로 눈가를 가리며 현오가 외쳤다.

“무슨 말이지?!”

“나와 싸워야 한다는 말이다, 소년.”

그리고 조커는 카드뭉치를 옆에 올려놨다. 분명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건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는지 카드뭉치가 허공에 떠 있었다.

“나부터 시작하지.”

그러고는 카드뭉치에서 여섯 장을 뽑아 자신의 핸드에 두는 것이었다.

“이걸 한 장 올려두지.”

조커가 카드 한 장을 자신의 앞에 두었다. 그러자 거대한 카드가 앞면을 보이며 세워졌다. 그 ‘빌딩’ 때와 마찬가지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검은 땅에 십자가 모양의 석판이 비스듬하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카드의 이름은 무덤.

“그리고 이것으로 자네를 공격하지.”

무덤 카드 앞으로 다른 카드 한 장이 두어졌다. 그리고 무덤과 같이 세워진다. 악마의 팔 같은, 긴 손톱에 주름이 있는 흉측한 손이 보인다. 데스핸드. 그런데 이번에는 무덤 것과는 달랐다. 오른쪽에 지팡이 모양의 그림과 세로로 3/0/2라는 숫자가 써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옆 세로로 공+2C1 방 체-C1이라고 써져 있었다.

‘무슨 암호 같은 건가?’

“턴을 넘기지.”

손에 들려 있던 카드 뭉치가 떨리더니 멋대로 날아가서 자리를 잡고 누워졌다. 현오는 멍하니 서 있었다.

“안할 건가? 시간은 그리 많이 주어져 있지 않아.”

“···아.”

현오는 조커를 따라하는 심정으로 일단 카드 여섯 장을 뽑았다. 그리고 조커처럼 부채꼴로 카드를 들으려 했으나 카드 게임 같은 것은 한 번도 안 해 본 그로서는 조커와 같은 묘기(현오가 생각하기에.)를 하지는 못 했다.

결국 여섯 장을 보이진 않지만 어느 위에 나란히 올려놨다. 그런데 카드가 멋대로 튕겨져 나오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며 잽싸게 카드들을 잡았다. 한숨을 쉬고 있는데 앞의 조커가 쿡쿡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약간 부아가 치민 현오는 자신의 카드를 살폈다.

티그 / 죽음의 호수 / 죽음의 대지 / 죽음의 늪 / 죽은자의 재 / 본소드

···. 뭘 말하는 것인지 몰랐다. 적어도 저 ‘죽음 시리즈’는 땅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 조커가 올린 묘지와 비슷한 듯 했다. 누가 지은건지 몰라도 말마다 죽음이 들어가는 재수 없는 작명센스라 투덜거리며 호수를 집어 조커가 내려놓은 위치 비슷한 곳에 두었다.

그러자 카드는 멋대로 손을 떠나더니 알아서 구석에 다소곳이 내려졌다.

카드가 거대화 되더니 조커를 향해 일어났다.

“해냈다!”

“시간이 다 됬군. 자네의 턴은 강제로 종료되네.”

“버, 벌써?!”

그리고 조커의 눈빛이 변했다.

“전투 시작.”

그의 목소리와 동시에 그 흉측한 손. 데스핸드가 카드 속에서 빠져나오더니 현오를 향해 달려 들었다.

“우, 우와악!”

양팔을 들어 방어하려 할 때 홀연히 두꺼운 카드뭉치가 나타나더니 데스핸드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게 보였다. 그 날카로운 손톱으로 카드뭉치를 한번 할퀴더니 자신이 빠져 나온 카드 껍질로 돌아갔다. 그리고 데스핸드는 다시 카드 속의 이미지가 되었다.

“뭐였지? 방금 그건.” 그때 자신의 방패가 되어준 카드뭉치에서 가장 겉면 한 장이 회색 재로 변해 투둑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어?” 조커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이것으로 자네의 ‘생명’은 1을 잃는 거네.”

“생명이라고?”

“아, 설명을 안해줬군.”

조커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말했다.

“카드들은 ‘생명’을 뜻하네. 지금은 저 카드뭉치가 두껍지만 마침내 마지막 한 장까지 재로 변해 사라지면 그것으로 자네의 수명은 끝. 암흑의 권한을 넘어선 죽음이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네.”

“그런···. 그럼 진작 설명해줘야 할 것 아니야!”

조커는 가면을 고쳐 쓰더니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현오는 자신도 모르게 기세에 눌려 뒷걸음쳤다.

“말했을 텐데? 도망칠 수는 없어. 자네는 내가 선택한 가능성으로서 그 가치를 보여줘야 하네. ‘룰’ 같은 것은 스스로 알아내도록 해. 그렇지 않으면 자네는.”

조커는 자신의 핸드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카드뭉치의 반대반향. 아직 빈 공간인 곳에 한 장 내려놓았다. 카드는 살아 있는 생명처럼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죽는다.”

조커가 내려놓은 카드가 불타며 소각 되었다. 현오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 모습을 보며 조커는 웃음소리를 내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자, 나에게 어서 보여주게. 내가 선택한 가능성이여. 그래야만이 자네 주변을 돌고 있는 그 강대한 힘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 테니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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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여까지 할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