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커다란 곰같아 보이는 검은물체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닫히는 문 사이로 손을 쑥~!! 집어넣는거에요." "이런 이런… 나를 그런식으로 표현하다니… 아주 용기있군." "아하하!! 하지만 정말 그때 제 느낌은 그랬단 말이에요~!" 입으로 가져가려던 포크를 그대로 멈추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는 그에게.. 있는 힘껏 눈을 깜박거리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위를 둘러보는걸 잊지 않았는데… 정말… 이런 이런을 외치고 싶은건 나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꿔보려.. 그와 처음 만났던 날의 얘기를... 다소 과장을 섞어가며 풀어 놓았는데… 그 말에 호응을 하고 웃어주는건.. 오직 그.. 예후 한사람 뿐이다. 김성하씨와 예은이는.. 어디 빨리 먹기 대회라도 출전했는지… 고개도 들지 않고 먹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런건.. 계획에 없던건데… 할 수 없이 바로 수정에 들어갔다. "아 참!! 정예후 사장님~~" 일부러 예은이와 김성하씨의 시선을 받을 만큼 큰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쿡쿡.. 당신이 그런 표정으로 말을하면.. 내가 살짝 긴장이 된다는거 알고 있소?" 저도 이런 표정과 말투가… 그리 좋지만은 않답니다. "어머? 왜요? 전 당신을 잡아 먹지 않아요." "아니. 내가 아는 한란아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지. 그런데 왜 불렀소?" 흥..!! 치사하게 내 반박을 막으려 말을 돌린다. "오늘 오후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바쁘신가요?" "음.. 아니. 특별한 일은 없는것 같소." "그럼, 저랑 땡땡이 치실래요? 같이 갈데가 있어서 그러는데.. 네?" "그거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군. 좋소." "와~ 정말이죠?" 일부러 신나는 척 손뼉까지 쳐가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아.. 이거참… 정말 할 짓이 못된다.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한 탓에 입가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지만.. 끝까지 말을 맺었다. "저기… 저희 둘이 먼저 빠져도 될까요?"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그럼, 김비서님께서 예은이 집까지 데려다 주실거죠? 저희는 이만 갈께요. 디저트도 다 드시고 천천히 계시다 오세요. 예은아, 먼저 갈께?" 그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하며 그의 팔짱을 끼고 일으켜 세웠다. 그런후 그곳을 당당하게 벗어나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하지…? "자,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거요?" 그러게나 말이에요. "우선 차를 한대 더 불러야 겠군."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당신, 지하철 타봤어요? 안타봤죠? 우리 그거타구 가요. 네?"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핸드폰을 꺼내려는 그의 팔에 매달려 별 소득없어 보이는 말을 전했다. "지하철…? 그럴까?" 하지만,, 의외로 그는 쉽게 동의했고,, "오케이. 자 출발~!" 그래.. 가자.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그 복잡한 노선 속에서… 눈에 띄는 곳 하나 없을라구…
그나마 말을 이어가던 란아씨와 형이 나가고 나자,, 고요한 침묵만이 주위를 둘러싸고, 몸과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주위의 소음과 분주한 움직임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인듯… 마치 거대한 투명 유리장 안에서.. 우리 둘은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느낌이다. 내 눈은 그녀를 보고있지 않아도,, 마음이,, 머리가,, 온몸의 신경 하나하나, 세포 하나하나 까지도 그녀를 향해 있다. 왜 그녀는 이런 모습으로 내 앞에 앉아 있는 것일까…? 너무나 밝고 맑아서 아름답지만,,,눈이 부시지만,,, 그로인해 내게서 그만큼 멀어진다.
"다 먹었으면 이제 그만 나갈까?" 참.. 너무하게도 그는.. 말도 없이.. 시선도 없이.. 묵묵히 식사를 마치고는 가자고 한다. "나 디저트 먹을거야." "그래..? 여기요." 그의 부름에 웨이터가 오고,,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내오고,, 우리는 여전히 말도 없이 시간을 죽인다. "어머? 김비서님? 여기서 식사하셨어요?" 그때.. 높은 톤의 목소리가 조용한 공기의 흐름을 깨고 들려온다. 눈과 이마의 움직임만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니,, 짧은 치마 정장을 입고,, 머리는 단정히 틀어올린 예쁘장한 여자다. "아. 하지영씨도 여기서 식사하셨군요." 그녀는 슬쩍 내쪽을 노려보다 순식간에 표정을 바꿔 그에게 말한다. "이제 다 드신거 같은데.. 사무실로 가실거죠? 괜찮으시다면 기다렸다가 같이 가도 되나요?" "죄송합니다. 전 일행이 있어서.. 하지영씨도 저기 일행분이 기다리시는거 같은데요." 몇 테이블 떨어진 곳에 서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그가 말하자… 일그러진 얼굴을 애써 웃음으로 감추며 그녀가 말한다. "어머. 제가 실례를 했네요.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이따 사무실에서 뵈요." "네." 그에게서 등을 돌린 그녀는… 확실한 악의를 담은 눈으로… 나를 위아래로 훓어보다.. 이내 코를 치켜들고 앞을 향해 나아간다. 너 따위… 아무것도 아니야. 네까짓거.. 전혀 신경쓰이지 않아.. 당당하게 걸어나가는 그녀를 돌아보지 않으려 이를 악물어야만 했다. "우리도 이만 나갈까?" 냅킨으로 입을 닦은 후,, 일어서던 그는… "싫어! 나 아직 다 안 먹었잖아!! 니 눈은 폼으로 달고 다니니?!" 히스테릭한 내 목소리에 엉거주춤 주저앉는다. 절대.. 저 여자가 보는 앞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가지 않을테야… 절대로! 문 옆에 세워져 있는 휠체어를 노려보며,,, 울지 않으려 눈에 힘을 줘야만 했다.
나를 조수석에 앉혀주고… 휠체어를 싣고,,, 다시 운전석에 오른다. 매번 반복되는 일이었지만… 오늘은 이 순서가 너무 지겹고 신물나게 싫어진다. 그리고 이미 덮여 있는 자신의 겉옷을… 내 다리에 배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다시 덮어주는 그의 손길에도 짜증이 난다. "덥단 말이야!!! 왜? 다리병신은 다리도 내놓고 다니면 안되니?!!" 그의 손을 쳐내며 옷을 잡아채 뒷자석으로 던져버렸다. 쾅!!! "젠장!! 니 마음대로 해!!!" 핸들을 주먹으로 치며… 소리를 지른 그는… 거칠게 차를 출발 시킨다. 그리고 내 두 눈에는… 눈물이 차오른다. 그가… 소리를 질렀다.. 내게… 화를 낸다. 무섭다거나… 화나고 분해서도 아니다. 다만… 한번도 본적 없던 그이기에… 그를 이렇게 만든건 나이기에… 서러울 뿐이다. 그가… 나를 미워할까봐… 겁이날 뿐이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자책하며… 슬쩍 곁눈질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다시 생각없이 앞을 바라보다… 깜짝 놀라 그녀를 돌아보았다. 제길..!!! 그녀가.. 울고 있다. 똑바로 정면을 주시하고… 아랫입술을 바들거리며… 소리 없이 울고 있다. 대체.. 언제부터 울고 있었는지.. 치마에는 원래의 색보다 진한 얼룩이 커다랗게 져 있었다. 빵빵빠앙ㅡ!!!!!!!!!!! 신경질적인 경적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어느새 차선을 넘어 옆차와 부딪힐 위기에 처해있다. "젠장!!!" 핸들을 꺽어 내 차선을 유지하고 속도를 내어 달리다,, 백미러에 더 이상 차가 보이지 않자,,, 그대로 1차선에서 4차선으로 옮겨갔다. 곧바로 갓길에 차를 대고 벨트를 풀어,,, 몸을 완전히 그녀에게 돌린후 손을 뻗었다. 그러나… 주먹을 쥐고 다시 거둬야만 했다. 분명.. 그녀는 원치 않으리라… 내 손길 따위… 내 위로 따위… 내 사과 따위… 그 어떤 것도 원치 않으리라… 하지만… 울고 있는 그녀를… 그냥.. 이렇게 내버려 둘 수도 없다. 마치 그녀의 눈물이… 내 심장의 얇은 막 위로 떨어지며 진동을 일으키는듯… 가슴이 아려오고… 머리가 울려댄다. 또... 그 얇은 막을 뚫고 들어와… 내 심장의 기능을 언제 멈추게 할지 몰라… 한시가 급한 듯 초조하고,, 입술이 바삭바삭 타들어간다. "화내서 미안하다. 울지마." 그녀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우는거 밖에 할 줄 모르는 인형처럼… 쉴새없이 눈물을 떨어뜨린다. "미안해. 날봐.. 울지마… 제발… 제발.. 울지마.. 응? ...예은아…" 온 마음을 다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서야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봐준다. "화내서 미안해.. 응?" 그녀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고 느끼는 순간… 내 손이 미쳤나보다. 어느새 눈가로 다가간 손이 눈꼬리를 스치자… 왼쪽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지고… 내 입술이 미쳤나보다. 눈물이 흐르는 뺨위에 입맞춤을 한다. 그녀가 밀어낼거라 예상한 나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다… 촉촉한 눈을 들어… 벌어진 붉은 입술로 올려다 보는 그녀에게 매료되어… 작은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안고 그 입술에 입을 맞췄다. 상상속에서 그리던… 꿈에서만 존재하던… 그런 입맞춤이… 더한 갈증과 갈망을 불러일으켜.. 나를 벼랑끝으로 몰아간다. 이것이 정말 현실인가… 정말로 예은인가… 싶어 눈을 뜨고 바라보다 만족스런 신음소리와 함께 다시 눈을 감았다.
정말로 이 여자와 함께 있으면... 한시도 지루할 새가 없다. 지하철 역으로 내려온 그녀는 잠시 벽에 걸려있는 노선을 보는가 싶더니… 한국랜드에 가고 싶다 말했고.. 그녀의 소원대로 이곳에 온 난… 시시때때로 변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울렁이는 배를 부여잡고, 바이킹의 질주를… 속도를… 저주하고 있는 중이다.
"자 여기 물이요. 괜찮아요?" "아니. 난 지금 점심에 먹은 스테이크를 맹렬히 저주하고 있는 중이오." "푸흐읍.. 그정도에요? 에이. 무슨 남자가 이래요. 재미 없어라." 웃음을 참으며 말하는 그녀는… 아예 기름까지 붓는다. 난.. 정말 간절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잠깐 옆에 앉아봐요. 내가 기댈 수 있게.. 정말 죽을것 같단 말이오. 현기증에.. 구토에.. 우욱~!" 적절한 연기까지 내보이며 괴로운듯 눈을 감자… "어머? 그정도에요? 어떻해요. 아.. 어떻해.. 괜찮아요? 어쩌지? 약이라도 사올까요?" 재빨리 옆에 앉아 내 얼굴을 … 토닥이다… 쓸어주다… 가슴으로 끌어당겨 안는다. 쿡쿡.. 살며시 고개를 돌려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나는… "이봐.." "왜요? 못참겠어요? 어떻해… 미안해요." "여기다 오바이트 해도 괜찮을까..?" "오 .. 안돼요.. 그러기만 해봐요.. 빨리 고개 돌려요!!! 빨리! 빨리!!" "아니야.. 좀 진정이 됐어.. 이젠 괜찮소. 등 좀 두드려줘."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는게 느껴진다. "이렇게요?" "응… 그보다.. 당신 가슴 정말 풍만하군… 느낌도 좋고 말이야.. 충분히 보상됐소. 쿡쿡.." "네… 네??!!" 생각 없이 등을 두들기며 말하던 그녀는… 이제야 알아챘는지… 손을 든채 얼어버렸다. "오… 세상에.. 이 나쁜사람!!!! 가만 안두겠어!!!" 주먹을 쥔 채.. 손을 더 높이 든 그녀를 피해 벌떡 일어나 빠르게 걸었다. "거기 안서요? 서란 말이야!! 이런 망할!!" 그녀의 마지막 말에 나도 놀라고.. 그녀도 놀랐다. 우뚝 멈춰서 뒤돌아 보자,,,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던 그녀는… 베시시 웃어버리더니… 뒤돌아 뛰어간다. "꺄아악~!!" 저 소리와 함께…
그의 입술이 멀어지고… 달콤한 키스의 여운을 느끼며 눈을 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후회하는 듯한 그의 얼굴… 왜..? 왜 그런 표정을 짓는거야…? 넌… 이 키스가… 부드러웠던 우리의 교감이… 아무렇지도 않은거니..? 그런 표정 지을만큼… 아무것도 아니니,,,?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던 그는… 잔인하게도… 앞쪽을 주시하며… "휴… 미안… 하다." 그래… 정말 잔인하게도 말한다. 뭐가..? 왜…? 왜 미안하다고 하는거야? "뭐가..? 뭐가 미안한데..?" "지금 있었던 일…" 너… 정말… 나쁘다. 정말… 못됐다.. 나… 이제 알아버렸는데… 내 감정… 내 마음… 이제야 알아버렸는데… 너 … 정말 최악이다. "지금 무슨일이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지마! 나도 후회하고 있으니까.." 후… 회…? 나하고의 키스를 후회하고 있다고…? 나쁜놈… 정말… 정말… 나쁜놈…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됐잖아… 나도.. 그쯤은 알고 있는데… 이렇게… 내가슴에 못을 박듯… 그렇게 얘기하지 말지… 그러지 말지… "아니. 후회하지마. 너랑 나 아무일도 없었으니까.. 그럴거 없어. 이제 그만 가자. 피곤해." 눈을 감아 버렸다. 가슴이 너무 아프고… 따끔거린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들이… 모두 꿈인 듯.. 사라지려 한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놓지 않았다. 난… 후회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절대 잊지 않으려 가슴속에 꼭꼭 묶어두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나란히 잠이 들어버린 우리는… 2호선을 타고 한바퀴 빙~ 돌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눈을 떴을때 출발했던 역을 다시 보는 기분이란… 그래도 우리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어대다가…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내릴 수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 둘 모두 상당히 지치고.. 배도 고픈 상태였다. "배가 너무 고파요." "나도 그렇소." "아… 아주머니가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여 놓으셨기를… " "없다면 내가 만들어 주겠소." "정말요? 진짜죠? 음.. 그렇담 당신은 뭐가 먹고 싶어요?" "난... 보쌈." "뭐에요~ 이 밤에 그런걸 어떻게 만들어요!" 막 계단을 다 올랐을때... 갑자기 몸이 붕 뜨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그럼.. 이거라도!!" "꺄아악~!! 놔요!! 놔~!" 정말… 못말릴 사람이다. 날 어깨에 들쳐매고 한걸음 한걸음 현관을 향해 내딛던 그는… "정말..? 정말 놓으라고? 알겠소." "악!! 안돼!! 안돼요~!" "윽.. 몸부림치지마… 나도 사람인지라 무거운 것쯤은 안단말이오." "뭐라구요? 이…" "망할..?" 그의 말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어버렸다. "풉!!! 푸하하하!!!" "하하하하!!" "대체 이게 무슨짓이냐?!!!! 체통머리 없게!!! 그 계집은 또 누구고?!!!!" 집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갑자기 들려온 호통소리에 웃던 모습 그대로 굳어버렸다.
똑바로 걷기【23】
"… 갑자기 커다란 곰같아 보이는 검은물체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닫히는 문 사이로 손을 쑥~!!
집어넣는거에요."
"이런 이런… 나를 그런식으로 표현하다니… 아주 용기있군."
"아하하!! 하지만 정말 그때 제 느낌은 그랬단 말이에요~!"
입으로 가져가려던 포크를 그대로 멈추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는 그에게.. 있는 힘껏 눈을
깜박거리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위를 둘러보는걸 잊지 않았는데…
정말… 이런 이런을 외치고 싶은건 나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꿔보려.. 그와 처음 만났던 날의 얘기를... 다소 과장을 섞어가며
풀어 놓았는데… 그 말에 호응을 하고 웃어주는건.. 오직 그.. 예후 한사람 뿐이다.
김성하씨와 예은이는.. 어디 빨리 먹기 대회라도 출전했는지… 고개도 들지 않고 먹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런건.. 계획에 없던건데…
할 수 없이 바로 수정에 들어갔다.
"아 참!! 정예후 사장님~~"
일부러 예은이와 김성하씨의 시선을 받을 만큼 큰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쿡쿡.. 당신이 그런 표정으로 말을하면.. 내가 살짝 긴장이 된다는거 알고 있소?"
저도 이런 표정과 말투가… 그리 좋지만은 않답니다.
"어머? 왜요? 전 당신을 잡아 먹지 않아요."
"아니. 내가 아는 한란아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지. 그런데 왜 불렀소?"
흥..!! 치사하게 내 반박을 막으려 말을 돌린다.
"오늘 오후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바쁘신가요?"
"음.. 아니. 특별한 일은 없는것 같소."
"그럼, 저랑 땡땡이 치실래요? 같이 갈데가 있어서 그러는데.. 네?"
"그거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군. 좋소."
"와~ 정말이죠?"
일부러 신나는 척 손뼉까지 쳐가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아.. 이거참… 정말 할 짓이 못된다.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한 탓에 입가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지만.. 끝까지 말을 맺었다.
"저기… 저희 둘이 먼저 빠져도 될까요?"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그럼, 김비서님께서 예은이 집까지 데려다 주실거죠? 저희는 이만 갈께요. 디저트도 다 드시고 천천히
계시다 오세요. 예은아, 먼저 갈께?"
그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하며 그의 팔짱을 끼고 일으켜 세웠다.
그런후 그곳을 당당하게 벗어나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하지…?
"자,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거요?"
그러게나 말이에요.
"우선 차를 한대 더 불러야 겠군."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당신, 지하철 타봤어요? 안타봤죠? 우리 그거타구 가요. 네?"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핸드폰을 꺼내려는 그의 팔에 매달려 별 소득없어 보이는 말을
전했다.
"지하철…? 그럴까?"
하지만,, 의외로 그는 쉽게 동의했고,,
"오케이. 자 출발~!"
그래.. 가자.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그 복잡한 노선 속에서… 눈에 띄는 곳 하나 없을라구…
그나마 말을 이어가던 란아씨와 형이 나가고 나자,, 고요한 침묵만이 주위를 둘러싸고, 몸과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주위의 소음과 분주한 움직임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인듯… 마치 거대한 투명 유리장 안에서..
우리 둘은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느낌이다.
내 눈은 그녀를 보고있지 않아도,, 마음이,, 머리가,, 온몸의 신경 하나하나, 세포 하나하나 까지도
그녀를 향해 있다.
왜 그녀는 이런 모습으로 내 앞에 앉아 있는 것일까…?
너무나 밝고 맑아서 아름답지만,,,눈이 부시지만,,, 그로인해 내게서 그만큼 멀어진다.
"다 먹었으면 이제 그만 나갈까?"
참.. 너무하게도 그는.. 말도 없이.. 시선도 없이.. 묵묵히 식사를 마치고는 가자고 한다.
"나 디저트 먹을거야."
"그래..? 여기요."
그의 부름에 웨이터가 오고,,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내오고,,
우리는 여전히 말도 없이 시간을 죽인다.
"어머? 김비서님? 여기서 식사하셨어요?"
그때.. 높은 톤의 목소리가 조용한 공기의 흐름을 깨고 들려온다.
눈과 이마의 움직임만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니,, 짧은 치마 정장을 입고,, 머리는 단정히
틀어올린 예쁘장한 여자다.
"아. 하지영씨도 여기서 식사하셨군요."
그녀는 슬쩍 내쪽을 노려보다 순식간에 표정을 바꿔 그에게 말한다.
"이제 다 드신거 같은데.. 사무실로 가실거죠? 괜찮으시다면 기다렸다가 같이 가도 되나요?"
"죄송합니다. 전 일행이 있어서.. 하지영씨도 저기 일행분이 기다리시는거 같은데요."
몇 테이블 떨어진 곳에 서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그가 말하자…
일그러진 얼굴을 애써 웃음으로 감추며 그녀가 말한다.
"어머. 제가 실례를 했네요.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이따 사무실에서 뵈요."
"네."
그에게서 등을 돌린 그녀는… 확실한 악의를 담은 눈으로… 나를 위아래로 훓어보다..
이내 코를 치켜들고 앞을 향해 나아간다.
너 따위… 아무것도 아니야.
네까짓거.. 전혀 신경쓰이지 않아..
당당하게 걸어나가는 그녀를 돌아보지 않으려 이를 악물어야만 했다.
"우리도 이만 나갈까?"
냅킨으로 입을 닦은 후,, 일어서던 그는…
"싫어! 나 아직 다 안 먹었잖아!! 니 눈은 폼으로 달고 다니니?!"
히스테릭한 내 목소리에 엉거주춤 주저앉는다.
절대.. 저 여자가 보는 앞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가지 않을테야… 절대로!
문 옆에 세워져 있는 휠체어를 노려보며,,, 울지 않으려 눈에 힘을 줘야만 했다.
나를 조수석에 앉혀주고… 휠체어를 싣고,,, 다시 운전석에 오른다.
매번 반복되는 일이었지만… 오늘은 이 순서가 너무 지겹고 신물나게 싫어진다.
그리고 이미 덮여 있는 자신의 겉옷을… 내 다리에 배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다시 덮어주는 그의 손길에도 짜증이 난다.
"덥단 말이야!!! 왜? 다리병신은 다리도 내놓고 다니면 안되니?!!"
그의 손을 쳐내며 옷을 잡아채 뒷자석으로 던져버렸다.
쾅!!!
"젠장!! 니 마음대로 해!!!"
핸들을 주먹으로 치며… 소리를 지른 그는… 거칠게 차를 출발 시킨다.
그리고 내 두 눈에는… 눈물이 차오른다.
그가… 소리를 질렀다.. 내게… 화를 낸다.
무섭다거나… 화나고 분해서도 아니다.
다만… 한번도 본적 없던 그이기에…
그를 이렇게 만든건 나이기에… 서러울 뿐이다.
그가… 나를 미워할까봐… 겁이날 뿐이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자책하며… 슬쩍 곁눈질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다시 생각없이 앞을 바라보다… 깜짝 놀라 그녀를 돌아보았다.
제길..!!! 그녀가.. 울고 있다.
똑바로 정면을 주시하고… 아랫입술을 바들거리며… 소리 없이 울고 있다.
대체.. 언제부터 울고 있었는지.. 치마에는 원래의 색보다 진한 얼룩이 커다랗게 져 있었다.
빵빵빠앙ㅡ!!!!!!!!!!!
신경질적인 경적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어느새 차선을 넘어 옆차와 부딪힐 위기에 처해있다.
"젠장!!!"
핸들을 꺽어 내 차선을 유지하고 속도를 내어 달리다,, 백미러에 더 이상 차가 보이지 않자,,,
그대로 1차선에서 4차선으로 옮겨갔다.
곧바로 갓길에 차를 대고 벨트를 풀어,,, 몸을 완전히 그녀에게 돌린후 손을 뻗었다.
그러나… 주먹을 쥐고 다시 거둬야만 했다.
분명.. 그녀는 원치 않으리라…
내 손길 따위… 내 위로 따위… 내 사과 따위… 그 어떤 것도 원치 않으리라…
하지만… 울고 있는 그녀를… 그냥.. 이렇게 내버려 둘 수도 없다.
마치 그녀의 눈물이… 내 심장의 얇은 막 위로 떨어지며 진동을 일으키는듯… 가슴이 아려오고…
머리가 울려댄다.
또... 그 얇은 막을 뚫고 들어와… 내 심장의 기능을 언제 멈추게 할지 몰라… 한시가 급한 듯
초조하고,, 입술이 바삭바삭 타들어간다.
"화내서 미안하다. 울지마."
그녀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우는거 밖에 할 줄 모르는 인형처럼… 쉴새없이 눈물을 떨어뜨린다.
"미안해. 날봐.. 울지마… 제발… 제발.. 울지마.. 응? ...예은아…"
온 마음을 다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서야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봐준다.
"화내서 미안해.. 응?"
그녀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고 느끼는 순간…
내 손이 미쳤나보다.
어느새 눈가로 다가간 손이 눈꼬리를 스치자… 왼쪽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지고…
내 입술이 미쳤나보다.
눈물이 흐르는 뺨위에 입맞춤을 한다.
그녀가 밀어낼거라 예상한 나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다… 촉촉한 눈을 들어… 벌어진 붉은 입술로
올려다 보는 그녀에게 매료되어… 작은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안고 그 입술에 입을 맞췄다.
상상속에서 그리던… 꿈에서만 존재하던… 그런 입맞춤이…
더한 갈증과 갈망을 불러일으켜.. 나를 벼랑끝으로 몰아간다.
이것이 정말 현실인가… 정말로 예은인가… 싶어 눈을 뜨고 바라보다 만족스런 신음소리와 함께 다시
눈을 감았다.
정말로 이 여자와 함께 있으면... 한시도 지루할 새가 없다.
지하철 역으로 내려온 그녀는 잠시 벽에 걸려있는 노선을 보는가 싶더니… 한국랜드에 가고 싶다 말했고.. 그녀의 소원대로 이곳에 온 난… 시시때때로 변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울렁이는 배를 부여잡고, 바이킹의 질주를… 속도를… 저주하고 있는 중이다.
"자 여기 물이요. 괜찮아요?"
"아니. 난 지금 점심에 먹은 스테이크를 맹렬히 저주하고 있는 중이오."
"푸흐읍.. 그정도에요? 에이. 무슨 남자가 이래요. 재미 없어라."
웃음을 참으며 말하는 그녀는… 아예 기름까지 붓는다.
난.. 정말 간절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잠깐 옆에 앉아봐요. 내가 기댈 수 있게.. 정말 죽을것 같단 말이오. 현기증에.. 구토에.. 우욱~!"
적절한 연기까지 내보이며 괴로운듯 눈을 감자…
"어머? 그정도에요? 어떻해요. 아.. 어떻해.. 괜찮아요? 어쩌지? 약이라도 사올까요?"
재빨리 옆에 앉아 내 얼굴을 … 토닥이다… 쓸어주다… 가슴으로 끌어당겨 안는다.
쿡쿡..
살며시 고개를 돌려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나는…
"이봐.."
"왜요? 못참겠어요? 어떻해… 미안해요."
"여기다 오바이트 해도 괜찮을까..?"
"오 .. 안돼요.. 그러기만 해봐요.. 빨리 고개 돌려요!!! 빨리! 빨리!!"
"아니야.. 좀 진정이 됐어.. 이젠 괜찮소. 등 좀 두드려줘."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는게 느껴진다.
"이렇게요?"
"응… 그보다.. 당신 가슴 정말 풍만하군… 느낌도 좋고 말이야.. 충분히 보상됐소. 쿡쿡.."
"네… 네??!!"
생각 없이 등을 두들기며 말하던 그녀는… 이제야 알아챘는지… 손을 든채 얼어버렸다.
"오… 세상에.. 이 나쁜사람!!!! 가만 안두겠어!!!"
주먹을 쥔 채.. 손을 더 높이 든 그녀를 피해 벌떡 일어나 빠르게 걸었다.
"거기 안서요? 서란 말이야!! 이런 망할!!"
그녀의 마지막 말에 나도 놀라고.. 그녀도 놀랐다.
우뚝 멈춰서 뒤돌아 보자,,,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던 그녀는… 베시시 웃어버리더니…
뒤돌아 뛰어간다.
"꺄아악~!!"
저 소리와 함께…
그의 입술이 멀어지고…
달콤한 키스의 여운을 느끼며 눈을 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후회하는 듯한 그의 얼굴…
왜..? 왜 그런 표정을 짓는거야…?
넌… 이 키스가… 부드러웠던 우리의 교감이… 아무렇지도 않은거니..?
그런 표정 지을만큼… 아무것도 아니니,,,?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던 그는… 잔인하게도…
앞쪽을 주시하며…
"휴… 미안… 하다."
그래… 정말 잔인하게도 말한다.
뭐가..? 왜…? 왜 미안하다고 하는거야?
"뭐가..? 뭐가 미안한데..?"
"지금 있었던 일…"
너… 정말… 나쁘다.
정말… 못됐다..
나… 이제 알아버렸는데… 내 감정… 내 마음… 이제야 알아버렸는데… 너 … 정말 최악이다.
"지금 무슨일이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지마! 나도 후회하고 있으니까.."
후… 회…? 나하고의 키스를 후회하고 있다고…?
나쁜놈… 정말… 정말… 나쁜놈…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됐잖아… 나도.. 그쯤은 알고 있는데… 이렇게… 내가슴에 못을 박듯…
그렇게 얘기하지 말지… 그러지 말지…
"아니. 후회하지마. 너랑 나 아무일도 없었으니까.. 그럴거 없어. 이제 그만 가자. 피곤해."
눈을 감아 버렸다.
가슴이 너무 아프고… 따끔거린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들이… 모두 꿈인 듯.. 사라지려 한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놓지 않았다.
난… 후회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절대 잊지 않으려 가슴속에 꼭꼭 묶어두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나란히 잠이 들어버린 우리는…
2호선을 타고 한바퀴 빙~ 돌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눈을 떴을때 출발했던 역을 다시 보는 기분이란…
그래도 우리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어대다가…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내릴 수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 둘 모두 상당히 지치고.. 배도 고픈 상태였다.
"배가 너무 고파요."
"나도 그렇소."
"아… 아주머니가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여 놓으셨기를… "
"없다면 내가 만들어 주겠소."
"정말요? 진짜죠? 음.. 그렇담 당신은 뭐가 먹고 싶어요?"
"난... 보쌈."
"뭐에요~ 이 밤에 그런걸 어떻게 만들어요!"
막 계단을 다 올랐을때... 갑자기 몸이 붕 뜨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그럼.. 이거라도!!"
"꺄아악~!! 놔요!! 놔~!"
정말… 못말릴 사람이다.
날 어깨에 들쳐매고 한걸음 한걸음 현관을 향해 내딛던 그는…
"정말..? 정말 놓으라고? 알겠소."
"악!! 안돼!! 안돼요~!"
"윽.. 몸부림치지마… 나도 사람인지라 무거운 것쯤은 안단말이오."
"뭐라구요? 이…"
"망할..?"
그의 말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어버렸다.
"풉!!! 푸하하하!!!"
"하하하하!!"
"대체 이게 무슨짓이냐?!!!! 체통머리 없게!!! 그 계집은 또 누구고?!!!!"
집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갑자기 들려온 호통소리에 웃던 모습 그대로 굳어버렸다.
★★★★★★★★★★★★★★★★★★★★★★★★★★★★★★★★★★★★★★★★★★★★★
후아암~!
저.. 입 찢어집니다... ㅜ,.ㅜ
어제 밤을 샜더니... 비몽사몽이고.. 일도하기 싫고... 아.. 죽겠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꼭 올려야 겠다는 일념하나로... 눈을 부릅뜨고 썼어여~ ^^ 흐흐..
이제 한시간 반만 있으면 퇴근입니다. 아후~ 좋아라~ 탱자 ~ 탱자 ♬
울 님들~ 오늘도 잊지 않고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남은 하루.. 알차게 보내세요~ ^^
참참... 아침 저녁으로 넘넘 춥죠?
이럴때... 감기 조심하시구요..
저는 목이 좀 잠긴게... 이상 신호가 오고 있습니다..
님들은 아프지 마세요~ ^^
진짜로 갑니다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