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SICAF에 코스프레 하러 갑니다. 나중에 사진 올려드릴게요~. ======================= 얼쑤 좋구나 ============================ 오군과 한나를 비롯한 신입부원들이 연극부에 들어온지 일주일. 지극히 낮았던 내 생활의 마찰계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나 - 오빠~~. 기억 - ........ 왜. 한나 - 밥 사줘요~~. 기억 - 내...내가 왜? 한나 - 어머머? 우리 사이에 그러기에요? 일단 첫 번째 마찰요인. 시도 때도 없이 들러붙어 내 상황대처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한나. 민아 보기도 민망하고 도를 넘은 장난에 심신이 피로하지만 무작정 떨어낼 수도 없는 애매한 상대다. 유니 - 그녀의 말에 내심 놀라....어머... 둘이 무슨 사인데? 한나 - ..... 음... 굳이 말하자면, 용서 받을 수 없는 사이랄까요? 유니 - 어머나, 그럼 나랑 같네? 마찰요인 두 번째. 오군의 등장과 더불어 부쩍 출연빈도가 올라간 유니병장님. 연극부 왕고참의 권위는 어디로 갔는지 입만 열면 농담에 나이랑 맞지 않는 장난끼까지.... 한나와 만나면 시너지 효과까지 일으켜 사람을 3.7배 이상 피곤하게 만든다. 한나 - 밥 사줘요~오빠~. 유니 - 나도~ 나도~. 전생에 무슨 원수를 지었는지 늪지 밑바닥의 진흙처럼 들러붙는 두 사람. 기억 - 아익! 두 사람 다 그만 좀 해욧!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 세차게 몸을 털며 자리에서 탈출했다. 내가 자리에서 빠져나가자 대결구도는 이상한 쪽으로 전이되어 또다시 한 바탕 폭풍을 몰고 왔다. 한나 - ....... 어? 아줌마! 아줌마가 끼니까 도망가잖아요? 거의 다 된 거였는데! 유니 -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 아줌마? 지금 저보고 그러신 거예요? 한나 - =저보고=는 무슨 얼어 죽을 =저보고=에요? 나이를 먹었으면 나이값을 해야죠! 공경에 처한 후배 대신 밥은 못 사줄망정 어떻게 같이 얻어먹을 생각을 해요? 유니 - 어느덧 평상심을 되찾은 차분한 말투로.... 한나씨도 알겠지만.... 내가 나이를 떠나서 액면가는 기억이보다 한참 어리잖아요? 액면가가 허락하는 한에선 얻어먹어도 돼. 아마 밖에 나가서 우리 둘이 자매사이라고 하면 한나씨가 누나라고 할 걸? 한나 - 입가에 싸늘한 조소를 띄우며.... 눈가에 잔주름은 감추고 그런 말씀을 하시죠? 유니 - ........ 뚝. 괄호치고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 가슴이랑 뭐랑은 반비례 관계라드만..... 싸가지랑도 반비례인가보네? 한나 - 뭐, 뭐예요? 근거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요? 유니 - 나도 근거 없는 소리라 생각했는데 댁을 보니까 완전 진리의 말씀으로 들리네~. ..... 용호상박이라고 했던가. 공통적인 목표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두 사람의 싸움은 김씨 허씨의 육탄전이 가소로워 보일 정도로 치열하고 강력한 것이었다. 오군 - 누, 누, 누, 누, 누...... 유니 - 뭐? 내가 왜? 시비는 쟤가 먼저 걸었는데? 오군 - 하, 하, 하, 하, 한.... 한나 - 나 지금 너랑 이야기 하자는 거 아니거든? 제 3자는 빠지시죠? 오, 오, 오, 오군씨? 유니 - 야! 네가 뭔데 우리 오군을 놀려! 한나 - 제, 제, 제, 제가 어, 어, 어, 언제 놀렸어요? 오군 - 두, 두, 두, 두..... 유니 - 넌 남자가 되서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너도 뭐라고 한 마디 팍 쏘아 줘야 할 거 아냐! 마찰 요인 세 번째. 늘 상황이 이쯤 되면 중간에 개입하는 오군.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나만 오군의 말을 이해 못하는 것 같고 완전 바보가 된 기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다는 걸까? 3파전까지 번진 그들의 싸움을 뒤로 한 채 난 다시 평화로운 낙원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과연 더 이상 그런 곳이 있을까 의문이지만.... 민아 - 또 쫓겨 왔어? 기억 - 아.... 뭐 어쩌다보니. 결국 내가 찾아간 곳은 민아의 곁이었다. 일단 그녀 옆으로 오면 한나나 유니 선배의 활동도 조금은 통제가 되고 두 사람이 조용해지면 오군이 끼어들 일도 없기 때문이다. 기억 - 하아.... 참 사람들이.... 전생에 무슨 원수를 졌기에... 민아 - 그래도 활기차서 좋지 뭐. 기억 - 걱정되진 않고? 민아 - 응? 뭐기? 기억 - ...나 뺏길까봐. 민아 - 음.... 괜찮아. 난 기억이를 믿으니까. 하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있으면.... 기억 - .....있으면? 민아 - 반드시 죽일 거야. 기억 - ...... 응? 뭐? 민아 - 아냐,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는 거지 뭐. 기억- 아....응. 방금 왠지 모를 한기가...... 그렇게 잠시 대화가 끊긴 사이 난 주변이 왠지 모르게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 아직 유니와 한나의 말다툼 소리로 시끌벅적해야 할 텐데.... 이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은 뭐지? 한나 - 언니, 잠깐만. 민아 - 응? 끼야악?!! 그때, 민아의 뒤에서 불쑥 나타난 한나가 스웨터 밑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민아의 가슴을 더듬었다. 민아와 바로 맞은편에 서있던 난 그 과정을 옷 너머로나마 생생히 보고 말았다. 민아 - 뭐뭐뭐뭐뭐뭐하는 거얏!! 한나 - ...... 언니, 실망이야. 민아 - 뭐뭐뭐뭐...콜록, 뭐, 뭐, 뭐가?! 한나 -아무리 작아도 저 할머니 보단 클 줄 알았는데.... 당혹감에 얼굴을 붉힌 민아의 분노는 아랑곳없이 침울한 표정으로 돌아선 한나는 뒤따라온 유니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사죄했다. 한나 - 죄송합니다. 제가 졌네요. 껌에도 덴버껌이랑 보통껌이 있다는 걸 깜빡했어요. 유니 - 오호호호! 그러게 내가 뭐랬..... 잠깐, 뭐? 껌이 어쩌고 어째? 한나 - ..... 아, 비유가 좀 잘못 됐나요? 그럼..... 계란 후라이에도 두께 차이가 있다? 유니 -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삭이며... 너....너어어어...... 유니 선배가 가까스로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다음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복식호흡으로 다져진 민아의 짜랑짜랑한 목소리가 연습실 창문이 깨어질 듯 울렸다. 민아 - 둘 다아 나가아아아아아앗!!!!!!!!!!! 그날 연습이 모두 끝난 후에도 민아의 분노는 쉽게 식을 줄 몰랐다. 기억 - ....... 저기... 공주님? 민아 - 왜. 기억 - ..... 괜찮아? 민아 - 아니, 전혀. 기억 - ....... 아....응. 어지간하면 한 번쯤 =괜찮아= 라고 함직도 하건만.... 현재 그녀의 기분이 얼마나 참담한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민아 - 막말로 둘이 나한테 우유를 하나 사주길 했어, 뭘 했어? 왜 둘이 싸우는데 나까지 끌어들여서 망신을 시키느냔 말이야. 기억 - 내말이 그 말이라니까.... 왜 뻑하면 나한테도.... 민아 - 그건 기억이가 딱잘라서 분명하게 말을 안 하니까 그런 거잖아! 내 딴에는 편을 들어주려고 했던 말이지만 돌아온 건 민아의 짜증 섞인 핀잔뿐이었다. 기억 - ....... 미안. 민아 - 흥.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선 할 말이 없는 게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냥 접어두기로 했다. 이런 날은 뭐든 조용히 넘어갈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다. 민아 - ........ 그녀도 그렇게 쏘아붙인 게 조금은 미안했는지 끼고 있던 팔짱을 조금 더 꼭 감아오며 내 옆으로 가까이 붙어 섰다. 한나 - 오빠~~. 그때, 뒤에서 달음질 쳐오는 발소리와 함께 한나의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모든 위기의 원흉!! 난 재빨리 고개를 돌려 그녀가 뛰어오는 각도와 속도 및 자세를 분석 그녀의 공격패턴을 파악했고 제1 공격 목표로 추정되는 내 왼팔을 재빨리 몸 앞으로 치웠다. 한나 - 꺄앗?! 내 팔을 붙잡음으로써 감속 및 자세제어를 시도하려던 한나는 갑작스러운 내 반격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주저앉듯 앞으로 넘어졌다. 한나 - ....너, 너무해! 기억 -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사람이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이러는 네 잘못이지. 딱! 잘라 내 입장을 밝혀주자면, 난 네가 이러는 거 부담스럽고, 싫고, 무척이나 스트레스 받아. 다른 사람한테야 그러든가 말든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앞으로 나한텐 다시 이런 거 하지 마. 혹시나 해서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사실... 뭇 여성을 공학용 계산기보다 귀하게 여기는 한 사람의 공돌이로서 넘어진 여성을 방치해둔 채 이런 말을 하는 게 다리가 후들거릴 일이었지만.... 마침 민아도 옆에 있겠다 좋은 기회라 생각한 난 그동안 마음속으로 삭이고 삭인 말들을 싸늘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줄줄 늘어놓았다. 한나 - ........ 말싸움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한나도 차마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곤 예상 못했는지 단번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멍하니 앉은 자세 그대로 날 올려다 볼 뿐이었다. 기억 - 가자, 공주. ......이때가 탈출 기회다. 그녀가 반격을 재개하면 난 당해낼 재간이 없다. 마비 효과가 지속되는 사이에 최대한 멀리 달아나자. 대략 20여 미터를 빠른 걸음으로 멀어진 뒤 난 민아에게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기억 - 어때, 잘했지? 민아 - ........ 너....너무해. 기억 - ....응? 문득, 나를 올려다보는 민아의 표정에서 예전 공연 때 봤던 선희의 눈빛이 교차하는 게 느껴졌다. 민아 - 한나야! 괜찮아? 한나 - ....... 언니~~ 으앙..... 왔던 길을 되돌아 뛰어 넘어진 한나를 부축해주는 민아. 역시 가재는 게 편이었다. 민아 - 울지 마, 울지 마. 기억이가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래. 일어나서 흙 털고, 집에 가자, 한나야. 내...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9화> 가재는 게편
토요일 SICAF에 코스프레 하러 갑니다.
나중에 사진 올려드릴게요~.
======================= 얼쑤 좋구나 ============================
오군과 한나를 비롯한
신입부원들이 연극부에 들어온지 일주일.
지극히 낮았던 내 생활의 마찰계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나 - 오빠~~.
기억 - ........ 왜.
한나 - 밥 사줘요~~.
기억 - 내...내가 왜?
한나 - 어머머? 우리 사이에 그러기에요?
일단 첫 번째 마찰요인.
시도 때도 없이 들러붙어
내 상황대처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한나.
민아 보기도 민망하고
도를 넘은 장난에 심신이 피로하지만
무작정 떨어낼 수도 없는 애매한 상대다.
유니 - 그녀의 말에 내심 놀라....어머... 둘이 무슨 사인데?
한나 - ..... 음... 굳이 말하자면, 용서 받을 수 없는 사이랄까요?
유니 - 어머나, 그럼 나랑 같네?
마찰요인 두 번째.
오군의 등장과 더불어
부쩍 출연빈도가 올라간 유니병장님.
연극부 왕고참의 권위는 어디로 갔는지
입만 열면 농담에
나이랑 맞지 않는 장난끼까지....
한나와 만나면 시너지 효과까지 일으켜
사람을 3.7배 이상 피곤하게 만든다.
한나 - 밥 사줘요~오빠~.
유니 - 나도~ 나도~.
전생에 무슨 원수를 지었는지
늪지 밑바닥의 진흙처럼 들러붙는 두 사람.
기억 - 아익! 두 사람 다 그만 좀 해욧!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 세차게 몸을 털며 자리에서 탈출했다.
내가 자리에서 빠져나가자
대결구도는 이상한 쪽으로 전이되어
또다시 한 바탕 폭풍을 몰고 왔다.
한나
- ....... 어? 아줌마! 아줌마가 끼니까 도망가잖아요?
거의 다 된 거였는데!
유니
-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 아줌마? 지금 저보고 그러신 거예요?
한나
- =저보고=는 무슨 얼어 죽을 =저보고=에요?
나이를 먹었으면 나이값을 해야죠!
공경에 처한 후배 대신 밥은 못 사줄망정
어떻게 같이 얻어먹을 생각을 해요?
유니
- 어느덧 평상심을 되찾은 차분한 말투로....
한나씨도 알겠지만.... 내가 나이를 떠나서
액면가는 기억이보다 한참 어리잖아요?
액면가가 허락하는 한에선 얻어먹어도 돼.
아마 밖에 나가서 우리 둘이 자매사이라고 하면
한나씨가 누나라고 할 걸?
한나
- 입가에 싸늘한 조소를 띄우며....
눈가에 잔주름은 감추고 그런 말씀을 하시죠?
유니
- ........ 뚝. 괄호치고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
가슴이랑 뭐랑은 반비례 관계라드만.....
싸가지랑도 반비례인가보네?
한나
- 뭐, 뭐예요? 근거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요?
유니
- 나도 근거 없는 소리라 생각했는데
댁을 보니까 완전 진리의 말씀으로 들리네~.
..... 용호상박이라고 했던가.
공통적인 목표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두 사람의 싸움은
김씨 허씨의 육탄전이 가소로워 보일 정도로
치열하고 강력한 것이었다.
오군 - 누, 누, 누, 누, 누......
유니 - 뭐? 내가 왜? 시비는 쟤가 먼저 걸었는데?
오군 - 하, 하, 하, 하, 한....
한나
- 나 지금 너랑 이야기 하자는 거 아니거든?
제 3자는 빠지시죠? 오, 오, 오, 오군씨?
유니 - 야! 네가 뭔데 우리 오군을 놀려!
한나 - 제, 제, 제, 제가 어, 어, 어, 언제 놀렸어요?
오군 - 두, 두, 두, 두.....
유니
- 넌 남자가 되서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너도 뭐라고 한 마디 팍 쏘아 줘야 할 거 아냐!
마찰 요인 세 번째.
늘 상황이 이쯤 되면 중간에 개입하는 오군.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나만 오군의 말을 이해 못하는 것 같고
완전 바보가 된 기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다는 걸까?
3파전까지 번진 그들의 싸움을 뒤로 한 채
난 다시 평화로운 낙원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과연 더 이상 그런 곳이 있을까 의문이지만....
민아 - 또 쫓겨 왔어?
기억 - 아.... 뭐 어쩌다보니.
결국 내가 찾아간 곳은 민아의 곁이었다.
일단 그녀 옆으로 오면
한나나 유니 선배의 활동도 조금은 통제가 되고
두 사람이 조용해지면
오군이 끼어들 일도 없기 때문이다.
기억 - 하아.... 참 사람들이.... 전생에 무슨 원수를 졌기에...
민아 - 그래도 활기차서 좋지 뭐.
기억 - 걱정되진 않고?
민아 - 응? 뭐기?
기억 - ...나 뺏길까봐.
민아
- 음.... 괜찮아. 난 기억이를 믿으니까.
하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있으면....
기억 - .....있으면?
민아 - 반드시 죽일 거야.
기억 - ...... 응? 뭐?
민아 - 아냐,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는 거지 뭐.
기억- 아....응.
방금 왠지 모를 한기가......
그렇게 잠시 대화가 끊긴 사이
난 주변이 왠지 모르게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 아직 유니와 한나의 말다툼 소리로
시끌벅적해야 할 텐데....
이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은 뭐지?
한나 - 언니, 잠깐만.
민아 - 응? 끼야악?!!
그때, 민아의 뒤에서 불쑥 나타난 한나가
스웨터 밑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민아의 가슴을 더듬었다.
민아와 바로 맞은편에 서있던 난
그 과정을 옷 너머로나마 생생히 보고 말았다.
민아 - 뭐뭐뭐뭐뭐뭐하는 거얏!!
한나 - ...... 언니, 실망이야.
민아 - 뭐뭐뭐뭐...콜록, 뭐, 뭐, 뭐가?!
한나 -아무리 작아도 저 할머니 보단 클 줄 알았는데....
당혹감에 얼굴을 붉힌 민아의 분노는 아랑곳없이
침울한 표정으로 돌아선 한나는
뒤따라온 유니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사죄했다.
한나
- 죄송합니다. 제가 졌네요.
껌에도 덴버껌이랑 보통껌이 있다는 걸 깜빡했어요.
유니
- 오호호호! 그러게 내가 뭐랬.....
잠깐, 뭐? 껌이 어쩌고 어째?
한나
- ..... 아, 비유가 좀 잘못 됐나요?
그럼..... 계란 후라이에도 두께 차이가 있다?
유니
-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삭이며...
너....너어어어......
유니 선배가 가까스로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다음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복식호흡으로 다져진 민아의 짜랑짜랑한 목소리가
연습실 창문이 깨어질 듯 울렸다.
민아 - 둘 다아 나가아아아아아앗!!!!!!!!!!!
그날 연습이 모두 끝난 후에도
민아의 분노는 쉽게 식을 줄 몰랐다.
기억 - ....... 저기... 공주님?
민아 - 왜.
기억 - ..... 괜찮아?
민아 - 아니, 전혀.
기억 - ....... 아....응.
어지간하면 한 번쯤 =괜찮아= 라고 함직도 하건만....
현재 그녀의 기분이 얼마나 참담한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민아
- 막말로 둘이 나한테 우유를 하나 사주길 했어, 뭘 했어?
왜 둘이 싸우는데 나까지 끌어들여서
망신을 시키느냔 말이야.
기억 - 내말이 그 말이라니까.... 왜 뻑하면 나한테도....
민아
- 그건 기억이가 딱잘라서 분명하게
말을 안 하니까 그런 거잖아!
내 딴에는 편을 들어주려고 했던 말이지만
돌아온 건 민아의 짜증 섞인 핀잔뿐이었다.
기억 - ....... 미안.
민아 - 흥.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선
할 말이 없는 게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냥 접어두기로 했다.
이런 날은 뭐든 조용히 넘어갈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다.
민아 - ........
그녀도 그렇게 쏘아붙인 게 조금은 미안했는지
끼고 있던 팔짱을 조금 더 꼭 감아오며
내 옆으로 가까이 붙어 섰다.
한나 - 오빠~~.
그때, 뒤에서 달음질 쳐오는 발소리와 함께
한나의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모든 위기의 원흉!!
난 재빨리 고개를 돌려
그녀가 뛰어오는 각도와 속도 및 자세를 분석
그녀의 공격패턴을 파악했고
제1 공격 목표로 추정되는 내 왼팔을
재빨리 몸 앞으로 치웠다.
한나 - 꺄앗?!
내 팔을 붙잡음으로써
감속 및 자세제어를 시도하려던 한나는
갑작스러운 내 반격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주저앉듯 앞으로 넘어졌다.
한나 - ....너, 너무해!
기억
-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사람이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이러는 네 잘못이지.
딱! 잘라 내 입장을 밝혀주자면,
난 네가 이러는 거
부담스럽고, 싫고, 무척이나 스트레스 받아.
다른 사람한테야 그러든가 말든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앞으로 나한텐 다시 이런 거 하지 마.
혹시나 해서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사실... 뭇 여성을 공학용 계산기보다 귀하게 여기는
한 사람의 공돌이로서
넘어진 여성을 방치해둔 채 이런 말을 하는 게
다리가 후들거릴 일이었지만....
마침 민아도 옆에 있겠다 좋은 기회라 생각한 난
그동안 마음속으로 삭이고 삭인 말들을
싸늘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줄줄 늘어놓았다.
한나 - ........
말싸움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한나도
차마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곤 예상 못했는지
단번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멍하니 앉은 자세 그대로 날 올려다 볼 뿐이었다.
기억 - 가자, 공주.
......이때가 탈출 기회다.
그녀가 반격을 재개하면 난 당해낼 재간이 없다.
마비 효과가 지속되는 사이에 최대한 멀리 달아나자.
대략 20여 미터를 빠른 걸음으로 멀어진 뒤
난 민아에게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기억 - 어때, 잘했지?
민아 - ........ 너....너무해.
기억 - ....응?
문득, 나를 올려다보는 민아의 표정에서
예전 공연 때 봤던 선희의 눈빛이 교차하는 게 느껴졌다.
민아 - 한나야! 괜찮아?
한나 - ....... 언니~~ 으앙.....
왔던 길을 되돌아 뛰어
넘어진 한나를 부축해주는 민아.
역시 가재는 게 편이었다.
민아
- 울지 마, 울지 마. 기억이가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래.
일어나서 흙 털고, 집에 가자, 한나야.
내...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