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그는… 조심스레 나를 내려주며,, 눈앞의 여인에게 반가운 듯 인사를 건넨다. 할머..니…?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시고, 백발의 머리는 한올의 흐트러짐도 없이 뒷머리에 쪽을 져... 단정하고 단아해 보이시는 분. 하지만 그분은.. 매서운 눈빛으로... 뚫어질 듯.. 나를 관찰하고 계시다. "아! 할머님께 인사드려요. 할머니, 이쪽은 한란아씨이고, 당분간.." "그 계집의 인사는 안받겠다!" "할머니!" "나 귀 안 먹었다. 버릇없이 소리지르지 말거라. 그건 그렇고 이리와서 좀 앉아보렴." 저분께 난…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인 듯 하다. "넌 뭘 그렇게 멀뚱히 서있는게냐? 어서 썩! 사라지지 않구!!" 아니.. 있는 사람이지만 상종하고 싶지 않으신가 보다. 울컥하며 기분이 상했지만… "저.. 올라가 볼께요." 그를 돌아보며 말한 후.. 할머님께 목례를 하고 한 발을 내 딛는데… "아니. 그럴 필요 없소. 당신은 여기 있다가 할머님이 집으로 가시면... 나와 같이 밥을 먹는거요.
알았소?" 내 손목을 움켜쥐고는.. 그 말을 끝으로 쇼파로 이끈다. "아! 저기.."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나를 쇼파에 앉힌 그는… 바로 옆에 자리를 잡으며 도전적으로 눈을
치켜뜬다. 입을 앙다문채로 앉아 있었지만 ...… 어디 해보시죠..? 라고 말한듯한 착각이 일었다. 할머님은 잠시… 나를..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 보시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그에게 말씀하신다. "이번주 일요일에 시간 비우거라. 천 회장님댁 손녀와 만남이 있을 예정이다." "무슨 말씀 하시는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전 나갈 생각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벌써 약속이 잡혀 있단 말이다!" "그럼 약속을 잡은 사람끼리 만나면 될 일이군요." "자꾸 이런식으로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 말거라. 피곤하구나." "할머님이 어떤 말씀을 하셔도 전 안나갑니다. 괜한 약속 잡으셨다가 집안끼리 얼굴 붉힐일 만들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취소하세요." "대체 왜 이러는게냐?" "할머님이야 말로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런 방법.. 제가 싫어한다는 거 아시잖아요!"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묻는게냐? 올해로 네 나이가 서른이다 서른! 어서 가정을 이루고 네 자식도 낳아야지! 언제까지 예은이녀석 뒤치닥거리만 할 생각이냐?" "함께 하고 싶은 여자도! 결혼도! 다 제가 알아서 합니다. 할머님께서 시키신 결혼들 중에 어느 누구라도 행복한 부부가 있나요? 전 그런 결혼 안합니다. 그러니 제 일은 신경쓰지 마세요." "살다보면 다 똑같다! 지금은 서로 죽고 못살아 결혼한다 해도 나중엔 정으로 사는거다. 어차피 그럴거 좋은 혈통끼리 만나 결혼 하라는건데 그게 뭐가 싫다는게냐? 이런 계집따위 결혼하고 만나더라도 상관없는거 아니냐?" "할머님!!!!" 똑같다 정말,, 김하민의 어머니나.. 이 할머니나…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온다. 화가 나지만,, 화를 낼 수도 없다. 어쨌든 이분은.. 그의 할머님이 아닌가..? "고얀것!! 그렇게 소리지르지 말거라!!" "늦었습니다. 그만 돌아가세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던 그는… 크게 쉼호흡을 한뒤..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뭐라고? 네이놈!! 이런 천한 계집 앞에서 이 할미를 낮출 셈이냐? 이런 닳고 닳은 계집은 지천에 깔리고 널렸다!! 그런데..!!" "그만하세요.. 그만 하시라구요!! 다시는 제 앞에서 이 여자에 대해 그런식으로 말하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할머님이 정하신 약속이건 결혼이건 전 절대로 안따릅니다. 그러니 헛고생 하지 마시고 돌아가세요." 순식간에 나를 잡아 일으켜 계단으로 향하던 그는… 갑자기 뒤돌아 보며… "할머님이 틀리셨어요. 변치 않는 마음도 있는거거든요. 안녕히 가세요." 그러더니 계단을 오른다. "예후야!! 아가!!"
할머님의 부름을 뒤로하고 내 방으로 들어선 그는 문을 닫자마자… 내 얼굴을 감싸며 키스를 한다. 전혀 부드럽지 않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 한… 그의 마음을 잘 나타내는 키스… 마침내 입을 뗀 그는.. 급하게 숨을 몰아쉬며,, 이마를 맞대고 거칠게 얘길한다. "오늘 당신이 들은 얘기는 머리속에서 싸그리 지워버려. 아무것도 기억하지 말고 생각도 하지마.. 오늘과 같은 마음으로 내일도 똑같이 나를 대해줘.. 행여라도 날 떠날 생각이라면,, 그냥 생각에만 그치길 바래. 명심해. 당신이 날 떠나면 난 지옥끝까지라도 쫓아가 결국 당신을 찾아낼꺼야. 그리고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야. 약속해. 날 떠나지 않겠다고, 제발…" 마지막에 눈을 감으며 애원하는 당신의 부탁을.. 나 어떻게 외면할까…? 하지만 이대로라면 우리 서로가 상처 받을게 뻔한데… 나… 어떻게할까…?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발밑에 없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다. 아니.. 내 영혼이라도 팔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났을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집을 나가야 한다는거다. 이젠 김하민과의 불미스러웠던 일도 어느정도 진정이 됐고,, 하민이 무섭지도 않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 그와의 거리를 두고… 천천히 생각을 해야 한다. 이제 다시는 그와 한 지붕 아래 잠들수 없다는 상실감이… 허전함이.. 이렇듯 시작도 하기전에
밀려오는데… 나… 견딜 수 있을까…? 자꾸만 가라 앉으려는 마음을 부여잡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와 먹는… 마지막 아침 식사일꺼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져… 눈이 뜨거워져… 얼른 찬물로
씻어내렸다. 모든 마음이 씻겨 내려가길 바라며…
식당에 들어섰지만,, 식탁위에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만이 나를 반기고.. 그는 보이지 않는다. 거실을 지나 베란다… 정원… 그의 방을 둘러보아도.. 그는… 그 어디에도 없다. 벌써 나간건가…? 실망감을 억누르며 그의 방 문을 닫는데… 그 순간… 현관에서 들려오는 인기척 소리..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청바지와 티 차림의 그가 환하게 웃으며 서있다. "거기서 뭐 하는거요? 날.. 찾았나?" "아..네.. 식사하시라고… 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어딜 다녀오시는 거에요?" 죄지은 것도 없는데.. 괜시리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콩닥거린다. "우선 밥부터 먹읍시다. 배가 무지 고프군."
마지막 수저를 입에서 떼어 식탁에 내려놓자.. 벌써부터 다 먹고 내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어디 갈데가 있으니 준비해요. 오토바이를 타고 갈거니까 되도록 편한 옷으로 입고." "지금요? 어딜가는데요? 당신 회사는요? 오늘 출근 안해요?" "쿡쿡… 한번에 하나씩만 질문해요. 머리가 아파 죽겠소. 음.. 우선 지금 가는건 맞고, 바다에 갈거요. 그리고 회사는… 난 모든걸 금방 배우는 체질이라.. 오늘도 땡땡이오." 씨익 웃으며 말하는 그의 모습은… 반항적이게도.. 또.. 무척 매력적이게도 보였다. 그 모습이… 반박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1시간 반동안 신나게 달려 도착한 곳은 대천이었다. 평일이고,, 또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날이 차서인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와~ 바다냄새… 너무 좋아요." 눈을 감고 가슴을 펴.. 이곳의 모든 냄새를 폐부 깊숙히 밀어넣었다. "후~우~ 웁….!!" 윽… 아직.. 숨을 다 내뱉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입술을 겹쳐오는 그 때문에 숨이 막힌다. 기분은 좋지만… 점점 숨이 막혀와…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쳐댔다. "후.. 내 앞에서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있지마.. 나도 나를 어쩔 수가 없다구.." 숨을 쉴수있도록 입술을 떼긴 했지만,, 여전히 닿을듯 말듯한 곳에서.. 내 입술을 간질이며 야릇한 기분에 휩싸이게 만든다. 세상에..!! 이 환한 아침에.. 그것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한 복판에서 말이다!! "당장 떨어져요. 사람들이 보잖아요!" 어깨에 닿아있는 그의 손에 전혀 힘이 들어있지 않아… 충분히 빠져 나올 수도 있었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당신이 키스해주면.." 대신… … 마법같은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발꿈치를 들고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후... 그와 손을 맞잡고 모래사장을 거닐다.. 어류시장을 구경하고,, 직접 회거리를 골라 식당으로
향했다.
"와~ 너무 맛있었어요." 배를 살짝 두드리며 말을 하자… "그래? 앞으로 자주 와야겠군." 마시던 사이다를 내려놓으며 미소와 함께 말을 한다. 자꾸.. 그런 모습 보여주지 마요.. 당신의 키스에… 미소에… 내 마음이 흔들리잖아요. 그냥.. 아무생각 없이… 내 행복만 바라게 되잖아요. "치.. 그러다 저 돼지 되겠어요." "당신은 살 좀 쪄야해. 그래가지고 어디다 쓰겠소? 아이나 제대로 낳을수 있으려나?" 그 말을 한 그도.. 들은 나도…순간.. 굳어버렸다. "다 먹었으면 그만 일어날까? 뭐 특별히 하고 싶은거라도 있소?" 몇 초간의 침묵을 깨고 드디어 그의 목소리가 들리고… "모래성이요! 모래성 쌓고 싶어요!!" 구원의 목소리라도 들은 듯.. 펄쩍 뛰어오르며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신발을 신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떠오른 생각은…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나.. 정말… 당신과 닯은 아이를 갖고 싶어요.. 진심으로… 바래요. 그럼.. 당신없이도 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모래성도 쌓고 예쁜 조개도 주으며 재미나게 놀던 우리는…이제 막 지려는 해를 넋놓고
바라보았다. "한란아. 당신.. 저~ 쪽 계단 맨 위에 올라가 있어봐." 천천히 애를 태우며 내려오는 해가.. 아직 바다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못봤는데… 그는.. 나를 돌려세워.. 차도와 모래사장을 이어주는 계단 맨 위를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요? 싫어요. 당신 혹시.. 나 혼자 버려두고 가려는거 아니에요?" "올라갈까..? 아니면 바다에 빠질까…?"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고 있지만.. 당신을 충분히 하고도 남을 사람이지… 그래 가.. 간다고..! "알았어요. 올라가 있을게요." "뒤 돌아보지 말고 올라가서 맨 위에 눈감고 앉아있어.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눈뜨기 없기요.
알겠소?" "네."
첫 계단을 올라서는데 오토바이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리고,, 아씨.. 저 남자.. 진짜 나 떼어 놓고 혼자 가버리는거 아냐? 12계단을 오르는 동안 어이없는 상상으로.. 자꾸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에 겨우겨우 호기심을 누를수 있었다. 맨 위 계단에 눈을 감고 앉아 있기를 1분 정도 지났을까…? "됐소. 눈떠!!!" 슬며시 한쪽 눈을 먼저 뜨고 바라본 세상은… 눈물 그 자체 였다. 지는 해의 여운으로 붉게 물든 모래사장 위에는…... 오토바이로 크게 쓴 [한란아 사랑한다]가 온통 차지하고 있었다. 웃으려고 해도 자꾸 눈물만 나오고,,, 눈물에 가려 안보이는 시야를 위해 눈을 더 크게 떠야만 했다.
눈을 깜박이면 없어져 버릴까 두려워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가만.. 가만.. 핸드폰이 어디 있더라." "핸드폰은 왜?"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그가 물었다. "찍어 놓으려구요… 오래오래 간직 할거에요." 그 말에 내 뒤에서서.. 두손으로 내 얼굴을 잡아 모래사장으로 향하게 한뒤,,, 그는 말했다. "그냥봐.. 당신 가슴속에 담아두고,, 아무도 보여주지마… " 그래요… 찍어두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어요. 어떻게… 어떻게 이 광경을… 잊을 수 있겠어요. 아무도 안 보여주고 저만 기억할께요… 평생… 죽어서도.. 절대로 잊지 않을께요… 지금 이 순간은 온전히 내꺼니까요….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눈이 아파 아려올때까지.. 난 눈앞의 이쁘고도 감동스런 장면을 꼭꼭 눌러 담았다.
"그만 좀 보구 갑시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구만.. 배고파 죽겠소!!" 쿡쿡.. 말은 툴툴 거려도.. 이미 당신 마음 하늘이 알고 바다가 알고… 내가 다 아는데… "가로등 불빛에 희미하게는 보인단 말이에요." "아.. 그래그래. 더 보고 있으시오. 난 혼자가서 밥 먹을…" 밉살 맞은 소리를 해도 지금은 너무 행복해서... 그래서… 그를 꼬옥 안아버렸다. "사랑해요." 그의 얼굴이 붉게 타오르는 것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내 볼에 닿은 그의 볼이 너무 뜨거워 나까지 붉어 졌으니까…. "흠.. 흠.. 그 말이 너무 늦었잖소." 어느새 그는 나를 떼어내... 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낸다. 그 무언가는 반지 같아 보였고,,, 잠시후.. 내 왼쪽 넷째 손가락에 자리잡아 버린다. 멍하니 두고 보기는 했지만… 이건.. 정말이지.. 너무 비싸보인다. "저기.." "나와 결혼해 주겠소?" "네??!!!" "나와 결혼해 달라고.. 그리고 당신을 닮은 예쁜 딸도.. 귀여운 아들도 낳아줘. 오늘 아침까지는 내 곁에 당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까 당신과 얘길하며 깨닳은게 있소. 당신과 나의 아이를.. 정말.. 미치도록 원하고 있다는 걸 말이오." "저기.. 잠깐만요. 당신.." "예스라고 대답해." 어느덧,, 입술을 맞대고 웅얼거리는 그… "어서." "네. 좋아요." "그렇지. 바로 그거요." 우리는 [한란아 사랑한다]...라고 씌여진 모래사장 위 계단에서.. 바다바람을 맞으며 키스했다. 그 키스는… 감동이었고,,, 부드러웠으며 달콤했다. 또한.. 앞으로의 일들을… 눈을 감고 나몰라라 할만큼… 나를... 이기적이게 만들었다. 내 행복을 위해… 그를 놓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만들었다.
똑바로 걷기【24】
"할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그는… 조심스레 나를 내려주며,, 눈앞의 여인에게 반가운 듯 인사를 건넨다.
할머..니…?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시고, 백발의 머리는 한올의 흐트러짐도 없이 뒷머리에 쪽을 져...
단정하고 단아해 보이시는 분.
하지만 그분은.. 매서운 눈빛으로... 뚫어질 듯.. 나를 관찰하고 계시다.
"아! 할머님께 인사드려요. 할머니, 이쪽은 한란아씨이고, 당분간.."
"그 계집의 인사는 안받겠다!"
"할머니!"
"나 귀 안 먹었다. 버릇없이 소리지르지 말거라. 그건 그렇고 이리와서 좀 앉아보렴."
저분께 난…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인 듯 하다.
"넌 뭘 그렇게 멀뚱히 서있는게냐? 어서 썩! 사라지지 않구!!"
아니.. 있는 사람이지만 상종하고 싶지 않으신가 보다.
울컥하며 기분이 상했지만…
"저.. 올라가 볼께요."
그를 돌아보며 말한 후.. 할머님께 목례를 하고 한 발을 내 딛는데…
"아니. 그럴 필요 없소. 당신은 여기 있다가 할머님이 집으로 가시면... 나와 같이 밥을 먹는거요.
알았소?"
내 손목을 움켜쥐고는.. 그 말을 끝으로 쇼파로 이끈다.
"아! 저기.."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나를 쇼파에 앉힌 그는… 바로 옆에 자리를 잡으며 도전적으로 눈을
치켜뜬다.
입을 앙다문채로 앉아 있었지만 ...… 어디 해보시죠..? 라고 말한듯한 착각이 일었다.
할머님은 잠시… 나를.. 못마땅하다는 듯 쳐다 보시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그에게 말씀하신다.
"이번주 일요일에 시간 비우거라. 천 회장님댁 손녀와 만남이 있을 예정이다."
"무슨 말씀 하시는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전 나갈 생각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벌써 약속이 잡혀 있단 말이다!"
"그럼 약속을 잡은 사람끼리 만나면 될 일이군요."
"자꾸 이런식으로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 말거라. 피곤하구나."
"할머님이 어떤 말씀을 하셔도 전 안나갑니다. 괜한 약속 잡으셨다가 집안끼리 얼굴 붉힐일 만들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취소하세요."
"대체 왜 이러는게냐?"
"할머님이야 말로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런 방법.. 제가 싫어한다는 거 아시잖아요!"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묻는게냐? 올해로 네 나이가 서른이다 서른! 어서 가정을 이루고 네 자식도
낳아야지! 언제까지 예은이녀석 뒤치닥거리만 할 생각이냐?"
"함께 하고 싶은 여자도! 결혼도! 다 제가 알아서 합니다. 할머님께서 시키신 결혼들 중에 어느 누구라도 행복한 부부가 있나요? 전 그런 결혼 안합니다. 그러니 제 일은 신경쓰지 마세요."
"살다보면 다 똑같다! 지금은 서로 죽고 못살아 결혼한다 해도 나중엔 정으로 사는거다. 어차피 그럴거
좋은 혈통끼리 만나 결혼 하라는건데 그게 뭐가 싫다는게냐? 이런 계집따위 결혼하고 만나더라도
상관없는거 아니냐?"
"할머님!!!!"
똑같다 정말,, 김하민의 어머니나.. 이 할머니나…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온다.
화가 나지만,, 화를 낼 수도 없다.
어쨌든 이분은.. 그의 할머님이 아닌가..?
"고얀것!! 그렇게 소리지르지 말거라!!"
"늦었습니다. 그만 돌아가세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던 그는… 크게 쉼호흡을 한뒤..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뭐라고? 네이놈!! 이런 천한 계집 앞에서 이 할미를 낮출 셈이냐? 이런 닳고 닳은 계집은 지천에
깔리고 널렸다!! 그런데..!!"
"그만하세요.. 그만 하시라구요!! 다시는 제 앞에서 이 여자에 대해 그런식으로 말하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할머님이 정하신 약속이건 결혼이건 전 절대로 안따릅니다. 그러니 헛고생 하지 마시고
돌아가세요."
순식간에 나를 잡아 일으켜 계단으로 향하던 그는…
갑자기 뒤돌아 보며…
"할머님이 틀리셨어요. 변치 않는 마음도 있는거거든요. 안녕히 가세요."
그러더니 계단을 오른다.
"예후야!! 아가!!"
할머님의 부름을 뒤로하고 내 방으로 들어선 그는 문을 닫자마자… 내 얼굴을 감싸며 키스를 한다.
전혀 부드럽지 않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 한… 그의 마음을 잘 나타내는 키스…
마침내 입을 뗀 그는.. 급하게 숨을 몰아쉬며,, 이마를 맞대고 거칠게 얘길한다.
"오늘 당신이 들은 얘기는 머리속에서 싸그리 지워버려. 아무것도 기억하지 말고 생각도 하지마..
오늘과 같은 마음으로 내일도 똑같이 나를 대해줘.. 행여라도 날 떠날 생각이라면,, 그냥 생각에만
그치길 바래. 명심해. 당신이 날 떠나면 난 지옥끝까지라도 쫓아가 결국 당신을 찾아낼꺼야. 그리고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야. 약속해. 날 떠나지 않겠다고, 제발…"
마지막에 눈을 감으며 애원하는 당신의 부탁을.. 나 어떻게 외면할까…?
하지만 이대로라면 우리 서로가 상처 받을게 뻔한데… 나… 어떻게할까…?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발밑에 없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다.
아니.. 내 영혼이라도 팔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났을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집을 나가야 한다는거다.
이젠 김하민과의 불미스러웠던 일도 어느정도 진정이 됐고,, 하민이 무섭지도 않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 그와의 거리를 두고… 천천히 생각을 해야 한다.
이제 다시는 그와 한 지붕 아래 잠들수 없다는 상실감이… 허전함이.. 이렇듯 시작도 하기전에
밀려오는데…
나… 견딜 수 있을까…?
자꾸만 가라 앉으려는 마음을 부여잡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와 먹는… 마지막 아침 식사일꺼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져… 눈이 뜨거워져… 얼른 찬물로
씻어내렸다.
모든 마음이 씻겨 내려가길 바라며…
식당에 들어섰지만,, 식탁위에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만이 나를 반기고.. 그는 보이지 않는다.
거실을 지나 베란다… 정원… 그의 방을 둘러보아도.. 그는… 그 어디에도 없다.
벌써 나간건가…?
실망감을 억누르며 그의 방 문을 닫는데… 그 순간… 현관에서 들려오는 인기척 소리..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청바지와 티 차림의 그가 환하게 웃으며 서있다.
"거기서 뭐 하는거요? 날.. 찾았나?"
"아..네.. 식사하시라고… 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어딜 다녀오시는 거에요?"
죄지은 것도 없는데.. 괜시리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콩닥거린다.
"우선 밥부터 먹읍시다. 배가 무지 고프군."
마지막 수저를 입에서 떼어 식탁에 내려놓자.. 벌써부터 다 먹고 내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어디 갈데가 있으니 준비해요. 오토바이를 타고 갈거니까 되도록 편한 옷으로 입고."
"지금요? 어딜가는데요? 당신 회사는요? 오늘 출근 안해요?"
"쿡쿡… 한번에 하나씩만 질문해요. 머리가 아파 죽겠소. 음.. 우선 지금 가는건 맞고, 바다에 갈거요.
그리고 회사는… 난 모든걸 금방 배우는 체질이라.. 오늘도 땡땡이오."
씨익 웃으며 말하는 그의 모습은… 반항적이게도.. 또.. 무척 매력적이게도 보였다.
그 모습이… 반박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1시간 반동안 신나게 달려 도착한 곳은 대천이었다.
평일이고,, 또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날이 차서인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와~ 바다냄새… 너무 좋아요."
눈을 감고 가슴을 펴.. 이곳의 모든 냄새를 폐부 깊숙히 밀어넣었다.
"후~우~ 웁….!!"
윽… 아직.. 숨을 다 내뱉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입술을 겹쳐오는 그 때문에 숨이 막힌다.
기분은 좋지만… 점점 숨이 막혀와…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쳐댔다.
"후.. 내 앞에서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있지마.. 나도 나를 어쩔 수가 없다구.."
숨을 쉴수있도록 입술을 떼긴 했지만,, 여전히 닿을듯 말듯한 곳에서.. 내 입술을 간질이며 야릇한 기분에 휩싸이게 만든다.
세상에..!! 이 환한 아침에.. 그것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한 복판에서 말이다!!
"당장 떨어져요. 사람들이 보잖아요!"
어깨에 닿아있는 그의 손에 전혀 힘이 들어있지 않아… 충분히 빠져 나올 수도 있었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당신이 키스해주면.."
대신… … 마법같은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발꿈치를 들고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후...
그와 손을 맞잡고 모래사장을 거닐다.. 어류시장을 구경하고,, 직접 회거리를 골라 식당으로
향했다.
"와~ 너무 맛있었어요."
배를 살짝 두드리며 말을 하자…
"그래? 앞으로 자주 와야겠군."
마시던 사이다를 내려놓으며 미소와 함께 말을 한다.
자꾸.. 그런 모습 보여주지 마요..
당신의 키스에… 미소에… 내 마음이 흔들리잖아요.
그냥.. 아무생각 없이… 내 행복만 바라게 되잖아요.
"치.. 그러다 저 돼지 되겠어요."
"당신은 살 좀 쪄야해. 그래가지고 어디다 쓰겠소? 아이나 제대로 낳을수 있으려나?"
그 말을 한 그도.. 들은 나도…순간.. 굳어버렸다.
"다 먹었으면 그만 일어날까? 뭐 특별히 하고 싶은거라도 있소?"
몇 초간의 침묵을 깨고 드디어 그의 목소리가 들리고…
"모래성이요! 모래성 쌓고 싶어요!!"
구원의 목소리라도 들은 듯.. 펄쩍 뛰어오르며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신발을 신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떠오른 생각은…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나.. 정말… 당신과 닯은 아이를 갖고 싶어요.. 진심으로… 바래요.
그럼.. 당신없이도 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모래성도 쌓고 예쁜 조개도 주으며 재미나게 놀던 우리는…이제 막 지려는 해를 넋놓고
바라보았다.
"한란아. 당신.. 저~ 쪽 계단 맨 위에 올라가 있어봐."
천천히 애를 태우며 내려오는 해가.. 아직 바다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못봤는데…
그는.. 나를 돌려세워.. 차도와 모래사장을 이어주는 계단 맨 위를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요? 싫어요. 당신 혹시.. 나 혼자 버려두고 가려는거 아니에요?"
"올라갈까..? 아니면 바다에 빠질까…?"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고 있지만.. 당신을 충분히 하고도 남을 사람이지… 그래 가.. 간다고..!
"알았어요. 올라가 있을게요."
"뒤 돌아보지 말고 올라가서 맨 위에 눈감고 앉아있어.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눈뜨기 없기요.
알겠소?"
"네."
첫 계단을 올라서는데 오토바이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리고,,
아씨.. 저 남자.. 진짜 나 떼어 놓고 혼자 가버리는거 아냐?
12계단을 오르는 동안 어이없는 상상으로.. 자꾸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에 겨우겨우 호기심을 누를수 있었다.
맨 위 계단에 눈을 감고 앉아 있기를 1분 정도 지났을까…?
"됐소. 눈떠!!!"
슬며시 한쪽 눈을 먼저 뜨고 바라본 세상은… 눈물 그 자체 였다.
지는 해의 여운으로 붉게 물든 모래사장 위에는…...
오토바이로 크게 쓴 [한란아 사랑한다]가 온통 차지하고 있었다.
웃으려고 해도 자꾸 눈물만 나오고,,, 눈물에 가려 안보이는 시야를 위해 눈을 더 크게 떠야만 했다.
눈을 깜박이면 없어져 버릴까 두려워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가만.. 가만.. 핸드폰이 어디 있더라."
"핸드폰은 왜?"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그가 물었다.
"찍어 놓으려구요… 오래오래 간직 할거에요."
그 말에 내 뒤에서서.. 두손으로 내 얼굴을 잡아 모래사장으로 향하게 한뒤,,, 그는 말했다.
"그냥봐.. 당신 가슴속에 담아두고,, 아무도 보여주지마… "
그래요… 찍어두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어요. 어떻게… 어떻게 이 광경을… 잊을 수 있겠어요.
아무도 안 보여주고 저만 기억할께요… 평생… 죽어서도.. 절대로 잊지 않을께요…
지금 이 순간은 온전히 내꺼니까요….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눈이 아파 아려올때까지.. 난 눈앞의 이쁘고도 감동스런 장면을 꼭꼭 눌러 담았다.
"그만 좀 보구 갑시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구만.. 배고파 죽겠소!!"
쿡쿡.. 말은 툴툴 거려도.. 이미 당신 마음 하늘이 알고 바다가 알고… 내가 다 아는데…
"가로등 불빛에 희미하게는 보인단 말이에요."
"아.. 그래그래. 더 보고 있으시오. 난 혼자가서 밥 먹을…"
밉살 맞은 소리를 해도 지금은 너무 행복해서... 그래서… 그를 꼬옥 안아버렸다.
"사랑해요."
그의 얼굴이 붉게 타오르는 것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내 볼에 닿은 그의 볼이 너무 뜨거워 나까지 붉어 졌으니까….
"흠.. 흠.. 그 말이 너무 늦었잖소."
어느새 그는 나를 떼어내... 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낸다.
그 무언가는 반지 같아 보였고,,, 잠시후.. 내 왼쪽 넷째 손가락에 자리잡아 버린다.
멍하니 두고 보기는 했지만… 이건.. 정말이지.. 너무 비싸보인다.
"저기.."
"나와 결혼해 주겠소?"
"네??!!!"
"나와 결혼해 달라고.. 그리고 당신을 닮은 예쁜 딸도.. 귀여운 아들도 낳아줘. 오늘 아침까지는 내 곁에 당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까 당신과 얘길하며 깨닳은게 있소. 당신과 나의 아이를.. 정말.. 미치도록 원하고 있다는 걸 말이오."
"저기.. 잠깐만요. 당신.."
"예스라고 대답해."
어느덧,, 입술을 맞대고 웅얼거리는 그…
"어서."
"네. 좋아요."
"그렇지. 바로 그거요."
우리는 [한란아 사랑한다]...라고 씌여진 모래사장 위 계단에서.. 바다바람을 맞으며 키스했다.
그 키스는… 감동이었고,,, 부드러웠으며 달콤했다.
또한.. 앞으로의 일들을… 눈을 감고 나몰라라 할만큼… 나를... 이기적이게 만들었다.
내 행복을 위해… 그를 놓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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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주말인데 비가와요..
아.. 정말.. 비오는건 너무 싫어요.. ㅜㅜ
걸을때마다 신발에 스며드는 빗물도 너무 싫어요..
설마.. 일요일까지 비가 올까요..?
온다고 했지만,,, 제발... 일기 예보가 틀렸기를 바래요.
일요일엔 예식장에 가야는데...
예쁘게 입으려고 분홍색 후들치마도 샀는데...
예쁜 블라우스도 샀는데...
아... 비와 전혀 안 어울리는 그 복장에... 눈물이 나려고 해요.. 흑흑...
그래도 어쨌거나.. 울 님들.. 주말 잘 보내시구요~
전 이만 퇴근해요..~ ^^
헉.. 시간 초과당~@@!
헤헤... 행복한 맘으로 월욜날 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