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꿈***

질경이2003.01.15
조회170

 

***여자의 꿈***

 

고양이가 늙으면

영물이 되고

여자가 늙으면

요물이 된다 했다.

 

사나흘

누구 하나 들어 줄 이 없는

끙 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누구보다 빨리 찾아 온

갱년기증세인가  했다.

어미가 못 풀고 간

신(神)내림인가 했다.

 

너무나도 선명한 현실같은

청명한 연못에서

소꼽동무와 멱을 감다

그녀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한기에 춥고 두려움에 떨면서

빗물 가득한 휴대폰의 흐릿한 액정을 바라보며

긴급전화를 걸다 눈을 뜨고

 

천만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도 잠시,

 

미신이라도 믿어야 하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수 백번 찾아와도 반갑지 않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나,

금덩이 싸 들고 와도 기꺼이 맞을 수 없는

액운을 막기 위해서라면

 

내 땅의 정화(淨化)를 위해

내 안의 평화(平和)를 위해

 

왕소금 한 줌  현관 양 옆에 갖다 놓아도

 현관을 나서는 발걸음 달갑지 않았다.

 

두문불출하고 처박혀 있으면 좋으련만

삶은 그런 나태를 원치 않고

삶은 그런 은둔을 원치 않는데

 

이웃의 부고를 알리는 슬픈 소식 하나,

 

이웃 할머니가 별세하셨단다.

 

노인네 한 명 모셔 가는데

그렇게 모질게 아팠나보다

그렇게 소름끼치게 두려웠나보다.

 

살아온 날 보다 살 날이

더 남았다 하니

웃기는 소리 마라 했다.

 

어느새

출생의 환희보다

죽음을 챙겨야 하는 나이에

여자는 생각이 많다.

 

진작에

인간의 덕은 포기하고 살았는데,

인간의 아픔은 포기할 수 가 없고

못 본 척 할 수가 없다.

 

짧은 말 조차 나눌 새 없었으나

엊그저께 눈길 주고 받은

너와 나이기에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살아가는 과정이기에,

 

차마 반길 수 없는

우리의 정서이지만

 

원수같은 남편의 눈길에서 밀려 난지 오래 되었으나

살 같은 자식들은 말 귀 못 알아듣는다 구박이나

 

여자는

오늘만큼은 말끔히 화장하여

어깨 힘주고는

까만 코트 깃 펄럭이며

눈물 한 방울 떨구고,

 

아무도 없는 나루터에서

목선 하나 기다리고 싶다.

 

 

 

글/이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