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MBC…살아남으려면?

김승수 교수200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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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MBC…살아남으려면? [김승수의 자본·권력·미디어] 시청자와 소통 늘려 '그들만의 방송' 벗어나야 위기의 MBC…살아남으려면?  2006년 06월 01일 (목) 11:47:32 김승수 교수 위기의 MBC…살아남으려면?

  위기의 MBC…살아남으려면?      ▲ 서울 여의도 MBC 사옥 ⓒMBC    지상파방송 종사자에게 있어 밀레니엄 시대는 그리 달갑지 않아 보인다. 2000년으로 접어들면서 인터넷 이용이 급증하고, 케이블방송을 비롯한 유료방송의 가입자와 영향력은 급증하는 데 반해 지상파방송의 시청률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청률 하락은 지상파방송 위기론으로 이어졌다.

지상파위기론은 MBC 위기와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 방송계의 거목으로 성장해온 MBC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따라 타격을 가장 많이 입었다. 수치로만 보면 1992년 MBC의 연평균 가구시청률은 15.7%, 점유율은 35%였는데, 이것이 1996년에는 각각 10.9%와 24%로 떨어졌고, 2005년에는 8.5%와 18%로 감소했다. 이에 반해 1992년 KBS1의 연평균 가구시청률은 7.3%, 점유율 17%이었으며, 1996년에는 이것이 12.2%와 27%로 오히려 상승했다. 2005년에는 8.8%, 18%로 다시 하락하기는 했지만 1992년보다는 그래도 높다.

한편 SBS는 개국 당시 연평균 10.5%의 가구시청률에 24%의 점유율을 보였는데, 이런 추세는 1996년에도 그대로 이어졌고, 2005년에는 가구시청률 9.0%에 점유율 19%로 14년 만에 점유율만 5%포인트 떨어졌다. MBC의 위기론이 더 확산되는 것은 바로 MBC의 시청률 하락폭이 다른 채널에 비해 2~3배나 되기 때문이다.

시청률만으로 MBC가 위기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지난 몇 년 사이 MBC가 보여준 파행적 행태는 위기의 징후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MBC 위기는 뿌리 깊은 내부 시스템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회복이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MBC는 저력이 있어 얼마든지 극복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과거 MBC가 거둔 화려한 성과의 원동력은 무엇이며, 몇 년간 계속되는 MBC의 부진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디어 이용행위는 제로섬 게임으로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 기존 매체의 이용이 상당부분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은 새로운 매체의 등장 등 방송환경 변화가 왜 KBS나 SBS보다 MBC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다채널 시대 MBC의 시청자 이탈이 다른 채널에 비해 큰 이유를 찾는 것이 위기의 원인을 진단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980년대로 돌아가 보면 우리의 언론사에 획을 그은 사건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언론통폐합이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단행한 언론통폐합으로 삼성그룹 계열이던 TBC와 동아일보 소유의 동아방송이 KBS로 흡수 통합되었다. 그리하여 한국방송은 KBS-MBC의 복점 구조로 재편되었다. 나는 이것을 '방송의 군사독점 체제'라고 부르고 싶다. 언론통폐합의 소용돌이에서 KBS는 국가기간방송으로 자리매김을 했고, MBC는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 잡았다. 군사정권은 KBS에 대해서 철권 통제를 한 반면 MBC에 대해서는 느슨하게 대접했다. 그래서 MBC 뉴스나 프로그램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색채를 가질 수 있었다. 이후 '만나면 좋은 친구'로 MBC는 미래지향적인 프로그램과 사회 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지상파 독과점 체제가 무너지면서 MBC는 정체성 논란에 휩싸여 왔다. 그러면서 MBC의 입지도 작아졌고, 이제 다른 채널에 비해 누렸던 우월적인 지위도 잃고 있다.

왜 늘 1등이었던 MBC가 국민 신뢰도나 시청률 그리고 경영에서 뒤쳐지게 되었는지 좀 자세히 검토해보자.

첫째, 독과점 체제에서 어렵지 않게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MBC는 급변하는 방송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MBC에 밀렸던 SBS나 KBS는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계속했다. MBC는 경쟁 방송사에 비해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진했고, 이 결과가 작금의 위기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KBS와 SBS는 외주제작비율이 늘어나고, 새로운 매체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내부조직에 변화를 주었다. 즉 새로운 방식의 경영구조를 도입하고, 제작시스템을 탄력성있게 가져가고 있으며, 인재충원 방식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다. SBS는 경영지배 체제를 변동시켜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키려는 시도를 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지난 10여년 동안 변화를 시도하는 두 방송사에 비해 MBC는 아직까지 채널독과점 시대의 인재충원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인력관리 시스템도 별로 바뀌지 않았다. 물론 작은 변화는 있었다.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를 도입하고, 성과급제를 도입한다고는 하지만, 그런 변화가 조직내부의 시스템 개혁으로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둘째, 수용자의 매체선택 및 이용방식, 지상파방송에 대한 기대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수용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다채널 시대에서도 다수의 시청자들은 MBC가 다른 방송과는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이런 수용자의 생각을 제대로 읽고, MBC의 경쟁력을 복원시키려면  MBC만의 모습, MBC만의 색깔을 찾아야 하며, 끊임없이 시청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이들과 교감하고, 잠재된 욕구가 무엇인지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MBC가 살 길이며, 오랫동안 MBC를 사랑해온 사람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셋째, MBC의 정체성 위기 역시 MBC가 새로운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게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MBC는 늘 소유구조와 경영 시스템의 불일치로 정체성 시비에 휘말렸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에서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 MBC는 대중매체로서 우리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 사회 비판적인 역할을 시작한 것도 MBC이고, 새로운 재미의 문화를 소개한 것도 MBC이다. MBC는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포맷과 새로운 내용으로 시청자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왜 지금 시청자는 MBC가 낯설게 느껴지며, 내 것이 아닌 '그들만의 방송'이라고 생각할까?

최근의 일로는 5월26일 있었던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과 보스니아와의 친선 경기를 중계 방송할 때 골이 들어가는 순간 MBC는 조수미의 '오! 대한민국'을 편집해 내보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당시 축구경기를 보았던 시청자에게는 요즘말로 '쌩뚱맞게' 비쳐졌다. 시청자들이 느끼고 싶었던 것은 상암경기장의 열기이지 조수미의 '오! 대한민국'은 아니었던 것이다. MBC가 홍보용으로 제작한 이 노래가 MBC와 시청자의 사이를 끊어 놓았듯이 현재 MBC와 시청자간의 정서적, 문화적 괴리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끝에 MBC는 다수 국민이 즐겨보는 대중매체에서 소수 국민이 접촉하는 비주류 매체 내지 소수자 매체로 밀려날 처지에 놓여있다. 이것은 'MBC의 악순환'을 재촉한다. 그런데 MBC의 위기가 갖는 사회적 의미는 적지가 않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믿을만한 방송 하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그것이다. MBC의 존재는 사회적으로 안정되어 있을 때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가 이념적으로 경제적으로 위기에 있을 때 MBC는 다른 채널의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 비해 바른 소리를 냄으로써 시청률과 사회적 영향력 모두가 컸다. 바로 이런 부분이 MBC의 사회적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MBC 뉴스나 프로그램의 대중적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MBC는 외부의 압력에 의해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슬픈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1990년 SBS가 사영방송으로 허가를 받은 이래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DMB, 인터넷 방송 등 수 없이 많은 플랫폼과 채널이 허가되었지만 거의 모든 것이 사기업이며, 유료방송이다. 이윤추구와 상업주의 동기에 의해 운영되는 사영, 유료방송이 대세인 가운데, 무료이며 공익성을 추구하는 MBC와 같은 공영방송의 존재는 더욱 귀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MBC가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국민이 인정할만한 개혁과 공익성을 구현하려는 진정한 MBC의 변화 노력만이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MBC의 소유구조 개혁도 쉽지 않겠지만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MBC의 현행 소유 체제는 독재정권의 개입과 통제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MBC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문화진흥회라는 공적 기구가 MBC 주식의 70%를 갖고 있다는 점과 방송위원회가 이사를 선임한다는 것 이외에는 공영방송으로써 강력한 국민적 토대를 갖고 있지 못한 취약점이 있다. 국민들도 광고만으로 운영되는 MBC가 공영방송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상업방송으로 생각하는 측면이 크다. 특히 현재와 같은 소유구조와 경영 지배구조는 MBC와 국민의 공유 영역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했다. 1980년대 군사방송 체제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기능을 일부 담당했던 MBC의 구조는 개방과 참여 그리고 경쟁의 시대에는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유구조 개혁과 경영지배 구조의 재편이라는 개혁의 문을 과감히 열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는 MBC 30%의 지분을 환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주식의 상당 부분을 국민들이 고루 소유할 수 있도록 배분함으로써 국민 참여 방송 모형을 실현하는 등 소유 구조 변동을 시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간 무기력해 보였던 MBC 노조도 환골탈태하여 무엇인가를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