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의와 매너를 심하게 따지는 답답한 남자일까요??

.......2006.06.07
조회31,058

톡이 되었는지도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많은 생각이 교차하네요..

 

굳이 변명을 하자고 한다면 처음 여자를 사귀어서 어찌 해야 할 지 잘 몰랐고
집 앞 일은 폰만 들고 바로 나올 것이기에 그 시간 어디 다른데 가서 기다리라 하는것이
오히려 더 아니다 싶었습니다.
길어야 오분인데.. 했던 제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합니다.

 

샌들에 스타킹 안 신는거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 그렇게 막힌 사람은 아닙니다.
저의 의도는 단순히 어른들께 안 좋은 이미지로 비춰지면 어쩌나 싶어 그런 말을 한거였습니다.

 

승강기 사건은 정말 제 잘못이라고 인정합니다.

 

그외 데오드란트나 제모 이런 부분...
다 남에게 제 여친 깔끔하고 멋진 여자다 그런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였는데
다 저의 이기심 때문에 그녀를 힘들게 한거 같아 미안해 집니다.
어느 님 말씀대로 그녀 자체를 사랑하면 될 것을 너무 나에게만 맞추려고 한 거 같습니다.

워낙 말 재주가 없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하고 어떻게 내 의사를 전해야 하는지 몰라
이런 실수를 하게 된 거 같습니다.

 

누구는 악플이라 하지만 저에겐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하나 하나 모두 소중한 리플이었습니다.
서로간의 배려라는게 얼마나 중요한것인지,
제가 얼마나 그녀에게 상처를 줬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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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긴 얘기니 싫으신 분들은 안 읽으셔도 됩니다.

 

일년 전쯤 아는 형 소개로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그간 소개팅은 여러번 해봤지만 연애로 이어지진 않았고 능력이 없는지 26까지 솔로였습니다.

그날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 성심성의껏 노력해 사귀게 되었습니다.

정말 너무 사랑스런 여자였고 하루하루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사귄지 한 달도 안되서 헤어지자는 통보를 하더라구요.

그것도 아주 일방적으로..

제가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신입이라 일이 너무 많고 지금 연애를 하면

성공을 놓칠 거 같단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자기 프라이드가 강한 여자인건 알았지만 그럴거면 왜 사겼냐고 물으니까

처음엔 일이 이렇게 고된 줄 몰랐다고 하더라구요.

자기 친구들도 일하면서 연애하는데 자긴 멀티 플레이어 스타일이 아닌거 같다고

하루종일 일해도 퇴근시간 되면 아직 못다한 일들이 쌓여있고

집에서도 하루종일 컴퓨터 보면서 작업하고 연애 할 시간이 없다고(컴퓨터과 출신입니다.)

우리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정들기 전에 헤어지자고 하더라구요.

정말 그녀를 너무너무 사랑하는데 무 자르듯 단호하게 말해 잡지도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러다 얼마전에 우연히 그녀를 만났습니다.

저보고 당황하고 있는데 용기내 다가가 차나 한잔 마시자고 했습니다.

일년 만에 우연히 만났는데 그때 감정이 살아나면서 다시 시작 하고 싶더라구요.

같이 차 마시고 싶다고 졸라 커피숍에 가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일은 적응이 됐느냐 이젠 좀 한 숨 돌릴 수 있느냐 했더니 이젠 살거 같다고 웃더라구요.

정말 그 모습을 보니까 다시 꼭 잡고 싶어 만나는 사람 있냐고 하니까 아직 없다고 했습니다.

기회다 싶어 나랑 다시 시작 하는거 어떠냐고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머뭇거리던 그녀가 솔직히 말해도 되냐며 듣고 자길 원망 할 수도 있지도 모른다 하더라구요

저렇게 말하는데 안 궁금한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말해 달라고 했죠.

 

' 그때.. 일 때문에 헤어지자고 한거 사실 그 이유 외에 더 있었어..

오빠는 너무 매너나 예의를 따지는 거 같아. 연애 초반에 서로 조심해야 한다는거 물론 알고 있어. 

그런데 오빤 좀 도가 지나친거 같아. 내가 가장 어이 없었던 건 샌들신고 오빠네 집에 갔을 때였어.

(저희 집 근처에서 놀다가 제가 폰을 두고 와서 집에 잠시 들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오빠가 내 발 보고 남의 집에 갈 땐 스타킹이라도 신어야 예의에 맞는거라며 

현관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었잖아. 순간 멍해진 채로 오빠 나오기만을 기다리는데

그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지더라..

그런 생각 들었어. 더운 여름에 현관 밖에 애인을 세워 두는건 애인에 대한 예의일까??

물론 오빠는 내가 오빠 부모님께 흠잡히는 행동 하지 않게 그런거겠지..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어..'

 

순간 멍해지면서 헤어짐의 이유가 이렇게 허무했던건가 싶고 미치겠더라구요.

제가 조용히 있으니까 그녀가 다시 입을 엽니다.

 

' 그때 기억나?? 승강기에서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나한테 조용히 누구 땀냄새 난다

데오드란트는 예의 아니냐? 이렇게 말했던거.. 그때는 내 얼굴이 다 붉어지더라.

그런건 내려서 나한테만 말 해도 되는건데.. 당사자가 같이 있는데 그런 말 하는거

그거야 말로 정말 예의에 어긋나는게 아닐까??

여름에 나시 입고 제모 깔끔히 안하면 그거 가지고도 계속 눈치 준 사람이 오빠야

그런 민감한 얘기는 한번만 말해도 알아 들을 수 있어.. 나 바보 아냐.

계속 눈치주고 반복해서 얘기할 필요는 없는거라고...

서로간에 예의, 매너 중요하지. 하지만 난 편한 상대와 연애하고 싶어.

내가 제모를 대충 하고 있던 땀 냄새가 나던 그런 모습까지 다 사랑해 주고

맨발로 남의 집에 가는게 아닌거라면 적어도 더운 여름에 밖에 서 있는 애인에게

어디 시원한데 들어가서 기다려 금방 갈께.. 라고 말해주는 남자가 필요한거 같아.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모자라서 애인한테까지 자잘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

 

저 긴 내용이 다 기억이 나는거 보니 충격을 받긴 제대로 받았나 봅니다.

남자의 편협한 사고일진 모르나 나시를 입는 여자라면 제모나 데오드란트는

정말 상대에 대한 기본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남자도 데오드란트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승강기에선 저도 왜 그랬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실수 인정합니다.

맨발 이야기는 어머니가 외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라며 가르쳐 주신 겁니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신경 안쓰는 부분중에 하나일 지도 모르지만

그게 예절이다 라고 배우신 어머니가 맨발인 제 여친을 봤을때 예의없다 생각 할 거 같아 그런거구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헤어진 후 이래저래 답답한 심정입니다.

 

제가 그렇게 예의와 매너를 따진 걸까요??

처음 사귄 여자와 그렇게 헤어지고 엄두가 안나 연애를 못하겠습니다.

많은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예의와 매너를 심하게 따지는 답답한 남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