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비군 훈련장이 뒤집어졌다.

야비군2006.06.12
조회6,369

희식: 형철아, 우리 알바하자. 꽤 괜찮은 건데 30만원두
        넘게 벌 수 있다.
  
   나: 엉. 대학이라고 다니는데 그래도 유흥비는 우리가
       조달해야 할 거 아니냐? 근데, 먼 알반데?
 
  희식: 엉. 동원훈련 알지? 예비군훈련 말야... 
 
   나: 허걱~ 나 군대에 대해 쥐뿔도 모리는데?
 
  희식: 대충 해서 가면 된다던데...?
 
  그렇게 해서 저는 '권혁태'란 사람 대신 입영통지서를 받아들고 
  중구청 앞에 집합을 했습니다.
 
  혼자서 버스에 오른 저는 마냥 신이나 콧노래를 불렀습니다.
 
  " 룰루~ 나도 드뎌 군대를 체험한다네~" 

야비군 훈련장이 뒤집어졌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너갱이(nugang2)님의 블로그

  
  버스가 훈련소에 도착했고, 내무반에 들어간 저는...
 
  나: 어? 왜 권혁태란 이름이 안보이지? 어케 된거야?
 
  방위: 선배님? 저 통지서좀 보여주시겠습니까?
 
  나: 아...네. 여기있어요...
 
  방위: 왜 존대말을 쓰십니까? 
 
   나: 사람이 사람한테 존대말 쓰는게 머 이상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선배가 후배한테 말을 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으례히 예비군은 말을 놓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방위: 선배님, 잘 못 오셨습니다. 다른 부대로 가야하는데...
 
  그 때, 중대장이 들어왔고, 중대장은 껄껄 웃으며 " 훈련 받는데
  아무 부대나 오면 어때? 내가 처리해주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 다음날.
 
  "군장 꾸려서 연병장으로 집합" 이란 소리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흉내를 내 군장을 꾸렸습니다.
 
  멋있는 자세로 연병장에 나가자,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차기도
  했고, 하하~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나: 아쒸... 왜들 그러지? 내가 머 잘 못 했나?
 
  아저씨: 이봐, 삽은 왜 여기에 매달고, 모포는 왜 밑에 묶어?
 
  그렇게, 훈련은 시작되었고 급기야 사격훈련을 받는 날이 
  닥쳐오고 말았습니다.
 
  ▶ 사격장.
 
  중대장은 멋있는 자세로 의자에 앉아있고, 예비군들은
  일렬로 쭈욱 늘어서서 총을 지급받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나:(목표물을 사정없이 으깨버려야지... 난 사격엔 소질 있으니깐.)
 
  조교: 아~ 선배님들, 사격하는 도중에 격발불량이나 다른 문제가
        있으면 조용히 오른쪽 다리를 들어주십시오.
 
  나: (다리는 무신... 내가 강아지냐? 후딱 총이나 쏘게 해줘...)
 
  드디어 기다리던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다른 예비군들과 더불어 엎드려쏴 자세를 하는 [좋은생각]...
 
  나: 내, 비록 군대는 안갔다 왔지만 사격으로써 너희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불끈~~
 
  철컥~ 방아쇠를 힘차게 당겼으나 경쾌한 탕~ 소리는 들리지
  않고, 목표물에 날아가 적중해야할 총알도 날아가지 않았습니다.
 
  나: (음...오른쪽 다리만 슬쩍 들으라고 했지?)
 
  오른쪽 다리를 들자, 조교가 후다닥 다가왔습니다.
 
  나: 이거...총이 안나가는데요?
 
  조교: 허참... 선배님, 안전장치를 풀어야죠.
 
  나: 안전장치가 몬데요?
 
  조교: 여기 있잖아요. 이걸 풀어야 총이 발사되죠!!!
        이제 쏴 보세요. 잘 나갈테니...
 
  조교가 돌아가고 난 후, 다시금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철컥~!! 다시금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고, 조교에게 살며시
  묻기위해 총을 들고 벌떡 일어섰습니다. 
 
  나: 어? 중대장님이 왜 저러시지? 사람들은 왜들 이래???
 
  중대장님은 의자에서 뛰어내려 바로 땅에 엎드렸고, 사람
  들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손을 내저었습니다.
 
  나: (휙~ 뒤를 돌아보며) 어? 어? 왜들 그러세요?
 
  아저씨: (땅에 엎어지며) 쏘지마 제발...제발...
 
  나: 아쒸... 사람들이 왜이래?
 
  영문을 모르던 저는 총을 손에든 채로 뚜벅뚜벅 조교에게로
  걸어갔습니다. 
 
  나: 조교... 이짜나요...
 
  조교: (땅에 털썩 꿇어앉으며) 선배님... 전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나: 그게 아니고... (총을 조교에게 갖다대며) 이 총이...
 
  조교: 악!!! 선배님... 엉엉~~~
 
  그 때, 정체모를 사람에게 워커발로 뒤통수를 걷어차인 저는
  개구라지 뻗듯 땅에 처박혔고, 사람들이 발에 밟힌채 제압
  당했습니다.
 
  중대장: 이노무 쉬키가 총을 겨누고 어딜 돌아다녀?
 
  결국, 대리로 훈련에 들어온게 탄로났고, 중대장님은 껄껄
  웃으시며 "니가 람보 흉내 내길래 박자 맞췄다"며 넘어갔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예비군이 된 지금 가끔씩 생각나는 
  일이었습니다.  

야비군 훈련장이 뒤집어졌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너갱이(nugang2)님의 블로그

  
  수고하시는 국군장병 여러분과 군대를 경험한 모든 분들...
  아무리 군가산점 어쩌고 떠들어도, 당신들의 고생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3년간의 나라를 위한 희생과 봉사가 다시는 도마위에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www.dayog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