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저녁 10시까지 사랑공원안의 예전에 우리가 자주 앉았던 벤치 있지? 거기가 잘보이는 곳에 숨어있어.절대 사람눈에 띄지 않게.!
유민아 이제부터 잘들어..거기에서 니가 무엇을 보던, 무엇을 듣든지 간에 넌 꼼짝말고 그대로 있어야 되..
그리고 내가 가고나면 그 즉시 이 봉투를 열어.
-형!
-끊을께.
다급한 목소리였다. 유민은 다시한번 민석의 말을 되새김질했다. 그리고 우편함에 가서 그 봉투를 집었다. 물론 열어보지 않았다.
저녁 10시보다 좀 안되서 공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유민은 민석의 지시대로 벤치뒤의 숲속에 자리를 잡고 숨었다. 몇십분이 지났을까 민석과 연희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잠시뒤 그들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검은차가 들어서는 것도 보였다. 그 차도 자신처럼 민석과 연희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왠지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들었다. 유민은 숨을 죽이고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관망했다. 하지만 유민의 예상과는 달리, 둘은 행복한 사랑의 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뭐야..저걸 보라고 날 부른거야?
장난스럽게 투덜거리고 있는데..어????
순간 유민은 눈 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상황에 너무 놀라 뒤로 자빠졌다.
'저 형 도대체 무슨짓을 하는 거지?'
연희가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대도 민석은 가만히 보고만 서 있었다. 저러다 죽을지도 모를일이었다. 유민은 당장 달려가 연희를 구하고 싶었다.
‘잘들어..거기에서 무엇을 보던지, 무엇을 듣던지 넌 꼼짝말고 그대로 있어야돼..
유민은 움직이지 않았다..드디어 민석이 사라지고 그 뒤로 그 검은차도 사라졌다.
곧바로 유민은 민석의 봉투를 열었다. 거기엔
'침착해
부탁해.
미안해.'
라고 적힌 쪽지와 함께 민석이 미리 복사해둔 차키가 들어있었다.
아마 차는 주차장에 있을 터였다.
유민은 차키를 들고 연희를 향해 달려갔다.
#
-누나..괜찮아요?
-정신 차려봐요…
연희가 꺼질듯한 목소리고 말했다.
-사람들이 알면 안돼..
-누..나..알았어요..
유민은 칼은 주머니에 넣고 연희를 안아 차로 향했다.
다행히 목격자는 없었다.
유민은 침착하게 행동하려고 애썼다. 이것이 연희와 민석모두를 위하는 일이다..
뒤에서 연희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괜찮아요?
지금 병원에 갈꺼에요…조금만 참아요..
바로 앞에 종합병원이 보였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 보이는대로 어서 연희를 옮겼어야 하지만, 유민은 갈등하기 시작했다.
‘저기로 가면 사람들이 바로 경찰에 신고할텐데…
어쩌지?
그럼 민석이 형이..잡혀갈텐데..
백밀러로 의식을 잃어가는 연희를 보자, 유민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유민 너 지금 무슨생각하는 거야..연희누나가 죽어가고 있잖아....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구..
유민의 차는....
결국 그 병원을 지나치고 말앗다.
그리고 며칠전 민석에게서 우연히 들었던, 주로 폭력배들이 자주 이용하는 기록이 남지 않은 병원으로 향했다.
그동안 민석에게 받은 신세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
‘제기랄….
누나 미안해요…정말 미안해요..
몇십분후, 유민은 불꺼진 삼화원의 문을 손에 피가나도록 두드렸다.
#
민석은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모르게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기계적으로 사워를 하고,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들이켰다. 분명 어젯밤부터 냉장고에 있었던 맥주라 시원할텐데..민석에게는 너무나 미지근하게 느껴졌다. 먹은 것도 없는데 속이 더부룩하니 답답해져 왔다. 민석은 미친듯이 얼음을 꺼내 물을 붓고 들이켰다. 하지만 아무리 차가운 얼음물을 마셔도 그의 속은 계속 답답해져만 갔다.
‘영원히 이 답답함은 없어지지 않겠지?
널 다시 만나지 않는 한...
#
드디어 삼화원의 불이 켜졌다. 자다가 일어난 듯한 3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의사가 짜증이 잔뜩 섞인 얼굴로 문을 열었다.
-무슨일이요..
-지금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어서 치료해 주세요..
유민은 다급한 목소리로 의사를 재촉했다.
하지만 그 의사는 너무나 느긋했다. 슬쩍 연희를 보더니.. 어슬렁 어슬렁 수술실로 보이는 방으로 안내했다.
-이리로..내려놔요..
유민은 조심스레 연희를 뉘었다
-괜찮을까요?
의사는 연희를 자세히 보지도 않은채, 연신 하품을 해대며 세면대에서 손을 씻엇다. 너무나 느긋한 표정과 행동에 유민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봐요… 지금 그렇게 여유부릴때가 아니에요.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구요.
-걱정말아요..죽진 않을 테니..
그리고 당신 나좀 도와줘야해요..손 씻고 이거껴요..
그 의사는 유민에게 수술용장갑을 내밀었다.
-이걸 제가 왜?
-지금 바로 수술 들어가야해요..나혼자 하긴 힘드니까..당신이 옆에서 도와줘야해요..
-네? 여기는 간호사도 없어요?
-퇴근했어요..
-그럼 당직은요 ?
그의사는 어이없다는 듯이 콧웃음을 쳤다.
-여기가 무슨 병원인줄 알아요?
싫으면 딴데로 가든지..
유민은 할수 없이 장갑을 끼고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
‘나한테 사랑은 이런거야.
움켜쥐는 순간 찔리고 마는 것..
그러니..나한테 다신 얼씬거리지마..
-아~
연희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그녀의 온몸은 이미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누나..
정신이 들어요?
유민이 걱정스런 얼굴로 연희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자, 유민이 위로하듯 말했다
-꿰맸어요…아마 마취가 풀려서 좀 아플거에요..
많이 아파요?
-아니..참을 만해, 이건
갑자기 연희가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유민아..나 마음이 아파 참을 수가 없어..
도대체 민석씨가 나한테 왜 이런짓을 한거지?
-누나..
-정말 모르겠어..도대체 이해할 수 가 없어..
분명히 민석씨도 날 사랑한다고 했단 말이야..
그것이 다 거짓이었다니..
#
낮이라 그런지 공원에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유민과 민석은 전처럼 그들이 자주 앉던 벤치에 앉아 있다.
민석은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이라도 할줄 알았는데..
연희의 안부나..아님..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든가..
하지만 민석은 계속 아예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너무 무덤덤해 보였다.
-요즘 잘 지내냐?
'뭐? 잘 지내냐구? 어떻게 저런 질문을 할 수 있지?'
-물어볼게 그것밖에 없어요?
-요즘 사귀는 여자친구는 있냐?
-형!!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유민이 민석을 향해 소리쳤다.
-알았어....말해.
-뭘요?
유민은 민석을 노려보며 짐짓 모르는체 시치를 뗐다. 직접 민석의 입으로 듣고 싶어서였다.
-괜찮냐..?
'이제야...물어보는 군..'
민석을 죽일듯이 쳐다보던 유민의 눈에 조금은 힘이 풀렸다.
-수술은 잘 끝났어요…
일주일이면 퇴원할 수 있대요..
-형…도대체 왜 그런거에요?
-너무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뭐예요?
하아~
심호흡을을 하고 가까스로 마음을 가다듬은 유민이 말햇다.
-형말이 진심이 아니란 걸 알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형을 용서하는 건 아니에요..
형에게 아무리 피치못할 사정이 100개쯤 있었다 하더라도...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요 했어요..
왠지 알아요?
누나가 죽을수도 있었으니까
-안 죽었다며..
-참…
형 이렇게 냉정한 사람이었어요?
사랑하는 여자한테 그런 끔찍한 상처를 입고도…눈하나 깜짝 안할만큼?
-누가..사랑한대..
-그래요?
그럼 형은 누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누난 이유도 없이 칼에 찔려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형을 생각해서..
경찰에 알리지 말라고 햇어요..
그 때 일이 떠올랐는지, 유민의 얼굴에 괴로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난 또 어땠는줄 알아요?
옆에서 누나가 죽어가고 있는데....
바로 앞의 병원을 놔두고 몇십분을 돌아 그 빌어먹을 돌파리 의사에게 찾아갔어요.
형을 위해서..
-삼화원?
유민이 고개를 끄떡였다.
-거기 의사 보기엔 그래도 솜씨는 무지좋아..
내 부하들 다친 것도 여러번 고쳤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나 형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아니 이해하지도 않을 거에요
유민은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다.
그것은 예전에 민석이 생활비하라며 준 돈이었다.
-이돈 받지않겠어요..
그동안 신세진건..제가 어떻해서든 아르바이트 해서 갚을께요..
-왜그래…이게 뭐하는거야?
-갑자기 형이 어떤 사람인 잘 모르겠어요…
계속 형 도움을 받다간 또 날 어떤 식으로 이용해 먹을지...
무섭기도 하고요.
-다시는 이런일 없을거야..
-아니요!
못 믿겠어요..
홀로 있는 민석을 뒤로 하고 유민은 차갑게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
연희의 뒤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창문가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던 연희가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치료해 준 의사였다.
-소독해야해요..이리와서 누워요
그는 연희의 눈도 쳐다보지 않은 채, 건조한 목소리고 말했다.
침대로 돌아와 누워있자, 의사는 익숙한 솜씨로, 상처를 덧대고 잇던 거즈를 떼고 상처를 소독했다. 따끔한 지 연희의 얼굴에 주름이 졌다.
-얼마나 있으면 퇴원이죠?
잠시나마 아픔을 덜어보려는 듯, 연희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원래 의사가 환자한테 먼저 말을 걸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면서..
-퇴원하고 싶어요? 그럼 당장이라도 해도 되요.
-네? 아직 치료도 다 안끝났잖아요...
-딴병원에서 하면되죠...
연희는 시종일관 무뚝뚝한 그의 태도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무슨말을 그렇게..
그러다 문득 그의 행동이나 말투가 민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싫지 않았다..
-선생님.. 참..냉정하시네요..
꼭 누구처럼..
그러다 사람도 찌르시겠어요..
자신도 모르게 농담처럼 그말이 튀어나왔다.
갑자기 소독을 하던 의사의 손이 멈칫했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왜 이런일을 하시죠?
-이런일?
-이건 불법이잖아요..
-이봐요..사람은 누구에게나 치료받을 권리가 있어요..수배자든..폭력배든.
그리고 당신같이 누군가가 다치지 않길 원하는 사람이든.
-아~ 그리고 선생님은 세금이 붙지 않는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고..
연희가 비꼬듯 말했다.
그의 입가에 다시한번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다 끝났군요..저녁때 봅시다..
의사가 문을 열려는 순간…연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선생님..아까 그건 무슨 뜻이었죠?
-뭐요?
-당신같이 누군가가 다치질 않길 원하는 사람이란거..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의사의 눈빛이 약간 흔들리는 것을 연희는 놓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이상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거지만 처음 이 병원에 왔을때도 그는 너무 침착했다.
‘걱정 말아요..죽진 않을 테니..
상처를 잘 훓어보지도 않았었다.
마치..미리 연희가 올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럼..설마..
연희의 의심어린 물음에 그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거야..당신이 범죄자는 아닐꺼 아니오…
그리고 옆의 그 친구가 말해주기도 했고.
하지만 연희의 눈에는 그가 왠지 얼버무리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김민석 이란 이름 알아요?
-몰라요…그딴 이름
-그 사람은 날 칼로 찌른 사람이에요..
사랑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에..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날 배신한 사람이라구요.
의사가 짜증섞이 목소리로 연희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봐요..최연희씨..난 심리상담사가 아니야. 내가 왜 당신의 구구절절한 사랑타령을 들어줘야하지?
< 박 제 >-6
#
유민은 민석에게서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마치 첩보영화의 한장면처럼 민석은 유민이 잘 알아들을 수 없은 말을 했다.
-지금 당장 우편함에서 봉투를 꺼내와.. 그봉투는 절대 열어보지마.
그리고 저녁 10시까지 사랑공원안의 예전에 우리가 자주 앉았던 벤치 있지? 거기가 잘보이는 곳에 숨어있어.절대 사람눈에 띄지 않게.!
유민아 이제부터 잘들어..거기에서 니가 무엇을 보던, 무엇을 듣든지 간에 넌 꼼짝말고 그대로 있어야 되..
그리고 내가 가고나면 그 즉시 이 봉투를 열어.
-형!
-끊을께.
다급한 목소리였다. 유민은 다시한번 민석의 말을 되새김질했다. 그리고 우편함에 가서 그 봉투를 집었다. 물론 열어보지 않았다.
저녁 10시보다 좀 안되서 공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유민은 민석의 지시대로 벤치뒤의 숲속에 자리를 잡고 숨었다. 몇십분이 지났을까 민석과 연희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잠시뒤 그들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검은차가 들어서는 것도 보였다. 그 차도 자신처럼 민석과 연희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왠지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들었다. 유민은 숨을 죽이고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관망했다. 하지만 유민의 예상과는 달리, 둘은 행복한 사랑의 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뭐야..저걸 보라고 날 부른거야?
장난스럽게 투덜거리고 있는데..어????
순간 유민은 눈 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상황에 너무 놀라 뒤로 자빠졌다.
'저 형 도대체 무슨짓을 하는 거지?'
연희가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대도 민석은 가만히 보고만 서 있었다. 저러다 죽을지도 모를일이었다. 유민은 당장 달려가 연희를 구하고 싶었다.
‘잘들어..거기에서 무엇을 보던지, 무엇을 듣던지 넌 꼼짝말고 그대로 있어야돼..
유민은 움직이지 않았다..드디어 민석이 사라지고 그 뒤로 그 검은차도 사라졌다.
곧바로 유민은 민석의 봉투를 열었다. 거기엔
'침착해
부탁해.
미안해.'
라고 적힌 쪽지와 함께 민석이 미리 복사해둔 차키가 들어있었다.
아마 차는 주차장에 있을 터였다.
유민은 차키를 들고 연희를 향해 달려갔다.
#
-누나..괜찮아요?
-정신 차려봐요…
연희가 꺼질듯한 목소리고 말했다.
-사람들이 알면 안돼..
-누..나..알았어요..
유민은 칼은 주머니에 넣고 연희를 안아 차로 향했다.
다행히 목격자는 없었다.
유민은 침착하게 행동하려고 애썼다. 이것이 연희와 민석모두를 위하는 일이다..
뒤에서 연희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괜찮아요?
지금 병원에 갈꺼에요…조금만 참아요..
바로 앞에 종합병원이 보였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 보이는대로 어서 연희를 옮겼어야 하지만, 유민은 갈등하기 시작했다.
‘저기로 가면 사람들이 바로 경찰에 신고할텐데…
어쩌지?
그럼 민석이 형이..잡혀갈텐데..
백밀러로 의식을 잃어가는 연희를 보자, 유민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유민 너 지금 무슨생각하는 거야..연희누나가 죽어가고 있잖아....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구..
유민의 차는....
결국 그 병원을 지나치고 말앗다.
그리고 며칠전 민석에게서 우연히 들었던, 주로 폭력배들이 자주 이용하는 기록이 남지 않은 병원으로 향했다.
그동안 민석에게 받은 신세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
‘제기랄….
누나 미안해요…정말 미안해요..
몇십분후, 유민은 불꺼진 삼화원의 문을 손에 피가나도록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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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은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모르게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기계적으로 사워를 하고,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들이켰다. 분명 어젯밤부터 냉장고에 있었던 맥주라 시원할텐데..민석에게는 너무나 미지근하게 느껴졌다. 먹은 것도 없는데 속이 더부룩하니 답답해져 왔다. 민석은 미친듯이 얼음을 꺼내 물을 붓고 들이켰다. 하지만 아무리 차가운 얼음물을 마셔도 그의 속은 계속 답답해져만 갔다.
‘영원히 이 답답함은 없어지지 않겠지?
널 다시 만나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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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삼화원의 불이 켜졌다. 자다가 일어난 듯한 3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의사가 짜증이 잔뜩 섞인 얼굴로 문을 열었다.
-무슨일이요..
-지금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어서 치료해 주세요..
유민은 다급한 목소리로 의사를 재촉했다.
하지만 그 의사는 너무나 느긋했다. 슬쩍 연희를 보더니.. 어슬렁 어슬렁 수술실로 보이는 방으로 안내했다.
-이리로..내려놔요..
유민은 조심스레 연희를 뉘었다
-괜찮을까요?
의사는 연희를 자세히 보지도 않은채, 연신 하품을 해대며 세면대에서 손을 씻엇다. 너무나 느긋한 표정과 행동에 유민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봐요… 지금 그렇게 여유부릴때가 아니에요.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구요.
-걱정말아요..죽진 않을 테니..
그리고 당신 나좀 도와줘야해요..손 씻고 이거껴요..
그 의사는 유민에게 수술용장갑을 내밀었다.
-이걸 제가 왜?
-지금 바로 수술 들어가야해요..나혼자 하긴 힘드니까..당신이 옆에서 도와줘야해요..
-네? 여기는 간호사도 없어요?
-퇴근했어요..
-그럼 당직은요 ?
그의사는 어이없다는 듯이 콧웃음을 쳤다.
-여기가 무슨 병원인줄 알아요?
싫으면 딴데로 가든지..
유민은 할수 없이 장갑을 끼고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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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사랑은 이런거야.
움켜쥐는 순간 찔리고 마는 것..
그러니..나한테 다신 얼씬거리지마..
-아~
연희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그녀의 온몸은 이미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누나..
정신이 들어요?
유민이 걱정스런 얼굴로 연희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자, 유민이 위로하듯 말했다
-꿰맸어요…아마 마취가 풀려서 좀 아플거에요..
많이 아파요?
-아니..참을 만해, 이건
갑자기 연희가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유민아..나 마음이 아파 참을 수가 없어..
도대체 민석씨가 나한테 왜 이런짓을 한거지?
-누나..
-정말 모르겠어..도대체 이해할 수 가 없어..
분명히 민석씨도 날 사랑한다고 했단 말이야..
그것이 다 거짓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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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라 그런지 공원에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유민과 민석은 전처럼 그들이 자주 앉던 벤치에 앉아 있다.
민석은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이라도 할줄 알았는데..
연희의 안부나..아님..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든가..
하지만 민석은 계속 아예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너무 무덤덤해 보였다.
-요즘 잘 지내냐?
'뭐? 잘 지내냐구? 어떻게 저런 질문을 할 수 있지?'
-물어볼게 그것밖에 없어요?
-요즘 사귀는 여자친구는 있냐?
-형!!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유민이 민석을 향해 소리쳤다.
-알았어....말해.
-뭘요?
유민은 민석을 노려보며 짐짓 모르는체 시치를 뗐다. 직접 민석의 입으로 듣고 싶어서였다.
-괜찮냐..?
'이제야...물어보는 군..'
민석을 죽일듯이 쳐다보던 유민의 눈에 조금은 힘이 풀렸다.
-수술은 잘 끝났어요…
일주일이면 퇴원할 수 있대요..
-형…도대체 왜 그런거에요?
-너무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뭐예요?
하아~
심호흡을을 하고 가까스로 마음을 가다듬은 유민이 말햇다.
-형말이 진심이 아니란 걸 알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형을 용서하는 건 아니에요..
형에게 아무리 피치못할 사정이 100개쯤 있었다 하더라도...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요 했어요..
왠지 알아요?
누나가 죽을수도 있었으니까
-안 죽었다며..
-참…
형 이렇게 냉정한 사람이었어요?
사랑하는 여자한테 그런 끔찍한 상처를 입고도…눈하나 깜짝 안할만큼?
-누가..사랑한대..
-그래요?
그럼 형은 누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누난 이유도 없이 칼에 찔려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형을 생각해서..
경찰에 알리지 말라고 햇어요..
그 때 일이 떠올랐는지, 유민의 얼굴에 괴로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난 또 어땠는줄 알아요?
옆에서 누나가 죽어가고 있는데....
바로 앞의 병원을 놔두고 몇십분을 돌아 그 빌어먹을 돌파리 의사에게 찾아갔어요.
형을 위해서..
-삼화원?
유민이 고개를 끄떡였다.
-거기 의사 보기엔 그래도 솜씨는 무지좋아..
내 부하들 다친 것도 여러번 고쳤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나 형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아니 이해하지도 않을 거에요
유민은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다.
그것은 예전에 민석이 생활비하라며 준 돈이었다.
-이돈 받지않겠어요..
그동안 신세진건..제가 어떻해서든 아르바이트 해서 갚을께요..
-왜그래…이게 뭐하는거야?
-갑자기 형이 어떤 사람인 잘 모르겠어요…
계속 형 도움을 받다간 또 날 어떤 식으로 이용해 먹을지...
무섭기도 하고요.
-다시는 이런일 없을거야..
-아니요!
못 믿겠어요..
홀로 있는 민석을 뒤로 하고 유민은 차갑게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
연희의 뒤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창문가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던 연희가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치료해 준 의사였다.
-소독해야해요..이리와서 누워요
그는 연희의 눈도 쳐다보지 않은 채, 건조한 목소리고 말했다.
침대로 돌아와 누워있자, 의사는 익숙한 솜씨로, 상처를 덧대고 잇던 거즈를 떼고 상처를 소독했다. 따끔한 지 연희의 얼굴에 주름이 졌다.
-얼마나 있으면 퇴원이죠?
잠시나마 아픔을 덜어보려는 듯, 연희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원래 의사가 환자한테 먼저 말을 걸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면서..
-퇴원하고 싶어요? 그럼 당장이라도 해도 되요.
-네? 아직 치료도 다 안끝났잖아요...
-딴병원에서 하면되죠...
연희는 시종일관 무뚝뚝한 그의 태도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무슨말을 그렇게..
그러다 문득 그의 행동이나 말투가 민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싫지 않았다..
-선생님.. 참..냉정하시네요..
꼭 누구처럼..
그러다 사람도 찌르시겠어요..
자신도 모르게 농담처럼 그말이 튀어나왔다.
갑자기 소독을 하던 의사의 손이 멈칫했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왜 이런일을 하시죠?
-이런일?
-이건 불법이잖아요..
-이봐요..사람은 누구에게나 치료받을 권리가 있어요..수배자든..폭력배든.
그리고 당신같이 누군가가 다치지 않길 원하는 사람이든.
-아~ 그리고 선생님은 세금이 붙지 않는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고..
연희가 비꼬듯 말했다.
그의 입가에 다시한번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다 끝났군요..저녁때 봅시다..
의사가 문을 열려는 순간…연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선생님..아까 그건 무슨 뜻이었죠?
-뭐요?
-당신같이 누군가가 다치질 않길 원하는 사람이란거..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의사의 눈빛이 약간 흔들리는 것을 연희는 놓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이상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거지만 처음 이 병원에 왔을때도 그는 너무 침착했다.
‘걱정 말아요..죽진 않을 테니..
상처를 잘 훓어보지도 않았었다.
마치..미리 연희가 올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럼..설마..
연희의 의심어린 물음에 그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거야..당신이 범죄자는 아닐꺼 아니오…
그리고 옆의 그 친구가 말해주기도 했고.
하지만 연희의 눈에는 그가 왠지 얼버무리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김민석 이란 이름 알아요?
-몰라요…그딴 이름
-그 사람은 날 칼로 찌른 사람이에요..
사랑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에..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날 배신한 사람이라구요.
의사가 짜증섞이 목소리로 연희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봐요..최연희씨..난 심리상담사가 아니야. 내가 왜 당신의 구구절절한 사랑타령을 들어줘야하지?
순간 연희의 눈썹이 약간 꿈틀거렸다.
연희는 확신에 찬 어조로 의사를 향해 말햇다.
-왜냐면....
당신이 뭔가를 알고 있으니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의 얼굴에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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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그는 장래가 촉망한 외과전문의였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