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떠도는 찬 공기로부터 달아나기위해 포근함 속으로 더 깊이 파고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게 뭐지..? 란 생각과 함께.. 이건 아니라는 머리속의 울림이 밀려온다. 그랬다..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무언가 묵직한 것이 둘러져 있고,, 사람의 체취가 느껴지는… 마치 누군가에게 안겨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아니,, 안겨있다. 이제는 잠이 확 달아나.. 선명해진 머리속으로 생각해낸 결론이었다. 제기랄!! 설마… 아니겠지…? 그는.. 아니겠지…? 아냐 아냐.. 그가 아니라면 더 큰일이게..? 눈을 질끈 감고,, 목에 힘을 주며 슬며시 고개를 들어올려… 천천히 눈을 뜨는데… 헉!!! "꺄아아아~~~~~~~~~~~~아~~읍!!!" "세상에나!!!! 아… 머리야.. 골이 다 울리는 군.. 당신 미쳤소? 동네 사람들을 다 깨울 참이야?" 미쳤어!! 미쳤어!! 그래요.. 나 정말 미쳤나봐요.. 어떻게 당신과 한 방에서.. 그것도 당신 품 안에서 잠을 잘 수 있는지..!! "읍~!! 읍~!! 으~읍~!!" 아니 아니.. 그것보다도 나 숨막혀 죽겠다구요~!! 놀란 가슴.. 진정이 안되서 호흡이 가빠지는데 이렇게 입을 막고 있음 어떻해요~!! "손 뗄테니까 소리지르지 마시오. 알겠소?"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후~아!! 대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벌떡 일어나.. 옷 상태를 확인하고.. 별 이상 없음을 안 후에도.. 괜스레 이불을 잡아 가슴까지 끌어 올렸다. "하!! 그것보다.. 난 당신이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댔는지 묻고 싶군. 우린 곧 있으면 결혼 할 사이야. 그런데 꼭 그렇게 날 치한 취급해야겠소? 당신 입을 막아야만 했을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알고있소?" "그건.. 그건,,!!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눈을 떴을때 어둠속에서 당신 눈만 보여 내가 얼마나 놀랐는줄 알아요? 난 당신이 눈을 뜨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구요!! 그나저나 대체 눈뜨고 뭐하고 있었어요?!!"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당신 몸이 굳어지는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소. 그런데 세상에!! 당신이 날 그렇게 치한 취급 할 줄이야.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니만큼 상처도 크다오." "그게 무슨말이죠? 당신이 의도한 바가 아니면…? 설마.. 설마.. 내가 당신에게 매달리기라도 했단 말인가요?!" 내 말에 그는.. 누운채로.. 가슴 앞에 팔짱을 끼고는.. 양쪽 눈썹을 치뜬다. 끝내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난 안다. 저 행동이 긍정의 뜻이라는 걸… 그가 한 쪽 눈썹을 치뜰때는 무언갈 묻기 위함이고,, 양쪽 다 치뜰때는… 맞다는 표시라는 걸… "아~으음… 잠시만요. 잠시만 나에게 생각할 여유를 줘요." 그대로 머리를 감싸고 침대위로 엎드렸다.
머리를 부여잡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냥 두기로 마음을 굳혔다. 우선… 완전한 거짓은 아니었기에… 아까의 반응을 보니.. 그냥 두고 나가지 않은 것에 대해 자신을 다르게 볼 것 같기에… 또 제일 큰 이유로.. 소리지르던 그녀가 마음속에 조금의 상처로 남았기에… 사랑 앞에 점점 치사해지고,, 소심해지는 자신이 느껴지지만.. 이것도 좋은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타의 연인들과 같이.. 평범한 사랑을 나눈다는 느낌에.. 괜스레 행복해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자세히 말해봐요. 제가.. 제가 당신에게 뭐라고 했나요? 음.. 그러니까 당신한테.. 아니.. 아니 말하지 말아요. 안 들을래요." 조금 진정이 됐는지 고개를 들고,, 얼굴을 들이밀며 물어보던 그녀는.. 이내 손을 내젓고는 베개를 들어 머리를 감싼다. 마치.. 머리만 숨기면 다 숨은 줄 아는 작은 동물과 같이… "괜찮아. 그리 나쁘진 않았소." 팔을 뻗어 가슴으로 끌어당기며 말을하자.. 밀어 낼 줄 알았던 그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나 지금 너무 챙피한 거 있죠? 나한테도 그런 면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거람…? 더 미치겠는건..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는 거에요. 어쩜.. 필름이 딱 끊길 수가 있는거죠? 나.. 추하진 않았죠?" 머뭇거리며 얘길한다. "그럼.. 오히려 사랑스러웠는걸..?" 아..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확고히 굳어져 버렸다. 쿡쿡.. "휴~ 제발 그랬기를 바래요. 참.. 당신 피곤한거 아니에요? 어서 주무세요." 그 말을 하며 몸을 일으키는 그녀를 붙들어 맸다. "당신이 옆에 있어주면 피곤이 확 풀릴거야. 그냥 이대로 잡시다." "흠. 안돼요. 당신은 피곤이 풀릴지 몰라도.. 난 잠이 안 올거에요." "앞으로 매일 이렇게 자야 할텐데 그러면 곤란하지. 예행연습이라 생각하고 눈 좀 붙여봐. 정 안되겠으 면.. 날 치한취급 한 벌이라 생각하고 참으시오." "치~ 당신.. 나빴어요." "음.. 그 뿐만 아니라 늑대로 변할 준비도 돼 있는데..?" "하!! 그러기만 해봐요~ 이번엔 동네 사람들을 확실히 깨워줄테니까.." "거참.. 살 떨리는 협박이군." 입술을 천천히 포개며 그녀의 입 속으로 말을 전했다.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그녀가 깰세라..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오빠..? 오빠 지금 어디야?" "내 방이다." "있지!! 란아 언니가 없어! 혹시 어디간 줄 알아? 응?" 뜨이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떠서 시계를 바라보니.. 오전 6시 30분. 으~음~… 젠장할.. 신음이 절로 나오는군. "꼬맹아, 니 기준으로라면 지금은 이른 새벽일텐데..?" "응! 그건 아는데?! 오늘 언니랑 같이 병원에 가기로 한거 알지? 그래서인지 어제 한 숨도 못잤어. 뭐랄까.. 들뜨기도 하고..한편으론 무섭기도 하고…" 흐음.. 어제 잠 못잔 사람이 한명 더 있군. "아니 오빠! 그게 문제가 아니고! 진짜 란아 언니가 없다니까..? 어딜 갔지? 혹시 어제 안들어 온거
아냐?" "아니다. 지금 자고 있어." "응? 잔다고? 방엔 없다니까?!" "그래, 당연히 그렀겠지. 지금 내 옆에 있으니까." "그래? 휴. 다행이다. 난 또 걱정했지. 그런데 오빠 옆에… 응? 오빠 옆에 있다고?!! 잔다고?!! 이런…" 뚝… ………. 뚜뚜뚜뚜… 예후는 끊어져 버린 전화를 바라보다,, 피식 웃더니.. 몸을 일으켜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곤,, 떨어지지 않으려는 발걸음을 욕실로 향하게 했다.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눈을 떠 보니.. 아직 이른 아침이다. 그렇다면 서너시간 밖에 자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이상하게도 잠을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하다. 그의 품안에서 기운이 충전되고,, 욕실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물줄기 소리가 피곤을 싹 가시게 한 듯 그렇게… 침대 머리맡에 등을 기대고 앉아,, 천천히 그의 방을 둘러보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스럽고,, 딱딱하진 않지만,, 무척이나 남성적이다. 깔끔하고,, 시원하고,, 편안해 보인다. 어떻게 이 모든것을 포함하며.. 조화로워 보일 수가 있는지.. 신기하지만,, 그의 방은 마법처럼.. 정말 그렇다. 그와 결혼하면,,, 이 방을 쓰게 될까…? 그 상상은.. 차가운 손길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간 듯.. 짜릿한 전율을 일으킴과 동시에.. 느긋한 편안함과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 그렇게 생각을 흘리고 있는사이.. 물소리가 차츰 줄어들더니.. 이내 끊기고 만다. 헉.. 나오려나봐. 어떻해.. 잠시.. 그만 자신의 방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스쳐 몸을 재빨리 일으키다.. 나왔을때.. 내가 없음을 알게된 그의 기분을 생각하니.. 그다지 좋지 않은 생각인 것 같아.. 그 순간 머리 속에 떠오른 한가지를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그의 버릇은 - 아니 습관일지도 - 아침에 일어나면 커다란 물잔에 물을 한 가득 따라 마시는 거다. 난 이상하게도 아침엔 잘 마셔지지 않는데… 어쨌든.. 그를 위해 방에서 쪼르르 달려나갔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욕실에서 나오다… 침대가 비어 있음을 알고 모든 동작을 정지했다. 아니.. 원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레 그렇게 되어버렸다. 눈을 뜨자 마자 바로 나가버렸군 그래.. 그 사실에 왠지 모를 배신감과 실망감.. 무언가 빠져나간 듯한 허전함이 교차된다. 그 중에 배신감이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하긴 하지만… 가만두지 않으리라.. 이를 갈며 양복 하의를 걸쳤다. 한편으론 이러는 자신이 우습기도 하다. 그 자리는 항상 자신만의 자리였다. 누군가 있기를 바란적도 없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는… 어쨌거나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그 자리는 비어 있는거라 생각하면 그뿐이지만… 사람의 심리란 참으로 우습다. 마치.. 가졌던 걸 빼앗긴 심정이라고나 할까..? 그러므로 그 화는 배가 되어 억지스런 마음을 만들고야 만다. 그런데 그때… 아무런 인기척이나 노크 소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고… "어머? 이쯤이면 옷을 다 입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느림보군요?" 나의 그녀는...아침 햇살 같은 목소리를 방 안 가득 흩뿌려 놓는다. 그 순간… 내가 정말 미쳤든지… 아니면 꿈이든지… 방 안이 거짓말처럼 살아나며 활기가 넘쳐 흐른다. 아무래도 빨리 결혼을 하던가.. 이 방에 들어 앉혀 놓던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겠군.. 눈을 깜박이며 퉁명스런 어조로 말했다. "방으로 돌아간 줄 알았소." "풋~ 그래서 삐쳐 있었군요?" "삐치다니..?! 참나… 내가 그런 걸로.." "당신 물 가지러 갔다 왔어요. 자요. 아주 시원해요." 내 말을 자르며 물 잔을 내미는 그녀의 모습은… 결혼 생각을 더 더욱 간절히 부추긴다. "사실.. 아주 조금 삐쳤었소. 아니 아니 아주 많이.. 하지만 지금은… " "지금은..?" 눈썹을 모으고 코 끝을 살짝 찡그리며.. 내가 한 말을 되뇌인다. "킥.. 당신.. 어쩜 이렇게 사람 기분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지… 궁금하군." 그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하자… "아! 아파요~ 이씨.. 아참!!! 아까 식당에서 나오는데 예은이가 절 보더니 그냥 휙 지나가던데요? 인사도 안하고.. 뭔가 기분 나쁜일이 있나..? 혹시 무슨 일인지 알아요?" 흠.. 녀석에게도 생각 할 시간이 필요 했겠지.. "글쎄…?" "당신도 몰라요? 음.. 너무 일찍 일어나서 잠결이라 날 못 본건가..?" "그럴수도 있고.. 아니면 부끄러운 마음에 당신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 한 걸수도 있고..쿡.." "부끄럽다뇨..? 그게 무슨…? 헉!! 혹시.. 내가 여기서 잤다는 걸 알아요?" 살짝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예은이가 그걸 어떻게 알았죠? 아니 그보다 그 사실이 왜 부끄럽다는 거죠?" "예은이도 성인이고.. 성인 남녀가 한 방에서 잤다면 무얼 했을지도 다 알겠지." "하지만 우린 아무일 없었잖아요!" "중요한 건 애석하게도 예은이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거요." "이…! 당신이죠?! 내가 여기서 잤다는 걸 예은이한테 말 한 사람? 당신 밖에 없어요. 내가 여기서 나갈땐 아무도 날 못봤으니까! 그랬다면 사실도 말했어야죠! 대체 왜 그랬어요?!" "난 예은이 오빠요. 그리고 성인이기도 하지. 그런 내가 내 사생활을 예은이에게 시시콜콜 말 할 필요도 없거니와 변명하기도 싫소. 그리고 그렇게 알고 있더라도 그게 뭐 어떻소? 우린 곧 결혼 할 사이인데? 아.. 말이 나온김에 하는 말인데..우리 결혼을 좀 앞당길까..? 아니면 오늘부터 한 방을 쓰는것도 좋고.. 여태까지는 몰랐는데 당신이 없는 이 방은 매우 건조하고 메말라 보이는군. 당신과 같이 잠들고,, 같이 눈뜨고 싶어." "뭐라구요?! 이.. 이!! 무드 없는 인간 같으니라구!!!" 쾅!! 그 순간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무드 없는 인간..?! 하.. 하하.. 하하하하!!!! "아니. 대체 나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 하는 이유가 뭐요?" "이유가 뭐냐구요? 흥!! 그렇다면 당신은 더 한 말을 들어도 싸요. 이 멍청한 인간!!! 나도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첫날밤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이라구요!" 그 말을 끝으로… 손을 뻗어 잡을 새도 없이… 그녀는 휙 돌아 나가 버렸다. 아.. 그래.. 그렇군… 나는… 참.. 무드 없는 인간에.. 멍청한 인간이군... 제길…!! 그녀의 마음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너무 내 감정만 앞세웠나보다. 하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다. 씁쓸한 마음으로 눈 앞의 물을 벌컥 벌컥 들이켰다. 젠장할.. 마치 사약이라도 받는 기분이군.
"그래서..? 정말 오빠한테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 푸하하하!!" "응.. 사실 그가 그런 말을 들을 만큼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조금 후회돼." "아니야 언니~ 정말 잘했어. 남자는 결혼하기 전부터 확 휘어 잡아야 하는거야. 쿡쿡.. 아..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오빠 표정이 상상이 돼.. 쿡쿡.. 어쩜 좋아.." "많이 화가 났으면 어쩌지..? 아니 화가 많이 난게 분명해. 그러니까 인사도 없이 출근했지.." "아. 걱정말라니까? 언닌 잘못한게 없어. 멍청한 인간이 뭐 욕인가..? 큭큭.. 하지만 오빠가 그런 말을 처음 들었을 거란건 확실해. 아하하하!! 너무 웃기다." "너.. 그거.. 날 격려한다고 하는 말이니..?" "그럼~!" "그래.. 참 고맙구나. 아주.. 온몸이 덜덜 떨리기까지 한다. 얘." 병원 예약시간이 되려면 아직 서너시간은 족히 남았기에… 시장에 가신 아주머니가 돌아오실 때까지 집을 보자는 마음으로.. 이렇게 예은이랑 쇼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때우는 중이다. 아니.. 사실은 아주머니가 다녀오시면 맛있는 전을 부쳐 주신다 하셨기에 그걸 기다리는 중이다. 아주머니가 부쳐주시는 전은.. 생선찜 다음으로 일품인 요리다. "저기.. 언니..? 나 뭐하나 물어봐도 돼?" "응? 그럼~ 뭔데..? 내가 모르는 것 빼고 다 대답해줄께." "저기.. 좀 곤란한 질문일 수도 있어.." "뭔데 그래?" "음… 아.. 아니다. 아니야." "있지 예은아..?" "응?" "언니는.. 못 참는게 꽤 있거든..? 근데 그중에 하나가 궁금한 걸 못 참는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걸 풀기 위해서라면…?" "풀기 위해서라면..?" "널 간지럽힐수도 있다는 거지,,!! 어때?! 한번 당해볼래?!" "꺄아~ 악!! 오지마.. 알았어! 말해.. 한다구!" 아… 점점 그를 닮아가는 나를 느끼지만… 푸훗~!! 그래도 궁금한 건 풀 수 있지 않은가..? 이거 이거.. 꽤 생산적인 방법인걸..? "자. 어서 말해."
"저기.. 있지… 섹..스를 한다는 건 어떤기분이야?" 응? 뭐라고..? 섹… 뭐시기…? 아.. 등줄기에 식은땀이 배어난다.
처음엔.. 그와 아무일 없었다… 정말이다… 라고 예은이에게 얘기하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나를 다시 봤을때 별다른 얘기도 없고,, 표정 변화도 없는 예은이어서.. 말 할 기회를 놓쳤었다. 생각해 보라.. 내가 먼저 다짜고짜 얘길 하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그게 뭐 어떤가..? 그렇게 생각해도 뭐…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이해하겠지.. 란 마음이 들고… 그의 말마따나 시시콜콜 변명하기도 뭣해서 그냥 저냥 흘리려 했는데… 이런데서 발목이 잡힐 줄이야… 뭐 어쨌거나 사실을 얘기할 기회가 왔으니.. 그리 나쁜것은 아니지만..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머뭇거렸다. "미안해. 거봐.. 내가 곤란한 질문이랬잖아." 나의 머뭇거림을 예은이는 그렇게 해석했나 보다. "음.. 아니. 그래서 그런거 아니야. 단지..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어." "왜..? 아무런 느낌이 없었어? 이상하다.. 책에서 보면.. 무지 아프다던가.. 아님 황홀하다던가.. 둘 중 하나던데…" "그러니까 말이지..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나도 아직 경험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단 뜻이야." "뭐어?! 정말?! 말도 안돼!! 그럼 어제 오빠랑 자면서 아무일도 없었단 말이야?" "응.. 그렇지.." "와우~ 우리 오빠 정말 대단한데..? 책에서 보면 말이지.. 남자들은 한 방에.. 것도 한 침대에 여자가 누워있다면 99.9%는 늑대로 변한 다던데.. 그럼 우리 오빠가 그 나머지 0.1%란 말이야?" "그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니까 내가 사랑하는거지~" "어우 ~ 언니.. 조금 재수 없어진다.. 피.." "큭큭.. 그러니? 그치만 너도 성하씨 얘기 할 땐 그렇다는 거 알아둬~" "아~맞다!! 우리 성하도 아마 그럴꺼야.. 나머지 0.1%… 그치?" "야~ 이러면서 날 욕해~?!" "악~ 말하면 간지럽히지 않는다고 했잖아~! 이건 반칙이야~ 반칙~~!" 이 순간.. 숨 넘어 갈 듯.. 자지러지게 웃는 예은이는.. 아무 걱정도 없는 어린아이 같기만 하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봤어..? 음.. 그리고 너 너무 책만 믿지마.. 완전한 흑과 백은 없는거야.. 어디에나 회색은 있게 마련이거든.." "응.. 나도 알긴 하지만.. 궁금한 건 많고.. 내가 경험할 수 있는건 그다지 많지 않잖아... 그럴땐 만만한 게 책이거든. 헤헤.. 그리고… 있지.. 참.. 챙피한데.. 섹스는 어떤 느낌일까…? 그런게 늘 궁금했어." 그렇게 아무 걱정 없던 어린아이는 사라져 간다. "바보. 열심히 노력해서.. 걷게 되면… 그때 확인해봐." "내가 정말… " "또..또!! 약한 소리 하려거든 아무말도 하지마." "응. 언니 미안… 이제 안그럴께. 헤헤.." 베시시 웃는 그 웃음이.. 참.. 슬프게 느껴진다.
띵~ 동.. 띵~ 동!!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우리 둘은 화들짝 놀라버렸다. 에이씨!! 누구야?! 이 중요한 순간에… 아주머니는 당연히 아니시다. 벨을 누르는 적 없이.. 항상 열쇠로 열고 들어오시니… 잡상인 이기만 해봐라~! 캭~! 하지만.. 화면에 비친 얼굴은… 잡상인 보다 더 달갑지 않은 얼굴이다. "언니. 누구야?" "너.. 혹시 천유아라고 아니?" "응. 저번에 한번 봤는데..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었어. 그런데 그 여자는 왜?" "그 여자가 왔어." "응? 아니 그여자가 왜? 우리집엔 무슨 일로..?" "너희 할머니께서 손자 며느리로 점찍어두신 여자야." "뭐?!! 말도 안돼!! 정말이야? 아니 언니 표정을 보니 확실한 것 같다. 그런데 왜 그 사실을 나만 몰랐지?" 그러게.. 집안끼리 약혼한 사이면 너도 알아야 할텐데.. 그치..? 띵~~~~~~~~~~동. 띵동.띵동.띵동. 신경질적인 벨소리가 여러 차례 울리고… 난.. 힘없이 문을 열어 주었다.
현관 앞에 서 있는 나를 보며.. 천유아란 여자는 표독스럽게 말을 하다… "뭐야? 이 놈의 집구석.. 집에 온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그게 뭐니? 그리고! 대체 벨을 몇번이나 눌렀는지 알기나 해?!! 아..!! 예은씨.. 안녕..?" 쇼파에 앉아 있던 예은이를 그제사 발견 했는지.. 굳은 미소를 억지로 지으며 손을 흔든다. "별로 안녕하지가 못한데요? 저희 집엔 무슨 일이시죠?" "아.. 예후씨를 만나러 왔는데.." "오빠라면 회사에 있죠. 설마 이시간에 집에 있다고 생각하신건 아니죠?" 처음보는… 쌀쌀 맞은 예은이의 모습이다. "아니 실은.. 전복이 좋은게 들어와서 가져 와봤어요. 할머님께 듣자하니 예후씨가 전복을 엄청 좋아 한다덴데.. 잠시만요~ 얘~ 뭐하니? 김기사!! 어머~ 집이 굉장히 좋네요."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며 집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뭔가 잘못 알고 계시네요. 우리 오빠 전복 알러지 있어요. 다시 가져가세요." 예은이의 말에.. 표정을 살짝 찡그리다 이내 웃는 모습으로 돌아온다. "호호.. 그래도 가져온 성의가 있지. 두고갈께요. 음.. 그런데 매정하게 차도 한잔 안 줄건가요?" "언니.. 미안하지만 이 분 차 한잔만.. 미안." 예은이는 무척이나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한다. "아냐. 괜찮아." 식당으로 향하는 내 뒤로.. "저 사람은 가정부인가봐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얄미운 계집애.. 다 알면서.. "아뇨! 저 분은.." "아참!! 내 취향을 말하지 않았네. 가정부한테 내 커피 취향을 말해주고, 금방 올께요?" 예은이의 말을 자르며 내 뒤를 따라 온다. "아! 이봐요! 천유아씨!"
"난 커피 하나, 설탕 두 스푼이야." 내 주위를 한 바퀴 돌아 바로 앞에 선 그녀는… 아래위로 훑어봄과 동시에..
붉은 입술로 독설을 내뱉는다. "정말 소문대로 한 집에 사네..? 하!! 참.. 어이가 없어서.. 야.. 니 발로 기어나갈래..? 아님. 내가 나가게 해줄까..?" "어머? 어쩌나..? 커피 한 스푼에 설탕 다섯 스푼을 넣어버렸네..? 그냥 마실래..? 아님 니가 알아서 타 먹을래..?" "뭐?!! 이 창녀 같은 계집애가 어디서 감히!! 너 죽고 싶어? 내가 누군지 몰라?! 알아서 기어라.. 응? 정말 험한 꼴 당하고 싶지 않으면! 넌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어. 알아?" "어머.. 너무 무서워서 턱이 덜덜 떨린다.. 응?" "너.. 정말.. 정말 죽고 싶구나?" 마음껏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밖에 앉아 있는 예은이 때문에 자제하는 게 보인다. 이를 바드득 가는 모습이.. 정말 안쓰럽다. "너 그걸 지금 협박이라고 하는거야? 근데 어쩌니..? 난 하나도 안 무섭거든.." 예전에.. 너보다 더 무서웠던 예후씨에게도 나.. 할말은 다했어.. 그러니까 너 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심장과 손은… 마구 떨려온다. "그래..? 킥.. 그래 내가 인심 썼다. 즐길 수 있을때 마음껏 즐겨.. 어차피 넌 그가 필요로 할 때 다리나 벌려주는 계집 밖엔 안 될테니까.. 고결한 내가 참을께.. 언젠간 내 앞에 무릎 꿇고 빌 날이 올거야. 그 상상을 하며 이만 물러나 주지.. 아니.. 아니다. 네년 어미처럼 정신병원에 쳐 박혀 있는 상상이 더 좋겠다." 이를 악물고.. 참으려 했지만… 결국… 난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참을 수도 없었다. 참고 싶지도 않았다. 쫘아악!!!!!!!!!!!!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악!!! 너 이!!!" "대체 무슨 일이오?!" 그 목소리에.. 그녀와 나는 동시에 굳어버렸다. 소리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언제 왔는지.. 그가… 그가.. 서있다. "흑… 예후씨…!! 글쎄.. 글쎄.. 이 여자가 아무 이유 없이 내 뺨을 때리는 거에요~ 흑흑…" 넌.. 참.. 천의 얼굴을 가졌다.. 어쩜 그렇게 바로 돌변할 수가 있는지… 나… 내가 참 말도 안되는 꿈을 꾼다고 생각했어.. 나하곤 비교도 안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거… 그래서 잠시.. 포기할까도 생각했었어.. 자신이 없어 흔들리기도 했어.. 하지만,, 너한테 만큼은… 절대로!! 뺏길 수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난!! 너와 같은 돈은 없을지언정… 든든한 백 그라운드가 없을지언정.. 그를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자신 있거든… 그 마음만은 이세상 누구보다 부자거든...
그가..나를 보며.. 한걸음.. 한걸음.. 화난 표정으로 다가온다. 설마.. 저 여자 말을 믿는 거에요? 그런 거에요? 정말이지.. 그렇기만 해봐.. 나한테 한마디라도.. 그런 소리 했단 봐라.. 가만 안 둘꺼야.. 하지만.. 그는… 충격적이게도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괜찮아요..?" 내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을 건넨다. 울지 않으려 했는데… 어느새.. 눈물이 고인다. "네.. 흑.. 아뇨.. 괜찮지 않아요." "그래요? 이걸 어쩌나... 그러게 그 귀한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았어야지.. 내 여자를 건들지 말았어야지.. 경고하는데 다시 한번 그 주둥이 함부로 놀리면 그땐 내 손이 먼저 날아갈 줄 알아.. 알겠어? 당신이 이성으로 보이지도 않고,, 내 눈엔 여자로 보이지도 않아. 그러니까 난 그렇게 할거요. 짐승이다, 양아치다 라고 소문내도 상관없소. 내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런것쯤 아무것도 아니니까. 당신이 머리라는게 있다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알아들었을거요. 자 그럼 이쯤에서 당신의 그 잘난 가방을 들고 이집에서 나가주면 대단히 고맙겠군." 그의 말에 난 … 입이 벌어짐과 동시에.. 고여 있던 눈물이 떨어진다. "다.. 당신…!" "내가 밖으로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소?" "하!! 정말… 당신!! 후회할꺼야!! 알아들어?!! 내 꼭… 피 눈물 흘리게 만들어 주지.. 어디.. 두고봐!!!" 항상… 무협영화를 보건.. 조폭 영화를 보건… 도망가는 사람은 꼭.. 마지막에 저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두고 보자는…. 왜.. 그럴까…? 마지막 남은 자존심일까..?
정원은 자신의 몸체만한 상자를 문 앞에 내려놓다… 천사를 만났다. 영화에서 본 장면과 같이 천사의 뒤엔 언제나 하얀 후광이 빛나고 있는것처럼… 맑은 눈동자로 날 마주보고 있는 그녀의 주위는 정말... 그랬다. 무슨 말이라도 건네고 싶은데… 겁이나...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그녀가 활짝 웃어준다. 그 모습에 숨조차 쉴 수 없어.. 들이쉰 숨을 그대로 참고 있는데.. "더우신가 봐요. 물이라도 한 잔 드리고 싶은데.. 제가 다리가 불편해서 그건 불가능해요." 목소리마저 아름다워 녹음이라도 해놓고... 두고두고 듣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다리가 불편하다고…? 그래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건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참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고 있는데… 굉장히 화가 난 듯한 아가씨가 시야를 가로 막는다. "뭘 그렇게 넋 놓고 있는거야?!! 어서 차 대기시키지 않고!!" "네? 네… 그런데 아가씨. 이건 어디다 둘까요?" 전복이 든 상자를 가리키며 묻자,, "병신아!!! 내다 버려!!" 그러면서 저만치 앞서 내려가 버린다. 이걸 버리라구..? 미쳤군. 중얼거리며 서둘러 뒤따라 나가다.. 천사에게 인사는 하고 가야겠기에… "천사님! 안녕히 계세요!" 내가 말 해놓고도… 놀라… 금세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네..?" 너… 병신 맞다… 그녀가 날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할까…? 정말 죽고 싶은 마음에..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서 그집을 빠져 나왔다.
"당신.. 괜찮소?" "네. 그럼요." 걱정스러운 듯 내려보는 그에게.. 애써 거짓을 말했다. "아니.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군. 당신 눈에서 눈물이 흐르잖아!! 제길!!" "그럼.. 알면서 왜 물어봤어요?" 내 말에 그는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다. "그나저나 당신.. 그여자가 한 말.. 들었어요?" "아니." "그런데 어떻게…" "당신이 그정도로 화를 냈다면 분명.. 그녀가 잘못한거겠지. 안그래?" "그래요.. 맞아요.." 팔을 뻗어.. 그를 안아버렸다. 날.. 한없이 믿어주는 그 때문에… 가슴속에서 기쁨의 물결이 파도가 되어 정신 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올려 놓았는지 저만치 장식장 위에 있는... 75송이로 추정되는 장미꽃 다발로 손을 뻗어.. 이내 그 아름다움을 내게 선사한다. "난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신을 믿을거요. 당신은 내 여자이고 또 내 자신이기도 하니까." 수동적인 그 말이 이순간.. 그리 나쁘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아니.. 자기꺼라고 우기는 그에게 맞다고.. 그렇다고... 고개라도 크게 끄덕여 주고 싶은 심정이다. 손에 들린 장미 꽃 잎보다 더 붉게 뺨을 물들이며,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차오르는 눈물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버렸다. 왜냐하면.. 이건 기쁨의 눈물이니까… 참거나 숨겨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런.. 큰일이네. 아직 크리스마스가 되려면 한 참 멀었는데..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게 생겼군." "… ?" 잠시 무슨말인지 몰라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는데… "여기.. 코가 새빨간 루돌프를 찾으러 말이오." 안봐도 뻔한 내 코를 살짝 튕기며.. 그는 말한다. "푸훗~ 당신 너무 유치해요." "어? 울다가 웃으면…?" "털 안났어요!!!" "누가 뭐랬나? 당신 꽤나 유치하군." 씨이…
똑바로 걷기【32】
방 안에 떠도는 찬 공기로부터 달아나기위해 포근함 속으로 더 깊이 파고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게 뭐지..? 란 생각과 함께.. 이건 아니라는 머리속의 울림이 밀려온다.
그랬다..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무언가 묵직한 것이 둘러져 있고,, 사람의 체취가 느껴지는…
마치 누군가에게 안겨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아니,, 안겨있다.
이제는 잠이 확 달아나.. 선명해진 머리속으로 생각해낸 결론이었다.
제기랄!! 설마… 아니겠지…?
그는.. 아니겠지…?
아냐 아냐.. 그가 아니라면 더 큰일이게..?
눈을 질끈 감고,, 목에 힘을 주며 슬며시 고개를 들어올려… 천천히 눈을 뜨는데…
헉!!!
"꺄아아아~~~~~~~~~~~~아~~읍!!!"
"세상에나!!!! 아… 머리야.. 골이 다 울리는 군.. 당신 미쳤소? 동네 사람들을 다 깨울 참이야?"
미쳤어!! 미쳤어!! 그래요.. 나 정말 미쳤나봐요..
어떻게 당신과 한 방에서.. 그것도 당신 품 안에서 잠을 잘 수 있는지..!!
"읍~!! 읍~!! 으~읍~!!"
아니 아니.. 그것보다도 나 숨막혀 죽겠다구요~!!
놀란 가슴.. 진정이 안되서 호흡이 가빠지는데 이렇게 입을 막고 있음 어떻해요~!!
"손 뗄테니까 소리지르지 마시오. 알겠소?"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후~아!! 대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벌떡 일어나.. 옷 상태를 확인하고.. 별 이상 없음을 안 후에도..
괜스레 이불을 잡아 가슴까지 끌어 올렸다.
"하!! 그것보다.. 난 당신이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댔는지 묻고 싶군. 우린 곧 있으면 결혼 할 사이야.
그런데 꼭 그렇게 날 치한 취급해야겠소? 당신 입을 막아야만 했을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알고있소?"
"그건.. 그건,,!!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눈을 떴을때 어둠속에서 당신 눈만 보여 내가 얼마나 놀랐는줄
알아요? 난 당신이 눈을 뜨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구요!! 그나저나 대체 눈뜨고 뭐하고 있었어요?!!"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당신 몸이 굳어지는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소. 그런데 세상에!!
당신이 날 그렇게 치한 취급 할 줄이야.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니만큼 상처도 크다오."
"그게 무슨말이죠? 당신이 의도한 바가 아니면…? 설마.. 설마.. 내가 당신에게 매달리기라도 했단
말인가요?!"
내 말에 그는.. 누운채로.. 가슴 앞에 팔짱을 끼고는.. 양쪽 눈썹을 치뜬다.
끝내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난 안다.
저 행동이 긍정의 뜻이라는 걸…
그가 한 쪽 눈썹을 치뜰때는 무언갈 묻기 위함이고,, 양쪽 다 치뜰때는… 맞다는 표시라는 걸…
"아~으음… 잠시만요. 잠시만 나에게 생각할 여유를 줘요."
그대로 머리를 감싸고 침대위로 엎드렸다.
머리를 부여잡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냥 두기로 마음을 굳혔다.
우선… 완전한 거짓은 아니었기에…
아까의 반응을 보니.. 그냥 두고 나가지 않은 것에 대해 자신을 다르게 볼 것 같기에…
또 제일 큰 이유로.. 소리지르던 그녀가 마음속에 조금의 상처로 남았기에…
사랑 앞에 점점 치사해지고,, 소심해지는 자신이 느껴지지만.. 이것도 좋은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타의 연인들과 같이.. 평범한 사랑을 나눈다는 느낌에.. 괜스레 행복해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자세히 말해봐요. 제가.. 제가 당신에게 뭐라고 했나요? 음.. 그러니까 당신한테.. 아니.. 아니 말하지 말아요. 안 들을래요."
조금 진정이 됐는지 고개를 들고,, 얼굴을 들이밀며 물어보던 그녀는.. 이내 손을 내젓고는 베개를 들어 머리를 감싼다.
마치.. 머리만 숨기면 다 숨은 줄 아는 작은 동물과 같이…
"괜찮아. 그리 나쁘진 않았소."
팔을 뻗어 가슴으로 끌어당기며 말을하자..
밀어 낼 줄 알았던 그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나 지금 너무 챙피한 거 있죠? 나한테도 그런 면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거람…? 더 미치겠는건..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는 거에요. 어쩜.. 필름이 딱 끊길 수가 있는거죠?
나.. 추하진 않았죠?"
머뭇거리며 얘길한다.
"그럼.. 오히려 사랑스러웠는걸..?"
아..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확고히 굳어져 버렸다. 쿡쿡..
"휴~ 제발 그랬기를 바래요. 참.. 당신 피곤한거 아니에요? 어서 주무세요."
그 말을 하며 몸을 일으키는 그녀를 붙들어 맸다.
"당신이 옆에 있어주면 피곤이 확 풀릴거야. 그냥 이대로 잡시다."
"흠. 안돼요. 당신은 피곤이 풀릴지 몰라도.. 난 잠이 안 올거에요."
"앞으로 매일 이렇게 자야 할텐데 그러면 곤란하지. 예행연습이라 생각하고 눈 좀 붙여봐. 정 안되겠으 면.. 날 치한취급 한 벌이라 생각하고 참으시오."
"치~ 당신.. 나빴어요."
"음.. 그 뿐만 아니라 늑대로 변할 준비도 돼 있는데..?"
"하!! 그러기만 해봐요~ 이번엔 동네 사람들을 확실히 깨워줄테니까.."
"거참.. 살 떨리는 협박이군."
입술을 천천히 포개며 그녀의 입 속으로 말을 전했다.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그녀가 깰세라..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오빠..? 오빠 지금 어디야?"
"내 방이다."
"있지!! 란아 언니가 없어! 혹시 어디간 줄 알아? 응?"
뜨이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떠서 시계를 바라보니.. 오전 6시 30분.
으~음~… 젠장할.. 신음이 절로 나오는군.
"꼬맹아, 니 기준으로라면 지금은 이른 새벽일텐데..?"
"응! 그건 아는데?! 오늘 언니랑 같이 병원에 가기로 한거 알지? 그래서인지 어제 한 숨도 못잤어. 뭐랄까.. 들뜨기도 하고..한편으론 무섭기도 하고…"
흐음.. 어제 잠 못잔 사람이 한명 더 있군.
"아니 오빠! 그게 문제가 아니고! 진짜 란아 언니가 없다니까..? 어딜 갔지? 혹시 어제 안들어 온거
아냐?"
"아니다. 지금 자고 있어."
"응? 잔다고? 방엔 없다니까?!"
"그래, 당연히 그렀겠지. 지금 내 옆에 있으니까."
"그래? 휴. 다행이다. 난 또 걱정했지. 그런데 오빠 옆에… 응? 오빠 옆에 있다고?!! 잔다고?!! 이런…"
뚝… ………. 뚜뚜뚜뚜…
예후는 끊어져 버린 전화를 바라보다,, 피식 웃더니..
몸을 일으켜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곤,,
떨어지지 않으려는 발걸음을 욕실로 향하게 했다.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눈을 떠 보니.. 아직 이른 아침이다.
그렇다면 서너시간 밖에 자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이상하게도 잠을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개운하다.
그의 품안에서 기운이 충전되고,, 욕실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물줄기 소리가 피곤을 싹 가시게
한 듯 그렇게…
침대 머리맡에 등을 기대고 앉아,, 천천히 그의 방을 둘러보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스럽고,,
딱딱하진 않지만,, 무척이나 남성적이다.
깔끔하고,, 시원하고,, 편안해 보인다.
어떻게 이 모든것을 포함하며.. 조화로워 보일 수가 있는지.. 신기하지만,, 그의 방은 마법처럼..
정말 그렇다.
그와 결혼하면,,, 이 방을 쓰게 될까…?
그 상상은.. 차가운 손길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간 듯.. 짜릿한 전율을 일으킴과 동시에..
느긋한 편안함과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
그렇게 생각을 흘리고 있는사이.. 물소리가 차츰 줄어들더니.. 이내 끊기고 만다.
헉.. 나오려나봐. 어떻해..
잠시.. 그만 자신의 방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스쳐 몸을 재빨리 일으키다..
나왔을때.. 내가 없음을 알게된 그의 기분을 생각하니.. 그다지 좋지 않은 생각인 것 같아..
그 순간 머리 속에 떠오른 한가지를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그의 버릇은 - 아니 습관일지도 - 아침에 일어나면 커다란 물잔에 물을 한 가득 따라 마시는 거다.
난 이상하게도 아침엔 잘 마셔지지 않는데…
어쨌든.. 그를 위해 방에서 쪼르르 달려나갔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욕실에서 나오다… 침대가 비어 있음을 알고 모든 동작을 정지했다.
아니.. 원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레 그렇게 되어버렸다.
눈을 뜨자 마자 바로 나가버렸군 그래..
그 사실에 왠지 모를 배신감과 실망감.. 무언가 빠져나간 듯한 허전함이 교차된다.
그 중에 배신감이 제일 큰 자리를 차지하긴 하지만…
가만두지 않으리라..
이를 갈며 양복 하의를 걸쳤다.
한편으론 이러는 자신이 우습기도 하다.
그 자리는 항상 자신만의 자리였다.
누군가 있기를 바란적도 없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는…
어쨌거나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그 자리는 비어 있는거라 생각하면 그뿐이지만… 사람의 심리란
참으로 우습다.
마치.. 가졌던 걸 빼앗긴 심정이라고나 할까..?
그러므로 그 화는 배가 되어 억지스런 마음을 만들고야 만다.
그런데 그때…
아무런 인기척이나 노크 소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고…
"어머? 이쯤이면 옷을 다 입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느림보군요?"
나의 그녀는...아침 햇살 같은 목소리를 방 안 가득 흩뿌려 놓는다.
그 순간… 내가 정말 미쳤든지… 아니면 꿈이든지…
방 안이 거짓말처럼 살아나며 활기가 넘쳐 흐른다.
아무래도 빨리 결혼을 하던가.. 이 방에 들어 앉혀 놓던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겠군..
눈을 깜박이며 퉁명스런 어조로 말했다.
"방으로 돌아간 줄 알았소."
"풋~ 그래서 삐쳐 있었군요?"
"삐치다니..?! 참나… 내가 그런 걸로.."
"당신 물 가지러 갔다 왔어요. 자요. 아주 시원해요."
내 말을 자르며 물 잔을 내미는 그녀의 모습은…
결혼 생각을 더 더욱 간절히 부추긴다.
"사실.. 아주 조금 삐쳤었소. 아니 아니 아주 많이.. 하지만 지금은… "
"지금은..?"
눈썹을 모으고 코 끝을 살짝 찡그리며.. 내가 한 말을 되뇌인다.
"킥.. 당신.. 어쩜 이렇게 사람 기분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지… 궁금하군."
그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하자…
"아! 아파요~ 이씨.. 아참!!! 아까 식당에서 나오는데 예은이가 절 보더니 그냥 휙 지나가던데요?
인사도 안하고.. 뭔가 기분 나쁜일이 있나..? 혹시 무슨 일인지 알아요?"
흠.. 녀석에게도 생각 할 시간이 필요 했겠지..
"글쎄…?"
"당신도 몰라요? 음.. 너무 일찍 일어나서 잠결이라 날 못 본건가..?"
"그럴수도 있고.. 아니면 부끄러운 마음에 당신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 한 걸수도 있고..쿡.."
"부끄럽다뇨..? 그게 무슨…? 헉!! 혹시.. 내가 여기서 잤다는 걸 알아요?"
살짝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예은이가 그걸 어떻게 알았죠? 아니 그보다 그 사실이 왜 부끄럽다는 거죠?"
"예은이도 성인이고.. 성인 남녀가 한 방에서 잤다면 무얼 했을지도 다 알겠지."
"하지만 우린 아무일 없었잖아요!"
"중요한 건 애석하게도 예은이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거요."
"이…! 당신이죠?! 내가 여기서 잤다는 걸 예은이한테 말 한 사람? 당신 밖에 없어요. 내가 여기서 나갈땐 아무도 날 못봤으니까! 그랬다면 사실도 말했어야죠! 대체 왜 그랬어요?!"
"난 예은이 오빠요. 그리고 성인이기도 하지. 그런 내가 내 사생활을 예은이에게 시시콜콜 말 할 필요도 없거니와 변명하기도 싫소. 그리고 그렇게 알고 있더라도 그게 뭐 어떻소? 우린 곧 결혼 할 사이인데? 아.. 말이 나온김에 하는 말인데..우리 결혼을 좀 앞당길까..? 아니면 오늘부터 한 방을 쓰는것도 좋고..
여태까지는 몰랐는데 당신이 없는 이 방은 매우 건조하고 메말라 보이는군.
당신과 같이 잠들고,, 같이 눈뜨고 싶어."
"뭐라구요?! 이.. 이!! 무드 없는 인간 같으니라구!!!"
쾅!!
그 순간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무드 없는 인간..?!
하.. 하하.. 하하하하!!!!
"아니. 대체 나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 하는 이유가 뭐요?"
"이유가 뭐냐구요? 흥!! 그렇다면 당신은 더 한 말을 들어도 싸요. 이 멍청한 인간!!! 나도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첫날밤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이라구요!"
그 말을 끝으로… 손을 뻗어 잡을 새도 없이…
그녀는 휙 돌아 나가 버렸다.
아.. 그래.. 그렇군…
나는… 참.. 무드 없는 인간에.. 멍청한 인간이군...
제길…!!
그녀의 마음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너무 내 감정만 앞세웠나보다.
하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다.
씁쓸한 마음으로 눈 앞의 물을 벌컥 벌컥 들이켰다.
젠장할.. 마치 사약이라도 받는 기분이군.
"그래서..? 정말 오빠한테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 푸하하하!!"
"응.. 사실 그가 그런 말을 들을 만큼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조금 후회돼."
"아니야 언니~ 정말 잘했어. 남자는 결혼하기 전부터 확 휘어 잡아야 하는거야. 쿡쿡.. 아..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오빠 표정이 상상이 돼.. 쿡쿡.. 어쩜 좋아.."
"많이 화가 났으면 어쩌지..? 아니 화가 많이 난게 분명해. 그러니까 인사도 없이 출근했지.."
"아. 걱정말라니까? 언닌 잘못한게 없어. 멍청한 인간이 뭐 욕인가..? 큭큭.. 하지만 오빠가 그런 말을
처음 들었을 거란건 확실해. 아하하하!! 너무 웃기다."
"너.. 그거.. 날 격려한다고 하는 말이니..?"
"그럼~!"
"그래.. 참 고맙구나. 아주.. 온몸이 덜덜 떨리기까지 한다. 얘."
병원 예약시간이 되려면 아직 서너시간은 족히 남았기에…
시장에 가신 아주머니가 돌아오실 때까지 집을 보자는 마음으로.. 이렇게 예은이랑 쇼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때우는 중이다.
아니.. 사실은 아주머니가 다녀오시면 맛있는 전을 부쳐 주신다 하셨기에 그걸 기다리는 중이다.
아주머니가 부쳐주시는 전은.. 생선찜 다음으로 일품인 요리다.
"저기.. 언니..? 나 뭐하나 물어봐도 돼?"
"응? 그럼~ 뭔데..? 내가 모르는 것 빼고 다 대답해줄께."
"저기.. 좀 곤란한 질문일 수도 있어.."
"뭔데 그래?"
"음… 아.. 아니다. 아니야."
"있지 예은아..?"
"응?"
"언니는.. 못 참는게 꽤 있거든..? 근데 그중에 하나가 궁금한 걸 못 참는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걸 풀기 위해서라면…?"
"풀기 위해서라면..?"
"널 간지럽힐수도 있다는 거지,,!! 어때?! 한번 당해볼래?!"
"꺄아~ 악!! 오지마.. 알았어! 말해.. 한다구!"
아… 점점 그를 닮아가는 나를 느끼지만… 푸훗~!!
그래도 궁금한 건 풀 수 있지 않은가..?
이거 이거.. 꽤 생산적인 방법인걸..?
"자. 어서 말해."
"저기.. 있지… 섹..스를 한다는 건 어떤기분이야?"
응? 뭐라고..? 섹… 뭐시기…?
아.. 등줄기에 식은땀이 배어난다.
처음엔.. 그와 아무일 없었다… 정말이다… 라고 예은이에게 얘기하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나를 다시 봤을때 별다른 얘기도 없고,, 표정 변화도 없는 예은이어서.. 말 할 기회를 놓쳤었다.
생각해 보라.. 내가 먼저 다짜고짜 얘길 하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그게 뭐 어떤가..? 그렇게 생각해도 뭐…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이해하겠지.. 란
마음이 들고… 그의 말마따나 시시콜콜 변명하기도 뭣해서 그냥 저냥 흘리려 했는데…
이런데서 발목이 잡힐 줄이야…
뭐 어쨌거나 사실을 얘기할 기회가 왔으니.. 그리 나쁜것은 아니지만..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머뭇거렸다.
"미안해. 거봐.. 내가 곤란한 질문이랬잖아."
나의 머뭇거림을 예은이는 그렇게 해석했나 보다.
"음.. 아니. 그래서 그런거 아니야. 단지..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어."
"왜..? 아무런 느낌이 없었어? 이상하다.. 책에서 보면.. 무지 아프다던가.. 아님 황홀하다던가..
둘 중 하나던데…"
"그러니까 말이지..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나도 아직 경험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단 뜻이야."
"뭐어?! 정말?! 말도 안돼!! 그럼 어제 오빠랑 자면서 아무일도 없었단 말이야?"
"응.. 그렇지.."
"와우~ 우리 오빠 정말 대단한데..? 책에서 보면 말이지.. 남자들은 한 방에.. 것도 한 침대에 여자가
누워있다면 99.9%는 늑대로 변한 다던데.. 그럼 우리 오빠가 그 나머지 0.1%란 말이야?"
"그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니까 내가 사랑하는거지~"
"어우 ~ 언니.. 조금 재수 없어진다.. 피.."
"큭큭.. 그러니? 그치만 너도 성하씨 얘기 할 땐 그렇다는 거 알아둬~"
"아~맞다!! 우리 성하도 아마 그럴꺼야.. 나머지 0.1%… 그치?"
"야~ 이러면서 날 욕해~?!"
"악~ 말하면 간지럽히지 않는다고 했잖아~! 이건 반칙이야~ 반칙~~!"
이 순간.. 숨 넘어 갈 듯.. 자지러지게 웃는 예은이는.. 아무 걱정도 없는 어린아이 같기만 하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봤어..? 음.. 그리고 너 너무 책만 믿지마.. 완전한 흑과 백은 없는거야.. 어디에나
회색은 있게 마련이거든.."
"응.. 나도 알긴 하지만.. 궁금한 건 많고.. 내가 경험할 수 있는건 그다지 많지 않잖아... 그럴땐 만만한 게 책이거든. 헤헤.. 그리고… 있지.. 참.. 챙피한데.. 섹스는 어떤 느낌일까…? 그런게 늘 궁금했어."
그렇게 아무 걱정 없던 어린아이는 사라져 간다.
"바보. 열심히 노력해서.. 걷게 되면… 그때 확인해봐."
"내가 정말… "
"또..또!! 약한 소리 하려거든 아무말도 하지마."
"응. 언니 미안… 이제 안그럴께. 헤헤.."
베시시 웃는 그 웃음이.. 참.. 슬프게 느껴진다.
띵~ 동.. 띵~ 동!!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우리 둘은 화들짝 놀라버렸다.
에이씨!! 누구야?! 이 중요한 순간에…
아주머니는 당연히 아니시다.
벨을 누르는 적 없이.. 항상 열쇠로 열고 들어오시니…
잡상인 이기만 해봐라~! 캭~!
하지만.. 화면에 비친 얼굴은…
잡상인 보다 더 달갑지 않은 얼굴이다.
"언니. 누구야?"
"너.. 혹시 천유아라고 아니?"
"응. 저번에 한번 봤는데..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었어. 그런데 그 여자는 왜?"
"그 여자가 왔어."
"응? 아니 그여자가 왜? 우리집엔 무슨 일로..?"
"너희 할머니께서 손자 며느리로 점찍어두신 여자야."
"뭐?!! 말도 안돼!! 정말이야? 아니 언니 표정을 보니 확실한 것 같다. 그런데 왜 그 사실을 나만 몰랐지?"
그러게.. 집안끼리 약혼한 사이면 너도 알아야 할텐데.. 그치..?
띵~~~~~~~~~~동. 띵동.띵동.띵동.
신경질적인 벨소리가 여러 차례 울리고…
난.. 힘없이 문을 열어 주었다.
현관 앞에 서 있는 나를 보며.. 천유아란 여자는 표독스럽게 말을 하다…
"뭐야? 이 놈의 집구석.. 집에 온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그게 뭐니? 그리고! 대체 벨을 몇번이나 눌렀는지 알기나 해?!! 아..!! 예은씨.. 안녕..?"
쇼파에 앉아 있던 예은이를 그제사 발견 했는지.. 굳은 미소를 억지로 지으며 손을 흔든다.
"별로 안녕하지가 못한데요? 저희 집엔 무슨 일이시죠?"
"아.. 예후씨를 만나러 왔는데.."
"오빠라면 회사에 있죠. 설마 이시간에 집에 있다고 생각하신건 아니죠?"
처음보는… 쌀쌀 맞은 예은이의 모습이다.
"아니 실은.. 전복이 좋은게 들어와서 가져 와봤어요. 할머님께 듣자하니 예후씨가 전복을 엄청 좋아
한다덴데.. 잠시만요~ 얘~ 뭐하니? 김기사!! 어머~ 집이 굉장히 좋네요."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며 집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뭔가 잘못 알고 계시네요. 우리 오빠 전복 알러지 있어요. 다시 가져가세요."
예은이의 말에.. 표정을 살짝 찡그리다 이내 웃는 모습으로 돌아온다.
"호호.. 그래도 가져온 성의가 있지. 두고갈께요. 음.. 그런데 매정하게 차도 한잔 안 줄건가요?"
"언니.. 미안하지만 이 분 차 한잔만.. 미안."
예은이는 무척이나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한다.
"아냐. 괜찮아."
식당으로 향하는 내 뒤로..
"저 사람은 가정부인가봐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얄미운 계집애.. 다 알면서..
"아뇨! 저 분은.."
"아참!! 내 취향을 말하지 않았네. 가정부한테 내 커피 취향을 말해주고, 금방 올께요?"
예은이의 말을 자르며 내 뒤를 따라 온다.
"아! 이봐요! 천유아씨!"
"난 커피 하나, 설탕 두 스푼이야."
내 주위를 한 바퀴 돌아 바로 앞에 선 그녀는… 아래위로 훑어봄과 동시에..
붉은 입술로 독설을 내뱉는다.
"정말 소문대로 한 집에 사네..? 하!! 참.. 어이가 없어서.. 야.. 니 발로 기어나갈래..? 아님. 내가 나가게
해줄까..?"
"어머? 어쩌나..? 커피 한 스푼에 설탕 다섯 스푼을 넣어버렸네..? 그냥 마실래..? 아님 니가 알아서 타
먹을래..?"
"뭐?!! 이 창녀 같은 계집애가 어디서 감히!! 너 죽고 싶어? 내가 누군지 몰라?! 알아서 기어라.. 응? 정말 험한 꼴 당하고 싶지 않으면! 넌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어. 알아?"
"어머.. 너무 무서워서 턱이 덜덜 떨린다.. 응?"
"너.. 정말.. 정말 죽고 싶구나?"
마음껏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밖에 앉아 있는 예은이 때문에 자제하는 게 보인다.
이를 바드득 가는 모습이.. 정말 안쓰럽다.
"너 그걸 지금 협박이라고 하는거야? 근데 어쩌니..? 난 하나도 안 무섭거든.."
예전에.. 너보다 더 무서웠던 예후씨에게도 나.. 할말은 다했어..
그러니까 너 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심장과 손은… 마구 떨려온다.
"그래..? 킥.. 그래 내가 인심 썼다. 즐길 수 있을때 마음껏 즐겨.. 어차피 넌 그가 필요로 할 때 다리나
벌려주는 계집 밖엔 안 될테니까.. 고결한 내가 참을께.. 언젠간 내 앞에 무릎 꿇고 빌 날이 올거야. 그
상상을 하며 이만 물러나 주지.. 아니.. 아니다. 네년 어미처럼 정신병원에 쳐 박혀 있는 상상이 더
좋겠다."
이를 악물고.. 참으려 했지만… 결국… 난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참을 수도 없었다.
참고 싶지도 않았다.
쫘아악!!!!!!!!!!!!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악!!! 너 이!!!"
"대체 무슨 일이오?!"
그 목소리에.. 그녀와 나는 동시에 굳어버렸다.
소리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언제 왔는지.. 그가… 그가.. 서있다.
"흑… 예후씨…!! 글쎄.. 글쎄.. 이 여자가 아무 이유 없이 내 뺨을 때리는 거에요~ 흑흑…"
넌.. 참.. 천의 얼굴을 가졌다..
어쩜 그렇게 바로 돌변할 수가 있는지…
나… 내가 참 말도 안되는 꿈을 꾼다고 생각했어..
나하곤 비교도 안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거…
그래서 잠시.. 포기할까도 생각했었어.. 자신이 없어 흔들리기도 했어..
하지만,, 너한테 만큼은… 절대로!! 뺏길 수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난!! 너와 같은 돈은 없을지언정… 든든한 백 그라운드가 없을지언정..
그를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자신 있거든…
그 마음만은 이세상 누구보다 부자거든...
그가..나를 보며.. 한걸음.. 한걸음.. 화난 표정으로 다가온다.
설마.. 저 여자 말을 믿는 거에요? 그런 거에요?
정말이지.. 그렇기만 해봐..
나한테 한마디라도.. 그런 소리 했단 봐라.. 가만 안 둘꺼야..
하지만.. 그는…
충격적이게도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괜찮아요..?"
내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을 건넨다.
울지 않으려 했는데… 어느새.. 눈물이 고인다.
"네.. 흑.. 아뇨.. 괜찮지 않아요."
"그래요? 이걸 어쩌나... 그러게 그 귀한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았어야지.. 내 여자를 건들지 말았어야지.. 경고하는데 다시 한번 그 주둥이 함부로 놀리면 그땐 내 손이 먼저 날아갈 줄 알아.. 알겠어?
당신이 이성으로 보이지도 않고,, 내 눈엔 여자로 보이지도 않아. 그러니까 난 그렇게 할거요.
짐승이다, 양아치다 라고 소문내도 상관없소. 내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런것쯤 아무것도 아니니까. 당신이 머리라는게 있다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알아들었을거요. 자 그럼 이쯤에서 당신의 그 잘난 가방을 들고 이집에서 나가주면 대단히 고맙겠군."
그의 말에 난 … 입이 벌어짐과 동시에.. 고여 있던 눈물이 떨어진다.
"다.. 당신…!"
"내가 밖으로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소?"
"하!! 정말… 당신!! 후회할꺼야!! 알아들어?!! 내 꼭… 피 눈물 흘리게 만들어 주지.. 어디.. 두고봐!!!"
항상… 무협영화를 보건.. 조폭 영화를 보건… 도망가는 사람은 꼭.. 마지막에 저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두고 보자는….
왜.. 그럴까…?
마지막 남은 자존심일까..?
정원은 자신의 몸체만한 상자를 문 앞에 내려놓다…
천사를 만났다.
영화에서 본 장면과 같이 천사의 뒤엔 언제나 하얀 후광이 빛나고 있는것처럼…
맑은 눈동자로 날 마주보고 있는 그녀의 주위는 정말... 그랬다.
무슨 말이라도 건네고 싶은데… 겁이나...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그녀가 활짝 웃어준다.
그 모습에 숨조차 쉴 수 없어.. 들이쉰 숨을 그대로 참고 있는데..
"더우신가 봐요. 물이라도 한 잔 드리고 싶은데.. 제가 다리가 불편해서 그건 불가능해요."
목소리마저 아름다워 녹음이라도 해놓고... 두고두고 듣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다리가 불편하다고…? 그래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건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참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고 있는데…
굉장히 화가 난 듯한 아가씨가 시야를 가로 막는다.
"뭘 그렇게 넋 놓고 있는거야?!! 어서 차 대기시키지 않고!!"
"네? 네… 그런데 아가씨. 이건 어디다 둘까요?"
전복이 든 상자를 가리키며 묻자,,
"병신아!!! 내다 버려!!"
그러면서 저만치 앞서 내려가 버린다.
이걸 버리라구..? 미쳤군.
중얼거리며 서둘러 뒤따라 나가다.. 천사에게 인사는 하고 가야겠기에…
"천사님! 안녕히 계세요!"
내가 말 해놓고도… 놀라… 금세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네..?"
너… 병신 맞다…
그녀가 날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할까…?
정말 죽고 싶은 마음에..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서 그집을 빠져 나왔다.
"당신.. 괜찮소?"
"네. 그럼요."
걱정스러운 듯 내려보는 그에게.. 애써 거짓을 말했다.
"아니.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군. 당신 눈에서 눈물이 흐르잖아!! 제길!!"
"그럼.. 알면서 왜 물어봤어요?"
내 말에 그는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다.
"그나저나 당신.. 그여자가 한 말.. 들었어요?"
"아니."
"그런데 어떻게…"
"당신이 그정도로 화를 냈다면 분명.. 그녀가 잘못한거겠지. 안그래?"
"그래요.. 맞아요.."
팔을 뻗어.. 그를 안아버렸다.
날.. 한없이 믿어주는 그 때문에… 가슴속에서 기쁨의 물결이 파도가 되어 정신 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올려 놓았는지 저만치 장식장 위에 있는...
75송이로 추정되는 장미꽃 다발로 손을 뻗어.. 이내 그 아름다움을 내게 선사한다.
"난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신을 믿을거요. 당신은 내 여자이고 또 내 자신이기도 하니까."
수동적인 그 말이 이순간.. 그리 나쁘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아니.. 자기꺼라고 우기는 그에게 맞다고.. 그렇다고... 고개라도 크게 끄덕여 주고 싶은 심정이다.
손에 들린 장미 꽃 잎보다 더 붉게 뺨을 물들이며,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차오르는 눈물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버렸다.
왜냐하면.. 이건 기쁨의 눈물이니까…
참거나 숨겨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런.. 큰일이네. 아직 크리스마스가 되려면 한 참 멀었는데..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게 생겼군."
"… ?"
잠시 무슨말인지 몰라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는데…
"여기.. 코가 새빨간 루돌프를 찾으러 말이오."
안봐도 뻔한 내 코를 살짝 튕기며.. 그는 말한다.
"푸훗~ 당신 너무 유치해요."
"어? 울다가 웃으면…?"
"털 안났어요!!!"
"누가 뭐랬나? 당신 꽤나 유치하군."
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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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님들 잘 지내셨나요?
저.. 너무 늦게 찾아왔죠? 헤헤.. 죄송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죄송스런 마음에 아주 길~~게 올려봤어요. ^^
음.. 궁금하지 않으실지도 모르지만.. 나름대로 변명을 하자면..
월요일에 미국에서 바이어가 왔어요.
이틀 내내 사장님과 그 아자씨를 따라다녀서 ..글 쓸 시간이 당최 없었답니다..
뭐가 그리 궁금하고.. 말도 많은지...
게다가 자기네 나라가 0 : 3 으로 져서 그런가.. 원래는 하루 일정이었는데.. 어제 돌아갔답니다.
울 직원들 속을 바짝바짝 태우면서...
저... 응원하러 못 가는줄 알고 얼마나 애가 탔는지 아십니까...? ㅜㅡ
췟~! 딱 6시 30분에 가더군요.
젊지도 않으면서.. ㅡㅡ 잘생기지도 않았으면서.. ㅡㅡ 배도 불뚝 나왔으면서... ㅡㅡ
가끔 지나가다 외국인들 보면 참.. 잘생겼던데.. ㅋ
왜 울 회사는 배나오고 약간 머리 없는 분들만 방문하시는지... ㅡㅡ;:
꽃미남이면 바라보는 낙으로라도 버티지요..ㅋㅋ
하여간 바짝 긴장하고.. 어려웠던 악몽의 이틀이었습니다.
참참.. 저 어제 부천 경기장에 응원하러 갔었어요~ ^^v
혹시 거기 가셨던 분 계신가요...?
그렇담... 어쩌면... 우린 스쳐지났을 수도 있는데... ㅋ
오모나..? 제가 말이 넘 길어졌네요.
전 이만 사라집니다. ^^*
어쨌거나 저쨌거나...
대한민국 화이팅~!!
태극전사 화이팅~!!
v^____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