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병실안으로 들어오는 유민을 발견하자, 그는 언제그랬냐는 듯,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채 손을 흔들어 보였다.
-형…
유민도 환한 웃음으로 답례했다.
-아이구..맨날 보는 동생 뭐가 그렇게 좋다고..매번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처럼..좋아해?
매일마다 이루어지는 둘의 요란한 만남에 아까 핀잔주던 할머니가 웃으면서 한마디 한다.
이둘은..병실내에서도 우애좋기로 소문나 있었다.
-일은 끝났어?
-네… 형은 오늘 하루종일 뭐했어요?
-어..아까 검사받고..지금 영화봤는데..내용이 어찌나 슬프든지....
그는 전의 감정이 되살아났는지 이미 말라버린 눈가를 손으로 한번 더 훔치며 말했다..
유민의 눈에 금새 안쓰러운 빛이 감돌았다.
‘형...
불쌍한..민석이형.
#다시 1년 전....
눈을 뜨자, 민석은 온몸이 조각조각 부서진것처럼..쑤셔왔다. 그리고 왠일인지 너무 갑갑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심하게 찌그러져 뒤집힌 차안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민석은 본능적으로 연희를 찾았다. 옆에 앉아 있던 연희는 보이지 않았다.
-연..희..야.
몸이 말을 듣지 않았지만 민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거의 질질 끌다시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주위를 살폈다...
-연희야..연희야..어딨니..
갑자기 뒤에서 ‘뻥’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민석은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면서….서서히..그의 의식도 희미해져 갔다..
#
'나 당신 절대 이대로 두지 않을거야..
당신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거야…
그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피로 훨훨 날수 있도록..
나 꼭 그렇게 할거야…
혹 내 심장을 당신과 맞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
혹…. 내 심장을 당신과 맞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이봐요…여길 보세요.. 정신이 듭니까?
2개월만이었다. 민석이 깨어난 것은…
-기적입니다…정말..이렇게 깨어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저기요..제말 들립니까?
민석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힘겹게 머리를 돌리고는 고개를 끄떡여보였다.
-김간호사..보호자한테는 연락됐어?
-네..지금..오고있답니다…
-저기요..여기가 어딘지 알겟습니까?
제가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완전히 눈을 뜬 민석이 주위를 살피더니
당연하다는 듯이..말했다.
-병원이잖아요..그리고..그쪽은 의사선생님이구요..
의사와 간호사들은 민석의 정신또한 온전하다는 것에 기뻐했다.
-근데..제가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된거죠?
-사고를 당해셨어요..그것도 아주 큰 사고를
이렇게 깨어난 것만도 기적입니다..
기억 안나세요?
-아…
갑자기 온몸의 신경이 민석에게 존재감을 알리려는 듯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민석은 자신의 한쪽팔과 한쪽다리에 깁스가 감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미라 같은 자신의 모습을 보자, 그의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의사가 뭔가를 확인하려는 듯..다시금 민석의 시선을 끌었다..
-저기여..사고 난 거 기억나십니까?
민석이 대답도 안했는데..
그는 고개를 한번 흔들더니..질문을 바꿔 물었다..
-아니…환자분..이름이 뭐죠?
민석이..어이없다는 듯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설마 제 이름도 모르겠습니까? 내 이름은…
갑자기 민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천천히 말해봐요..
이해한다는 듯..
의사가 민석을 향해..따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이름은…그러니까…
아~ 왜이러지?
-형~~~
그때였다. 유민이 서둘러 문을 열고 병실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민석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마음에 한걸음에 달려오던 길이었다. 유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민석에게 다가왔다.
-형..고마워…살아줘서..
감격해 있는 유민을 보는 민석의 눈빛이 어리둥절해 보였다. 민석은 그나마 성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누구세요?
#
-해리성 기억장애입니다..
요즘 드라마 소재로 많이 나와 익숙한 병명일겁니다.
학습으로 익힌 일반적인 지식은 남아있지만, 자신에 관한 기억은 잃어버리는 병니다.
의사는 건너편의 앉은 유민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기계적인 말투로 내뱉었다.
병명만큼 유민의 반응 또한 의사에겐 익숙했다. 그동안 다른 환자가족들도 자신의 말에 다 저런 표정들을 지었으니까..
'다음엔 분명…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언제쯤 기억이 돌아오냐고 묻겠지?
그럼 난 또 오리무중한 표정으로 10년동안 해왔던 말을 토씨하나 안틀리고 하게 될거야..
하지만 잠시후 들려온 유민의 물음은 10년만에 처음으로 그의 예상을 뒤집는 것이었다.
-저..선생님..
기억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게 할 순 없을까요?
-네?
뜻밖의 소리에 적잖히 놀랐지만…유민의 표정이 너무 간절히 그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어 그는 숨을 가다듬고 최대한 의사로써 교양있게 보이려 애쓰며 말했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 질문이 바뀌었다고 해서..
대답이 다르진 않다는 것을..
그는 어느새 10년 동안 해온 말을 토씨하나 안틀리고 내뱉고 있엇다....
-그건 장담할 순 없습니다..
저러다 어느 한순간…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고요..
한번 두고 봅시다..
#
민석은 비록 절뚝거리기는 하지만 밖에 돌아다닐 수있게 되었다. 병원 대합실을 지나가는데..어느 젊은 여자가 아기를 데리고 진료를 받기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민석은 무언가에 이끌리듯..그여자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다짜고짜 옆에 앉아..아기를 귀여워죽겠다는 듯 바라보았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아기 엄마도 곧 민석의 순수한 의도를 기분좋게 받아들였다..
-정말..너무..귀여워요..
몇 개월이에요?
-네..지금..14개월 됐어요..
-이 볼살 좀 봐..
오동통 살이 오른..아기의 볼살을..살짝 건드려며 민석이 말했다. 남의 아이지만..마치 자신의 아이처럼..너무나.사랑스러웠다. 한동안..아이에게 시선을 주선.민석이...갑자기 여기가 병원이라는 것이 생각난듯..한껏 걱정이 담긴 얼굴로..물었다.
-근데..여기엔 왜..
아기가 아픈가요?
-아니요…제가 몸살기운이 있어서요…아이는 혼자둘 수 없어서..데리고 온거에요..
-네…
그는 아기엄마의 이름이 호명될때까지 아기옆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한편..
민석의 이런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한사람이 있었다. 그는 예전과는 180도 달라진 민석의 모습을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의사가 엑스라에 사진을 가리키며 유민을 향해 말했다.
-이제 몸은 거의 회복됐습니다..부러진 뼈들은 다 붙었고, 골반에 넣은 철심은 제자리를 잘 잡은 것 같습니다..
다리 같은 경우는 지금처럼 재활치료 꾸준히 받으면 정상인처럼 걸을 수 있을 것이구요..
이제 기억만..돌아오면 되는데..
의사가 유민의 눈치를 살피며 말끝을 흐렷다.
-정말..방법이 없습니까?
-네?
-기억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게 하는 방법이요..
-아직도..그러길 원하십니까?
-네..
-도대체 이유가..
-선생님..형을 좀 보세오..
전혀 다른 사람이 되버렸어요..
마치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지금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데..
옛날로 돌아가게 할 순 없어요…
충분히 불행했던 사람이에요..
더 이상은 안되요..
어느새 유민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잖아요..
이미 병원비도 어마어마하게 나왔을텐데..
또 퇴원하더라도..정기적인 통원치료를 받아야 할테고..
재활치료까지…
유민씨가 모두 부담하기엔 무리가 아닐까요?
차차리 가족을 찾아서 도움을 받는 것이..
-형 고아에요..
유민의 표정은 단호했다.
-그리고 제게 돈은 충분히 있고요.
통원치료, 재활치료 다 제가 하면 되요..
의사는 유민이 밤새 일하고 낮에는 민석을 돌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민의 지극정성은 병원내에서도 유명했다.
-왜 이렇게 그분한테 잘하는 거죠?
친동생도 아니라면서요..
순간..
유민은 예전에 민석과 나누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형 정말 왜그래요..왜이렇게 나한테 잘해줘요.
-몰랐어? 투자하는 거야..너 나중에 이용해먹을려구..’
‘난 사실..처음부터 형 진심을 알고 있었어..
말은 그렇게 했어도..결국은 날 도와주고 싶었다는걸..
고아원에서 도망나와 지하철에서 앵벌이를 하는 날 데려다
라면을 사주며 아무말없이 따뜻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던 그 순간부터.
날 이용할 생각따윈 애초부터 없었어, 형은.
단지 내가 불쌍했던 거야..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내가..
-잘생겼잖아요…나중에 이용해 먹을려고요..
황당한 표정의 의사를 뒤로하고 유민은 밖으로 나왔다.
#
-민석이 찾아냈어?
-네
-어떤 상태야?
-건강은 완전히 회복한 것 같습니다. 다만..
-뭔데?
-과거의 기억을 잃은 거 같습니다.
완전히 딴사람이 되버렸습니다.
창문에만 시선을 두고 있던 영훈이 비로서 박실장을 응시했다.
-딴사람?
왜..갑자기 그자식이 행복해보이기라도 한단 말이야?
정곡을 찌르는 영훈의 질문에 박실장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떠올랐다.
-네....아주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영훈는 자조섞인 웃음을띠며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과거의 기억을 잃으니까 무지 행복해 보이더라….
-어떡할까요? 데..려 올까요?
박실장이 조심스레 영훈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솔직히 그의 속마음은 민석을 이제 그만 놔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차마 그말을 하지 못했다.
합격발표를 기다리는 것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영훈의 대답을 기다렸다.
박실장의 마음과는 달리..영훈의 목소리는 의외로 경쾌했다.
-됐어..기억도 없는 놈 데려다 뭐에 쓰게..이제 그놈한테 신경 끄자구.
영훈은 오른쪽의 박제를 한번 쳐다보곤..이내 큰소리로 박실장을 향해 말했다.
-박 실장..다음 스케줄은 뭐지?
-네..진성상사 이사장님과의 점심약속입니다.
-가지..
익숙한 솜씨로 박실장이 영훈의 휠체어를 잡았다.
막 문을 나서려고 하자 영훈이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
-박실장..내 방 창문말이야..
-네.
-열어놓고와..
-네?
-아주 활짝 열어놔..
-네.
박실장은 영훈이 갑자기 왜 창문을 열어놓으라고 하는지 의아했지만, 그것도 그방 창문은 그가 아는 한 한번도 열려있었던 적이 없었는데..보스의 명령이니..재빨리 사무실로 들어와 창문을 열었다.
-이제 가지..
그리고 영훈은 명상에 잠기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동안 자신만을 바라보던 박제가 창문밖으로 훨훨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가라..그렇게 내품이 싫다면...,
그렇게 날고 싶다면 어디 한번 훨 훨 날아봐..
#
민석은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하늘에서 마음껏자신의 날개를 펼치며 날아가는 새가 보였다.
그는 눈을 찌르는 햇빛의 방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목을 있는 대로 젖혀 그 새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넋을 잃고 새을 바라보던 민석은 갑자기 심장이 뜨거워지면 서 마구 뛰는 걸 느꼈다.
-왜 이러지?
마치 자신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무한한 해방감이 들었다. 가슴속이 뻥둘리는 것처럼..시원하고 상쾌했다..
하지만 민석은 안타깝게도 알지 못했다.
차가웠던 그의 심장에 불을 지피기 위해 과거의 기억들이 장작이 되었음을..
또 그 재가 되어버린 장작속에 연희가 있엇음을...........
<3년 후>
# 편의점
민석은 얼마전부터 편의점 알바일을 시작했다. 유민이 일하는 편의점 오후타임을 맞기로 했다.
배가 고파 컵라면을 끓여먹느라 정신이 없는데 딸랑딸랑 종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들어온 것이다. 민석은 무신경하게 어서오세요 인사하며 고개를 들었다. 여자손님이었다. 까만가죽에 까만치마, 하지만 얼굴만은 무지 하얀여자엿다.
-라면 어디있죠?
-네 왼쪽 끝으로 가시면 있어요.
-여기서 먹고가도 되죠?
-그럼요.
왠지 민석은 그녀가 신경이 쓰였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는 오른쪽으로 가고 있었다.
-아니요..왼쪽이라니까...요
민석은 라면을 먹다말고 계산대에서 나와서 그녀에게 다가가며 소리쳤다.
-밥먹는 손쪽이 아니라..왼쪽이라구요.
방향도 잘 구별못해요?
민석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참견을 하고 있었다. 한번도 여자에게 없었던 일이었다.
-라면볼때 신문좀 보면서 먹을려고요.
안돼요?
민석은 그제서야 위에 신문이라는 팻말이 붙은걸 보았다. 약간 무안해졌다. 하지만 그의 이상행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앗다.
그녀가 신문을 사고 라면코너로 가자, 재빨리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연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이것은 육개장 맛인데요..실제론 그냥 라면맛이에요..이 새우탕 큰사발면은 사실 새우는 들어있지 않아요..하지만 얼큰하긴 해요..
민석은 그녀의 시선이 닿는 라면마다, 자신이 아는대로 설명을 늘어놓았다.
-아~ 이건 절대 먹지 마세요..넘 맛없더라구요..
갑자기 그녀가 민석이 먹지 말라던 그 라면을 집어들었다.
-그건정말 맛이 없다니까요..
-저기요 저 라면 처음먹어보는 거 아니거든요..
그리고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라면이에요..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고, 무안해하는 민석앞을 쌩하니 지나 뜨거운 물이 있는곳으로 향햇다.
하지만 어느새 민석이 웃음띤 얼굴로 그녀 옆에 다가와 있었다.
-아니 난..
맛있는거 드리고 싶어서..
아!! 물은 그렇게 많이 붓는 거 아니에요..이제 그만..
드디어 여자가 더이상 못참겠다는 듯..
민석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녀는 갑자기 몸에 따뜻한 기운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이 민석의 눈빛때문이라는 것을 알지 못햇다.
-원래 그렇게 말이 많아요?
-네?
-아님 혹시 저한테 관심있어요?
첫번째쪽이라면 난 당신말 듣기 싫으니까 딴사람한테 떠들었으면 좋겠구요.
두번째쪽이라면 난 말많은 사람 딱 질색이니까 딴 사람한테 추근댔으면 좋겠어요..
민석에게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또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나무젓가락을 갈랐다.
-죄송합니다.
민석은 꾸벅 인사를 하고 다시 계산대로 돌아왔다.
여자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저기..
-또 뭐죠? 이 사람이 정말..
-이거 곁들여 드시라구요..김치에요.
민석은 그녀의 눈을 쳐다보지도 못한채, 슬며시 김치를 놓고 계산대로 돌아갔다.
여자의 눈 앞에 종이컵속에 가지런히 김치가 보였다.
마치 활활 불타고 있는 듯한 새 빨간 김치였다.
몇사람의 손님이 들락거리고 민석이 계산같은 거에 정신이 팔렸던 사이 어느새 그녀는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돈은 처음에 지불했고 꼭 민석을 찾을일이 없었는데도 그는 그녀가 아무말도 없이 그냥 그렇게 가버린것이 왠지 서운했다.
민석은 자리를 치우기 위해 행주를 가지고 그녀가 있었던 곳으로 갔다. 순간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김치가 담겨있던 컵이 비워져 있었다. 라면은 조금 남겼는데 그녀는 그 김치만은 다 먹은 것이다.
그리고 컵위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껌한개...
민석은 그녀가 자신에게 무언의 고마움을 표시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나쁜여자는 아니었어. 또 왔으면 좋겠다.
#
-진 소프트 아직 코스닥에 상장되진 않았지만 이번에 신제품을 개발한 아주 유망한 회사입니다. 이회사를 우리가 인수해서 코스닥에 상장하기만 한다면 큰 이익을 낼 것입니다.
-근데..쉽게 되겠어?
경영자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텐데..
-그건 저한테생각이 잇습니다.
믿어보십시오..
수연이 입가에 건조한 미소를 띄우며 한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영훈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떡였다.
-알았어..그만 나가봐..
수연이 나가자 오늘 그녀의 얼굴을 처음본 박실장이 의아한 얼굴로 영훈에게 물었다.
-누굽니까?
-어..내가 학비를 후원해서 키운 재목인데..앞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내 후계자야..
어제 미국에서 귀국했어.
오자마자 밤새 일만한 모양이군..
영훈이 감탄하듯 말했다.
박실장은 왠지 수연의 무표정한 얼굴과 행동이 예전의 민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곧 알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영훈은 또 습관처럼 옆의 박제를 쓰다듬었다.
어느새 그것은 예전의 독수리가 아닌 작고하얀 비둘기의 박제로 바뀌어져 있엇다.
#
-김실장..그 차에 타고 있엇는데..
아무래도 죽은 거 같습니다..
-.....
-사장님?
-......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영훈이 수화기를 들었다.
-알았어..그만 돌아와...
-근데 사장님..이 여자는 어떡할까요?
-뭐? 무슨 여자?
-김실장과 함께 타고 있던 여자말입니다.
트럭하고 부딪힐때 이여자만 따로 튕겨져 나왔습니다.
지금 길바닥에 쓰러져 있습니다.
-살았나?
-그런 것 같은데..아무래도 곧 죽을 것 같습니다..
-….
-사장님..
인호가 영훈의 대답을 재촉했다.
-데려와..
-네..알겠습니다.
다행히 연희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민석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모든 기억을 잃고 말았다. 영훈은 곧바로 그녀를 미국으로 옮겼다.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모든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몇년 후 그녀는 대단히 빠른 회복과 학습능력으로 어느덧 영훈이 원하던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
잃어버린 기억속에서 자신이 최연희였다는 사실을 모른 채, 3년간 김수연으로 교육받아온 그녀는 예전 민석의 오피스텔에 머물게 되었다. 이건 영훈이 마련해준 것이었다. 안에 들어서자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예전에 많이 와본 것 같은..
수연은 짐을 푸르기 전에 먼저 청소기부터 돌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사람이 살지 않았는지...오피스텔..곳곳에는..먼지가..수북했다..
바닥에 엎드려 소파밑의 먼지를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있는데..구석에 왠 종이가 구겨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게 뭐지?
거기엔 휘갈겨진 글씨로 알수 없는 목록이 나열되 있었다.
1.액션영화
2.라면
3.새고기
4.당신의 웃음.
‘당신의 웃음?
왠지 모르게 수연은 그 단어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당신의 웃음이라....
참으로......닭살이군.
그것이 자신의 웃음이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수연은 무심히 그 종이를 쓰레기통으로 집어넣었다.
끝
헤헤.^^ 정말로 끝이났네요..
결국 연희는 민석을 하늘높이 날게 하기위해 자신의 심장을 민석과 맞바꾸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연희가 박제가 되었지요..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만..
편의점에서 만났으니..아마 뜨거운 심장을 가진 민석이 연희를 살려낼 것입니다.
그동안..제글을..읽어주신.모든 분들께..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특히..
저에게 손수..마음을.표현하셨던..
눈꽃사랑님,쩡이님,해녀님,바이올렛님,닉넴땜에 항상 고민님,윤현주님,까만종이님, 비오다햇빛님,마쉬멜로파스타님,둥실이님,수민맘님,이리내님,지우개님,000님..
< 박 제 >-11(마지막회)
#
<1년 후>
한 병실에서 사람들이 모여앉아 비디오를 시청하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투덜대기 시작했다.
-뭐야..흔해빠진 사랑 얘기잖아..
할튼 김간호사 취향 알아줘야 한다니까..뭐 저런걸 다 빌려왔대?
-맞아..안그래도 병원생활 지루해죽겠는데..
좀 재밌는 것 좀 빌려오지..
하지만 창문 옆의 침대에 앉은 한사람..
-그래도 아름답잖아요..
그의 눈엔 눈물까지 맺쳐 있었다..
-할튼..저 총각은..
너무 감상적이라니까..
뭐 남자가 저러냐..
얼마전 교통사고로 팔에 기브스를 한 할머니가 그 사람을 향해 장난조로 말했다.
그 사람은..이내 쑥쓰러운지 수줍게 웃었다.
-유민아..
막 병실안으로 들어오는 유민을 발견하자, 그는 언제그랬냐는 듯,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채 손을 흔들어 보였다.
-형…
유민도 환한 웃음으로 답례했다.
-아이구..맨날 보는 동생 뭐가 그렇게 좋다고..매번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처럼..좋아해?
매일마다 이루어지는 둘의 요란한 만남에 아까 핀잔주던 할머니가 웃으면서 한마디 한다.
이둘은..병실내에서도 우애좋기로 소문나 있었다.
-일은 끝났어?
-네… 형은 오늘 하루종일 뭐했어요?
-어..아까 검사받고..지금 영화봤는데..내용이 어찌나 슬프든지....
그는 전의 감정이 되살아났는지 이미 말라버린 눈가를 손으로 한번 더 훔치며 말했다..
유민의 눈에 금새 안쓰러운 빛이 감돌았다.
‘형...
불쌍한..민석이형.
#다시 1년 전....
눈을 뜨자, 민석은 온몸이 조각조각 부서진것처럼..쑤셔왔다. 그리고 왠일인지 너무 갑갑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심하게 찌그러져 뒤집힌 차안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민석은 본능적으로 연희를 찾았다. 옆에 앉아 있던 연희는 보이지 않았다.
-연..희..야.
몸이 말을 듣지 않았지만 민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거의 질질 끌다시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주위를 살폈다...
-연희야..연희야..어딨니..
갑자기 뒤에서 ‘뻥’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민석은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면서….서서히..그의 의식도 희미해져 갔다..
#
'나 당신 절대 이대로 두지 않을거야..
당신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거야…
그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피로 훨훨 날수 있도록..
나 꼭 그렇게 할거야…
혹 내 심장을 당신과 맞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
혹…. 내 심장을 당신과 맞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이봐요…여길 보세요.. 정신이 듭니까?
2개월만이었다. 민석이 깨어난 것은…
-기적입니다…정말..이렇게 깨어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저기요..제말 들립니까?
민석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힘겹게 머리를 돌리고는 고개를 끄떡여보였다.
-김간호사..보호자한테는 연락됐어?
-네..지금..오고있답니다…
-저기요..여기가 어딘지 알겟습니까?
제가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완전히 눈을 뜬 민석이 주위를 살피더니
당연하다는 듯이..말했다.
-병원이잖아요..그리고..그쪽은 의사선생님이구요..
의사와 간호사들은 민석의 정신또한 온전하다는 것에 기뻐했다.
-근데..제가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된거죠?
-사고를 당해셨어요..그것도 아주 큰 사고를
이렇게 깨어난 것만도 기적입니다..
기억 안나세요?
-아…
갑자기 온몸의 신경이 민석에게 존재감을 알리려는 듯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민석은 자신의 한쪽팔과 한쪽다리에 깁스가 감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미라 같은 자신의 모습을 보자, 그의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의사가 뭔가를 확인하려는 듯..다시금 민석의 시선을 끌었다..
-저기여..사고 난 거 기억나십니까?
민석이 대답도 안했는데..
그는 고개를 한번 흔들더니..질문을 바꿔 물었다..
-아니…환자분..이름이 뭐죠?
민석이..어이없다는 듯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설마 제 이름도 모르겠습니까? 내 이름은…
갑자기 민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천천히 말해봐요..
이해한다는 듯..
의사가 민석을 향해..따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이름은…그러니까…
아~ 왜이러지?
-형~~~
그때였다. 유민이 서둘러 문을 열고 병실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민석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마음에 한걸음에 달려오던 길이었다. 유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민석에게 다가왔다.
-형..고마워…살아줘서..
감격해 있는 유민을 보는 민석의 눈빛이 어리둥절해 보였다. 민석은 그나마 성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누구세요?
#
-해리성 기억장애입니다..
요즘 드라마 소재로 많이 나와 익숙한 병명일겁니다.
학습으로 익힌 일반적인 지식은 남아있지만, 자신에 관한 기억은 잃어버리는 병니다.
의사는 건너편의 앉은 유민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기계적인 말투로 내뱉었다.
병명만큼 유민의 반응 또한 의사에겐 익숙했다. 그동안 다른 환자가족들도 자신의 말에 다 저런 표정들을 지었으니까..
'다음엔 분명…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언제쯤 기억이 돌아오냐고 묻겠지?
그럼 난 또 오리무중한 표정으로 10년동안 해왔던 말을 토씨하나 안틀리고 하게 될거야..
하지만 잠시후 들려온 유민의 물음은 10년만에 처음으로 그의 예상을 뒤집는 것이었다.
-저..선생님..
기억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게 할 순 없을까요?
-네?
뜻밖의 소리에 적잖히 놀랐지만…유민의 표정이 너무 간절히 그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어 그는 숨을 가다듬고 최대한 의사로써 교양있게 보이려 애쓰며 말했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 질문이 바뀌었다고 해서..
대답이 다르진 않다는 것을..
그는 어느새 10년 동안 해온 말을 토씨하나 안틀리고 내뱉고 있엇다....
-그건 장담할 순 없습니다..
저러다 어느 한순간…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고요..
한번 두고 봅시다..
#
민석은 비록 절뚝거리기는 하지만 밖에 돌아다닐 수있게 되었다. 병원 대합실을 지나가는데..어느 젊은 여자가 아기를 데리고 진료를 받기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민석은 무언가에 이끌리듯..그여자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다짜고짜 옆에 앉아..아기를 귀여워죽겠다는 듯 바라보았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아기 엄마도 곧 민석의 순수한 의도를 기분좋게 받아들였다..
-정말..너무..귀여워요..
몇 개월이에요?
-네..지금..14개월 됐어요..
-이 볼살 좀 봐..
오동통 살이 오른..아기의 볼살을..살짝 건드려며 민석이 말했다. 남의 아이지만..마치 자신의 아이처럼..너무나.사랑스러웠다. 한동안..아이에게 시선을 주선.민석이...갑자기 여기가 병원이라는 것이 생각난듯..한껏 걱정이 담긴 얼굴로..물었다.
-근데..여기엔 왜..
아기가 아픈가요?
-아니요…제가 몸살기운이 있어서요…아이는 혼자둘 수 없어서..데리고 온거에요..
-네…
그는 아기엄마의 이름이 호명될때까지 아기옆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한편..
민석의 이런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한사람이 있었다. 그는 예전과는 180도 달라진 민석의 모습을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의사가 엑스라에 사진을 가리키며 유민을 향해 말했다.
-이제 몸은 거의 회복됐습니다..부러진 뼈들은 다 붙었고, 골반에 넣은 철심은 제자리를 잘 잡은 것 같습니다..
다리 같은 경우는 지금처럼 재활치료 꾸준히 받으면 정상인처럼 걸을 수 있을 것이구요..
이제 기억만..돌아오면 되는데..
의사가 유민의 눈치를 살피며 말끝을 흐렷다.
-정말..방법이 없습니까?
-네?
-기억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게 하는 방법이요..
-아직도..그러길 원하십니까?
-네..
-도대체 이유가..
-선생님..형을 좀 보세오..
전혀 다른 사람이 되버렸어요..
마치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지금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데..
옛날로 돌아가게 할 순 없어요…
충분히 불행했던 사람이에요..
더 이상은 안되요..
어느새 유민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잖아요..
이미 병원비도 어마어마하게 나왔을텐데..
또 퇴원하더라도..정기적인 통원치료를 받아야 할테고..
재활치료까지…
유민씨가 모두 부담하기엔 무리가 아닐까요?
차차리 가족을 찾아서 도움을 받는 것이..
-형 고아에요..
유민의 표정은 단호했다.
-그리고 제게 돈은 충분히 있고요.
통원치료, 재활치료 다 제가 하면 되요..
의사는 유민이 밤새 일하고 낮에는 민석을 돌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민의 지극정성은 병원내에서도 유명했다.
-왜 이렇게 그분한테 잘하는 거죠?
친동생도 아니라면서요..
순간..
유민은 예전에 민석과 나누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형 정말 왜그래요..왜이렇게 나한테 잘해줘요.
-몰랐어? 투자하는 거야..너 나중에 이용해먹을려구..’
‘난 사실..처음부터 형 진심을 알고 있었어..
말은 그렇게 했어도..결국은 날 도와주고 싶었다는걸..
고아원에서 도망나와 지하철에서 앵벌이를 하는 날 데려다
라면을 사주며 아무말없이 따뜻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던 그 순간부터.
날 이용할 생각따윈 애초부터 없었어, 형은.
단지 내가 불쌍했던 거야..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내가..
-잘생겼잖아요…나중에 이용해 먹을려고요..
황당한 표정의 의사를 뒤로하고 유민은 밖으로 나왔다.
#
-민석이 찾아냈어?
-네
-어떤 상태야?
-건강은 완전히 회복한 것 같습니다. 다만..
-뭔데?
-과거의 기억을 잃은 거 같습니다.
완전히 딴사람이 되버렸습니다.
창문에만 시선을 두고 있던 영훈이 비로서 박실장을 응시했다.
-딴사람?
왜..갑자기 그자식이 행복해보이기라도 한단 말이야?
정곡을 찌르는 영훈의 질문에 박실장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떠올랐다.
-네....아주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영훈는 자조섞인 웃음을띠며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과거의 기억을 잃으니까 무지 행복해 보이더라….
-어떡할까요? 데..려 올까요?
박실장이 조심스레 영훈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솔직히 그의 속마음은 민석을 이제 그만 놔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차마 그말을 하지 못했다.
합격발표를 기다리는 것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영훈의 대답을 기다렸다.
박실장의 마음과는 달리..영훈의 목소리는 의외로 경쾌했다.
-됐어..기억도 없는 놈 데려다 뭐에 쓰게..이제 그놈한테 신경 끄자구.
영훈은 오른쪽의 박제를 한번 쳐다보곤..이내 큰소리로 박실장을 향해 말했다.
-박 실장..다음 스케줄은 뭐지?
-네..진성상사 이사장님과의 점심약속입니다.
-가지..
익숙한 솜씨로 박실장이 영훈의 휠체어를 잡았다.
막 문을 나서려고 하자 영훈이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
-박실장..내 방 창문말이야..
-네.
-열어놓고와..
-네?
-아주 활짝 열어놔..
-네.
박실장은 영훈이 갑자기 왜 창문을 열어놓으라고 하는지 의아했지만, 그것도 그방 창문은 그가 아는 한 한번도 열려있었던 적이 없었는데..보스의 명령이니..재빨리 사무실로 들어와 창문을 열었다.
-이제 가지..
그리고 영훈은 명상에 잠기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동안 자신만을 바라보던 박제가 창문밖으로 훨훨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가라..그렇게 내품이 싫다면...,
그렇게 날고 싶다면 어디 한번 훨 훨 날아봐..
#
민석은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하늘에서 마음껏자신의 날개를 펼치며 날아가는 새가 보였다.
그는 눈을 찌르는 햇빛의 방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목을 있는 대로 젖혀 그 새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넋을 잃고 새을 바라보던 민석은 갑자기 심장이 뜨거워지면 서 마구 뛰는 걸 느꼈다.
-왜 이러지?
마치 자신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무한한 해방감이 들었다. 가슴속이 뻥둘리는 것처럼..시원하고 상쾌했다..
하지만 민석은 안타깝게도 알지 못했다.
차가웠던 그의 심장에 불을 지피기 위해 과거의 기억들이 장작이 되었음을..
또 그 재가 되어버린 장작속에 연희가 있엇음을...........
<3년 후>
# 편의점
민석은 얼마전부터 편의점 알바일을 시작했다. 유민이 일하는 편의점 오후타임을 맞기로 했다.
배가 고파 컵라면을 끓여먹느라 정신이 없는데 딸랑딸랑 종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들어온 것이다. 민석은 무신경하게 어서오세요 인사하며 고개를 들었다. 여자손님이었다. 까만가죽에 까만치마, 하지만 얼굴만은 무지 하얀여자엿다.
-라면 어디있죠?
-네 왼쪽 끝으로 가시면 있어요.
-여기서 먹고가도 되죠?
-그럼요.
왠지 민석은 그녀가 신경이 쓰였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는 오른쪽으로 가고 있었다.
-아니요..왼쪽이라니까...요
민석은 라면을 먹다말고 계산대에서 나와서 그녀에게 다가가며 소리쳤다.
-밥먹는 손쪽이 아니라..왼쪽이라구요.
방향도 잘 구별못해요?
민석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참견을 하고 있었다. 한번도 여자에게 없었던 일이었다.
-라면볼때 신문좀 보면서 먹을려고요.
안돼요?
민석은 그제서야 위에 신문이라는 팻말이 붙은걸 보았다. 약간 무안해졌다. 하지만 그의 이상행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앗다.
그녀가 신문을 사고 라면코너로 가자, 재빨리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연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이것은 육개장 맛인데요..실제론 그냥 라면맛이에요..이 새우탕 큰사발면은 사실 새우는 들어있지 않아요..하지만 얼큰하긴 해요..
민석은 그녀의 시선이 닿는 라면마다, 자신이 아는대로 설명을 늘어놓았다.
-아~ 이건 절대 먹지 마세요..넘 맛없더라구요..
갑자기 그녀가 민석이 먹지 말라던 그 라면을 집어들었다.
-그건정말 맛이 없다니까요..
-저기요 저 라면 처음먹어보는 거 아니거든요..
그리고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라면이에요..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고, 무안해하는 민석앞을 쌩하니 지나 뜨거운 물이 있는곳으로 향햇다.
하지만 어느새 민석이 웃음띤 얼굴로 그녀 옆에 다가와 있었다.
-아니 난..
맛있는거 드리고 싶어서..
아!! 물은 그렇게 많이 붓는 거 아니에요..이제 그만..
드디어 여자가 더이상 못참겠다는 듯..
민석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녀는 갑자기 몸에 따뜻한 기운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이 민석의 눈빛때문이라는 것을 알지 못햇다.
-원래 그렇게 말이 많아요?
-네?
-아님 혹시 저한테 관심있어요?
첫번째쪽이라면 난 당신말 듣기 싫으니까 딴사람한테 떠들었으면 좋겠구요.
두번째쪽이라면 난 말많은 사람 딱 질색이니까 딴 사람한테 추근댔으면 좋겠어요..
민석에게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또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나무젓가락을 갈랐다.
-죄송합니다.
민석은 꾸벅 인사를 하고 다시 계산대로 돌아왔다.
여자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저기..
-또 뭐죠? 이 사람이 정말..
-이거 곁들여 드시라구요..김치에요.
민석은 그녀의 눈을 쳐다보지도 못한채, 슬며시 김치를 놓고 계산대로 돌아갔다.
여자의 눈 앞에 종이컵속에 가지런히 김치가 보였다.
마치 활활 불타고 있는 듯한 새 빨간 김치였다.
몇사람의 손님이 들락거리고 민석이 계산같은 거에 정신이 팔렸던 사이 어느새 그녀는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돈은 처음에 지불했고 꼭 민석을 찾을일이 없었는데도 그는 그녀가 아무말도 없이 그냥 그렇게 가버린것이 왠지 서운했다.
민석은 자리를 치우기 위해 행주를 가지고 그녀가 있었던 곳으로 갔다. 순간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김치가 담겨있던 컵이 비워져 있었다. 라면은 조금 남겼는데 그녀는 그 김치만은 다 먹은 것이다.
그리고 컵위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껌한개...
민석은 그녀가 자신에게 무언의 고마움을 표시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나쁜여자는 아니었어. 또 왔으면 좋겠다.
#
-진 소프트 아직 코스닥에 상장되진 않았지만 이번에 신제품을 개발한 아주 유망한 회사입니다. 이회사를 우리가 인수해서 코스닥에 상장하기만 한다면 큰 이익을 낼 것입니다.
-근데..쉽게 되겠어?
경영자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텐데..
-그건 저한테생각이 잇습니다.
믿어보십시오..
수연이 입가에 건조한 미소를 띄우며 한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영훈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떡였다.
-알았어..그만 나가봐..
수연이 나가자 오늘 그녀의 얼굴을 처음본 박실장이 의아한 얼굴로 영훈에게 물었다.
-누굽니까?
-어..내가 학비를 후원해서 키운 재목인데..앞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내 후계자야..
어제 미국에서 귀국했어.
오자마자 밤새 일만한 모양이군..
영훈이 감탄하듯 말했다.
박실장은 왠지 수연의 무표정한 얼굴과 행동이 예전의 민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곧 알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영훈은 또 습관처럼 옆의 박제를 쓰다듬었다.
어느새 그것은 예전의 독수리가 아닌 작고하얀 비둘기의 박제로 바뀌어져 있엇다.
#
-김실장..그 차에 타고 있엇는데..
아무래도 죽은 거 같습니다..
-.....
-사장님?
-......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영훈이 수화기를 들었다.
-알았어..그만 돌아와...
-근데 사장님..이 여자는 어떡할까요?
-뭐? 무슨 여자?
-김실장과 함께 타고 있던 여자말입니다.
트럭하고 부딪힐때 이여자만 따로 튕겨져 나왔습니다.
지금 길바닥에 쓰러져 있습니다.
-살았나?
-그런 것 같은데..아무래도 곧 죽을 것 같습니다..
-….
-사장님..
인호가 영훈의 대답을 재촉했다.
-데려와..
-네..알겠습니다.
다행히 연희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민석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모든 기억을 잃고 말았다. 영훈은 곧바로 그녀를 미국으로 옮겼다.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모든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몇년 후 그녀는 대단히 빠른 회복과 학습능력으로 어느덧 영훈이 원하던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
잃어버린 기억속에서 자신이 최연희였다는 사실을 모른 채, 3년간 김수연으로 교육받아온 그녀는 예전 민석의 오피스텔에 머물게 되었다. 이건 영훈이 마련해준 것이었다. 안에 들어서자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예전에 많이 와본 것 같은..
수연은 짐을 푸르기 전에 먼저 청소기부터 돌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사람이 살지 않았는지...오피스텔..곳곳에는..먼지가..수북했다..
바닥에 엎드려 소파밑의 먼지를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있는데..구석에 왠 종이가 구겨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게 뭐지?
거기엔 휘갈겨진 글씨로 알수 없는 목록이 나열되 있었다.
1.액션영화
2.라면
3.새고기
4.당신의 웃음.
‘당신의 웃음?
왠지 모르게 수연은 그 단어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당신의 웃음이라....
참으로......닭살이군.
그것이 자신의 웃음이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수연은 무심히 그 종이를 쓰레기통으로 집어넣었다.
끝
헤헤.^^ 정말로 끝이났네요..
결국 연희는 민석을 하늘높이 날게 하기위해 자신의 심장을 민석과 맞바꾸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연희가 박제가 되었지요..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만..
편의점에서 만났으니..아마 뜨거운 심장을 가진 민석이 연희를 살려낼 것입니다.
그동안..제글을..읽어주신.모든 분들께..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특히..
저에게 손수..마음을.표현하셨던..
눈꽃사랑님,쩡이님,해녀님,바이올렛님,닉넴땜에 항상 고민님,윤현주님,까만종이님,
비오다햇빛님,마쉬멜로파스타님,둥실이님,수민맘님,이리내님,지우개님,000님..
진,진,감(진짜진짜..감사해요)입니다.
님들땜에..정말 힘이났던 며칠간이었어요..
결말이..어떻게 여러분 맘에 드셨을지..걱정되네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