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잘생긴 얼굴과 도널드덕 소리로 은영을 뒤흔들고 간 사이, 은영은 텅 빈 공간에서 홀로 LCD TV 화면을 켰다. 커다란 LCD TV화면을 켜곤 양조위가 주연한 영화들을 마구 연달아 돌렸다.
1. 화양연화: 제목이 말해주듯 마치 한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가리킨 것처럼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 내용은 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하여 연인들의 사랑과 질투, 꿈과 음식에 관한 것인데, 양조위의 우수에 찬 눈빛이 온통 화면을 가득 채운다.
2. 중경삼림: 양조위가 형사 663으로 출연하는 영화다. 흔히 이 영화의 명장면은 왕정문이 캘리포니아 드리밍에 맞추어 발랄하게 춤을 추는 장면이라지만, 은영에게 있어 가장 명장면은 식사 중 양조위가 왕정문으로부터 리찌를 받아드는 모습이다. 영화에서 양조위는 온통 화면을 사랑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몽땅 채워버린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막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3. 무간도: 말이 필요 없다. 살기 위해 서로를 죽여야 하는 운명의 쳇 바퀴 속에서 양조위는 분위기 있고 우수 어린 눈빛으로 화면을 완전 장악한다.
3편의 영화를 마구 돌린 은영은 가장 근사한 장면에서 화면을 스틸시켰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긴속눈썹을 보이며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면인데 너무 멋있었다.
사실 양조위가 주윤발처럼 키가 컸더라면 아마 용모로 세상을 평정했을 것이다. 동양인으로서 수려하게 잘 조화된 얼굴의 양조위는 긴속눈썹 아래 그윽하고 허무한 눈빛만으로도 그가 출연한 모든 영화의 화면들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풀샷 만 아니라면 어떠한 샷에서도 양조위는 과히 최고의 비쥬얼이다.
하지만, 분위기 있는 모습만이 양조위의 모습의 전부는 아니다. 그의 큰 눈과 환한 미소도 좋다. 그리고 바로 위층에는 양조위 보다 더욱 풋풋하고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남자가 살고 있다. 양조위 보다 훨씬 젊고 양조위 보다 훨씬 키 큰 남자가 살고 있는 것이다. 왕가위 감독이 그를 보았더라면 절대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다. 6편의 영화를 양조위와 함께했던 감독은 차기 영화는 젊은 그대와 함께 라며 2층 남자를 지겹도록 따라다닐 것이다.
물론, 은영도 양조위 업그레이드 버전인 2층 남자가 도널드덕 목소리만 갖지 않았더라면 벌써 아침식사를 같이 하자며 뛰어올라갔을 것이다. 도널드덕 목소리가 은영에게 거부감을 주어서는 아니다. 2층 남자는 충분히 은영에게 멋지기 때문에 목소리가 도널드덕 보다 더 나빠도 상관없다. 목소리뿐만이 아니다. 그 정도 멋진 남자라면 학력도 초등학교졸업이 전부라도 상관없다. 단지, 2층 남자의 도널드덕 목소리가 10년 전 은영에게 거지같은 충격을 주었던 남자애의 목소리와 똑 같기 때문에 은영이 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은영이 생각하기에 10년 전 그자식이 근사한 2층 남자와 절대 동일인일 수는 없는 것이다. 일단 얼굴이 영 딴판이다. 10년 전 그 자식은 양조위를 전혀 닮지 않았었다. 키도 다르다. 10년 전 그 자식은 다소 작은 키였다. 더욱이 은영이 생쇼를 한 그날 2층 남자는 진짜 은영을 정말 모르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도 마찬가지였다.
은영은 LCD TV 화면을 마구 돌렸던 DVD 플레이어를 정지시키고 리모콘으로 채널을 YTN으로 맞추었다. 영화가 꿈속의 세계였다면 YTN은 완벽한 현실의 세계였다. 대선결과는 보수당 B로 확정 지어지고 세상은 원래대로 불꽃 튀게 돌아갔다.
“ 아비요!”
영화 3편을 마스터하는 동안 시간은 트리플 휘리릭, 해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 와하! 귀엽다.”
“ 귀엽지, 이모.”
카라가 산뜻한 교복을 입고 들어와는 해진이가 친구 새롬이와 함께 아주 어린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또르르 거실로 들어왔다.
“ 학교 실험시간이었어. 부글부글 산화마그네슘을 만드는데, 창밖에서 냐옹 소리가 나는 거야. 처음엔 핸드폰 벨소린 줄 알았지 뭐야. 히히! 핸드폰 벨소리가 아니래서 더욱 좋았어. 그래도 계속 냐옹냐옹하니 교실에서 데리고 있을 수 없잖아. 학교 행정실 예쁜 언니에게 맡겼다가 요렇게 집에 올 때 찾아왔어.”
“ 어떻게 하냐? 해진이 잠 안 오겠다.
내일 해진이 영어경시대횐데!”
“ 내가 깜빡했어. 글쎄, 오늘이 영어경시대회고 내일부터 학생수련활동이더라고.”
오렌지빛과 하얀색이 교차하는 털 모양의 어린 새끼고양이를 빨려 들어갈 듯 빤히 쳐다보더니 해진이는 후다닥 식탁으로 뛰어 올랐다.
“ 아침에 그 오빠가 가져온 와플이네.”
식탁에 뛰어올라선 하얀색 바탕에 빨간색 체리 모양의 무늬가 총총 박힌 봉투 안의 와플을 꺼내 들었다.
“ 오빠는? 아저씨지.”
“ 이모 보다 어려보이던데! 아침에 슬쩍 봤는데, 그 오빤 아직 20대로 보이더라.”
“ 나도 아직 20대야!”
그가 몇 살인지는 모르지만 은영도 아직 20대는 20대다. 새해가 오기 전까지는. 새끼 고양이를 함께 보던 은영은 머리카락이 천정으로 솟을 만큼 발끈하였고 은영의 발끈하는 모습에 해진이와 새롬이가 까르르 웃어 넘어갔다.
“ 얼레꼴래리. 아침에 나 다 봤네.
잘생긴 남자가 집 앞을 배회하니까 뻑가드래요!
진짜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그 오빠 이모가 좋아하는 화양연화 그 아저씨하고 똑 같더라.
키만 이만큼 더 깡총!”
“ 그 오빠가 그렇게 잘생겼어?”
“ 응!”
“ 와하! 오빠?”
“ 오빠?”
“ 오빠?”
은영은 해진이와 새롬이를 박치기 시키고 싶었다. 새끼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주인을 따라하는 지 새끼 고양이도 해진과 새롬을 따라 총총 눈알을 굴리며 얄밉게 오빠를 말하는 것이다. “ 냐옹! 오빠.”
‘참 고양이는 말을 못하지?’
“ 해진아? 냐옹이 실험실에서 뭐 먹였어.”
소용없었다. 해진과 새롬은 2층 남자의 용모를 평가하며 계속 조잘조잘대며 은영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은영은 새끼고양이의 분홍색 오똑한 콧날만 톡톡 두들겼다.
화양연화 ; 청춘극장
화양연화
중경삼림
무간도
그가 잘생긴 얼굴과 도널드덕 소리로 은영을 뒤흔들고 간 사이, 은영은 텅 빈 공간에서 홀로 LCD TV 화면을 켰다. 커다란 LCD TV화면을 켜곤 양조위가 주연한 영화들을 마구 연달아 돌렸다.
1. 화양연화: 제목이 말해주듯 마치 한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가리킨 것처럼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 내용은 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하여 연인들의 사랑과 질투, 꿈과 음식에 관한 것인데, 양조위의 우수에 찬 눈빛이 온통 화면을 가득 채운다.
2. 중경삼림: 양조위가 형사 663으로 출연하는 영화다. 흔히 이 영화의 명장면은 왕정문이 캘리포니아 드리밍에 맞추어 발랄하게 춤을 추는 장면이라지만, 은영에게 있어 가장 명장면은 식사 중 양조위가 왕정문으로부터 리찌를 받아드는 모습이다. 영화에서 양조위는 온통 화면을 사랑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몽땅 채워버린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막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3. 무간도: 말이 필요 없다. 살기 위해 서로를 죽여야 하는 운명의 쳇 바퀴 속에서 양조위는 분위기 있고 우수 어린 눈빛으로 화면을 완전 장악한다.
3편의 영화를 마구 돌린 은영은 가장 근사한 장면에서 화면을 스틸시켰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긴속눈썹을 보이며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면인데 너무 멋있었다.
사실 양조위가 주윤발처럼 키가 컸더라면 아마 용모로 세상을 평정했을 것이다. 동양인으로서 수려하게 잘 조화된 얼굴의 양조위는 긴속눈썹 아래 그윽하고 허무한 눈빛만으로도 그가 출연한 모든 영화의 화면들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풀샷 만 아니라면 어떠한 샷에서도 양조위는 과히 최고의 비쥬얼이다.
하지만, 분위기 있는 모습만이 양조위의 모습의 전부는 아니다. 그의 큰 눈과 환한 미소도 좋다. 그리고 바로 위층에는 양조위 보다 더욱 풋풋하고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남자가 살고 있다. 양조위 보다 훨씬 젊고 양조위 보다 훨씬 키 큰 남자가 살고 있는 것이다. 왕가위 감독이 그를 보았더라면 절대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다. 6편의 영화를 양조위와 함께했던 감독은 차기 영화는 젊은 그대와 함께 라며 2층 남자를 지겹도록 따라다닐 것이다.
물론, 은영도 양조위 업그레이드 버전인 2층 남자가 도널드덕 목소리만 갖지 않았더라면 벌써 아침식사를 같이 하자며 뛰어올라갔을 것이다. 도널드덕 목소리가 은영에게 거부감을 주어서는 아니다. 2층 남자는 충분히 은영에게 멋지기 때문에 목소리가 도널드덕 보다 더 나빠도 상관없다. 목소리뿐만이 아니다. 그 정도 멋진 남자라면 학력도 초등학교졸업이 전부라도 상관없다. 단지, 2층 남자의 도널드덕 목소리가 10년 전 은영에게 거지같은 충격을 주었던 남자애의 목소리와 똑 같기 때문에 은영이 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은영이 생각하기에 10년 전 그자식이 근사한 2층 남자와 절대 동일인일 수는 없는 것이다. 일단 얼굴이 영 딴판이다. 10년 전 그 자식은 양조위를 전혀 닮지 않았었다. 키도 다르다. 10년 전 그 자식은 다소 작은 키였다. 더욱이 은영이 생쇼를 한 그날 2층 남자는 진짜 은영을 정말 모르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도 마찬가지였다.
은영은 LCD TV 화면을 마구 돌렸던 DVD 플레이어를 정지시키고 리모콘으로 채널을 YTN으로 맞추었다. 영화가 꿈속의 세계였다면 YTN은 완벽한 현실의 세계였다. 대선결과는 보수당 B로 확정 지어지고 세상은 원래대로 불꽃 튀게 돌아갔다.
“ 아비요!”
영화 3편을 마스터하는 동안 시간은 트리플 휘리릭, 해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 와하! 귀엽다.”
“ 귀엽지, 이모.”
카라가 산뜻한 교복을 입고 들어와는 해진이가 친구 새롬이와 함께 아주 어린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또르르 거실로 들어왔다.
“ 학교 실험시간이었어. 부글부글 산화마그네슘을 만드는데, 창밖에서 냐옹 소리가 나는 거야. 처음엔 핸드폰 벨소린 줄 알았지 뭐야. 히히! 핸드폰 벨소리가 아니래서 더욱 좋았어. 그래도 계속 냐옹냐옹하니 교실에서 데리고 있을 수 없잖아. 학교 행정실 예쁜 언니에게 맡겼다가 요렇게 집에 올 때 찾아왔어.”
“ 어떻게 하냐? 해진이 잠 안 오겠다.
내일 해진이 영어경시대횐데!”
“ 내가 깜빡했어. 글쎄, 오늘이 영어경시대회고 내일부터 학생수련활동이더라고.”
오렌지빛과 하얀색이 교차하는 털 모양의 어린 새끼고양이를 빨려 들어갈 듯 빤히 쳐다보더니 해진이는 후다닥 식탁으로 뛰어 올랐다.
“ 아침에 그 오빠가 가져온 와플이네.”
식탁에 뛰어올라선 하얀색 바탕에 빨간색 체리 모양의 무늬가 총총 박힌 봉투 안의 와플을 꺼내 들었다.
“ 오빠는? 아저씨지.”
“ 이모 보다 어려보이던데! 아침에 슬쩍 봤는데, 그 오빤 아직 20대로 보이더라.”
“ 나도 아직 20대야!”
그가 몇 살인지는 모르지만 은영도 아직 20대는 20대다. 새해가 오기 전까지는. 새끼 고양이를 함께 보던 은영은 머리카락이 천정으로 솟을 만큼 발끈하였고 은영의 발끈하는 모습에 해진이와 새롬이가 까르르 웃어 넘어갔다.
“ 얼레꼴래리. 아침에 나 다 봤네.
잘생긴 남자가 집 앞을 배회하니까 뻑가드래요!
진짜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그 오빠 이모가 좋아하는 화양연화 그 아저씨하고 똑 같더라.
키만 이만큼 더 깡총!”
“ 그 오빠가 그렇게 잘생겼어?”
“ 응!”
“ 와하! 오빠?”
“ 오빠?”
“ 오빠?”
은영은 해진이와 새롬이를 박치기 시키고 싶었다. 새끼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주인을 따라하는 지 새끼 고양이도 해진과 새롬을 따라 총총 눈알을 굴리며 얄밉게 오빠를 말하는 것이다. “ 냐옹! 오빠.”
‘참 고양이는 말을 못하지?’
“ 해진아? 냐옹이 실험실에서 뭐 먹였어.”
소용없었다. 해진과 새롬은 2층 남자의 용모를 평가하며 계속 조잘조잘대며 은영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은영은 새끼고양이의 분홍색 오똑한 콧날만 톡톡 두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