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병...암닭...잠시의 푸념...

아스피린200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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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친정에 가는 날....차 안에서 남편이 화두를 던지더군요.

남편 : “이번에 또 홧병이라고 하는데 약 먹을 생각 하지 말고 마음을 다스려라.”

남편 입장서는 자기집(시댁)이 나름 평균 이상인데 제가 유별나서 그렇다는 생각을 좀 하고 있는 듯...거기다 본인이 엄청나게 잘 하는 줄로 착각하고 삽니다.

네...저희 남편...잘할 때는 무지 잘합니다만...

항상 그걸 깎아먹고도 남을 만한 몹쓸 짓(?)으로 제 속이 정말 숯처럼 타버렸다죠.

사실 그것때문에 시댁과의 갈등이 더 심화된 경우도 많구요.

 

차마 왕자병인 남편에게 대놓고 무안 주기에는 늦은 시간에 차 몰고 친정까지

운전기사 노릇 하는 점이 기특해서 남편 공격은 포기하고 제 입장을 설명했죠..

 

나 : “사실 내가 홧병이 난 것은 자꾸만 시댁에서

내가 제일 안 좋게 생각하는 점을 건드려서 그렇다.

난 우리꼬마보다 조금 더 컸을 때부터 남존여비라면 아주 치를 떤 사람이다.

하도 큰집이고 아빠고 그러는 통에 결혼도 안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꿈꿨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름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고 살림이나 그런 것을 하찮게 여긴 철없던 시절도 있었지만

난 누구보다 내 이름 석자로 성공하는 것을 꿈꾸고 살아 온 사람이다.

그런데 결혼하고 시부모님이 여자를 한 단계 낮은 사람 정도로 취급하고

말할 때마다 상처 받는다.(직장 문제가 제일 피크였다죠...)

거기에 동조하는 당신도 싫어지고...

난 결혼할 때 힘든 점(살림도 더 해야 하고 애 낳고 고생하면서 키워야 하고

어른 노릇, 사람 노릇 하고 사는 점)이 있어도 내 꿈은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당신도 도와줄 것이라고 믿었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절대 당신의 꼬임에 넘어가서 결혼하지는 않았을 거야.”

 

남편 : “넌 그렇게 성공이 좋냐? 나는 평범하고 가정적인 것이 좋아~”

(미췬...예전에 제가 1달에 한번 쉬면서 돈 벌던 시절에 퇴근하고 빈둥빈둥 논다고

자기개발도 못한다는 둥 나태하다는 둥,

사람이 크게 되려면 열심히 노력해야된다는 둥의 구박을 했을 때는 언제더라?)

 

나 : “내가 우리 애보다 조금 더 컸을 때부터 꿈이다.

당신이라면 포기하겠어?

그렇게 가정적이면 댁이나 회사에서 좀 일찍 들어와서 제대로 도와주던가...”

 

남편 : “(변명이랍시고) 우리 부모님이 내가 나서면 기분 나빠하고...”

 

나 : “봐~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 되잖아. 자기가 잘 말하면 충분히 커버될 수 있는 일을...”

 

남편 : “그만하자~”


결혼 전에...저 보고 생활력도 좋다고 능력 있다고 더 공부하라고 시아버님이 그러시던데...

(대학원 왜 그만 두었냐? 결혼 하고 한번 해봐라 등등..)

결혼하고 나니 역시나 다 공약(빈말)이더군요...ㅎㅎㅎ

(너 한번 대학원 다녀봐라 -> 니 남편 더 늦기 전에 남편보고 대학원 가보라고 권해라 -> ?)

 

지금은 시부모님 두분 다 자기 아들 기 죽을까봐

은근히 절 견제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죠...

 

어머님이야 말도 안 되는 것도 무조건 아들 편 들어줄 때도 여러 번이라서

(100% 그러지는 않지만 정말 공정치 못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지요.) 그러려니 해도...

아버님 역시 그런 생각들을 하신다는 것을 요근래 가끔 느낍니다.

저번에 저랑 직업이 같은 여자 분이 젊은 나이에 모당 국회의원이 되었어요.

저야 뭐...정치 쪽은 관심도 별로지만 나름 그 여자 분이 대단해보이더라구요.

그냥 저냥보고 농담하고 그러는데 남편이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시아버님 말씀이

“아서라...그러다가 쟤(접니다.)도 국회의원 나선다고 설치면 어떻게 하냐?

사람은 자고로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야...”

대략 어이상실...-_-;;; 결혼 전에는 절대 저런 소리 안 하시더만...


며칠 전에 하도 남편 좀 챙기라는 어머님의 강압으로

남편 분에게 토마토를 갈아주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근데 남편이 예비군 훈련으로 8시까지 훈련장에 가야하는데

그 시간이 8시였거든요.

아버님이 벌점 먹는다고 아침부터 니 남편 좀 깨우라고 신신당부 하신 관계로 깨웠는데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느그적거리고 있더군요.

그 상황에 몇 마디 잔소리 했더니(저 상황에 잔소리 안 하는 여자가 이상한 것 아닌가요?)

남편은 듣기 싫어하고

어머님이 당장 하시는 말이 “잔말 말고 토마토나 갈아.”

남편이라는 시끼는 옆에서 실실 웃으면서 서 있고...기분 쉣이었죠...

잠깐이라도 남편이라고 챙기려고 했던 제 자신을 하루종일 탓하고 있었습니다...-_-;


이런 상황서 20개월을 사니 정말 지긋지긋 없는 병도 생기고 있습니다.

(자존심이 너무 세서 이런 일로도 스트레스 받고 죽겠어요.)

항상 기죽고 위축되고....안 하려고 해도 그리 되고...

오죽하면 회사 사람들이 제가 친정 간 주와 안 간 주를 맞춘다는...

(친정 다녀오고 나면 피곤하더라도 표정도 밝고 뭔가 좋아보인다고 하네요.)


진정한 남녀평등은 저희 시절에서는 먼 나라 꿈만 같네요...

사실 이 시간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데..감정도 주체 못하고 또 한 글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