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를 따갑게 울리는 벨소리에 민혁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머리를 흔들며 일어섰다. 흐릿한 방 안의 전경이 눈에 익기까지 3초, 아직까지 울리는 전화 벨 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느릿느릿, 나무에서 떨어진 나무늘보 마냥 늘어진 몸을 당겼다. 어찌 되었건 해가 비치는 아침 이제는 일어 날 때가 되었다.
“여보세요?”
민혁은 약간은 내려앉은 목소리로 수화기를 들어 물었다. 깊은 잠에 잠긴 목이 아직은 무겁다.
“아 민혁씨. 저 한예름입니다. 기억나세요?”
“한.. 예름씨요?”
“네, 강남 아트홀의 한예름이요.”
“아!”
강남 아트홀이라는 말에 떠오르지 않던 수화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1999년이던가? 긴잠에서 깨어나기가 무섭게 자신에게 달려왔던 화랑 딜러다.
“기억납니다. 그간 안녕하셨어요?”
“네, 민혁씨와의 일 덕분에 이제는 꽤나 어께에 힘을 주고 살 수 있게 되었답니다. 늦었지만 고마워요.”
“예? 저 때문에요? 아아, 별말씀을요. 다 예름씨의 수완이 좋았던 덕 뿐이죠.”
“호호호, 과찬이세요. 민혁씨의 이름만큼이나 그림이 좋았기 때문이죠. 과연 천재라는 이름이 꼭 어울리는 사람이에요. 민혁씨는.”
“하하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조금 갑작스럽네요. 이렇게 아침 일찍 무슨 일로 전화를?”
민혁은 높게 자신을 띄워 말하는 한예름과의 통화에 말꼬리를 흐렸다. 칠년 동안 연락한번이 없던 그녀다. 그냥, 안부 전화라기에는 겝이 너무 크지 않은가. 분명 그녀가 이렇게나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건 것을 보면 분명 이유가 있다.
“아 저 그게 어제 저녁 화랑 자동음성녹음기에”
“내가 아빠가 그림을 그렸다고 전화해서 그래.”
“아?”
조그마하게 들려오는 수화기 옆으로 어느새 다가왔는지, 싱글 웃고 선 유리가 말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림을 그렸다고 전화를 했다니? 유리야 그게 무슨 말이야?”
민혁은 유리의 말에 손에 쥔 수화기를 내리며 물었다.
이 당돌한 꼬마가 또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
잠에 취해 내려앉았던 목소리가 확 하고 달아나는 잠에 대번에 올라섰다.
“그냥 예쁜 그림을 나 혼자 보는 건 너무 아깝잖아. 유리가 저렇게 이쁘게 나왔는걸. 다른 사람들하고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아줌마한테 연락했어.”
“그, 그런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아빠가 말했었으니까.”
“내가?”
“응, 아빠가.”
똑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유리의 모습에 민혁의 머릿속이 혼란해졌다.
언제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있던가?
아니, 없다. 분명 깨어난 이후 유리와 만난 이후 화랑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렇다는 것은’
민혁은 여보세요? 여보세요? 애타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아 예름씨. 죄송합니다. 딸아이가 일어나서요. 곧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달깍!
뭐라 말을 꺼내려는 한예름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은 채, 민혁은 손에 쥔 수화기를 내려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좋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지만, 일에 대해서만큼은 별로 엉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후우 안 좋게 됐군. 한예름씨는 다 좋은데 일에 대해서만큼은 무지 빡빡한 아줌마란 말이야. 이것 참 기겁한 사람과 다시 보게 생겼군. 에휴 유리야 잠시 이야기 좀 해주겠어? 내가 화랑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다고?”
“응, 그러니까. 정확히는 지난 번 아빠가 말했었지. 수학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서 논한다면서, 자신의 옛 그림을 수학적으로 증명 풀어냈었어. 물론 아빠는 기억 못하겠지?”
“아 그런 일이 있었군. 에휴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구나.”
민혁은 동그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유리의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칠년이라는 오랜 시간 만에 통화하는 것 치고는 망설임이 없다 했다.
예술에 대한 수학적인 증명이라니
복잡하게 머릿속으로 퍼져나가는 수학 공식에 휘휘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기도 싫은 어려운 문제다.
“아빠. 있잖아 저 그림 이번 전시회에 낼 거지? 그냥 저렇게 걸어두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도 이쁜 유리를 많이 보면 좋잖아. 응? 아빠아~”
축 늘어진 팔을 붙잡고 흔드는 유리의 모습에 피식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모습을 보자면 평소 어른스런 모습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때 쓰고, 보채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될 때까지 우기는 꼬마 숙녀.
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벌어진 일에 화가 나기도 하련만, 팔을 잡고 선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다음부터는 말이야. 그런 마음이 들거든 아빠한테 먼저 말해. 지금의 아빠는 바쁘다고 귀찮다고 싫다고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언제 또 다시 잠이 들진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유리와 함께 좋은 기억을 나누고 싶어. 그러니까. 혼자서만 앞서나가면 안돼 알았지 우리 착한 딸?”
“아”
유리는 싱긋 웃으며 말하는 민혁의 말에, 잠시 아무런 대답도 못했다. 혹, 화를 낼지 몰라 가슴을 졸였는데, 그보다 더 한 반응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자상한 사람.
유리는 싱긋 웃는 민혁의 품으로 파고 들어가 울었다. 좋은 사람이다. 그는 너무나 너무나 좋은 사람이다.
“미안 미안 아빠 다시는 혼자 안 그럴게. 난처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흑흑 내가 잘 못 했어 아빠”
“응? 에이, 아침부터 울면 우리 예쁜 유리에 이쁜 눈이 부어요. 자, 뚝 그치고 아빠 봐야지. 자, 착하지 우리 딸.”
민혁은 익숙해진 우리 딸이라는 말을 곱씹으며 품에 매달려 울고 있는 유리를 번쩍 들어 안아 주었다.
[기면증/상실의천재] 5. 시동.
아침 해가 밝기가 무섭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따르르릉 따르르르릉,
귓가를 따갑게 울리는 벨소리에 민혁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머리를 흔들며 일어섰다. 흐릿한 방 안의 전경이 눈에 익기까지 3초, 아직까지 울리는 전화 벨 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느릿느릿, 나무에서 떨어진 나무늘보 마냥 늘어진 몸을 당겼다. 어찌 되었건 해가 비치는 아침 이제는 일어 날 때가 되었다.
“여보세요?”
민혁은 약간은 내려앉은 목소리로 수화기를 들어 물었다. 깊은 잠에 잠긴 목이 아직은 무겁다.
“아 민혁씨. 저 한예름입니다. 기억나세요?”
“한.. 예름씨요?”
“네, 강남 아트홀의 한예름이요.”
“아!”
강남 아트홀이라는 말에 떠오르지 않던 수화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1999년이던가? 긴잠에서 깨어나기가 무섭게 자신에게 달려왔던 화랑 딜러다.
“기억납니다. 그간 안녕하셨어요?”
“네, 민혁씨와의 일 덕분에 이제는 꽤나 어께에 힘을 주고 살 수 있게 되었답니다. 늦었지만 고마워요.”
“예? 저 때문에요? 아아, 별말씀을요. 다 예름씨의 수완이 좋았던 덕 뿐이죠.”
“호호호, 과찬이세요. 민혁씨의 이름만큼이나 그림이 좋았기 때문이죠. 과연 천재라는 이름이 꼭 어울리는 사람이에요. 민혁씨는.”
“하하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조금 갑작스럽네요. 이렇게 아침 일찍 무슨 일로 전화를?”
민혁은 높게 자신을 띄워 말하는 한예름과의 통화에 말꼬리를 흐렸다. 칠년 동안 연락한번이 없던 그녀다. 그냥, 안부 전화라기에는 겝이 너무 크지 않은가. 분명 그녀가 이렇게나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건 것을 보면 분명 이유가 있다.
“아 저 그게 어제 저녁 화랑 자동음성녹음기에”
“내가 아빠가 그림을 그렸다고 전화해서 그래.”
“아?”
조그마하게 들려오는 수화기 옆으로 어느새 다가왔는지, 싱글 웃고 선 유리가 말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림을 그렸다고 전화를 했다니? 유리야 그게 무슨 말이야?”
민혁은 유리의 말에 손에 쥔 수화기를 내리며 물었다.
이 당돌한 꼬마가 또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
잠에 취해 내려앉았던 목소리가 확 하고 달아나는 잠에 대번에 올라섰다.
“그냥 예쁜 그림을 나 혼자 보는 건 너무 아깝잖아. 유리가 저렇게 이쁘게 나왔는걸. 다른 사람들하고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아줌마한테 연락했어.”
“그, 그런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아빠가 말했었으니까.”
“내가?”
“응, 아빠가.”
똑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유리의 모습에 민혁의 머릿속이 혼란해졌다.
언제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있던가?
아니, 없다. 분명 깨어난 이후 유리와 만난 이후 화랑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렇다는 것은’
민혁은 여보세요? 여보세요? 애타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아 예름씨. 죄송합니다. 딸아이가 일어나서요. 곧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달깍!
뭐라 말을 꺼내려는 한예름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은 채, 민혁은 손에 쥔 수화기를 내려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좋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지만, 일에 대해서만큼은 별로 엉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후우 안 좋게 됐군. 한예름씨는 다 좋은데 일에 대해서만큼은 무지 빡빡한 아줌마란 말이야. 이것 참 기겁한 사람과 다시 보게 생겼군. 에휴 유리야 잠시 이야기 좀 해주겠어? 내가 화랑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다고?”
“응, 그러니까. 정확히는 지난 번 아빠가 말했었지. 수학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서 논한다면서, 자신의 옛 그림을 수학적으로 증명 풀어냈었어. 물론 아빠는 기억 못하겠지?”
“아 그런 일이 있었군. 에휴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구나.”
민혁은 동그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유리의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칠년이라는 오랜 시간 만에 통화하는 것 치고는 망설임이 없다 했다.
예술에 대한 수학적인 증명이라니
복잡하게 머릿속으로 퍼져나가는 수학 공식에 휘휘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기도 싫은 어려운 문제다.
“아빠. 있잖아 저 그림 이번 전시회에 낼 거지? 그냥 저렇게 걸어두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도 이쁜 유리를 많이 보면 좋잖아. 응? 아빠아~”
축 늘어진 팔을 붙잡고 흔드는 유리의 모습에 피식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모습을 보자면 평소 어른스런 모습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때 쓰고, 보채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될 때까지 우기는 꼬마 숙녀.
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벌어진 일에 화가 나기도 하련만, 팔을 잡고 선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다음부터는 말이야. 그런 마음이 들거든 아빠한테 먼저 말해. 지금의 아빠는 바쁘다고 귀찮다고 싫다고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언제 또 다시 잠이 들진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유리와 함께 좋은 기억을 나누고 싶어. 그러니까. 혼자서만 앞서나가면 안돼 알았지 우리 착한 딸?”
“아”
유리는 싱긋 웃으며 말하는 민혁의 말에, 잠시 아무런 대답도 못했다. 혹, 화를 낼지 몰라 가슴을 졸였는데, 그보다 더 한 반응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자상한 사람.
유리는 싱긋 웃는 민혁의 품으로 파고 들어가 울었다. 좋은 사람이다. 그는 너무나 너무나 좋은 사람이다.
“미안 미안 아빠 다시는 혼자 안 그럴게. 난처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흑흑 내가 잘 못 했어 아빠”
“응? 에이, 아침부터 울면 우리 예쁜 유리에 이쁜 눈이 부어요. 자, 뚝 그치고 아빠 봐야지. 자, 착하지 우리 딸.”
민혁은 익숙해진 우리 딸이라는 말을 곱씹으며 품에 매달려 울고 있는 유리를 번쩍 들어 안아 주었다.
작고 여린 딸.
품 안에 안겨 우는 유리가 더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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