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일하지 못한

이유진200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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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덧 없는 시간을 흘렸다.

나는 한 글자 한 글자를 써내려가는 게 어려웠다.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수 많은 문장들을 버리고 아니 사실은 버릴만한 문장 따윈 완성하지도 못했으며, 매일 매일을 헛된 망상과 기대로 설레하기도 침울해하기도 했다.

 

결국 그런 나에게 돌아온건,

그것들이 정말로 헛된 것이었단 사실의 확인과 의외로 처연하고 덤덤한 마음들.

 

수 많은 글자를 반복해온 사랍들의 치열함을 무시한채

혹시나, 하는 간사함으로 기대를 하고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혀 내 스스로를 미워하고 누군지 모를 누군가를 시기한다. 또 내가 간직해온 것들이라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나는 그들의 문장을 탐닉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질투한다.

 

균일하지 않은 시간에 기대어

수 많은 이야기들의 순서를 마음대로 정해버리곤 멋대로 위로해보려 했으나 돌아오는 건 지울 수 없는 수치심과 부끄러움, 그리고 나약한 자신을 비추고 있는 거울의 단면.

그 속에 갖힌 핑계인지 정당한 이유가 될 지 모르는 현실 앞에서 무너진 내 모습.

 

문득, 잠에서 깨어난 새벽,

어둠으로 가득찬 방 한구석에서 작은 자판에 손을 기대어 시간을 흘리는 나는,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에 기대어 부족한 수면을 메우고 있다. 타박 타박 리듬을 타는 자판에 손을 맡기고 푹신한 침대 구석에서 음악을 들으며 균일하지 못한 시간을 원망하고 감사하며 시간을 채워 넣는다. 이렇듯, 모두가 잠들어야 하는 시간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렇게 매일을 헤매인다.

 

나는 모두 털어버리고 싶지만 가득 끌어안고 싶으며,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싶지만 냉정하게 거절하고 싶으며, 외면한 채 떨어져버리고 싶지만 당당하게 날아가고 싶기도 하다.

내 안에 들어 찬 모든 것은 언제나 정당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것이 없다. 그것들이 무섭고 두려워 결국 도망치는 건 나 자신이고 그런 나를 부끄러워하는 것 조차 내 자신이다.

 

균일하지 못한 이 모든 것들이 힘겨워 소화가 되질 않는다.

꾸역 꾸역 뱉어내지 못한 마음이 쌓여서 복잡해진 머릿속이 언제나 심각한 통증을 호소하지만 그것을 치유할 길이 없어 매일 매일이 힘겹다.

 

결국, 해결하지 못한채 이렇게 매일 시간만 흘리는 것이다.

헛된 기대와 망상으로 아무 것도 잡지 못한 채 그렇게,

균일하지 못한 시간에 기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