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자신보다 국가를 선택한..

김기협200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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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국가를 선택한 박찬호     박찬호에게 국가는 개인보다 우선이다. 그것은 한국 역사의 상징적인 인물로서 자신의 존재를 생각하는 훌륭한 자세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자세는 박찬호가 올시즌을 샌디에이고에서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맞게 된 이유도 된다. 박찬호는 10일 정도 뒤면 자신의 본래 자리인 선발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 브루스 보치 감독은 조만간 박찬호와 우디 윌리엄스 중 한명을 선발 로테이션에 편입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호가 만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국가를 위해 던지지 않고 팀의 스프링캠프에 남았더라면 보다 쉽게 로테이션 한자리를 차지했을지도 모른다. 시범경기에서 박찬호는 단 두차례 선발 투수로 올랐고, 그것으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보치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박찬호가 선보인 피칭에 대해 "좋은 피칭이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찬호가 선발보단 불펜에서 팀을 돕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몇 주 뒤면 5선발 체제를 가동할 것이다. 그때 찬호가 선발로 나서는 것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찬호가 지난 2월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서 열린 팀의 스프링캠프에 왔을 때 체력적으로 훌륭히 준비된 듯 보였다. 박찬호는 여러면에서 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올시즌을 위해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오직 2주만 휴식을 취했을 뿐 겨우내 운동으로 많은 땀을 흘렸다.

보치 감독은 3월초 박찬호가 WBC를 위해 캠프를 떠났을 때 이미 시즌에 대한 준비를 마친 듯 보였다고 말했다. 올시즌 계약이 종료되는 박찬호는 시장에서 그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에서 자신을 필요로 했더라도 이를 외면했을테지만 조국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고 이에 따라 행동했다.

 지난 1994년 LA다저스에 입단,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된 박찬호는 WBC를 회상하며 "나는 한국팀의 리더였다. 팀이 한마음이 되도록 선후배들을 격려했고, 그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를 스스로 곤경에 빠뜨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WBC에서 박찬호는 한국의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선발투수로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WBC에서의 모습은 마치 그가 원래 마무리 투수였던 것처럼 보이게 했다.

 WBC가 끝난 뒤 박찬호는 농담조로 "WBC에서 구원투수로서 효과적으로 피칭을 한 것이 오히려 팀에서 나를 불펜요원으로 활용하게 만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WBC 2라운드 일본전에야 비로소 선발투수로 나섰고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2대1 한국팀의 승리로 끝난 이 경기는 이번 WBC에서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박찬호는 한국의 4강 진출에 중요한 일전이 됐던 멕시코전에서 세이브를 거둔 것을 포함해 한국의 6경기에서 3세이브를 거뒀다.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렸던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패하지 않았다면 박찬호는 한국팀의 결승전 선발투수로 그의 새 홈구장 펫코파크 마운드를 밟았을 지도 모른다. 만약 그랬다면 그것은 그의 야구인생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 순간 중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박찬호는 일본과 쿠바의 결승전에서 친구이자 옛 동료인 오츠카 아키노리를 응원하며 일본이 챔피언에 오르는 순간을 지켜봤다. WBC가 막을 내린 뒤 박찬호는 최고의 성적을 거둔 세명의 투수 중 한명으로 꼽혔다. 박찬호는 10이닝 동안 실점과 볼넷없이 삼진 8개를 잡아냈다. WBC에서 만큼은 박찬호를 능가하는 투수가 없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소속팀에 복귀한 뒤로 기력이 쇠진한 듯한 인상이었다. WBC에서 그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휴식과 긴장을 덜어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박찬호는 감독에게 등판 의사를 강력히 전달했고, 이런 상태에서 그의 이적 후 첫 선발등판이 이뤄졌다. 준비가 덜 됐던 박찬호는 WBC에서 만큼 던지지 못했지만 4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잡았다. 박찬호에겐 한번 더 기회가 더 주어졌지만 불운하게도 LA 에인절스를 맞아 12안타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샌디에이고는 개막 후 첫 2주간 4인 로테이션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고, 시범경기에서의 부진에 따라 박찬호는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다. 선발 4명은 에이스 제이크 피비와 크리스 영, 숀 에스테스, 드원 브라젤턴으로 결정됐다. 박찬호는 우디 윌리엄스와 함께 불펜 요원에 포함됐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박찬호에겐 올시즌 많은 시간들이 준비되어 있다.

 박찬호는 WBC를 회상하며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패했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렇게 된 바에야 일본이 챔피언이 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시아를 대표해 일본이 이기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챔피언에 오른 일본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사람들은 요즘 `한국과 일본의 실력이 대단하다. 마운드 또한 막강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팀에는 3~4명의 좋은 타자들이 빠져있었다. 다음 대회에는 우리는 더 강한 팀이 되어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한국팀은 다음 WBC 대회에 도전하는 한국팀이 다시 보여주기 어려울 만큼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한국 투수들은 막강했고, 내,외야 선수들은 결점없는 수비를 펼쳤다. LA 다저스 서재응과 함께 박찬호는 리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올해 만 32세인 박찬호는 텍사스에서의 3년반을 실망스럽게 보냈지만 샌디에이고에선 성공적인 한해를 보낼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 박찬호는 장기인 커브와 94마일의 직구, 체인지업 외에 그가 예전에 사용하던 슬라이더를 새롭게 가다듬었다.

 박찬호는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렸던 WBC 2라운드 멕시코전에서 마지막 타자 헤로니모 힐에게 슬라이더를 던져 드라마틱한 승리를 일궈냈다. 부담스런 마지막 이닝의 압박에 대해 소속팀의 베테랑 마무리 트레버 호프만에게 조언을 들었고, 그의 조언에 따라 자신있게 승부했다. 박찬호가 마지막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자 힐은 이를 멀뚱히 쳐다만보고 있 었다. 박찬호는 "호프만이 마운드에 오를 때 그라운드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 관중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것이 경기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됐고 프로에 데뷔한 이후 첫 세이브를 거두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내셔널리그 서부조에 속해있는 LA 다저스에서 박찬호는 97년부터 2001년까지 한해 평균 15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박찬호는 펫코파크의 에게 유리한 사이즈와 내, 외적인 환경, 코칭스태프 및 팀 동료와의 관계 등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친한 친구사이였던 오츠카를 텍사스로 떠나보냈지만 예전 텍사스 동료인 에릭 영, 크리스 영과 클럽하우스에서 우정을 나누고 있다. 박찬호는 WBC 후에 오츠카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WBC 한일전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박찬호는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된 크리스 영에 대해서도 "친구 한 명을 떠나보냈지만 또다른 친구 크리스 영을 얻었다"고 말했다.

 5년 계약의 마지막 해인 올해 박찬호는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99경기에 출전, 106승80패, 방어율 4.33의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내셔널리그에서는 84승57패, 방어율 3.88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박찬호는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 그 어느 때보다 지난 오프시즌에 긍정적인 면들을 많이 느꼈다. 팀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여기 샌디에이고로 와서 예전보다 스트레스도 덜 받고 더 많은 자신감과 행복감을 얻었다. 집중력이 향상됐다. 많은 좋은 일들이 내게 닥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찬호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선물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