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그리 좋아하지않는 나는 차라리 밝은 날씨가 낫다.
햇빛 쨍쩅하고 쏘다니기 알맞은 더위가 낫다. 차라리 말이다.
폭염의 연속이였던 요 며칠사이 외출을 잊고 살던 중이였는데
오래간만에 그가 나를 보잰다.
연인이라 하기엔 너무 오랜기간 만나왔기에 조금은 유연해지사이..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고 만나본지가 얼마만인지..
왼쪽 눈 마스카라가 잘 안올라가는걸 보면 나도 꽤 긴장되는모양이다
그가 사준 머리핀이 잘 보이도록 꽂고 현관을 나선다.
우린 제법 선선해질 즈음 만나기로 했다.
자주 가던 종로의 한 극장입구에 있는 자바커피숍 구석자리..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온 사람이 주문을 해놓는다.
라떼 두잔이요...아..한잔에는 시럽을 넣어주세요..
으레 시선은 문쪽으로 향하게 되어있다.
꽤 늦어지는 모양이다.
한 시간정도지났음을 알게된건 뻐근해진 엉덩이 때문이였으리라..
연락 없이 이렇게 늦은 적이 있었던가..
잠시 예전을 회상해보려하던 찰나..
그가 들어온다. 익숙한 걸음새..
그리고 즐겨입는 베이지색 상의가 시야에 들어온다.
급하게 왔나보다. 코끝에 맺힌 땀이 보인다.
진작에 식었을 커피가 목을 축여줄 청량음료인 양 벌컥 마신다.
............우리가 서로 나눈 대화속엔 진부함만이 머물지만
그와의 진부한 대화만으로도 난 충분히 새로워진다.......................
나도모르게 번지는 새초롬한 미소와 긴장을 놓치못하는 종아리란..
별수 없이 한남자앞에서 떨고있는 천상 여자의 모습이더라...
우린 곧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선다.
어색하게나마 손도 잡아본다.
그와 부딪히지않고 좀더 밀착하기위해 가방은 왼쪽어깨로 고쳐맨다.
------그날따라 왜 렌즈를 꼈는지 지금도 후회스럽다.---------
정말이지....안타깝게도 내가 본건 그의 어깨 언저리에 놓여진
긴 머리카락 한올이였다.
아마 안경을 꼈었더라면 보지못했을지도...
너무나도 선명히 눈에 들어온 머리카락한올은...
곧 그에게서 나를 떨어뜨리게 하고 다시 돌아서게끔했다.
뒷모습에 대고 내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잠시 들렸을 뿐
나를 잡아세우는 그의 손이나 눈빛따윈 없었다.
쇼윈도에 비친 나의 짧은 머리가 그날따라 원망스러웠고
버스나 지하철 없이 차로만 돌아다니는 그가 미웠다.
그날 본 머리카락은 또 하나의 상처로 각인되었다..........
2004.08.02 월요일 in hammer
어떻게 보내면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고 해줄까...라는 강박관념이
하루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무료한 월요일이다.
이놈의 날씨는 도가 지나친지 오래고 지칠대로 지친 상태...
머리카락을 쓰게된 동기는 그야말로 유치찬란이다.
신도림역쯤 와서 눈을 떠보니 어느새 이상형 비스므레한 남자발견
속으로 지르는 감탄사와 함깨 힐끗 엿보기 돌입-!!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지하철이 오늘따라 반가웠고 밀착하게되는
행운속에 어느새 그 남자 뒤에 서기에 다다른다.
나이스는 이런 때에 외치라고 있는것-
내려야 할 역곡역이 다가오는것만이 유일하게 원망스러운 이때
내눈에 포착되는 그 남자 어깨위 머리카락...
아니겠지 칠칠맞게 어디서 붙었나보다고 여기기엔 금새 또 포착되는
커플 핸드폰줄................
제기랄이 따로 없다.
머리위로 내리쬐는 햇빛을 정신차리라는 훈계로 알고
해머로 향한다.
머리카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