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가면서...

이상호200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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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빈 판독실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봄이 오는 듯한 포근한 향기. 따뜻한 햇살. 꿈같은 하루이다.

 

오늘 아주머니들이 대청소 하느라 깨끗이 닦은 바닥이 반질거린다. 하지만 너무 왁스칠을 알차게 하시면 내 3년 신은 닳아빠진 구두 바닥이 주욱주욱 미끄러지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현미경에 쌓인 먼지를 털고, 1주일에 한번 그동안 묵은 때를 닦는다. 바악바악 닦는다.

옛날에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일본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 가셨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그 분은 어쩔수 없이 불법 입국자였고, 먹고 살기 위해 한 미국 아줌마의 집에 화장실 청소를 했다고 한다.

더럽고 짜증나는 화장실 청소였고, 자신은 명색이 조선의 독립운동가였지만 상당히 열심히 빠악빠악 닦아서 정말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깨끗이 닦아놓았다고 한다.

그걸 본 미국 부인이 물었다고 한다.

"당신 뭐하는 사람이냐?"

"나는 조선의 독립운동가입니다."

이렇게 대답하자 그 부인의 말이,

"당신은 이렇게 작고 하찮은 일도 이렇게 정성스레 하시는 분이니, 분명히 당신이 하는 정말 소중한 일인 독립운동도 꼭 뜻을 이루실 것입니다."

뭐 이렇게 말했대나 뭐래나...

 

아뭏든 사람들은 큰 일에서 뭔가 의미를 찾으려 하고, 작은 일은 무시하거나 멸시하곤 한다. 하지만, 작은 일에서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야 말로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이 아닐까.

브레히트의 시 이라는 시에서도 수많은 역사 속의 위인들의 배후에 숨어있는 작은, 눈에 띄지 않았던 수많은 민초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내 하는 일이 비록 지금은 하찮을 지도 모르지만...나는 이 일을 통해서 나 자신을 다듬으려 한다. 나 자신의 허영과, 나 자신의 자만심과, 나 자신의 나태함들을...

 

꽃잎 하나에도 세상이 있고, 돌멩이 하나에도 여래가 있듯이... 내가 하는 작은 일 하나에도 내가 일생 이룰 업적보다 더 큰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