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짧은 생각..

김기태200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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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짧은 생각..

언젠가 멋진 죽음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날 사랑했던 사람이든 미워했던 사람이든지 간에 몇명의
지인들 사이에서 조용한 미소와 함께 눈을 감는 장면을 그렸다.
하늘 거리는 커튼사이로 머리를 내민 햇빛이
슬며시 스며 들어오는 작은 침대 위.
서늘한 바람이 부는 청명한 가을의 어느날.
위인전 삽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지만
나는 그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하루에 이 지구상에서 15만여명의 심장이 멈춘다.
반짝이던 눈은 암흑으로, 격정적이던 심장은 차가운 돌로,
수백 수천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을 따뜻한 손은 싸늘하게
식어 곧 구더기로 들끓던지 한줌 재로 스러질 것이다.

한국에서만 하루 30여명이 삶의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채 스스로의 발로 이승의 강을 건넌다.
채 건너지 못하고 다시 떠내려오는 사람만도 960명이다.
1분30초마다 한명이 시도해서 48초마다 한명이
생의 저편으로 넘어 간다는 거다.

아프리카에선 숫자로 세어지지도 못한 이들의 죽음이 이어진다.
출생과 죽음이 알려지지도 않은채 사라지는 이들.
질병이든 기근이든 살인이든..그들은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도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진다.



언젠가 멋진 죽음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그것이 얼마나 오만하고 비열한것 인지 깨달았을 때
당황스러움에 두려움이 앞섰다.

치열한 삶뒤에 두려움과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죽음에는 아름다움과 추함이 없다.
죽음은 인간의 사념이 끼여들 곳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죽음으로 끝이다.



저 사람들은 사진이 찍힌 뒤 채 1초가 지나지 않아
더이상 가족들을 볼수 없게 되었다.
손으로 머리를 가리는 자나, 있는 힘껏 내달리는 자도
꼼짝없이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자와 같은 운명이다.

죽는다는건 그런거다.
준비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두려워하는 자와 의연한 자.
그곳에 인간이 끼여들 곳은 없다.
모두에게 그것은 다가올것이고 피할곳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