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김상래200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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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핸펀번호라 누군가 하고 받았다. 예쁜 목소리의 젊은 여자였다. 잠결에 받아서 내 이름을 이야기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애교가 가득한 목소리로 통화가 가능하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는데, 조금 후에 알고 보니 내셔널 지오그래픽 책자 구입권유 전화였다. 시사영어사와 상기의 회사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그동안 수도없이 많이 받았었다. 보통은 정체를 알자마자 됐어요 안사요 하고 끊어버렸는데 -이래야 깔끔하게 끝낼수 있다- 오늘은 그만 그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판에 박힌 그들의 마케팅 전화 내용은 이렇다.. -이제 처음 입사를 해서 동기들과 같이 시작하는데 동기들은 모두 책판매에 성공을 해서 본사로 올라가고 정식직원 발령이 났다. 자기는 벌써 1주일째 이러고 있는데 한번도 판매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그동안 그냥 끊어버리시거나 짗궃은 말만 들었지, 전화받으시는 분(이때쯤 되면 이미 호칭은 선배님으로 바뀌어있다) 처럼 상냥하게 받아주시는 분은 처음이라 너무 감사하다. 책을 판매하기 이전에 인생선배님으로 좋은 오빠가 되어달라.. 자기도 다른 동기들처럼 정식직원이 되고 싶다. 별 큰 금액 아니니까 착하고 귀여운 동생 도와주는 셈 치고 신청해달라. 자기가 직접 사후에 1:1 회원관리를 하여 자주 연락하게 된다. 등등.. 여기까지 듣고 있으면 대략 10분은 넘게 통화한 것이다. 나는 잠결에 아 네네 하고 있다가 잠이 다 깬 후에 '내가 뭐하고 있지'싶어서 그냥 끊어버렸다. 그러고 나니 1분쯤 후에 같은 번호로 전화가 온다. 안받았다. 1분쯤 후에 다른 번호로 전화가 오는데 역시 의심이 들어서 안받았다. 그러고는 전화가 더 안오길래 그런가부다 했다. 회사에 출근해서 막 책상에 앉으려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받았더니, -유진이에요 선배님- 그러는 것이다. -음...누구드라..유진이가..- 순간적으로 짱구를 굴려봤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어 그래? 허허 누구? 잘 안들리네...- -아까 아침에 전화드렸던 유진이요- ..... 끙! 이번 애는 좀 끈질기구나 싶었다. -아~! 네네..왜여?- -아까 아침에 전화 그냥 끊으신거에요? 아님 끊긴 거에요?- -아..음음..거 그냥 끊은 건데여?- -흐...흑흑...어떻게 그러실수가 있어요?- -잉? 네? 그게..이런 전화 많이 받아봐서요..그냥 끊었어요- -저는 흑흑...그런 닳고닳은 텔레마케터가 아니에여..흑흑.. 저는 인간적으로 선배님이 잘 받아주셔서 정말 고맙고 정을 느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실수가 있어요? 흑흑흑흑- .. ... .... -(아 나 이런 씨댕) 아 근데요..지금 그렇게 우는것두요.. 지금 한 세번째 받은거거든요? 하다가 안되면 우는거 다 아니까요..울지 말져?- -. .. ... ... ......(뚝)- ㅡ.,ㅡ 유진이라는 텔레마케터는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다..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책들이 다 저렇게 해서 속아넘어가서 산 것들이겠지. 그 책 보면 좋은 사진도 많고 괜찮은것 같긴 한데 왜 그따위로 파는지 모르겠다. 저 전화를 받았을때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은 전화 시작 즈음에 말 중간에 그냥 씹고 "안사요! 관심 없어요!!!" 하고 끊어버리는 것이다. 말을 다 듣고 안산다고 해야지..그러면 갸네들은 어떤 대답이 나올지 다 교육을 받기 때문에 말로 살살 달래서 안산다고 하려다가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하여간 아침부터 재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