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에이즈 취재리포트

박정남200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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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로 인해 아시아 지진 참사로 희생된 인명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 매년 숨져간다, 에이즈는 또 다른 유형의 인종학살”

“오늘날 아프리카에는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에이즈라는 또 다른 로벤섬에서 홀로 희망을 잃고 투쟁하고 있다” - 넬슨 만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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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성공회의 깁슨 주교

 

지난 7월 6일 케냐의 내이션스지에 충격적인 기사가 실렸다. 성공회의 깁슨주교를 비롯한 성직자들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에이즈환자임을 밝힌 것이다. 그는 왜 자신이 에이즈환자임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일까? 취재진이 찾아간 그의 교회는 나이로비에서 자동차로 8시간이 걸리는 아름다운 시골마을이었다. 아카펠라 성가가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교회에서 그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에이즈환자들과 에이즈가 주는 사회적 낙인과 싸우고 있었다. “교회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에이즈가 더 이상 부도덕한 성행위로 걸리는 병이라는 스티그마(사회적 낙인)와 싸우기 위해서 환자임을 공개했고, 다른 사람들이나 교회의 지도자들도 우리들의 문제를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에는 전 세계 에이즈환자의 2/3가 살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1/3이 에이즈감염자일 것으로 추정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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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뭄바사에서 우간다 콩고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

 

AIDS-Highway

 

아프리카 전역의 에이즈 분포도를 보면 큰 도로와 국경 지대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 확산의 주범으로는 주로 트럭 운전사들과 장사꾼들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런 트럭 운전사들과 장사꾼들이 관계를 가지게 되는 상대였다. 큰 도로와 국경지대에 사는 남자 중 상당수가 자기 아내, 또는 며느리 그리고 딸들에게 호객행위를 시킨다는 것이었다. 물론 돈 때문이었다. 가진 것도 없고, 일할 거리도 없으며, 배가 고픈 사람들이 돈벌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유일한 행위였던 것이다. 트럭운전사와 군인들을 통해 도로를 따라 번지던 에이즈가 점점 도로를 벗어나 마을로 마을로 침투하기 시작했고, 초기 아프리카땅에 에이즈를 무서운 속도로 퍼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케냐의 뭄바사에서 시작해 우간다를 거쳐 콩고로 이어지는 이 고속도로에는 아직도 수많은 여성들이 몸을 팔아 생계를 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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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북부 킷트쿰지역의 나이트 코뮤터

 

취재진이 찾은 우간다 북부의 캄팔라 지역은 아직도 내전이 한참인 지역이다. 해가지고 밤이 찾아오면서 취재진은 수천명의 아이들이 담요 한 장을 메고 타운으로 몰려드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했다. 일명 '나이트 코뮤터(night commuter)'라고 불리는 아이들이었다. 이 아이들은 반군에게 납치당해 소년병으로 키워지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밤마다 집을 나와서 정부군이 지키는 타운에서 노숙을 한 다음 새벽에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교회와 NGO에서 나서 아이들을 돌보지만 몇몇 단체에서 그 많은 아이들을 돌보기엔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조금 머리가 큰 아이들은 사람들 눈길이 닫지 않는 곳에서 무분별한 성행위를 갖고 이는 또 다른 에이즈의 확산 경로가 된다. 이 지역의 에이즈 확산경로를 보면 반군과 정부군의 전선을 따라 에이즈가 확산 된 것을 알 수 있다. 에이즈에 걸린 여성을 납치, 강간하고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같은 일을 저지르고 하는 사이 에이즈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반군에 납치당했다 반군의 아이를 임신해 돌아온 아이들을 여러 명 만날 수 있었는데 아이들은 아직까지 에이즈 검사도 해보지 못한 채 또 다른 남성과 가정을 꾸린다.

 

잘못된 유목민의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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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두 번째 세 번째 아이는 에이즈에 감염, 어머니는 에이즈환자로 임신 8개월

 

아프리카 유목민의 전통에 따라 에이즈로 죽은 형제의 자식들은 남아있는 형제들이 모두 맡아 키우게 되는데, 이때는 남겨진 자식뿐만 아니라 형의 부인, 동생의 부인까지도 함께 취하게 된다. 바로 거기서 또 다른 에이즈의 확산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킷트쿰지역의 난민촌에서 취재진이 만난 가족은 동생이 에이즈로 죽은 형의 가족을 부양하는데 그는 형이 에이즈로 죽었고 형수 또한 에이즈에 걸린 것을 알면서도 7명이나 되는 조카와 형수가 버려지는 것을 볼 수 없다며 형수와 결혼을 했다. 그로 인해 그도 역시 에이즈에 감염됐고 형수와의 사이에서 또 한명의 자식을 낳았다. 그러나 여성들의 에이즈는 단순히 여성 자신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데서 그 심각함이 하늘을 찌른다. 에이즈에 걸린 여성이 임신을 했을 경우 더욱 끔찍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임신한 여성이 자기 뱃속의 아기에게 태반을 통해 에이즈를 옮기고, 또 출산 때의 혈액으로 인해 에이즈를 옮기며, 출산 후에는 모유를 통해 아기의 몸속으로 에이즈 바이러스를 옮기게 된다.
취재진이 만난 여성 중에는 5명의 아이 중 이미 2명의 아이가 에이즈에 감염돼 투병 중이고 현재 또 한명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여성도 있었다. 신생아의 에이즈 잠복기간은 6~12개월, 성인에 비해서 현저하게 짧다. 아이의 경우에는 증상 또한 심하여 단기간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아프리카 5세 이하 아이들의 에이즈로 인한 사망률이 1000명중 152명이라는 수치는 말라리아나 기아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에이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또 아프리카에는 성적정화의식이라는 악습이 있는데 남편이 죽으면 아내를 친척들이 집단으로 강간을 한다. 그러면 죽은 남편의 영혼이 자유로와진다는 말도 안 되는 인습이다. 또 매 짝수년도의 12월에는 집단으로 부족여성의 성기를 도려내 막아버리는 할례를 행하는데 하나의 면도칼이나 농기구로 마을 전체의 여성들을 시술한다고 한다. 이런 악습들이 에이즈를 한꺼번에 확산시킨다.

 

 특허에 의한 살인

 

우간다 취재가 중반에 이를 무렵 우리는 필다라는 여인을 만날 수 있었다. 16살의 나이에 군인을 좋아해 집을 나간 여인은 4년 만에 남편에게 버림받고 에이즈에 걸린 몸으로 아이를 임신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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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틀 후 사망한 필다


정부에서 무료로 약을 나눠주지만 약을 받으러 갈 차비조차 없어 변변한 치료 한번 받아보지 못한 여인은 취재진이 떠나고 이틀 뒤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에이즈하면 죽음의 병...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생명공학과 의학의 발달로 현재 에이즈는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병이 됐다. 그러나 약값이 문제다. 현재 전 세계 에이즈관련 기금의 67%가 순수하게 약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이렇게 약값이 비싼 이유는 바로 특허에 대한 로열티 때문이다. 그래서 에이즈 운동가들은 아프리카 에이즈 환자들의 죽음을 특허에 의한 살인이라고 부른다. 값비싼 정품약을 구할 수 없는 이들이 선택한 것은 바로 인도나 브라질에서 생산된 복제약품. 효과는 같지만 가격은 정품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그러나 다국적제약회사들과 미국은 복제약품을 사용할 경우 에이즈기금자체를 원조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월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됐다.

 

아프리카 에이즈 취재리포트 우간다에서 바이라문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는 네비라핀


 

우간다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에이즈 치료제인 네비라핀의 부작용에 관한 폭로가 미국국립보건원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그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이 금지된 약물인 네비라핀을 지속적으로 처방해 왔다는 것. 하지만 취재진이 찾은 우간다의 에이즈전문국립병원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네비라핀이 계속 처방되고 있었고 약을 처방하는 약사조차도 그 약이 미국에서 처방이 금지된 약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취재진이 우간다를 떠날 무렵 수잔이라는 말기 에이즈환자를 만났다. 에이즈에 걸린 부모님을 돌보다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아이는 올해 겨우 열여섯이었다. 폐렴과 피부병으로 매우 고생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피부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데 드는 비용은 우리 돈으로 겨우 2000원이라고 현지활동가가 얘기해줬다. 그리고 항바이러스제를 제외한 기타 약값으로 일년에 60만원이면 수잔이 살고 있는 지역의 에이즈 환자 60명의 저 세상으로 갈 때까지 최소한 피부병의 고통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 수잔에게 필요한 것은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현재 수잔은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아 외딴 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취재진이 도착할 때까지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했다. 겨우 가져다준 음식조차 넘길 힘이 없는 아이...

 

아프리카 에이즈 취재리포트 수잔 방송 2달 후 사망


 

모든 스탭이 촬영 내내 울기만 했다. 아이는 인터뷰 중 자기는 오래 살거고 또 커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