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국영화를 좋아한다

이재봉2006.04.11
조회16,275


 

(About a boy는 2002년 영화. 위의 그 귀여운 꼬마 주인공이 벌써 이렇게 자랐다.애들은 무슨 속성재배 약이라도 먹나 보다.또 몇년 지나면 마약이나 알콜 중독으로 보도되겠지.)

 


나는 영국 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로맨틱 코메디는

영국의 감성을 따라 오는 나라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요란한 영웅주의 미국영화나 예술성위주의 사색적인 프랑스 영화보단 저녁 때 창가에 보이는 옆집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같은

그리고 따뜻한 차 한잔과 부드러운 케이크 한 조각 같은

가벼운 영국영화가 좋다.

그리고 그들의 썰렁하지만 따뜻한 유머도

영국영화를 좋아하게 만드는 이유중 하나이다.

 

너무 철학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으면서

우리들의 일상을 따뜻하게 표현하는 그들의 영화는

요란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주인공들도 대부분 옆집 사람 같고 직장 동료 같다.

언젠가 봤을 것 같은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같은 영화는 일종의 팬터지다.

총리와 집사, 흑인과 백인, 유부녀와 총각,

계부와 아들, 나이 많은 사장과 그의 젊은 비서, 외국인과 외국인,

못생긴 총각과 그에게 정신없이 반하는 미녀들,

이런 꿈은 수혜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의 팬터지가 아니라

그런 꿈을 꾸는 것이 일상적인 약자의 팬터지다.

권력을 가진 자의 꿈이 아닌

소박한 사람들의 이상을 대신 이루어 주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교묘하게 느끼게 만든다.  

.

소박한 서민들의 꿈이 이루어 지기 떄문에

나 같은 소박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거일까.

상업적인 영화이긴 하지만

감독이 모든 이에게 주는 따뜻한 선물이었다.

 

어바웃 보이(About a boy)도 비슷하다.

바람둥이 총각이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에 만난 12살 소년. 그건 약자인 소년이 이루고 싶은 꿈을 그렸다.

물론 결과는 해피앤딩.

그 과정에는 영웅도 예술가도 혁명가도 없다. 그냥 이웃집 총각과 소년이 나올 뿐이다. 잘난 척하지만 결국 외로운 사람들.

그들은 모두 일탈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이지만 

결국 따뜻한 인간애야 말로 그들이 꿈꾸엇던 파랑새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그들이 돌아오는 것 바로 자신의 집이다.    

 

내가 본 영국영화중에 가장 충격적인 영화는 Crying game.

흑인 감독 포리스트 휘테크와 영국의 성격배우 미란다 리처드슨이 나오는 이 영화는 흑인 동성애자와 흑인 영국 병사와의 사랑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랑이야기를 제3자의 입장에서 그린 영화다. 비록 내용은 충격적이지만 잔인하지도 경멸스럽지도 않다. 왜냐하면 그들의 공통언어는 사랑이고 사랑에는 어떠한 외부 형태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 물론 혁명가가 나오고 동성애자가 나오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회에 대한 반항이나 혁명이 아니라

자신들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물론 혁명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사회성 짙은  영화는 트래인스포팅, 나의 왼발이나 작은 세탁소 같은 영화가 있다. 영화에는 비주류의 젊은이. 아일랜드 민병대, 아시아 이민자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영화도 미국영화처럼 그들의 적은 거대한 자본주의나 정부기관의 음모 같은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미국영화에는 개인은 항상 거대 조직의 희생자로 등장하고 결국 이기지만 영국영화의 주인공들은 반항도 별로 하지 않고 일상속에서 그렇게 살아간다. 결국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떄문에 그 영화에서 성공한 인물은 아무도 없다. 대중들의 엄청난 갈채를 받으며 퇴장하는 미국 영화의 주인공들하고는 정말 많이 틀리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영웅이 아니라 가족애, 인간애 그런 것들을 이해하는 그리고 찾게 되는 사람들이다.    

 

미국 배우들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기세가 등등해도 영국배우인 글랜다 잭슨이나 앤소니 홉킨스의 영국식 발음앞에선 꼼짝 못한다고 한다. 그렇게 요란한 마돈나도 영국 여왕 앞에선 다소곳 해진다고 하지 않는가. 마돈나가 자신의 딸 공부를 위해 영국에 주거를 정한 것은 아무리 과거의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는 명성이 퇴색해도 그들이 가진 역사적 전통과 고풍스러운 환경, 그리고 항상 기저로 깔려 있는 인간애와 가족애를 절대 무시 못한다는 것이다. (아마 한류도 이와 비슷한 거 아닌가)

 

영국영화의 좋은 점 또 하나는 너무 당연하지만 영국시내를 보는 것이다. 역시 그들이 Flat이라고 하는 단층집들. 그리고 그 아담한 정원들, 바람이 워낙 불어서 아무 나무도 없는 푸른 언덕. 그리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내가 좋아 하는 것들이다.

 

영국인들은 퉁명스럽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의 영화에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그 감정을 드러내면 격정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그 모습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하다.

일본인들이 한국 남자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처음엔 무심한 듯하다가

한번 필이 꽂히면 그 다음부터 적극적이라서 그런다던데

일본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뚝뚝한가?

영국인들도 처음에는 무심한 듯 조심스럽다가

한번 필이 꽂히면 적극적 애정공세를 펼친다.

유럽이나 미국하곤 약간 다른 정서.

그래서 아마 영국영화가 우리 정서하고 잘 맞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