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지은선2006.04.12
조회26

2005년 7월.

어쩌다보니 또 거창하게 되었다.

백합반에 앉아서

자습을 하는 대신, 이걸 썼다.

 

워낙에 말이 많아서 그런지

정말로 짧은 시는 못 쓰겠다.

난 수다쟁이니까.

 

제목이 마음에 든다.

축제 때 제일 신경썼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다 읽어줬을지..

 

한번쯤은 절박해보고 싶었다.

 

모티프는

한여름인데도 너무 추운 교실에 앉아서

긴 팔 남방을 찾아입다가 떠올랐다.

난 바람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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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창, 그 안을 노린다

 

백합문학동인회 35기 지은선

 

꿋꿋이 닫혀있는 너의 창은

흙이 섞인 나의 입김을 여지없이 가로막고

대신, 너는

그악스러운 입을 벌린 채

모진 냉기를 뿜는 기계를 모셔두고

비릿한 쇠맛을 만끽한다

 

틈이라도 좋으니 조금만 열어다오

나의 절박한 기도에 선심쓰듯,

아이처러머 귀퉁이로 미끄러지는 미풍은

나의 한숨소리처럼 쓸데없는 것일테지

 

녹음이 물씬하게 밴 나의 체취는

다만, 항시

너의 투명한 얼굴을 힐끗거릴 뿐,

가끔씩 유리를 사이에 두고 면회를 와서

측은하지만 문을 열어줄 수 없다고

열쇠를 쥔 간수가 되어 감옥에 갇힌 나에게

 

너에게는 애닯게 쓰라린 매미조차

질펀하게눅어드는 끈적임일 따름이다

감히 넘볼 수 없노라 조소하는 앞에서

오직, 나는

작열하며 원망스런 빛을 쏘아내는 것 밖에는

천칠백도에서야 녹는다는

알루미늄 섀시를 위해서

 

탄식은 통곡이 되어 온 몸으로 섧게 울어도

그 견고한 창턱을 두드릴수록

결쇠가 부딪히는 진동만 나를 때리고

 

나는 지금도

열리지 않는

너의 창, 그 안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