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스타인의 말러 교향곡 6번

신봉욱200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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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타인의 말러 교향곡 6번

녹음 : 1988년 9월, 빈, 무지크페라인 잘
출시 : 1989년 11월 7일
자켓 : Erté (La Tristesse) 에르떼 (슬픔)
음반번호 : 427 697-2

1988년에 번스타인은 다시 빈 필하모닉을 이끌고 자신의 세 번째 말러 교향곡 싸이클을 녹음하는데 6번이 그 레퍼토리로 지정됐다. 세 번째 말러 싸이클은 이전의 녹음들에 비해 번스타인의 색깔을 확실히 엿볼 수 있는 것들이다. 말러의 음악에 충실하고픈 청취자들에게는 번스타인의 개성이 강한 이 녹음들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으나 훨씬 더 느려진 템포, 폭 넓어진 곡의 해석 그리고 진지한 내면의 성찰을 강구하고프자 할 때는 이 전집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훨씬 더 자의적이고 느리면서 진지해지고 곡의 색채가 짙어진 것은 말년에 우울증을 앓아 정신과 치료를 받은 번스타인의 내면의 고통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작곡과 지휘 두 방면에서 성공을 하고픈 욕망과 자신의 성적인 취향으로 인해 고통을 겪은 것 -- 그것이 결국은 미모의 아내를 먼저 저 세상에 보내버린 원인이 되었음 --, 그리고 애지중지하게 키운 아들의 말썽과 속 썩임이 80년대에 번스타인이 남긴 레코드물들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비교적 후기에 녹음된 6번은 세 번째 전집 가운데는 추천할만한 레코드로 꼽고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뉴욕 필 시절, 빈 필과의 첫 번째 실황 녹음에 비하면 그 음악적인 면에서 성숙됨을 엿볼 수 있고 인생의 깊은 음미와 성찰인지는 몰라도 늘어진 템포는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맘에 들어하진 않는다. 반면에 비교적 꼼꼼하게 프레이징 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 이 곡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디오를 틀자마자 난폭하게 행진하는 1악장의 메인 테마서부터 이 곡에서부터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달짝찌근하게 전개되는 속칭 ‘알마의 테마(76번째 마디, 2분 32초부터~)’는 세파의 고통을 잠시 잊게끔 해주는 신기루와도 같은 현상의 노랫소리로 다가온다. 발전부에서 간간히 울려퍼지는 목관악기와 실로폰의 트릴소리는 세파의 비웃음과도 같다.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이 마치 세상사람들의 가식적인 웃음소리에 비유한 것 같다. 레니는 그것을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처럼 상세하면서도 기막하게 연출해내고 있다. 코다 부분(374번째 마디, 19분 50초부터~)은 이전의 것들에 비해서는 느려진 템포가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음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는 것은 칭찬할만하나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스케르초 악장에서는 보다 더 두터워진 사악한 것들의 꼬드김이 두드러진다. 트리오 주제부분(97번째 마디, 리허설 번호 73번, 2분 25초부터~)은 그와 정반대로 레니 특유의 철면피적인 신파조로 풀이해나가고 있다. 미쳐서 발광하는 광기의 절정(401번째 마디, 리허설 번호 100번, 12분 16초)부분에서는 탐탐의 소리가 개선되었는지 더 두텁고 광활하게 들린다. 이 탐탐의 울림은 종악장에 가서도 언급하겠다.

안단테 악장은 빈 필의 부드럽고 촉촉한 현악기들의 울림이 먼젓 번의 실황녹음보다 더 진해지고 달콤해졌다. 느리게 연주하는 탓에 좀더 점착력이 있어진 것 같다. 클라이맥스 부분(146번째 마디, 리허설번호 59번, 11분 07초부터~)은 이전보다 더 깊이있는 애절함을 노래하고 있으며 마치 통곡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피날레는 이전의 것들보다는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아졌다. 느려진 템포가 옥의 티이긴 하지만 레니의 개성을 감히 누가 이렇다 저렇다 저울질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서 언급할 것은 탐탐의 울림이다. 발전부에서 전개되는 저돌적인 행진곡의 서막에서 울려지는 탐탐의 울림(395번째 마디와 401번째 마디, 15분 30초와 15분 43초)은 이전과는 다른 깊이있는 소리로 다가온다. 이전의 두 녹음에서 들리는 큰 꽹가리를 치는 듯한 소리가 나서 자칫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를 연상케 할만큼 분위기 깨는 소리가 난다. 말러 교향곡에서 쓰이는 탐탐의 울림은 징 소리 비스무레하게 광활하고 그러한 여운이 강한 울림의 악기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곡이 전하는 메세지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이 악장의 가십거리는 해머 타격일 텐데 특이하게 네 번 치고 있다. 코다를 시작하는 부분(773번째 마디, 리허설 번호 164번, 29분 21초)에서도 이 망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쯤되면 주인공을 확인사살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아예 속된 말로 “담가버리는”수준의 것이 되겠다. 이렇게 레니의 악보에도 없는 자의적인 해석들 -- 이전 녹음에도 그러한 부분들이 종종 감지된다. 특히 70년대에 녹음된 교향곡 9번에서는 확실히 그러한 것들을 들을 수 있다 -- 을 듣고 있노라면 “레니와 구스타프 말러는 동일시되는 인물인가?”라는 콘스탄틴 플로로스의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레코드는 말러 교향곡 6번에 처음으로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음반이 될 것이며 비록 레니의 자의적인 거칠고 광폭한 해석과 늘어진 곡의 연주 속도가 마음에 걸릴 것이지만 말러가 의도했던 내면의 투쟁과 비극적인 예언의 운명을 잘 맞아떨어지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레코드의 자켓을 장식하고 있는 에르떼의 작품 ‘슬픔’과도 부합된다. 곡 전체에서 간간히 울려퍼지는 금관악기들의 날카로운 포효소리, 타악기들의 다양한 울림과 박박 그어대는 듯한 현악기들의 처절한 몸짓은 듣는 이로 하여금 이 곡에 한발 더 다가서게 만들 것이다. 아마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헤비메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곡에 쉽게 매료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