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라는 말

윤의성2006.04.15
조회87
'보고싶다'라는 말

 

 

 

# 1.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살면서 대처하기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함께 보낸 좋았던 시간 때문에,

가끔은 다투었던 기억들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행복해했던 당시의 내모습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한 시간,

두 시간,

침대에 누워서 낡은 파노라마를 펼치는 영사기를 더듬거리다가

끝내 나는 무거운 입을 힘겹게 연다.

 

'나는... 당신이... 보고싶다...'

 

 

 

# 2.

 

문득 초점을 잃었던 감정이,

그 한 단어에 몰입한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보고싶다'는 감정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나는 정확히 이것이 어떤 느낌인지,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다.

 

'배고프다'는 것은,
무언가 먹기를 원한다는 욕구를 의미하지만,
'보고싶다'라는 말은 그렇게 설명하기가 불가능했다.

 

내 눈으로 직접,

살아서 움직이는 당신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의미한다라고 설명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나는 그걸 원하지 않는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으며,

그런 당신에게 슬픔에 잠겨있는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다.

 

 

 

# 3.


 '그래도...

그래도...

... 보고 싶다.'

 

난 막연히 '보고싶다'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어떤 감정인지 모르는 채로
수없이 읊조리고, 곧잘 그말을 상대방에게 하곤한다.

 

 

 

# 4.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하게 되는 말이

'엄마'라는 말과 같이,
나에게 가장 쉽고 익숙한 말이

'보고싶다'라는 말인가보다.

 

난 왜 이말을 자주 하게 되는걸까?
슬프다.

너무 슬퍼서 화가 난다.

 

'난 왜 당신이 보고픈걸까? 왜! 도대체, 왜!'

 

 

 

# 5.


사람들은 한번 어떤 일을 겪고나면
그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보다 유연하게 그 일을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경험은 값진 것이라고 하는가보다.

그러나, 한 가지 안되는 게 있다.

절대 안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


그것은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해를 거듭하면 할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음이 더 아리다.
더욱더 속수무책이고
지난 번보다 더더욱 심하게 무너지게 되고,

지난 해보다 더더욱 눈물이 많아지게 된다.


 

헤어지지 않는 관계는 없다고 하더라.

헤어짐은 예견된 행로라고 하더라.

 

이유가 죽음이든, 아니면 다른 것이건 간에.

 

 

 

 

# 6.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도합니다.

 

나의 헤어짐은

최대한 내 인생의 끝길에서 가까운 때에 마주하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