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나는 거미다. 어느 여름날, 내 거미줄에 무언가가 걸렸다. 나비다. 난 얼른 먹어버리려 그 나비 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 나비를 도저히 먹을 수 없다. 배가 부른 것일까. 이런적은 없는데. 그냥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 6월 3일. 난 여러차례 나비를 먹어보려 애를 썻지만 도저히 먹을 수가없다. 그래서 가까이서 좀더 관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흔한 나비다. 노란 색 날개에 무늬가 있다. 아직도 정신이 말짱한가 보다. 거미줄에서 달아나려고 애를 쓴다. 6월 4일 2일 동안 관찰한 결과. 난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매우 배가 고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나비를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나의 머리속은 점점 혼란스럽다. 6월 6일 힘이 하나도 없다. 배가 고픈 탓이다. 나비가 거미줄에 걸려든 후 다른 멋잇감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배가 고픈 것은 나비 역시 마찬가지다. 왠지 불쌍하다. 하지만 어쩔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건 먹이를 가두고 서서히 먹어가는 것이지. 너에게 먹이를 줄수 있는 건 아니니까. 6월 7일 이상한 공생 관계가 계속 되어 간다. 난 나비를 관찰하고 나비는 그런 나를 묵묵히 바라본다. 오늘도 역시 다른 먹잇감은 보이지 않는다. 배가 고프다. 점점 지쳐간다. 6월 8일. 답을 알아냈다. 이 나비한테는 은은한 향기가 난다. 다른 먹잇감에게선 느낄 수 없는 향기다. 배는 고프지만 기분은 좋다. 그냥 지켜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말을 나누고 싶다. 인사를 건네고 싶다. 하지만 그것 역시 불가능하다. 내가 할 있는 건 나비를 거미줄에 가둬놓는 것 뿐이다. 현실이 잔혹하다. 6월 11일 큰일 났다. 나비가 많이 아프다. 10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일까. 나를 바라보는 눈에 힘이 없다. 생기가 사라져간다. 내일이면 낫을까? 6월 12일 여전히 나비는 힘이없다. 가슴이 아프다. 6월 13일 날씨가 흐리다. 비가 올 징조이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한다. 하지만 고민이다. 이사를 가면 나비를 두고 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인생 가장 혼란스러운 날이다. 6월 15일 결심했다. 난 이사를 갈 것이다. 그게 나와 나비를 위한 길이다. 6월 16일 나비를 만난지 2주가 지났다. 난 비를 피해 이사를 갔다. 허전하다. 날 기분좋게 해주는 향기를 더이상 느낄수 없다. 허전하다. 외롭다. 내가 내가 아니다. 6월 17일 비가 온다. 이사를 가서 난 괜찮다. 나비는 어떻게 됐을까? 거미줄에서 풀려났을 것이다. 날개가 비에 젖으면 안될텐데. 걱정된다. 6월 18일 비가 그쳤다. 6월 20일 다른 먹잇감이 거미줄에 걸렸다. 하지만 어느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비가 생각난다. 6월 21일 배가 고프다. 하지만 먹잇감을 먹고 싶지는 않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먹잇감이 아니라 나비의 향기이다. 한번이라도 나비의 은은한 향기에 취하고 싶다. 6월 23일 잠을 자다 깼다. 익숙한 향기가 느껴진다. 나비다. 무척 반갑다. 하지만 나비는 거미줄에 걸리지 않았다. 내 앞에서 날개짓을 하고 있다. 묵묵히 나비를 바라보았다. 나비를 다시 내 거미줄에 잡아 두고 싶다. 하지만 난 깨달았다. 이게 나와 나비를 위한 최선의 길이다. 거미줄에 잡아 두면 나비는 또 다시 아플것이다. 지금 나비는 매우 건강해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그걸로 됐다. 한번더 나비의 향기를 맡은 것으로 만족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하다. 얼마 후 나비는 나를 지나쳐 날아가버렸다. 이제 다시 볼 일은 없을것이다. 부디 잘 살기를 바란다. -------------------------------------------------- 우리 모두는 거미다. 그녀만 바라보고 그녀만 사랑하지만, 어느새 집착이 된다. 그 집착은 점점 커져 나를 힘들게 하고 그녀를 지치게 한다. 우리 모두는 나비이다. 그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가 힘들어 하는 것을 차마 볼수가 없다. 그가 떠나는 것을 잡을 수 없다. 아픈 사랑의 상처 후에 우린 다시 거미줄을 친다. 다른 사랑이 오기를 기다린다. 마음 한구석에 그녀의 향기를 간직한 채로...
거미와 나비
6월 2일
나는 거미다.
어느 여름날, 내 거미줄에 무언가가 걸렸다.
나비다.
난 얼른 먹어버리려 그 나비 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 나비를 도저히 먹을 수 없다.
배가 부른 것일까. 이런적은 없는데.
그냥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
6월 3일.
난 여러차례 나비를 먹어보려 애를 썻지만 도저히 먹을 수가없다.
그래서 가까이서 좀더 관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흔한 나비다. 노란 색 날개에 무늬가 있다.
아직도 정신이 말짱한가 보다. 거미줄에서 달아나려고 애를 쓴다.
6월 4일
2일 동안 관찰한 결과. 난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매우 배가 고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나비를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나의 머리속은 점점 혼란스럽다.
6월 6일
힘이 하나도 없다. 배가 고픈 탓이다. 나비가 거미줄에 걸려든 후
다른 멋잇감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배가 고픈 것은 나비 역시 마찬가지다.
왠지 불쌍하다. 하지만 어쩔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건 먹이를 가두고 서서히 먹어가는 것이지.
너에게 먹이를 줄수 있는 건 아니니까.
6월 7일
이상한 공생 관계가 계속 되어 간다.
난 나비를 관찰하고 나비는 그런 나를 묵묵히 바라본다.
오늘도 역시 다른 먹잇감은 보이지 않는다.
배가 고프다. 점점 지쳐간다.
6월 8일.
답을 알아냈다.
이 나비한테는 은은한 향기가 난다.
다른 먹잇감에게선 느낄 수 없는 향기다.
배는 고프지만 기분은 좋다.
그냥 지켜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말을 나누고 싶다. 인사를 건네고 싶다.
하지만 그것 역시 불가능하다.
내가 할 있는 건 나비를 거미줄에 가둬놓는 것 뿐이다.
현실이 잔혹하다.
6월 11일
큰일 났다.
나비가 많이 아프다. 10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일까.
나를 바라보는 눈에 힘이 없다. 생기가 사라져간다.
내일이면 낫을까?
6월 12일
여전히 나비는 힘이없다. 가슴이 아프다.
6월 13일
날씨가 흐리다. 비가 올 징조이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한다.
하지만 고민이다. 이사를 가면 나비를 두고 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인생 가장 혼란스러운 날이다.
6월 15일
결심했다. 난 이사를 갈 것이다.
그게 나와 나비를 위한 길이다.
6월 16일
나비를 만난지 2주가 지났다. 난 비를 피해 이사를 갔다.
허전하다. 날 기분좋게 해주는 향기를 더이상 느낄수 없다.
허전하다. 외롭다. 내가 내가 아니다.
6월 17일
비가 온다. 이사를 가서 난 괜찮다. 나비는 어떻게 됐을까?
거미줄에서 풀려났을 것이다. 날개가 비에 젖으면 안될텐데.
걱정된다.
6월 18일
비가 그쳤다.
6월 20일
다른 먹잇감이 거미줄에 걸렸다. 하지만 어느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비가 생각난다.
6월 21일
배가 고프다. 하지만 먹잇감을 먹고 싶지는 않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먹잇감이 아니라 나비의 향기이다.
한번이라도 나비의 은은한 향기에 취하고 싶다.
6월 23일
잠을 자다 깼다. 익숙한 향기가 느껴진다.
나비다. 무척 반갑다. 하지만 나비는 거미줄에 걸리지 않았다.
내 앞에서 날개짓을 하고 있다. 묵묵히 나비를 바라보았다.
나비를 다시 내 거미줄에 잡아 두고 싶다. 하지만 난 깨달았다.
이게 나와 나비를 위한 최선의 길이다.
거미줄에 잡아 두면 나비는 또 다시 아플것이다.
지금 나비는 매우 건강해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그걸로 됐다. 한번더 나비의 향기를 맡은 것으로 만족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하다. 얼마 후 나비는 나를 지나쳐
날아가버렸다. 이제 다시 볼 일은 없을것이다.
부디 잘 살기를 바란다.
--------------------------------------------------
우리 모두는 거미다.
그녀만 바라보고 그녀만 사랑하지만, 어느새 집착이 된다.
그 집착은 점점 커져 나를 힘들게 하고 그녀를 지치게 한다.
우리 모두는 나비이다.
그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가 힘들어 하는 것을
차마 볼수가 없다. 그가 떠나는 것을 잡을 수 없다.
아픈 사랑의 상처 후에 우린 다시 거미줄을 친다.
다른 사랑이 오기를 기다린다. 마음 한구석에 그녀의 향기를
간직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