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대회유치 '역효과'

팡야타운200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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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제주골프장...비수기 대회유치 '역효과'
비수기 대회유치 '역효과'큰마음 먹고 제주도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비행기에 오른다. "하늘이 도우사 바람과 안개를 막아주시길." 하지만이맘 때 제주 골프장을 찾는 이들 가운데 절반은 본전 생각이 간절하다. 그린에 올라온 볼이 흔들릴 정도로 거센 바람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안개에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린 올시즌 KPGA(한국프로골프) SBS 코리안 투어 개막전 롯데 스카이힐 오픈도 바람의 희생양이 됐다.

주말부터 바람이 심상찮더니 급기야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선 순간 풍속이 시속 50㎞에 이르는 강풍이 불어닥쳤다. 이 정도면 라운드는 커녕 서있기조차힘들다. 결국 이 대회는 3라운드까지 나온 성적으로 챔피언을 가리는 촌극을 벌였다.

제주에서 열린 골프대회가 허망하게 끝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엔 3차례 대회가 악천후로 파행됐다. 지난해 6월 로드랜드 클래식은짙은 안개로 마지막 라운드를 갖지 못했고, 6개월 뒤에 열린 핀크스컵 한-일여자골프대항전도 강풍과 폭설 때문에 하루만에 폐막됐다. 또 지난해11월에 펼쳐진 ADT 캡스 챔피언십은 악천후 탓에 36홀짜리 대회로 축소된 것도 모자라 월요일에 연장 승부를 갖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삼다도 제주는 초봄과 초겨울 바람이 악명높다. 이 때가 바로 골프 여행의 비수기인 것이다. 내장객들이 많이 찾는 여름이나 가을엔 회원 위주로운영하고, 바람의 계절엔 대회를 유치해 홍보 효과를 얻겠다는 게 제주 골프장들의 계산이다. 더구나 최근 몇년 사이에 제주는 골프장이 우후죽순처럼늘어난데다 충청-호남권에도 리조트형 골프장이 속속 문을 열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제주의 모진 바람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주말 골퍼들사이에선 "KTX 등장에 이어 호남지역에 골프장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제주 골프장의 회원권 가격은 급락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물론 제주 골프장 관계자들은 "골프는 자연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바람도 정도껏 불어야 맞설 수 있다.

바람의 계절에 대회를 열었다가 되레 역효과만 내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기왕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 대회를 개최하거나 골프장을 빌려줄요량이라면 성수기에 선심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 류성옥 기자 watch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