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니아버전]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논쟁적 명제 10개

오승아200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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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 참을 수가 없었다.

GQ코리아에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논쟁적 명제 10개'라는 기사가 나왔다. 우리는 이런 기사 너무 좋아한다. 잘 읽어보니, 우리 또래의 음악평론가들이 쓴 것이다. 우리 또래라 함은, 그들과 우리의 육체적 연령대가 아니라 - 음악을 들어온 흐름과 역사가 비슷하다는 말이다. 80,90년대를 그들과 거의 비슷한 느낌으로 거쳐왔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과 왜 이렇게 다를까. 그리고 '다르다'는 건, 사실 큰 즐거움이다.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이긴 까닭은, '다를 수 있어서' 아니겠는가. 결국 우리도 나름대로의 YES NO를 작성하고싶어 참을 수가 없어져버렸다. 우리의 특징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이들보다는 '덜 쿨한것' 같다. 이것은 비꼬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에 부족한 점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덜 쿨한'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일치하는 부분이 좀 더 있을 수는 있다. 그럼 '덜 쿨한 자들' 버전으로 명제 10개 올라간다.

* 다른 매체의 기사 포맷을 가져와서 좀 걸리긴 했지만, 마침 기사의 부제를 보니 '당신이라면 YES를 택할 것인가 NO를 택할 것인가'라고 묻고 있길래 가뿐하게 빌려온다.


[피파니아버전]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논쟁적 명제 10개

아직 홍대 앞은 가장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DON'T KNOW 우리는 요즘 홍대앞에 안가봐서 잘모른다.

비는 한국 가요계 사상 최고의 엔터테이너다.
YES 딴건 모르겠고, 역대 남자 가수왕들중 비가 가장 '몸이 된다'. 농담이 아니고, 웃어넘길 일도 아니다. 육체는 현대 대중문화의 가장 핵심적인 코드다. 그는 자신의 육체가 가진 장점을 알고, 이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대중들을 움직일 줄 안다. 이런 능력은, 한 시대를 호령했던 엔터테이너들만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가 동시에 - 상당히 뛰어난 라이브 보컬리스트란 사실, 사람들이 아는지 모르겠다. 2005년에 그는 무섭게 진보했다. 좀 기복이 있긴 하지만, 그의 컨디션이 최상이고, 기가 펄펄 살아있을때, 댄스뮤지션으로서 그의 라이브는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 가령 작년 9월 24일의 한류 올스타 서밋에서 그가 보여준 라이브처럼 말이다. 그는 뛰어난 연기자이기도 하지만 그런 사실같은 건 제껴도 상관없다. 자신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든, 아니든, 일단 자신의 무대를 보러온 사람들이라면 단 한순간도 그에서 눈을 못 떼도록 만드다는 점에서 - 그는 우리나라 가요계 사상 최고의 엔터테이너 맞다.

MP3가 한국대중음악을 망쳤다.
YES 맞다! 딴 핑계 댈 필요 없다. 다른 나라는 우리나라 같지 않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인터넷의 속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음악의 질이 저하해서 어쩌고 저쩌고는 전혀 본질에서 벗어난 문제이다. 그렇게 가요가 뛰어나고 다양했다던 시절에도, 음악 좀 듣는다하는 사람들은, 팝송 찾아서 들었다. 요즘 팝송의 점유율은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사람들이 게을러져서일까? 그건 아니다. 가요로도 양질의 정서적 감동와 만족을 얻기 때문이다. 단,MP3는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현실을 외면하지말고,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MP3 소비로부터 합리적인 수익을 창출해낼지 생산자들이 고민해야 한다.

한국 힙합에는 한국 힙합만의 독특한 오리지낼리티가 있다.
NO 힙합은 상당히 미국적인 문화양식이다. 그 문화적 배경 자체가 사실 우리랑은 상당히 안 맞는다. '껄렁껄렁'의 정도가 마약과 총과 섹스에 걸쳐있어야 그쪽 힙합음악이 나온다. 그게 정통 힙합이다. 그걸 우리나라 사람들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아무리 힙합이 쿨하다고 해서, 그걸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사실 '겉멋'에 끝날 위험이 제법 있다. 하긴 그쪽 동네에서도 힙합은 이미 다른 식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국식 힙합을 원한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뭔가 명확한 한국 힙합을 발견해내지는 못한 것 같다. 듀스 이후론 특히 그렇다. 솔리드 이후로 더더욱 그렇다. 지금은 아주 좋은 음악을 해내는 사람들이 몇몇 있을 뿐이다.

서태지와 신해철은 아이콘일 뿐, 더 이상 새로운 히트곡을 내지 못할 것이다.
NO 히트곡을 내야한다. 단 이들이 평생 못했던 것을 해내길 바란다. 그게 뭐냐고? 그것은 아름다운 연대이다. 그들이 가진 출중한 능력을 좌우로 펼치고, 다른 사람들을 끌어안고, 다른 사람들을 더 높힘으로서 그들의 훌륭함이 더욱 부각되는 그런 음악을 해주길 바란다. 그게 대가다. 두 사람은 천재지만 대가는 아니다. 다른 사람을 끌어안음으로써 나는 그 두 사람이 대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창환, 유영진, 김형석 등 스타 프로듀서들이 가수의 성공을 좌우하던 시절은 갔다.
NO 새로운 프로듀서들이 등장해야한다. 아니 등장했는데, 이들을 제대로 기용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엔 실력있는 프로듀서가 등장하면 기획사, 제작사들이 들개처럼 달려들어 그들을 물어채간다. 가수들이 차례대로 앞에 도열해서 줄선다. 우리나라는 실력있는 프로듀서들이 등장했는데 - 쓰질 못한다. 정상급 가수들은 정상급 프로듀서와의 작업을 통해서만 탄생한다. 특히나 탈한국 시장을 염두에 둔 뮤지션들이라면 이것은 절대절명의 명제이다. 가수들이여, 자신에게 물어보길. 제작사 사장들도 자신에게 물어보길.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음악 프로듀서와 일하고 있는가' - 대답이 Yes일때에만 음반을 내고 무대에 서길.(생각해보니, 제작사 사장들은 자신에게 물어보지말고, 주위의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는 쪽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젊은 가수 중 박효신은 단연 발군이다.
YES 발군이다. 그는 아주 징그럽게 훌륭한 가수이다. 왜 훌륭한가 하면 그는 그저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적 신념이 있고, 그걸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고집대로 다해내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누구보다 노력을 많이 하고, 무대에 설때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람 공연 취재로 '취재'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요즘 우리나라 가수들이 대충 비슷한 수준이겠지라고 생각했다.몇달이 지난 지금에야 그의 공연이 이루어내는 성취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절감하게 된다. 우리에게 잘알려진 몇몇 히트곡은 그저 그의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와 같은 반열에 드는 젊은 가수? 동방신기의 보컬리스트인 시아준수가 떠오른다. 자신의 음악세계를 조율할 능력만 갖추게 된다면, 그는 박효신과는 또 다른 성격의 음악적 성취를 이룰 것이다.(휘성은 우연찮게 콘서트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섣불리 평가할 수 없어, 박효신으로 질문을 대체한다)


동방신기의 노래를 온 가족이 흥얼거릴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NO 무슨 소리신가. 요즘 시아준수의 목소리에 넋잃고, 유노윤호의 섹시함에 눈먼 - 30,40대 주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마당에. 틴아이돌이나 보이밴드가 10대를 타켓으로 활동을 벌이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해당 뮤지션의 음악성과 노력에 따라, 그 타켓은 곧바로 확장되고 증폭된다. 동방신기는 멤버들의 탄탄한 실력과 다양한 레퍼토리로 보건대 타겟층을 확장할 가능성이 가장 많은 팀이다. 요즘 중장년층들이 같은 연배 가수들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최근의 일부 40대들, 심각하게 발랄하다. 그들은 대학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하며 자라온 세대이다. 단지 다소간의 문화적 단절이 있다면 그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짧은 시간에 문화의 격변을 겪고 있어 일어나는 여러가지 현상이다. 락을 좋아라 듣던 우리 또래들, 늙어서도 락 듣는다. 힙합하는 지금 20대들, 아마 40대 되어서도 힙합할 것이다. 지금은 이것이 나이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취향의 문제이며, 우리 사회가 문화적으로 발전해갈수록 더더욱 취향의 문제로 될 것이다.

음악잡지를 사서 보게 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NO 재미있는 잡지가 나오면 사보겠지.

지금 가요계에는 뚜렷한 흐름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다양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NO 흑인음악이 너무 많다고 하지만, '흑인 음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건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트렌드다. 흑인음악이란 - 가장 본능적인 리듬감, 그리고 이에서 연유하는 그루브감을 지닌 흑인종이, 미국이라는 다인종 사회에서 현대성과 보편성을 획득하면서, 감정적으로 격렬한 갈등을 겪으면서 만들어낸 고갱이같은 산물이다. 힙합과 R&B는, 미국 대중문화의 중요한 무대인 클럽씬을 통해 전투적으로 경쟁하고 진보해온 결과물이다. 그것이 우리나라에도 풍미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그만큼 열린 사회라는 얘기이고 좋은 것을 빨리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고, 흑인음악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분명 코드가 맞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나쁠 것 없다. 90년대 등장한 아이돌 그룹 탓할 것도 없다. 그 사람들이나마 있기에 그나마 이정도 버티고 있다. 그 사람들이, 총들고 다른 음악 못 듣게, 못하게 막는 것도 아닌데 왜 틈만 나면 그들 탓인가. 사실 음악보다 더 시급한 것은 시스템의 문제이다. 시스템의 문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시장이 개선되야한다. 시장 문제는 지금 상당히 심각하다. 아무리 소비자들의 잘못된 소비행태에서 시작된 문제라 해도, 해결은 결국 생산자들이 해야한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모으고 뜻을 모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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