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비탈진 골목길에서 불량스러운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아버지 나는 누구예요?”라고 외치며 출생의 비밀을 캐려는 아들에게 흰 러닝 셔츠만 걸친 채 창가로 고개 내밀고 머리 위로 손을 빙빙 돌리며 “나도 잘 몰러”라고 대답하는 아버지.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이동통신 ‘016 na’ 광고의 한 장면이다.
‘잘 나가는’ 연예인들도 탐내는 이동통신 광고에 출연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나도 잘 몰러”라는 한마디를 내뱉고 단숨에 스타가 된 김상경씨(59)는 과일가게 아저씨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20년째 ‘공주상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과일장사를 해서 동네 사람들에게는 광고가 나가기 전부터 이미 낯익은 얼굴이다. 그리고 광고가 나간 이후로는 많은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김씨를 쳐다보며 아는 체를 한다고 한다. 그게 그리 싫지 않다는 김씨는 솔직히 잘생긴 얼굴도,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도 아니다. 못생겼지만 조금 특색있는 얼굴이라고 스스로 고백하는 김씨. 그가 광고계가 주목하는 인물로 떠오른 것은 순전히 친구 때문이었다.
“이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기존에 있던 주택이 철거되고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었어요. 사람들이라곤 아파트 공사장 인부뿐이었죠.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가게문을 닫았어요. 제 친구가 엑스트라였는데 용돈이라도 벌어 쓰라며 이 일을 권한 겁니다.”
먹고살기 위해 선택의 여지없이 엑스트라로 전업한 것이 2년 전. KBS 인기사극 <용의 눈물>이 김씨의 방송 데뷔작이다. 대사 한마디 없는 스님 역을 시작으로 <용의 눈물>에서 맡은 역할만도 수십 개. 카메라가 자신의 얼굴을 비춰줄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김씨는 차츰 드라마에서 영화, CF까지 영역을 넓혀 나갔다. ‘016 na’ 광고는 김씨의 세번째 출연작. 광고 데뷔작이었던 공익광고 의료보험통합 광고에서는 “우리 농민들은 의료보험료를 조금만 내도 되니 얼마나 좋아요”라는 다소 긴 대사를 소화하기도 했다. 두번째 작품은 구성애씨가 출연한 ‘우루사’ 광고. 하지만 이 광고에서는 구씨 뒤에서 활짝 웃으며 얼굴을 한 번 내민 게 전부였다. ‘016 na’ 광고에 캐스팅된 것은 ‘TTL’ 광고로 유명한 박명천 감독이 ‘우루사’ 광고를 찍으면서 김씨의 순박한 모습과 웃음을 눈여겨본 덕분이었다.
“제 얼굴이 좀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많은 엑스트라 중에서 제일 앞쪽에 나와 웃었거든요. 그나저나 그때도 엑스트라였고 알고 보면 이번 광고도 엑스트라 아닙니까? ‘나도 잘 몰러’ 이 한마디로 이렇게 뜰 줄은 몰랐어요. 광고 찍을 때 광고회사 여직원들이 우스갯소리로 ‘아저씨 이참에 뜨겠네요’라고 하긴 하던데 정말 뜨긴 떴나 봅니다. 지하철이든 거리에서든 몰라보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뜨고 나니까 식구들이 제일 좋아합디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과일 가게의 문을 다시 연 김씨는 생업인 과일장사를 소홀히 할 수 없어 몇 천원 어치 과일을 주문해도 총알같이 배달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배달갔을 때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즐거워한다고. 동네 과일가게 아저씨일 뿐인데도 유명한 사람이 되어 배달해 주니까 몸둘 바를 몰라하는 사람들도 있고 일부러 아이들까지 불러내 소개시켜 주는 아줌마도 있을 정도.
한번은 이웃에 살고 있는 한 부부가 김씨를 찾아왔다고 한다. 남편은 김씨를 ‘나도 잘 몰러’ 아저씨라고 우기고, 아내는 설마 “과일가게 아저씨가 광고모델이겠냐”며 닮은 사람일 뿐이라고 주장하다 마침내 내기를 하고 찾아온 것. 결국 만원을 걸고 시작된 내기는 남편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만원을 빼앗긴 아내도 동네 과일가게 아저씨가 유명한 사람이라며 어깨에 힘을 주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광고모델도, 과일장사를 하는 일도 모두 즐겁기만 하다는 김씨는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이른 나이에 결혼해 세 아이를 낳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 서울에 올라와 붕어빵 장사를 시작으로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그는 “CF모델은 유명한 사람들이나 하는 줄 알았는데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광고모델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나도 잘 몰러”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그룹 god와 함께 2차 광고에 출연, 특유의 웃음과 함께 “나도 공짜가 좋아”를 외쳐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광고 출연료는 얼마나 되냐”고 묻자 그는 “나도 잘 몰러”라며 은근슬쩍 대답을 피해간다. 그러나 첫번째 CF의 성공으로 두번째 출연료는 두 배로 올랐다고 한다. 달력을 살펴보니 요즘 김씨의 바쁜 일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방송출연은 물론이고 각종 인터뷰와 영화 출연 제의 등이 쏟아져 쉬는 날이 거의 없는 것. 그는 달력에 적어 두지는 않았지만 CF 출연 제의도 줄을 잇고 있다며 살짝 자랑을 곁들인다.
유명해진 지금도 김씨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청량리시장에 가서 과일을 떼 가지고 와 정리하는 일이다.
“앞으로 공주상회를 운영하는데 지장이 없는 한 CF는 물론 영화일도 다 할 겁니다(웃음). 얼마 전에는 영화에 출연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는데 지방에서 촬영을 한다고 해서 거절했어요. 새벽에 일어나 물건 떼러 가야 하는데 지방에 내려가면 장사를 할 수 없잖아요. 서울에서 촬영하는 다른 영화는 출연한다고 했어요. 뭐니뭐니 해도 저에게 제일 중요한 건 공주상회거든요.”
광고에서 떴다고 우쭐해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살겠다는 김씨는 마지막까지 과일가게 주인아저씨로서의 프로정신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딸기는 현충일이 지나면 맛이 없어요. 참외는 중복이 지나면 맛이 없고요. 수박은 말복이 지나면 맛이 없으니까 그것 좀 꼭 알려주세요
그때그 나도잘몰러 CF아저씨
달동네 비탈진 골목길에서 불량스러운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아버지 나는 누구예요?”라고 외치며 출생의 비밀을 캐려는 아들에게 흰 러닝 셔츠만 걸친 채 창가로 고개 내밀고 머리 위로 손을 빙빙 돌리며 “나도 잘 몰러”라고 대답하는 아버지.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이동통신 ‘016 na’ 광고의 한 장면이다.
‘잘 나가는’ 연예인들도 탐내는 이동통신 광고에 출연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나도 잘 몰러”라는 한마디를 내뱉고 단숨에 스타가 된 김상경씨(59)는 과일가게 아저씨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20년째 ‘공주상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과일장사를 해서 동네 사람들에게는 광고가 나가기 전부터 이미 낯익은 얼굴이다. 그리고 광고가 나간 이후로는 많은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김씨를 쳐다보며 아는 체를 한다고 한다. 그게 그리 싫지 않다는 김씨는 솔직히 잘생긴 얼굴도,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도 아니다. 못생겼지만 조금 특색있는 얼굴이라고 스스로 고백하는 김씨. 그가 광고계가 주목하는 인물로 떠오른 것은 순전히 친구 때문이었다.
“이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기존에 있던 주택이 철거되고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었어요. 사람들이라곤 아파트 공사장 인부뿐이었죠.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가게문을 닫았어요. 제 친구가 엑스트라였는데 용돈이라도 벌어 쓰라며 이 일을 권한 겁니다.”
먹고살기 위해 선택의 여지없이 엑스트라로 전업한 것이 2년 전. KBS 인기사극 <용의 눈물>이 김씨의 방송 데뷔작이다. 대사 한마디 없는 스님 역을 시작으로 <용의 눈물>에서 맡은 역할만도 수십 개. 카메라가 자신의 얼굴을 비춰줄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김씨는 차츰 드라마에서 영화, CF까지 영역을 넓혀 나갔다. ‘016 na’ 광고는 김씨의 세번째 출연작. 광고 데뷔작이었던 공익광고 의료보험통합 광고에서는 “우리 농민들은 의료보험료를 조금만 내도 되니 얼마나 좋아요”라는 다소 긴 대사를 소화하기도 했다. 두번째 작품은 구성애씨가 출연한 ‘우루사’ 광고. 하지만 이 광고에서는 구씨 뒤에서 활짝 웃으며 얼굴을 한 번 내민 게 전부였다. ‘016 na’ 광고에 캐스팅된 것은 ‘TTL’ 광고로 유명한 박명천 감독이 ‘우루사’ 광고를 찍으면서 김씨의 순박한 모습과 웃음을 눈여겨본 덕분이었다.
“제 얼굴이 좀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많은 엑스트라 중에서 제일 앞쪽에 나와 웃었거든요. 그나저나 그때도 엑스트라였고 알고 보면 이번 광고도 엑스트라 아닙니까? ‘나도 잘 몰러’ 이 한마디로 이렇게 뜰 줄은 몰랐어요. 광고 찍을 때 광고회사 여직원들이 우스갯소리로 ‘아저씨 이참에 뜨겠네요’라고 하긴 하던데 정말 뜨긴 떴나 봅니다. 지하철이든 거리에서든 몰라보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뜨고 나니까 식구들이 제일 좋아합디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과일 가게의 문을 다시 연 김씨는 생업인 과일장사를 소홀히 할 수 없어 몇 천원 어치 과일을 주문해도 총알같이 배달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배달갔을 때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즐거워한다고. 동네 과일가게 아저씨일 뿐인데도 유명한 사람이 되어 배달해 주니까 몸둘 바를 몰라하는 사람들도 있고 일부러 아이들까지 불러내 소개시켜 주는 아줌마도 있을 정도.
한번은 이웃에 살고 있는 한 부부가 김씨를 찾아왔다고 한다. 남편은 김씨를 ‘나도 잘 몰러’ 아저씨라고 우기고, 아내는 설마 “과일가게 아저씨가 광고모델이겠냐”며 닮은 사람일 뿐이라고 주장하다 마침내 내기를 하고 찾아온 것. 결국 만원을 걸고 시작된 내기는 남편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만원을 빼앗긴 아내도 동네 과일가게 아저씨가 유명한 사람이라며 어깨에 힘을 주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광고모델도, 과일장사를 하는 일도 모두 즐겁기만 하다는 김씨는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이른 나이에 결혼해 세 아이를 낳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 서울에 올라와 붕어빵 장사를 시작으로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그는 “CF모델은 유명한 사람들이나 하는 줄 알았는데 나같이 평범한 사람도 광고모델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나도 잘 몰러”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그룹 god와 함께 2차 광고에 출연, 특유의 웃음과 함께 “나도 공짜가 좋아”를 외쳐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광고 출연료는 얼마나 되냐”고 묻자 그는 “나도 잘 몰러”라며 은근슬쩍 대답을 피해간다. 그러나 첫번째 CF의 성공으로 두번째 출연료는 두 배로 올랐다고 한다. 달력을 살펴보니 요즘 김씨의 바쁜 일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방송출연은 물론이고 각종 인터뷰와 영화 출연 제의 등이 쏟아져 쉬는 날이 거의 없는 것. 그는 달력에 적어 두지는 않았지만 CF 출연 제의도 줄을 잇고 있다며 살짝 자랑을 곁들인다.
유명해진 지금도 김씨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청량리시장에 가서 과일을 떼 가지고 와 정리하는 일이다.
“앞으로 공주상회를 운영하는데 지장이 없는 한 CF는 물론 영화일도 다 할 겁니다(웃음). 얼마 전에는 영화에 출연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는데 지방에서 촬영을 한다고 해서 거절했어요. 새벽에 일어나 물건 떼러 가야 하는데 지방에 내려가면 장사를 할 수 없잖아요. 서울에서 촬영하는 다른 영화는 출연한다고 했어요. 뭐니뭐니 해도 저에게 제일 중요한 건 공주상회거든요.”
광고에서 떴다고 우쭐해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살겠다는 김씨는 마지막까지 과일가게 주인아저씨로서의 프로정신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딸기는 현충일이 지나면 맛이 없어요. 참외는 중복이 지나면 맛이 없고요. 수박은 말복이 지나면 맛이 없으니까 그것 좀 꼭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