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줄 짜는 여자 편-

주동희2006.04.27
조회37

 

전, 도대체 무슨 자리를 잡는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오빠는 결혼 얘기만 나오면,

아직 자리가 안 잡혀서 부담스럽대요.

자리가 잡힌 후에, 안정된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싶답니다.

 

왜 남자들은 이렇게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건지 모르겠어요.

자리야 결혼한 후에 천천히 같이 잡아가면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어른들 말씀이,

남자는 총각 때는 절대 돈을 못 모은다잖아요.

남자는 결혼을 해야 돈을 모으게 된다는데..

거꾸로 돈 먼저 벌어서 결혼하려고 하면 그게 쉽게 되겠어요?

아무래도 전 핑계 같아요.

아직은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거겠죠.

자유를 잃고 구속당하게 될까봐..싫은 거겠죠.

 

그리고 오빠의 숙원 사업 중에 하나인 미팅을

딱 한 번만이라도 해보고 결혼을 하고 싶은 걸 거예요.

남들 대학교 때 다 해보는 미팅을 한 번도 안 해 봤대요.

미팅하는 날, 장염이 걸려서 펑크를 낸 다음부터는

아무도 자기한테 미팅을 안 시켜줬다고 하더라구요.

오빠가 장이 안 좋거든요.

그래서 밥 먹고 나면 곧바로 신호가 오는 타입이라서,

아마 미팅을 나갔어도 내내 불안, 불안 했을 거예요.

집이 지방이라서 대학 내내 서울에서 자취를 했거든요.

그래서 아마 장이 나빠진 것 같아요.

내가 기숙사에 들어가지 그랬냐고 했더니,

기숙사는 귀가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싫었대요.

한 마디로 구속이 싫었던 거죠.

그런 남자니까..결혼이 빨리 하고 싶겠어요?

 

전, 오빠가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고 다니는 모습이 안타깝고,

걱정돼서 그러는 건데...오빠는 제 마음을 너무 몰라줍니다.

저한테 맡기기만 하면 인생 스케줄을 쫙 짜줄 수 있는데,

오빠는 제게 스케줄 관리를 안 맡기네요.

 

제가 회사에서 비서 업무를 보고 있어서

스케줄 짜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거든요.

비서실에 저 말고 두 명이 더 있는데,

퇴근 시간이 다가오니까, 화장을 고치고 있네요.

오빠에게 문자를 보내고 저도 슬슬 퇴근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승우 오빠, 인생의 디테일한 스케줄 내가 짜 줄테니까

일단 한 번 믿고 맡겨봐. 난 5월의 신부가 되고 싶어]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자리 잡은 후엔 그 자리에 앉아줄 그녀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여자의 사랑은 미래지향적이 아니라 현실 만족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