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선율·마른 음색 ‘사랑 메시지’[문화일보060427]

탁세은200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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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선율·마른 음색 ‘사랑 메시지’[문화일보060427]

담담한 선율·마른 음색 ‘사랑 메시지’

(::5년만에 새 앨범 ‘퍼스트 이모션’ 낸 유영석::)

1990년대 소녀 취향의 동화같은 멜로디로 큰 인기를 모았던 그룹 ‘푸른하늘’ 의 리더 유영석이 5년 만에 새 앨범 ‘퍼스트 이모션(First Emotion)’ 을 내놓았다. 그런데 새 앨범에는 가슴 설레게 하는 달콤한 멜로디는 없다. 그 자리엔 담담한 선율과 마른 음색이 대신 차지하고 있다. 이유는 앨범 전체에 하나의 색깔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음, 좋게 말하면 색깔이고, 나쁘게 말하면 한계라는 거예요. 5년간 음악 취향이 많이 바뀌었어요. 뭐랄까. 기승전결이 확실하진 않지만 느낌이 좋은 그런 음악이 귀에 꽂혔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의 이번 앨범은 기승전결 구조를 벗어난 첫 시도인 셈 이다. 그의 광팬들은 실망을 금치 못할 수도 있겠지만, 유영석 본인은 오랫동안 짓눌려오던 강박관념 같은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예전에는 클라이맥스가 없는 음악은 상상할 수도 없었죠. 그 렇게 만들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알게 모르게 스며들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요즘 앨범시장은 풍작이 10만이잖아요. 그런 시대의 왜소함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상황에선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더 과감하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년의 공백기간에 그에게 새로운 음악에 눈을 뜨게 한 뮤지션은 보사노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었다. 그의 음악에서 단순하지만 독한 향기가 있고, 전자음이 아닌 어 쿠스틱 악기만으로 더욱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 다.

유영석은 “조빔의 코드워크와 오묘한 화성에 너무 놀랐다” 고 말했다. 새 앨범은 그래서 전곡에 어쿠스틱 악기를 입혔다. 화 성의 폭도 줄여 ‘푸른하늘’ 시절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도드 라지지 않으나 그만큼 잔잔한 감동의 여운은 늘어난 듯하다.

타이틀곡 ‘2년 6개월’ 은 세계적인 성의학서 킨제이 보고서가 밝힌 ‘남녀가 사랑을 유지하는 엔도르핀의 유효기간’ 을 따 와 제목으로 붙였다. 그는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방식만 살 짝 바꿨을 뿐, 여전히 ‘사랑’ 이란 주제에 집착하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행복과 고민을 주 는 두 가지가 크게 돈과 사랑인 것 같다” 며 “둘은 현실과 이상의 이중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관심이 많다” 고 웃었다.

‘다시 사랑할 수만 있다면’ 등을 포함한 일련의 사랑곡들은 유영석이 새로 시도한 저음의 보이스와 맞물리며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그는 “앞으로 슬프고 관조적인 색깔의 앨범을 이모 션 시리즈로 계속 낼 생각” 이라며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트렌드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 고 말했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