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Light Up My Life.

윤정연200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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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자의 집에는, 색이 없다. 에쿠니 가오리의 얘기처럼. 거긴 흑백의 간결한 명암이 있을 뿐이다. 아침이 되고 해가 뜨면 나간다. 돌아오는 밤. 루돌프가 그려진 빨간 앙고라 니트를 입은 세살짜리 아들도 없고, 조각배 모양으로 잘라놓은 멜론의 연두색도 없다. 가족이 생기면 집안 곳곳에 색이 넘친다. 색이 넘치면 소음도 늘어나고 번잡스러운 일이 백만송이 장미처럼 피어난다. 심수봉도 울고 간다. 그러나, 싱글이 벙글이니 싱글 라이프가 원더풀 라이프라던 독신들도, 밤에는 외롭다. 침대 매트리스도 삼일 지난 빵처럼 딱딱하고 뉴스 프로그램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쌀쌀맞게 느껴진다. 그럴 때 유용한게 책상위의 스탠드이다. 딸깍 버튼을 누르면 따뜻한 호박색이 주변에 가득찬다. 시인들이 책상을 정리할때 켜둘것 같은 사려 깊은 빛. 이제 막 목욕을 끝내서 따뜻하게 데워진 몸으로 책상에 앉으면 뭐든 쓰고 싶어진다. '어쩌면 그렇게 까맣게'같은 장필순 목소리를 닮은 글이나 '부디 잘 있어요'로 시작하는 글귀는 쓰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이니, 밤에는 안 좋다. 가족이여 영원하라를 주창하는 12월 은 더 그렇고. 무늬없는 고동색 종이에 크리스마스 편지를 쓰거나 좋아하는 사람의 이니셜을 써보는 것도 괜찮다. 눈에 안들어오던 지루한 책도 잘 읽히고 손톱을 깍아도 공을 들이게 된다. 독신의 밤에 색이 필요하다면 텔레비전의 푸르뎅뎅한 빛보다는 이쪽이 한결 낫다. 아, 이걸 켜둘땐 데비 분이나 오티스 레딩같은 옛날 노래들이 잘 어울린다. 계절을 생각한다면 빙 크로스비도 괜찮고... P.S. 겨울,12월 크리스마스. 쓸쓸한 마음의 해결책은 친구보다는 애인, 새파란 형광등보다는 호박색 스탠드 조명. -NO.46 GQ KOREA 11월호를 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