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말페(진실이말소된페이지)

안종범2006.05.03
조회80

'타다만 담배를 끄다' '어머니' ' in his arm' 'mama'

'지금 알고 있는 사실을 그때도 알앗더라면' 정규앨범은 없음.

 

"3월, 부평"
2001년 가을,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1.
술 대신에 기름 가득찬 소주병이
하늘에 내지른 포물선 아래
지금 오후의 대치는 지는 해를 따라 저물어가.

자, 물어봐. 도대체 우릴 쫒는 게 누구지?
쫒는 쪽이 적이고 쫒기는 쪽이 친구라고 하기엔
적이 가진 적의가 사무적이라는 것이 족히 비극적이지.

한 어머니의 말 잘듣는 아들,
한때는 그래도 운동권이라던 착한 대학생,
어쩌면 동창회장 할지 모를 인기정말 좋은 녀석,
똑같은 전투복을 입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쫒았지.
숨을 데 없어 친구들과 몰래 탄 그 외딴 택시안에
맡은 연막탄 가스 가득한 연기에 취해,

모두가 소리없이 울듯 그저 떨며 분노하는데
증오의 대상은 애매했었고,
힘없는 구호들의 메아리는 처량하게 무관심한
행인 사이를 해매였었지.

하루의 끝을 지나 술에 절은 시끌벅적한 밤길거리에
뒷풀이를 마다하고 집으로 걸어돌아오는 길은 마치
교과서에 쉽게 길든 스물두해 삶의 지름길과 같아,
기억할 수 조차 없을 만큼 너무나 금새 지나갔지.

삼월의 부평은 봄 아니게 추웠네.
옷깃을 여미머 도착한
집엔 늙은 아버지가
착한 눈을 졸립게 비비시며 물으셨지.
어디에 다녀왔냐고.

2.
젊은 객기라는 비난 속에, 쉽게 설명된 상황들은
뉴스로 연명하는 이들에겐 편해서 좋지.

신의 존재를 말할 때는 보지 못한 것을
믿을 수 없다고들하면서도,
오늘도 보지 못한 것들을 알아가는
많고 많은 사람들을 모아 모두 붙잡고
신자유주의 대한 재미없는 토론을 벌이는
"객기에 찬" 학생들.

객기가 남기는 상처를 안고 그들은
왜 자꾸 자신을 위험으로 내던지는지.
도대체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길래.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길래.

접근이 차단된 비공식적 사실들
-진실이라고 흔리 불리는
9시 뉴스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대학생을 잡을 때
-단 3초이지만
곤봉에 무생물 처럼 무너진 다음 30초는 찾을 수 없지.

술자리에선 9시뉴스를 인용하며 열을 올리고
2차에선 주식 이야기
3차에선 여자 이야기가 이어지겠지만
어디에서인가는
또 어디에서인가는
어디에서인가는
또 어디에서인가는
어디에서인가는
또 어디에서인가는
어디에서인가는
또 어디에서인가는...


- "3월, 부평"
2001년 가을,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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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도덕적 의무감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것이 통계적으로는 동네 아저씨들의 이야기이며 확률적으로는
내 아버지의 이야기라고 해도, 우리의 친구들 처럼 
우리 역시 그저 90퍼센트에 속하는, 지구가 1학기와 2학기의
두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믿는 보수적이며 평범한 학생들이다.

굳이 우리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를 말한다면, 15가지 주제로
15가지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면 15가지 모두가 사랑을 포함한
신변잡기에 관한 것이어서는 명백히 부당하며, 우리 삶에서 이런
일들의 중요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도 1/15 이상은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노래를 만들면서 가장 조심스러웠던 점은
상업적인 목적에서 정치적 이슈를 던지는 파렴치한 캠페인이 아닌
개인적인 관점에서 행해진 소묘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야기는 흥분하기에는 멀고 잊기에는 가까운 몇해전 3월을
배경으로 한다.

 

법적 성인이 일반적으로 80년대에 끝난 것으로 알려진 비극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깨닫기 위해서는 아주 약간의 관심이 필요할 뿐이다.
친구와 선배들이 멍이 든 몸을 이끌고 돌아오고
그것이 9시뉴스에서 서태지의 귀국보다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당신의 삶에서 이런 이야기가 항상 tv안에서만 벌어졌다면 그것은 순전히
당신이 연예인이 된 친구에게 쏟던 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대학생이 그렇듯이 한동안 그런 관심을 가졌고,
한참 시끄럽던 그해 3월의 부평으로 우리를 이끌었던 것은 
그런이유로 호기심에 가까웠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분노, 3자적 무관심, 구조적 적대감, 익명성, 육체적 탄압,
이곳에서는 거대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부작용이
응집된 최악의 비극이 벌어졌다.

 

자신들이 왜 불려나왔는지 알지 못하는 전경들과, 적이 누군지 잊어버린
어린 학생들, 피크닉 나온 기자들과 연예란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것이
전혀 없는  내일자 신문,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비극인 이유는
달아날 곳을 찾아 골목길을 달리던 우리가 그랬듯이, 이 최악의 사회현상
에 끼어든 모든이가 결백하고, 단지 서로 조금씩 바보스러웠을 뿐이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아수라장속에서 우리는 공권력이 투입되는 목적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불온세력의 진압을 위한 것이 아닌
이슈를 전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느낌마저 받았다. 전지현과 송혜교중
누가 이쁜가에 관해 다투다가도, 주먹싸움이 되면 전과 송중 누가 더
우위인가하는 문제는 증발해버린다.
어느한쪽이 진단서라도 끊게 되면 전지현과 송혜교의 미모와는 상관
없이 승자가 결정되는데, 우리는 뉴스와 신문에서 수도 없이 진단서를
본다. 그리고 이 진단서는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다.

 

우리가 어느 한쪽을 지지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며
이것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우리의 견해와 입장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현장에서 충돌하고 탄압받는 것은 사상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당한 폭력을 마주하는 우리의 심정적인 입장은,
수도 없이 인용되어 왔던 볼테르를 한번 더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할 듯 하다.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