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불후의 명작

김희달200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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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불후의 명작


      내가 유학을 하지 않았으면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분명, 나는 집과 직장 그리고, 내 주변밖에 모르는 평범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8년동안의 유학이 나를 그만큼 완전히 바꿔 놓은 듯하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 벌써 7년째.  나는 한국에 있으면서, 오히려 세상과 더욱 가까워졌다.  유학생활의 추억과, 잦은 해외출장과, 편지와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제를 통해 내가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있다는 사실을 세상과 함께 하는 것으로 잊게 한다.

     그 중 한 예가 나의 예술 사랑이다.  나는 그림을 매우 좋아한다.  원래부터 예술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고,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즐겨 찾는 편도 아니었다.  대학시절 교양과목 수업 때문에 뉴욕의 Metropolitan Museum of Art를 자주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그림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것은 정말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림을 사는 것도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NYU에서 보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그림을 산다.  대학교 2학년 Humanities 수업 때 내가 발표한 일본판화 Ukiyoe의 대가 Utamaro의 판화를 샀으며, 그 외의 19세기 인상파작가들의 그림도 몇점 샀다.  Apple Computer의 창시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2005년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  "내가 다닌 Reed College는 당시에 아마 전국에서 최고의 펜글씨 (Calligraphy) 수업을 가르쳤습니다.  학교 캠퍼스 전역에는 직접 손으로 아름답게 쓴 포스터와 라벨, 그리고, 전단지로 널렸었죠.  내가 대학을 중퇴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대학수업을 듣지않고, 글씨수업을 듣기로 결심했죠.  나는 이 수업에서 serif 와 san serif글씨체를 정확하게 각기 적절한 간격으로 쓰는 법과 무엇이 훌륭한 글씨체를 만드는지 배웠습니다.  이것은 아름다웠고, 역사적이었고, 그리고, 예술적으로 미묘했습니다.  과학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것이었죠.  그리고, 나는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절망적인것은 이 어느 것도 실용적인 응용거리가 되지는 못했죠.  그러나, 10년뒤 우리가 가장 첫번째 매킨토시컴퓨터를 디자인할 때 이 모든 것들은 나에게 유용하게 쓰여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컴퓨터에 디자인해서 넣었죠.  컴퓨터로써는 처음으로 아름다운 글씨체를 가지게 되었죠.  내가 만약 대학교에서 그 수업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더라면, 매킨토시는 다양한 글씨체를 가지게 되거나, 정확한 간격을 가진 글씨체를 가질 수 없을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윈도우즈는 매킨토시를 배꼈으니, 전세계 어느 컴퓨터도 이를 가질 수 없었겠죠.  물론 대학시절 이 동떨어진 점들을 연결하는 것을 볼 수는 없었지만, 10년이 지난 뒤 돌아보면 그 점들을 연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보입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 점들이 연결될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그래야, 당신이 진정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따라갈 수 있으며, 그것이 때로는 남들이 밟지 않은 길로 인도할 지라도 자신감을 가지게 하니까요.  그리고, 그게 남다른 성공을 부릅니다."

     TOEFL 에세이 중에는 "미술과 음악이 학교 필수수업이 되어야 하나?"라는 주제가 있다.  많은 학생들이 이 주제에 대해 "예술은 실용적이지 못하고, 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다르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사랑과 힘을 준다.  특히 불후의 명작은 더욱 그러하다.

     나는 정말 내 그림들을 사랑하고 아낀다.  그림 하나하나가 새로 올때마다 나는 투명 아크릴 상자를 만들어 넣거나, 유리를 넣어서 멋지게 진열한다.  그림을 사랑하면서 알게 된 것은 정말 훌륭한 그림들은 절대 이해하기 어렵거나 우리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만인이 쉽게 즐기고, 볼 수 있어야 하며, 개개인이 추구하는 각자의 의미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의미는 항상 최고와 완벽을 추구하는 예술인들의 장인정신이다.

     첫째, 불후의 명작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유명화가들은 모두가 수십 년간 공부하고, 사색하고, 대화하며, 경험하여 얻은 귀중한 사상과 영감들을 선과 색의 조화로 허전한 우리의 마음속을 채워주듯 텅 빈 종이나 캔버스를 매운다.

     둘째, 오직 하나의 위대한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한다.  예술의 대가들은 많은 그림을 그리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은 한두 점밖에 없다.  아무리 위대한 화가라도 그의 모든 그림이 대작일 수는 없다.  반드시 졸작이 있기 마련이고, 몇 안되는 대작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은 졸작을 훌륭한 거울삼아 더 낳은 구도를 마음속에 그리며, 더 낳은 선과 색감으로 다음의 위대한 대작을 준비한다. 

     위대한 장인들은 세상 각 분야에 있다.  나는 내가 액자를 맡기는 "그리마네"의 장인들을 아주 좋아한다.  그분들은 나에게 항상 친절하며, 때론 나의 보잘 것 없는 그림들을 정성들여 닦고, 가장 훌륭한 액자에 넣어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가짜라도 괜찮단다.  싸구려 그림이나 아무리 미숙한 학생작품이라도 하나하나 정성들여 나무를 깍고, 못을 밖아 더욱 빛나는 예술품으로 만들어 주신다.  "이번엔 진짜 대박 낼 꺼예요." 라고 말하면, 이젠 넌더리가 난건지, 씨익 웃으시며, "참...말로만 하지 말고, 좀 제대로 해봐요."라며 가볍게 다독거려주신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위대한 작가는 100년에 한명 나올까하며,  그 작가의 위대한 그림은 정말 한 장 아니면 두 장이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위대한 영감을 떠올려 우울한 이를 기쁘게 하고, 힘든 이에게 힘이 되어 주며, 사랑 받고 싶은 이에게는 따스한 사랑을 바친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자 하루하루 고민하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천재들이다.

     일본 오사카의 100년, 200년, 300년 혹은 수십 대에 걸쳐 대대로 화과자집, 떡집, 건축회사, 식당, 생선가게, 여관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그 장인정신을 이어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가문의 전통이나 규율을 엄격하게 지키며, 아무리 어려워도 사람의 도리를 저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어려운 때 일수록 더욱더 남과 나누고, 도우려 애를 쓰는 이들은 수대째 불후의 명작을 그 전통계승과 명성으로 그려온 것이다.

     나나 형이나, 동생도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훌륭히 사회에 봉사함으로써 불후의 명작을 2대째 그리려 한다.  가난하다고 학생을 못 보내고, 영어를 못해 힘들어하는 이들을 한 명 한 명 칭찬하고, 가르치며, 도와줌으로써, 그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영어에 도전할 뿐더러, 작은 승리와 성취들을 통해 인생의 더 큰 성공을 이루도록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며 항상 고민한다.

     콜럼비아 대학교 Teachers College 복도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쓰여져있다.  "Teach students how to help themselves."  "학생 스스로가 자신을 도울 수 있도록 가르쳐라"는 말이다.  나의 불후의 명작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훌륭한 학생이다.  이 말은 오늘 나만의 불후의 명작을 창조하도록 할뿐더러, 나의 학생들 한명 한명이 불후의 명작을 그리도록 한다.  이 글귀는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내 직업에 더욱 더 큰 신념과 장인정신을 불어넣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