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무게감 - 유럽인들이 붙여준 별명들

최부성200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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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의 무게감 - 유럽인들이 붙여준 별명들

'신형엔진부터 솔저까지.'

박지성(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7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찰턴 애슬레틱과의 홈경기에 출전하는 것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을 마감한다.

영국의 축구 거장인 보비 롭슨 경은 박지성의 영입으로 맨유가 다시 한번 '장미의 향기(리그 우승)'를 맡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쉽게 첼시로부터 우승컵을 되찾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올시즌 프리미어리그 33경기를 포함, 총 45경기를 뛰며 2골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출전 경기수와 시간면에서도 박지성은 호나우두, 긱스 등 여느 주전 선수들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당초 벤치를 지킬 것이라던 우려도 기우였으며 그는 한 시즌동안 꾸준히 성장해왔다.

맨유 내에서의 박지성의 위상을 확인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영국 언론들이 그를 두고 어떻게 표현하는 지를 살펴보면 쉽다.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활약할 당시 별명은 '교토의 별'이었다. 일왕배 우승의 일등 공신으로 활약하며 교토 창단 이후 첫 챔피언 등극을 이끌며 여전히 교토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3년 2월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으로 이적한 후에는 '미키마우스'로 불렸다. 검은색 머리카락에다 재빠른 그의 모습이 마치 쥐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역사적인 맨유 이적이 확정됐을 때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박지성은 지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드필드진에 시원한 청량제로 작용할, 기동력(the engine to spice up the Reds midfield thrust)을 갖춘 훌륭한 재목이다"고 소개했다.

를 비롯한 영국 언론들은 퍼거슨 감독의 말을 인용, "박지성이 맨유의 엔진역할을 하던 로이 킨과 라이언 긱스를 대체할 신형 엔진(new engine room player)이다"고 보도하며 그의 별명은 '신형엔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신형엔진이라는 별명은 한국 언론에서 박지성을 표현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맨유의 아시아투어 때 박지성의 지칠줄 모르는 플레이를 지켜본 영국 기자들은 '산소 탱크(oxygen tank)'라고 표현했다. 에인트호벤 시절 동료들이 '넌 산소통을 메고 뛰느냐"고 말했던 것이 힌트가 된 별명이었다.

지난해 10월 1일 풀럼과의 원정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유도한데 이어 2어시스트를 엮어내며 3-2 승리를 이끌자 영국의 스포츠전문 매체인 스카이스포츠는 그에게 '다이너마이트(dynamite)'라는 새로운 별명을 부여했다. 또 지역신문인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지난 1월 30일 설기현이 속한 울버햄프턴과의 FA컵 4라운드에서 세 번째 골을 간접 도움하는 등 맹활약하자 '번개같은 습격자(lightning raider)'로 불렀다.

박지성의 맨유행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언론은 그를 '티셔츠 팔러온 동양의 꼬맹이'라고 비아냥댔고, 영국의 대중지 '뉴스 오브 더 월드'는 '박 벤치(Park Bench)' 라고 비꼬았다. 맨유의 전설적인 GK인 덴마크 출신의 슈마이헬마저 '박지성은 정답이 아니다'고 혹독하게 비판하지 않았나?

하지만 박지성은 한 시즌동안 스스로의 힘으로 각종 언론들로부터 긍정적인 별명으로 바꿔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월 29일 첼시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당대를 풍미했던 네덜란드의 축구영웅 루드 굴리트(44)는 박지성에게 솔저(군인·soldier)라는 새로운 별명을 선사했다.

굴리트는 이탈리아 AC 밀란에서 프랑크 레이카르트(바르셀로나 감독) 마르코 반 바스텐(네덜란드대표팀 감독)과 함께 '오렌지 3총사'로 불리며 3차례 세리에A와 2차례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거머쥐었고, 1988년 유럽선수권 소련과의 결승전 결승골로 조국 네덜란드에게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안겼던 스타다.

그는 지난 95년부터 98년까지 첼시에서 감독 겸 선수로 활약했던 인연으로 첼시-맨유전에 앞서 런던을 찾았다. 경기 전 굴리트는 스카이 TV에 출연, 맨유의 요주의 인물들을 세밀하게 분석했는 데 그가 꼽은 2명은 다름아닌 웨인 루니와 박지성이었다.

그는 "박지성이 라이언 긱스를 부동의 왼쪽 자리에서 중앙으로 내몰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박지성은 좌우 어느 쪽이던 뛸 수 있을 뿐더러 상대를 끊임없이 흔들다보니 항상 위협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솔저같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스카이 TV 해설가는 경기 당일 박지성이 볼을 잡을 때마다 '솔저'라고 부르며 굴리트가 붙여준 별명을 만천하에 알렸다.

산소탱크, 신형엔진, 다이너마이트, 습격자, 솔져. 올 한해 영국 언론들의 지면을 장식했던 박지성의 별명들이다. 하나같이 박지성의 장점들이 녹아있다.

독일월드컵에서도 그는 수많은 수식어들을 이끌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맞을 새로운 시즌. 그는 '우승' 또는 '챔피언'이라는 단어가 별명과 함께 포함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엠파스 토탈싸커 -  풋볼 렙소디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