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덕에 웃고… 거제] ŕ인소득 이미 2만5천弗

강영섭200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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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 두 조선소가 시민80% 먹여살려  

'기업이 도시를 살리고 죽인다.' 국토 남단의 섬도시 거제와,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가량 거리에 있는 의왕시. 지리적 여건을 보면 수도권 도시 의왕은 거제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 두 도시의 상황은 정반대다. 도시를 먹여 살리던 기업의 운명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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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9만명의 섬 도시 거제(경상남도)는 완전히 ‘딴 세상’이다.

일자리가 넘쳐나 실업자를 구경하기 힘들고 번화가엔

음식점들마다 손님이 북적대 불야성(不夜城)을 이룬다.

불황, 실업, 양극화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부산 등 인근 육지

사람들에겐 별천지와 같은 곳이다. 

지난 21일 저녁, 거제의 번화가인 고현 사거리. 배스킨라빈스,

서브웨이, ○○가라오케 등의 간판들이 즐비했다.

이 곳엔 일주일에 2~3개 가게들이 새로 생기고, 부산이나

마산의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 브랜드 점포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고현 사거리에서 캐주얼 브랜드 빈폴 매장을

운영하는 조인윤(여·37) 사장은 2년 전 부산에서 여기로 왔다.

조 사장은 “시장조사를 해보니 경남에선 이 곳의 소비가 가장

활발했다”면서 “광고도 별로 안했는데 점포를 열자마자

손님들이 몰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조 사장 가게와

인근한 5개 의류매장 중 3곳 역시 대구와 경북 등에서 온

외지인 사장들이 운영하고 있다.  

[기업 덕에 웃고… 거제] ŕ인소득 이미 2만5천弗 ▲ 지난 19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이 LNG 운반선의 수출기일을 맞추기 위해 야간작업을 하고 있다. 거제=이재우기자 jw-lee@chosun.com

대우조선소가 있는 옥포 1동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김명덕(51)

사장은 대뜸 “작년 연말은 경기가 별로였다”고 했다.

50여명의 식당 좌석을 하루 저녁에 3번을 돌려야 하는데 작년엔

2번밖에 못 돌렸다는 얘기였다. “다른 지역 점포 주인들이 들으면

 화낼 얘기”라고 하자, 그는 “그건 그렇지. 하지만 여기선

이 정도론 만족 못해”라고 웃었다. 

한국경제에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것은 2002년 말부터. 기업들의

투자부진으로 대부분 도시에 실업자가 넘쳐나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불황’을 겪었다. 그러나 거제엔 매년 1만~1만5000

여명의 외지인이 몰려들었고, 이 중 70% 이상이 구직(求職)에

성공했다. 

[기업 덕에 웃고… 거제] ŕ인소득 이미 2만5천弗 ▲ 설대목을 앞둔 지난 21일 거제시의 중심가인 고현 사거리에 시민들이 붐비고 있다. 거제=이재우기자

‘호황의 섬나라’ 거제 경제의 성장동력(動力)은 세계 2, 3위를

다투는 조선업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서 뿜어 나오고

있다. 2002년 이후 세계적인 조선업 호황 덕분에 이들 조선소와

협력업체들이 연간 고용하는 신규 인력만해도 2000~3000명에

달한다. 여기에 덩달아 호황을 누리는 각종 서비스업 취업자까지

합하면 작년에 줄잡아 9000여명이 일자리를 구했다고 거제시청

공보담당 신삼남씨가 전했다. 취업자 가족들까지 합하면

두 조선소가 거제 인구 19만 명 중 15만여 명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2001년 거제 1인당 소득(GRDP)은 1767만원.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1만7000달러 수준이다. 이후 공식 통계가 없지만

연간 성장률 20~30%(추정치)를 감안하면 2만5000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제규모로만 볼 때 거제는

이미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