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의 단면-초가을 저녁무렵의 초상

김종필200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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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의 단면-초가을 저녁무렵의 초상

 

퇴근 길 선술집 앞을 지나다 열린 문 틈사이로 어묵을 다듬는 무명의 아주머니와 여식인 듯여겨지는 이제 막 초등학생 모양새가 나는 그 무구한 눈빛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시름과 희망을 딱 절반씩 담고있는 40대 초반의 가열차면서도 버거운듯한 어깨와 온 몸의 절반을 감싸고도 남을 가방을 힘겹게 걸치고 있는 아이의 어깨가 나의 발걸음을 돌려 가게 안으로 인도한다.

마치 마술에 걸린 듯이 어묵국 한 그릇과 소주한병을 자연스레 주문하고 나니 이내 고사리같은 손에 물컵을 받쳐 다가오는 소녀가 수줍게 물을 건넨다.

아주머니는 객인 나에게 인사도 없었고 주문을 받았다는 대답도 없었으며 물론 모녀의 대화역시 없다. 의구심이 치밀지만 물을 수 없었기에 안주가 나오는 동안 가끔씩 난 그 아이와 눈을 맞추며 그 때마다 눈 인사며 윙크를 해댔다.

그럴때마다 아이는 새초롬한 얼굴을 하고선 지 엄마 뒤로 숨었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의 무료함을 무언의 숨바꼭질로 이겨내며 시나브로 스미는 정을 교감하고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나의 후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어묵내음이 나의 침샘을 긴장시킨다. 나의 목은 마른침을 삼키고 막 뚜껑을 연 소주의 향은 내 오장까지 스미어 과다하게 뿜어저나오는 아드레날린들이 왈츠를 추기 시작한다. 무슨 호들갑을 떨은 양 뻔뻔하게 시치미를 뚝 떼고 담배를 하나 베어물자 모든 상차림이 끝이난다. 수저를 내려놓으며 아주머니는 역시 말이 없다.

개이치 않기로 마음먹었건만 한 구석 신경이 쓰인다. 점점 더 호기심이 동해오지만 질문대신에 소주를 머금기로 했다.한 잔술에 오늘 하루를 반성하고 아쉬움을 상기해서 내일은 이루리라 호기좋은 장담을 해보고 서너차례 술잔을 넘기면서 모녀의 대한 나의 의구심은 종적을 감추고 이내 나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축 개업이 적혀있는 이제는 퇴색된 벽시계의 초침은 쉬지 않고 앞으로 내달리고 내 심장도 그에 발맞춰 달리고 있지만 기억의 창고,뇌수와 추억의 보고,가슴으로 연결된 추억의 시간은 자꾸만 뒷걸음질 쳐 참사랑을 몰랐던 그래서 옆에있을때 그 소중함을 미쳐 깨닫지 못해 치유할수 없는 상처를 주었던 내 지난 사랑에게 까지 온것이다.

어릴적 치기에 사랑을 마치 무용담처럼 지껄이던 어리석음 앞에서 그 사람은 얼마나 아파했을까?

늘 이때쯤되면 스스로 돌아와야함을 되뇌이게 된다. 원치 않는 마음속에 갖혀있는 그 사람의 답답함을 헤아려야한다. 다시 현실의 시계에 편승해야한다고 다짐에 또 다짐을 하고서야 힘겹게 기억의 감옥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비워진 술병과 혼미해지는 정신은 늘 비례하게 마련이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집착을 난 늘 미련정도로 합리화해왔다. 역시 독선과 아집의 결과이다. 그것을 받아들여 순응하기까지 수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그 물음을 스스로에게 구하기보다 신께 위탁하여 답을 구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난 내 스스로를 허물었다가 다시 세웠다가 나의 32해의 여정을 단 숨에 여행한다.

고요하게 아무도 모르게 소주한병과 어묵국을 도시락삼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유영하는것이다.

내 정적의 유영은 하나의 사건으로 마무리가 되고말았다.“와장창”접시 따위가 깨어지는 소리가 내 귓전을 때린다. 당황한 눈을 들어 주방으로 향해보니 홍시얼굴을 한 아이는 닭똥같은 눈물을 떨구고 여린 손가락의 생채기에서 피가 나고있었다.아이가 다친 것 또한 놀랄 일이지만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아주머니 였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옹아리를 하는것이다. 난 내 귀를 의심해봤지만 도저히 알아들을수 없는 옹아리 수준이었다.“어어아아어어!!!!”억장이 무너질만큼의 갑갑함이 눈을 통해 말하고 있었다.그렇다 아주머니는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아이에게서 나는 피를 빨아주며 큰 눈가에 위태하게 걸려있던 눈물을 끝내 떨구고 말았던것이다. 내 몸은 본능적으로 움직이려했지만 엄마의 얼굴을 다 가리지도 못할 조막손으로 엄마의 눈물을 훔치는 아이의 모습에 난 마치 감전이 된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만감이 정지하는 듯 한 기분이었음에도 순간 가슴에선 징이 울리고 그 소리가 코끝으로 전이되어 눈물이 맺혀가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렇게 정지화면속에서 잠시의 시간이 지나 아주머니도 아이도 이내 진정을 하고 제자리로 돌아왔건만 나는 여전히 아주머니의 옹아리 장면에서 빠저나올수가 없었다.또 한번의 후회와 어리석음을 자책하게된다.진실을 알지못하고 불친절과 불편함을 속내에 담고 있었던 나의 우매함을 다시금 반성하게 된다. "후~“ 가는 한 숨을 쉬고는 1만원을 지불하고 돌아서는 내 등뒤에 8 살배기 여자아이의 해맑은 인사가 들린다”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조금은 가벼워진 걸음과 마음으로 난 다시 주제넘는 바램을 가져본다.신께서 주관하시는 이 세상에 저와같은 두 모녀에게 지금은 시련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과 지혜를 주시려 저러한 현실을 주었으며 훗날 반드시 그들에게 기쁨과 여유로움을 주시리라 것을.....

가끔 그 아이의 눈망울이 그리울때가 있다.

부디 희망을 내리소서.

천사의 눈을 가진 아이가 그 순결함으로

이 세상을 밝게 바라볼 수 있도록......                        -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