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가 서사시를 노래한 것은 나이가 들어 시력을 잃은 후였고, 아이스킬로스가 최고의 비극을 쓴 것도 예순을 넘기고 나서였으며, 소포클레스는 아흔이 다돼서 최고의 작품을 썼고, 에우리피데스는 마흔이 지나서야 글쓰기를 시작해 일흔까지 계속했다.
소설 ‘테스’로 유명한 세계적인 대문호 토마스 하디가 한 이 명언과 이강숙은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피아니스트, 서울대 음대교수, KBS 교향악단 총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역임한 ‘음악계 대부’... 이것은 이강숙의 은퇴하기 전 이력일 뿐, 이제 늦깎이 소설가가 되어 첫 단편 소설집 ‘빈 병 교향곡’(민음사)을 출간하였고 그는 이제 소설가로 불리길 고대한다. 이강숙에게 있어 글쓰기는 넋을 잃을 만큼 행복한 시간이고, 때로는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을 버티게 해 주는 경험이며,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인생의 균열과 결여를 관조할 수 있게 해 준다. 소설집의 첫 작품 ‘고구마의 무덤’에 나오는 젊었을 때 든 ‘음악병’이 늙어서 재발한 주인공 노인처럼 그는 이제는 글을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젊었을 때 든 아무도 못 말리는‘문학병’이 재발한 것이다. 이제 칠순이 된 그가 ‘문학’이라는 새로운 삶의 통로를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호주의 음악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빈 병으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연주한다는 이국적이며 신선한 음악적 소재가 돋보이는 2001년 의 등단 작품 ‘빈 병 교향곡’을 포함해 삶을 즉흥연주에 비유한 ‘즉흥연주를 하는 사람들’, 갇힌 세상 속 개인의 외로움을 필연적인 한계 안에서 표출한 ‘쇼팽의 넋’과 자신의 마음을 알면 뭐든지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순진하고 착한 여주인공 채규를 통해 인생살이의 서글픔과 그리움을 담은 정현종 시인의 시집제목을 딴 ‘견딜 수 없네’, 그리고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에 나오는 여섯 번째 곡 ‘홍수’를 dfa(d) a...로 더듬더듬 치면서 남이 만든 소리가 아닌 자기가 만든 소리를 통해서 희열을 느끼는 노인의 이야기를 담은 ‘고구마의 무덤’ 다름과 같음에 대해 그 사이사이를 꿰뚫어 볼 줄 아는 눈에 대한 작가의 인생 교훈이 의미심장하게 담겨 있는 알레고리에 가까운 ‘세 개의 눈’, 등 9편의 단편 수록하고 있는데, 이 작품들에는 거의 음악이 소재로 주인공이 음악을 하거나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가 등장한지만 독자들이 꼭 음악적 전문지식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이 소설집은 음악과 문학 그리고 삶이라는 세 개의 눈을 통해 작가 자신이 세상과 진실하게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독자들은 그의 단편들과의 짧은 조우 후에 긴 감동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인터뷰 ♪
1.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건강은 좋으십니까? : 양호한 편이다. 책 읽고, 음악 듣고, 글 쓰고, 강의하고, 잘 놀기도 한다.
2.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시면 시간이 많이 부족하실 텐데, 주로 언제 글을 쓰십니까? 그리고 주로 어떨 때 글쓰기의 영감이 발휘됩니까? : 나에게 있어 시간은 고무줄과 같은 것이어서 그렇게 구애받지 않는다. 물리적인 시간보다 문득 슬퍼질 때, 즐거울 때, 내 마음 안에서 쉬지 않고 여러 가지의 삶과 예술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떠돌 때, 그리고 내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을 때가 글쓰기의 출발점이 된다.
3. 교수님께서는 음악가이시지만, ‘자신 만의 음’을 찾아나서는 또 다른 방법으로 음이 아닌 언어로 소설(글쓰기)을 택하셨는데,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음악과 문학’과의 특별한 상호관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나는 음악행(행동)보다 음악을 앎의 대상으로 하는 ‘음악지’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하다. 희노애락의 감정을 포함해 음악을 통해 느끼는 수 만 가지의 느낌과 생각들을 음악적으로 언어화, 즉 이야기화 시켜서 삶의 소통대상으로 삼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음악은 무한의 세계다. 그러나 그 무한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할 때에는 유한세계에 존재하는 음악언어․문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숙명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음악이 외국어에 해당한다면 문학은 모국어에 해당한다. 나의 경우 ‘음악과 문학’의 관계는 외국어와 모국어이다. 외국어(음악)의 내용을 모국어(문학)로 표현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주관적인 나의 느낌과 생각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좋은 통로이다.
4. 교수님께서 좋아하는 시인이나 소설가, 그리고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으십니까? : 예전에 내가 글을 쓰기 전에는 소설가나 시인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지만, 지금 글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 것을 알기 때문에 작가라면 모두 다 존경스러운 것이 내 진심이다.
5. 소설집 ‘빈 병 교향곡’에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느끼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국제적인 작품인데, 혹시 영어로 번역하여 출판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작품을 잘 사릴 수 있도록 번역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번역하여 출판하고 싶다.
6. ‘빈 병 교향곡’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내가 소설집을 출간한 이유는 ‘인간의 영혼’ 그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싶어서인데, 가령 우리 집에 손님이 처음으로 오게 되면, 그 전에 내가 약도를 그려 준다던지, 전화로 설명을 자세하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더러는 못 찾아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내가 초대하고 싶은 그곳으로 독자들이 잘 찾아올 수 있도록 설명하고 약도를 제대로 그려줬는가?”가 나의 소감이다.
이강숙의 단편소설집 '빈 병 교향곡'(칼럼+인터뷰)
♬ 이강숙 첫 단편 소설집 「빈 병 교향곡」 ♬
호메로스가 서사시를 노래한 것은 나이가 들어 시력을 잃은 후였고, 아이스킬로스가 최고의 비극을 쓴 것도 예순을 넘기고 나서였으며, 소포클레스는 아흔이 다돼서 최고의 작품을 썼고, 에우리피데스는 마흔이 지나서야 글쓰기를 시작해 일흔까지 계속했다.
소설 ‘테스’로 유명한 세계적인 대문호 토마스 하디가 한 이 명언과 이강숙은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피아니스트, 서울대 음대교수, KBS 교향악단 총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역임한 ‘음악계 대부’... 이것은 이강숙의 은퇴하기 전 이력일 뿐, 이제 늦깎이 소설가가 되어 첫 단편 소설집 ‘빈 병 교향곡’(민음사)을 출간하였고 그는 이제 소설가로 불리길 고대한다. 이강숙에게 있어 글쓰기는 넋을 잃을 만큼 행복한 시간이고, 때로는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을 버티게 해 주는 경험이며,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인생의 균열과 결여를 관조할 수 있게 해 준다. 소설집의 첫 작품 ‘고구마의 무덤’에 나오는 젊었을 때 든 ‘음악병’이 늙어서 재발한 주인공 노인처럼 그는 이제는 글을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젊었을 때 든 아무도 못 말리는‘문학병’이 재발한 것이다. 이제 칠순이 된 그가 ‘문학’이라는 새로운 삶의 통로를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호주의 음악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빈 병으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연주한다는 이국적이며 신선한 음악적 소재가 돋보이는 2001년 의 등단 작품 ‘빈 병 교향곡’을 포함해 삶을 즉흥연주에 비유한 ‘즉흥연주를 하는 사람들’, 갇힌 세상 속 개인의 외로움을 필연적인 한계 안에서 표출한 ‘쇼팽의 넋’과 자신의 마음을 알면 뭐든지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순진하고 착한 여주인공 채규를 통해 인생살이의 서글픔과 그리움을 담은 정현종 시인의 시집제목을 딴 ‘견딜 수 없네’, 그리고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에 나오는 여섯 번째 곡 ‘홍수’를 dfa(d) a...로 더듬더듬 치면서 남이 만든 소리가 아닌 자기가 만든 소리를 통해서 희열을 느끼는 노인의 이야기를 담은 ‘고구마의 무덤’ 다름과 같음에 대해 그 사이사이를 꿰뚫어 볼 줄 아는 눈에 대한 작가의 인생 교훈이 의미심장하게 담겨 있는 알레고리에 가까운 ‘세 개의 눈’, 등 9편의 단편 수록하고 있는데, 이 작품들에는 거의 음악이 소재로 주인공이 음악을 하거나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가 등장한지만 독자들이 꼭 음악적 전문지식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이 소설집은 음악과 문학 그리고 삶이라는 세 개의 눈을 통해 작가 자신이 세상과 진실하게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독자들은 그의 단편들과의 짧은 조우 후에 긴 감동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인터뷰 ♪
1.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건강은 좋으십니까? : 양호한 편이다. 책 읽고, 음악 듣고, 글 쓰고, 강의하고, 잘 놀기도 한다.
2.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시면 시간이 많이 부족하실 텐데, 주로 언제 글을 쓰십니까? 그리고 주로 어떨 때 글쓰기의 영감이 발휘됩니까? : 나에게 있어 시간은 고무줄과 같은 것이어서 그렇게 구애받지 않는다. 물리적인 시간보다 문득 슬퍼질 때, 즐거울 때, 내 마음 안에서 쉬지 않고 여러 가지의 삶과 예술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떠돌 때, 그리고 내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을 때가 글쓰기의 출발점이 된다.
3. 교수님께서는 음악가이시지만, ‘자신 만의 음’을 찾아나서는 또 다른 방법으로 음이 아닌 언어로 소설(글쓰기)을 택하셨는데,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음악과 문학’과의 특별한 상호관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나는 음악행(행동)보다 음악을 앎의 대상으로 하는 ‘음악지’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하다. 희노애락의 감정을 포함해 음악을 통해 느끼는 수 만 가지의 느낌과 생각들을 음악적으로 언어화, 즉 이야기화 시켜서 삶의 소통대상으로 삼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음악은 무한의 세계다. 그러나 그 무한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할 때에는 유한세계에 존재하는 음악언어․문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숙명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음악이 외국어에 해당한다면 문학은 모국어에 해당한다. 나의 경우 ‘음악과 문학’의 관계는 외국어와 모국어이다. 외국어(음악)의 내용을 모국어(문학)로 표현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주관적인 나의 느낌과 생각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좋은 통로이다.
4. 교수님께서 좋아하는 시인이나 소설가, 그리고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으십니까? : 예전에 내가 글을 쓰기 전에는 소설가나 시인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지만, 지금 글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 것을 알기 때문에 작가라면 모두 다 존경스러운 것이 내 진심이다.
5. 소설집 ‘빈 병 교향곡’에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느끼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국제적인 작품인데, 혹시 영어로 번역하여 출판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작품을 잘 사릴 수 있도록 번역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번역하여 출판하고 싶다.
6. ‘빈 병 교향곡’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내가 소설집을 출간한 이유는 ‘인간의 영혼’ 그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싶어서인데, 가령 우리 집에 손님이 처음으로 오게 되면, 그 전에 내가 약도를 그려 준다던지, 전화로 설명을 자세하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더러는 못 찾아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내가 초대하고 싶은 그곳으로 독자들이 잘 찾아올 수 있도록 설명하고 약도를 제대로 그려줬는가?”가 나의 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