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lgium, Grande Place의 중앙 성당 시계탑에서 호선이 -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길을 걷다 보면.. 파인더 속에 남게 될 이 순간이 현실보다 더 강하게 각인 되리라는 계시가 떨어지는, 그런 순간이. 일종의 사진학적 epiphany 라고나 할까. 그런 순간에 카메라가 없다는 걸 깨달을 때면, 정말이지 울고싶다. 카메라가 없었을 때부터 그랬다. . . . 계기는 동네의 작은 공원을 지나가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 이었다. 도서관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갓 구운 바게뜨 한 덩이와 별다방 라떼 한 잔을 들고 공원 옆을 지나고 있었는데. 문득 내 옆을 지나가는 싸구려 오토바이 엑시브 한 대. 근데, 그 오토바이가 생긴게 좀 이상했다. 무려 엑시브 주제에 사이드카가 달려 있었지. 쌩뚱맞은 사이드카에 생글거리며 앉아있던 사람은, 엑시브를 몰던 아저씨의 안주인 되시나 보더라. 휠체어를 탄 채, 휠체어가 실리도록 개조된 사이드카에 앉아서 이 무더운 날, 햇살 한 조각마저 반갑고 고맙고 기쁘게 받아들이며 웃고 있었다. 순간 멍~ 해졌다. La vita è bella라 했던가. 뭔가 속에서부터 울컥하며 쏟아져 오는 감정에 못이겨 무언가 찾아보았지만.. 나로서 할 수 있었던 것은 항상 그렇듯이 낡은 노트 한 권에 그저 끄적이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다음날 나는, 로모를 샀다. 그 불완전성과 도박성에 홀렸다고나 할까. 내가 담고 싶었던 순간들을 걸고 도박을 했을 때, 로모는 항상 너그러이 잃어주었고 아낌없이 내주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로모를 쓴다. 잘 찍든 못 찍든, 내가 사랑하는 순간을 담아서 사진이 기억을 지배함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나이지만 결국 수긍하게 하는 녀석. 그런 녀석 로모와 그런 녀석의 사진들. 내 삶의 한 조각. 1
Pieces of You
- Belgium, Grande Place의 중앙 성당 시계탑에서 호선이 -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길을 걷다 보면.. 파인더 속에 남게 될 이 순간이
현실보다 더 강하게 각인 되리라는 계시가 떨어지는,
그런 순간이.
일종의 사진학적 epiphany 라고나 할까.
그런 순간에 카메라가 없다는 걸 깨달을 때면,
정말이지 울고싶다.
카메라가 없었을 때부터 그랬다.
.
.
.
계기는 동네의 작은 공원을 지나가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 이었다.
도서관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갓 구운
바게뜨 한 덩이와 별다방 라떼 한 잔을
들고 공원 옆을 지나고 있었는데.
문득 내 옆을 지나가는 싸구려 오토바이
엑시브 한 대.
근데, 그 오토바이가 생긴게 좀 이상했다.
무려 엑시브 주제에 사이드카가 달려 있었지.
쌩뚱맞은 사이드카에 생글거리며 앉아있던
사람은, 엑시브를 몰던 아저씨의 안주인
되시나 보더라. 휠체어를 탄 채, 휠체어가
실리도록 개조된 사이드카에 앉아서
이 무더운 날, 햇살 한 조각마저 반갑고
고맙고 기쁘게 받아들이며 웃고 있었다.
순간 멍~ 해졌다.
La vita è bella라 했던가.
뭔가 속에서부터 울컥하며 쏟아져 오는
감정에 못이겨 무언가 찾아보았지만..
나로서 할 수 있었던 것은
항상 그렇듯이 낡은 노트 한 권에
그저 끄적이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다음날 나는, 로모를 샀다.
그 불완전성과 도박성에 홀렸다고나 할까.
내가 담고 싶었던 순간들을 걸고
도박을 했을 때, 로모는 항상
너그러이 잃어주었고
아낌없이 내주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로모를 쓴다.
잘 찍든 못 찍든, 내가 사랑하는 순간을 담아서
사진이 기억을 지배함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나이지만
결국 수긍하게 하는 녀석.
그런 녀석 로모와
그런 녀석의 사진들.
내 삶의 한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