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주지않고 사랑하기''

노준만200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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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주지않고 사랑하기''

이제는 여섯 시가 넘어도 저녁 기분이 나지 않고

그냥 오후, 그냥 낮시간의 끄트머리에 얹혀져 있는것 같기만하다

 

저녁이란 시간의 고마움, 오늘 하루도 잘 지냈다는 안도감

저녁이면 괜히 주변의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아 오늘도 정말 애 쓰셨네요"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저녁에는 경쟁에서 이겨서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고

사람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저녁 무렵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아이가 동생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초라한 차림의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주방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아저씨 자장면 두개만 주세요'

'언니는 왜 안먹어?'   '인애 누나도 먹어 얼마나 맛있는데!'

'응, 나는 지금 배아파서 못먹어 오늘은 니 생일이니까 맛있게 먹어'

큰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남동생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바로 그때 주방에서 아주머니가 급히 나왔다

'아니 너 혹시 인애 아니니?' '인애 맞지? 나 모르겠어?'

'나 엄마친구 영선이 아줌마'

'예전에 한동네에 살았었는데 잘 기억이 잘 안나는 모양이구나'

'그나저나 엄마 아빠 없이 어떻게들 사니'

아주머니는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어루만져 주었다

그제야 기억이 난 듯 굳어있던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것 해다줄게'

 

철수는 오늘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씨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는다

자장면이 최고의 음식이던 시절에 부모없는 어린 삼남매는

엄마친구로부터 자장면과 탕수육을 대접받는다

아이들은 자장면이 먹고싶으면 언제든지 오라는 엄마친구를 만나서

그날 저녁 정말 행복했을 것이다

 

주방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어린 남매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즉석해서 엄마친구가 된 영선이 아줌마

작가는 그이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가만히 말한다

'상처를 주지않고

사랑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소리없이 아픔을 감싸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 배철수의 음악캠프 「철수는 오늘」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