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로냐프강 라스트..

주용석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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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을. 이분께 웃는 얼굴을…….' 아아젠은 퀴트린이 자신의 눈물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옆으로 자세를 바꿔 앉았다. 퀴트린은 말없이 서서 그 노래를 듣고 있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바람으로 태어나겠어요 바람이 된다면 항상 당신 곁에 머물 수 있겠죠 먼 훗날 당신의 땀을 당신 모르게 닦아 드릴 수 있겠죠 먼 훗날에라도 다시 태어난다면 햇볕으로 태어나겠어요 햇볕은 눈을 가지고 수많은 눈을 가지고 당신이 어디에 계신지 항상 바라볼 수 있겠죠 바라볼수 있겠죠 먼 훗날에라도 …… 그대여 그럼 안녕… 영원히 "만나고 왔나?" 파스크란의 말에 퀴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녀도 이미 알고 잇더군. 퀴트린의 얼굴에는 그런 뜻이 담겨 있었다. 파스크란은 웃으며 옆구리에 끼고 있던 검은색 투구를 머리에 썼다. 파스크란의 검고 긴 머리카락이 투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퀴트린도 투구를 집었다. "그런데, 다시 검은색 갑옷인가?" 파스크란은 유쾌하게 웃었다. "갑옷을 입는 것도 마지막인 것 같은데, 이왕이면 아버지와 함께 있고 싶군. 자네도 아버지와 함께 있지 않겠나." 파스크란의 말에 퀴트린도 소리를 내어 웃었다. "홀가분하군." "그래." 투구 속에서 퀴트린의 눈이 반짝 빛났다. 잠시 파스크란과 마주 본 퀴트린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자, 이제 멋지게 한바탕 싸워 보도록 하지. 이대로 저 기사단을 돌파해 퓨론사즈까지 달리는 거야. 만약 자네가 나를 따라올 수 있다면, 퓨론사즈가 자랑하는 셀큐러스 강도 보여 주겠네." 퀴트린의 호언에 파스크란이 큰 소리로 웃었다. 파스크란이 이렇게 통쾌하게 웃은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겨우 퓨론사즈인가? 그럼 자네는 퓨론사즈에서 그만두게나. 난 북동쪽 끝의 루우제까지는 달려가 보겠네. 아직 가보지 못했거든."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파스크란이 말했지만 퀴트린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통쾌한 파스크란의 말에 가슴 속까지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좋아, 그렇다면 루우젤까지 달리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강을 자네에게 소개하겠네. 하얀 로나프 강, 그곳에 내 모든 것이 있었지." 퀴트린과 파스크란, 그 시대를 풍미했던 두 명의 젊은 기사는 서로를 마주보며 한참 동안이나 폭소했다. 페가드나 리첼반은 필요 없었다. 퀴트란과 파스크란은 동시에 하야덴을 뽑아 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말을 달려 열린 성문을 질주해 빠져 나갔다. 아아젠은 노래를 한 번 더 되풀이하고도 퀴트린이 아무 말도 없자 고개를 돌려 그가 서 있던 쪽을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그녀는 방금 전까지 그곳에 서 있던 퀴트린이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퀴트린 님?" 방 안에는 그녀와 정적밖에 없었다. 아아젠은 급히 창문으로 달려가서 성 밖을 내다보았다. 행여나 그의 마지막 모습을 놓칠까 봐 황급히 창밖 풍경을 읽어 가던 아아젠은 다행히도 오래 걸리지 않아 퀴트린의 모습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툭. 그녀의 두 눈에서 조그만 물방울이 떨어져 창문 턱으로 떨어져 내렸다. '… 퀴트린 님.' 그녀는 마음 속으로 그의 이름을 다시 불러 보았다. 그러나 퀴트린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기엔 그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던 모양이었다. '약속해 주시겠죠. 그곳에서도 제 곁에 계셔 주시겠다고.' 아아젠은 품에서 천천히 퀴트린이 선물한 라비루를 꺼내 들며 눈으로 퀴트린의 뒷모습을 쫓고 있었다. 겨울 햇살이 제법 따뜻했다. 옅은 구름 몇 조각에 끄트머리가 살짝 가려진 해가 포프슨 성곽과 라엘만 협곡, 그리고 포프슨 평원을 비추고 있었다. 아마도 겨울이 아니었다면 무척이나 더운 날씨였으리라. 새 소리가 맑게 들려오는 오후, 맑게 햇살이 퍼져 있는 평원에는 자주색 갑옷을 입은 기사와 검은색 갑옷을 입은 기사 두 명이 말 머리를 나란히 하고 1만여 기가 훨씬 넘는 기사단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격해 들어가고 있었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곳 동틀 무렵의 정적과 언덕 위의 함성 피비린내 나는 언덕에 스산한 바람 말발굽 소리 울리는 빗속의 전장 말발굽 소리 울리는 빗속의 전장 명예를 위해서만 살자던 굳은 맹세 사랑하는 이여 너를 위해 나는 다시 한 번 기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