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니들 연애 관심 없다

젝시인러브200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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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니들 연애 관심 없다케이블 TV 세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복숭아 뼈 골절로 병원에 누워있을 때였다. 그저 하루 종일 티비에 눈을 고정시키는 것 외에는 일이 없었는데 한 프로 한 프로 아주 열심히 집중해봤다. 100원에 25분을 볼 수 있는 유료TV였기에 재미있는 것만 골라 리모컨을 눌러대며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일분도 허비하지 않으려 나름 필사적이었다. 그러다가 내 취향에 맞는 채널 두 개에 고정시켜 놓는 것이 가장 효과적임을 깨닫고 동아채널과 온 스타일 두 군데를 정해놓고 거기서 방영되는 외국 리얼리티프로를 모두 섭렵했다.<STYLE type=text/css>글/ 젝시라이터 바니언니

미안하다, 니들 연애 관심 없다

미안하다, 니들 연애 관심 없다어쩌면 하나같이 그토록 재미있고 흥미진진한지 다 좋았지만 순항하다 걸린 암초처럼 진저리를 치면서 채널을 돌리게 만든 두 프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트리스타와 라이언의 결혼식’이라는 리얼리티 데이트쇼가 처음 배출한 커플의 결혼식 준비과정을 보여주는 프로와 ‘밀착취재 스타의 신혼’이라는 닉 라세이와 제시카 심슨, 두 스타 커플의 신혼생활을 보여주는 프로였다.
그나마 스타커플의 신혼생활은 조금 흥미거리라도 있었지만 연예인도 아닌 사람들이 결혼에 쓰는 케익과 꽃 등을 결정하고 스트레스 받고 오해하고 다투고 화해하고 어쩌고 하는 과정들이 어찌나 지루하고 짜증나는지 견딜 수가 없었다. 세상엔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던지 그 해 가장 지긋지긋한 명사에 베니퍼(벤에플렉+로페즈) 뒤를 이어 트리스타와 라이언(리얼리티쇼 ‘베첼러’ 커플)가 2위에 등극했다.

나는 타인의 고통에 동정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즐거움엔 공감할 수 없다.
타인의 행복에는 무엇인가 기묘하게 지루한 감이 든다.
- 헉슬리 (Aldous Leonard Huxley)

난 연애하는 사람들이 어디 가서 뭘 먹었느니 샀느니 보고하는 게 지루하기 짝이 없다. 나랑 친한 사이라면 만나게 된 동기나 간단한 사람 됨됨이에 대해 궁금하다. 그러나 그냥 안면만 있거나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초반 에피소드 몇 가지는 흥미 있게 들어주지만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닌 시시콜콜한 둘만의 감정과 데이트는 둘에게나 의미 있고 대단한 일이지 타인에겐 그다지 흥미 있는 일이 아니다.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인의 연애담들을 궁금해 하고 이거 저거 물어는 보지만 그것도 어떤 때는 대화거리를 만들어내려는 예의상 멘트 라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아니면 왠지 자랑하고 싶어 죽겠는 것 같아 물꼬나 터주자는 듯 한 그런 것 말이다. 특히 동호회나 학원 스터디의 2차 모임 같은 데서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이런 경우가 많은데 예의상 열어 준 물꼬를 터트려 홍수를 내는 눈치 없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가장 흥미진진하게 사람들을 움직이고 동요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일은 군대에서나 말할 법한 술기운 돌 때 떠들어 댈 라이브 야설 같은 자극적 소재도 있지만, 역시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건 상대의 배신 혹은 외도, 실연 등의 이야기다.
스타커플들의 용감한 커밍아웃도 예전에야 용기 있는 결단이니 어쩌니 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요즘엔 워낙 언론에 의해 다 까발려지고 흔하다 보니 둘이 파경설이 나돌거나 뭔가 자극적인 일이 아니면 시큰둥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론 그런 경우 “우리 예쁘게 만날게요” 라는 말이 제일 지겹다.

연애할 땐 세상에 딱 둘 뿐이며 둘은 세상 모든 이치들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의 산물이다. 그리하여 둘 사이에 벌어지는 모든 일상이 경이롭고 신비하며 특별하여 마치 ebay 경매에 출품 된 예수님과 마리아 형상이 나타난 토스트를 발견했을 때 마냥 자랑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맘은 알겠지만 초등학교 6학년 커플이나 70세 노인 커플에게도 드라마틱한 드라마와 우연과 배신과 질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애인자랑 말고 친구 안부부터!”
어느 날 당신의 자랑이 반인 오빠 흉보기와 절절한 사랑이야기와 통화내용을 들으며 꾹 참고 있던 친구가 다소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입꼬리만 올려 웃어준다면 떠드느라 단내 팍팍 나는 그 입에 음료수 한 모금 밀어 넣어 입 좀 다물고 친구가 다니는 직장이나 알바가 힘들지 않은지 진심으로 물어 봐줘라. 애인 없는 친구가 우리 사이 질투한다고 다른 친구에게 전화 걸어 삐죽 대지 말고 니들 그 대단한 사랑이 끝났을 때 붙잡고 울고불고 할 사람 하나 잃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출처: 여성포탈 젝시인러브 (www.x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