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이 93년만에 돌아오다

한이삭200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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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에 약탈된 조선왕조실록이 93년 만에 우리나라 품으로 돌아온다. 지난번 북관대첩비에 이어 이번에 조선왕조실록이 반환됨에 따라 일본이 약탈해간 다른 많은 우리 문화재들의 추가 환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조선왕조실록이 93년만에 돌아오다 일본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됐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47책이 7월 국내에 반환된다. 사진은 조선왕조실록의 일부. /경향신문자료사진 서울대 관계자는 30일 “도쿄(東京)대학이 소장 중인 조선왕조실록 오대산(五臺山) 사고(史庫·역사서를 보관하던 곳)본 47책을 서울대 규장각에 기증하는 데 양교간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31일 오전 서울대 개교 60주년 및 규장각 창립 230주년 기념 한국학 국제학술회의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고, 오후 1시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반환의 의미와 배경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도쿄대가 조선왕조실록을 되돌려주기로 결정한 것은 반환소송이 제기될 경우 일제 강점기에 대규모로 이뤄진 문화재 약탈의 국제법상 적법성 논란이 일어 심각한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쿄대는 이에 따라 약탈을 인정하는 의미를 내포한 ‘반환’ 형식이 아니라 서울대 ‘기증’ 형식을 취함으로써 향후 제기될 ‘반환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은 행정절차 등을 거쳐 약 6주 뒤인 7월 도쿄대 귀중서고에서 서울대 규장각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국보 151호이자 유네스코 등록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총 1,893권 888책)은 임진왜란 이후 태백산, 적상산, 오대산, 강화도 사고 등 4곳에 20세기 초까지 분산·보관돼 왔다. 이 가운데 오대산 사고본은 1913년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 초대 조선총독에 의해 일본으로 반출됐다.

오대산 사고본은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모두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도쿄대 도서관 귀중서고에 중종대왕실록과 성종실록 등 47책이 소장돼 있다는 사실이 올해 초 확인된 이후 양국간 반환 협상이 진행돼 왔다.

오대산본은 가필·교정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실록편찬과정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사료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불교계와 환수위측이 ‘기증’이 아닌 ‘반환’ 형식이어야 하며 서울대 규장각이 아닌 월정사에 소장돼야 한다고 크게 반발, 귀추가 주목된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반환 운동을 벌여왔던 환수위측과 전혀 의견 조율이 없었던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