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원작), …. 할리우드와 영국에서 쉬지 않고 TV 미니시리즈와 영화를 만드는 이 작가는 연애소설, 로맨틱드라마의 원조 소리를 듣는다. 오늘도 밤잠 설치며 백마 탄 남자의 노크 소리를 기다리는 이라면 이 언니를 만나야 한다. 아직도 결혼할 생각이 없지만, 연애와 결혼에 관해서는 척척박사요, 뭇 관객을 울렸다 웃겼다 로맨틱한 결혼의 판타지로 관객을 집단 익사시키는 데 귀재인 이분을 특별히 모셨다. 230년 전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여전히 연애와 결혼의 비밀에 관해 목말라 하는 전 세계 언니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안겨주는 제인 오스틴 언니를 소개한다. 평소 궁금한 것, 사정없이 질문 던지시라. 제인 오스틴 언니, 준비되셨나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제인 오스틴의 연애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담자로 ME의 골수 애독자 언니들을 모셨다. 오빠들은 다음 기회에~
제1강. 바람둥이 퇴치하기
조급녀: 제가 성격이 급해서요. 바람둥이 퇴치법부터 알려주세요. (이하 센스)의 윌러비, 와 의 엘튼, (이하 오만)의 위컴 같은 바람둥이를 어떻게 하면 감별할 수 있을까요?
오스틴: 의 마리안처럼 성격도 급하세요. 크게 당하신 적이 있나봐요. 200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사정은 비슷한 것 같아요. 윌러비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던가요. 결과적으로 여자에게 나쁜 짓을 하기는 했지만, 때에 맞는 적절한 말을 꺼내는 솜씨, 들판에서 꽃을 가져오는 센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외우는 로맨틱한 마음은 아름답지 않은가요. 에서 리즈에게 유산상속을 들먹이며 ‘자기가 결혼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 결혼해달라’고 멋없이 프러포즈한 콜린스 같은 남자보다 훨씬 낫지 않아요?
조급녀: 아니,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여자 등처먹는 남자들은 몽땅 다 혼을 내줘야 해요. 그런데 오스틴 언니는 윌러비를 혼내기는커녕, 마지막 장면에 우수어린 모습으로 등장시키기까지 하셨더군요, 흥!
오스틴: 글쎄요. 그 시나리오야 제 원작소설을, 제가 아끼는 후배이자 명배우이며 주인공 엘리노 역까지 맡은 엠마 톰슨이 썼으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고. 하지만 내가 엠마 톰슨이라도 그렇게 하겠어요. 사랑엔 여러 가지 표정이 있잖아요. 어떤 사랑만 유독 옳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제 소설로 만든 영화들이 행복한 결혼식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모든 사랑이 해피엔드가 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윌러비는 적어도 그때 감정에 충실했으니까요. 발목을 다쳐 누워 있는 마리엔에게 ‘들에 나오실 수 없어서 제가 들판을 직접 가져왔노라’며 들꽃을 꺾어 갖다준 윌러비를 당신이라면 문전박대하실 건가요? 물론 엘튼이나 위컴처럼 나쁜 사람도 있죠. 하지만 결국 겪어보는 수밖에요. 의 마리안, 의 셰어, 의 리즈는 실수를 연발한 끝에 지혜를 얻지요. 시도도 안 해보고 후회하느니, 시도해보고 후회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다만, 윌러비나 위컴처럼 남의 험담을 즐겨 하거나, 엘튼처럼 가식적이라면 한번 더 생각해 봐야겠지요.
제2강. 상대 알아차리기
똑똑녀: 저 언니 너무 흥분하셨네. 전 이지적인 질문을 드릴까 해요. 내 영혼의 짝이 누군지 콕 찍어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오스틴: 제 영화들 보시면 알겠지만 주인공들은 거의 모두 끝까지 자기 짝이 누구인지 몰라요. 그건 눈으로 봐서 알 수 있는 게 아니죠. 영혼과 마음과 몸을 가랑비 적시듯 하는 사람을 찾아야 해요. 혹시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똑똑녀: 파랑새는 옆에 있다, 이런 말씀하려고 하시는 거죠?
오스틴: 그 사람이 의 브랜든 대령처럼 나이가 너무 많아 보일 수도 있어요. 의 나이틀리, 의 조시 오빠처럼 매력 없는 잔소리꾼처럼 보일 수도 있죠. 또 의 다시처럼 무뚝뚝하고 오만한 사람일 수도 있죠. 언뜻 보면 그들은 윌러비처럼 감미로운 매력도 없고 섹시하지도 않죠. 제 고귀한 입으로 ‘섹시’ 그러니까 얼굴이 화끈거리는군요. 암튼, 섹시하다는 건 미끄덩거리는 첫 인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적시는 영혼의 능력이죠. 브랜든 대령처럼 아플 때 곁을 지키며 시를 읽어주고, 다시처럼 여동생의 곤궁을 남몰래 도와주는 그런 남자가 결국은 당신의 인생을 끝까지 지켜줄 수 있다구요. 참, 그리고 여기 나오는 다시랑 의 다시랑 너무 닮았죠?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니까요. 그런 남자가 진짜 진국이라니까요.
제3강. 낙심에서 벗어나기
절망녀: 그놈의 자식이 절 차고 가버린 뒤로 전 울음에 절어 살아요. 어떻게 하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죠?
오스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잘 울기 때문에 평균수명이 길다고 그러더군요. 윌러비한테 걷어 차인 뒤 마리안도 한참을 울죠. 우세요. 엘리노처럼 남을 위로해주느라, 그것도 자기랑 똑같이 에드워드를 좋아하는 여자를 위로하느라 자기는 울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의젓한 척하는 엘리노의 방법도, 펑펑 우는 마리안의 방법도 다 옳아요. 정답은 사람마다 ‘그때 그때 달라요’. 늘 자기다워야 해답도 나오는 거겠죠. 울 수 있게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좋은 친구도 준비해야죠. 제 작품에서 전 주인공들을 위해 단짝을 마련해뒀어요. 엘리노와 마리안(), 셰어와 디온(), 엠마와 스미스(), 아 그리고 놀라지 마세요 에서는 다섯 자매랍니다! 물론 제인과 리즈가 가장 친하긴 하지만요. 제가 8남매 사이에서 자라서 그런지 주인공 혼자만 달랑 있는 건 싫더라구요. 그렇게 친한 사람들 어깨에 기대어 후련하게 울다보면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시 보일 거예요. 파랑새를 앞에 두고 너무 먼 곳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헤맨 건 아닌가요?
제4강. 진심 전하기
후끈녀: 리즈()는 바보같이 기다리기만 하고, 마리안()은 얼굴에 좋아한다는 게 벌써 다 써 있고, 어디 ‘센쑤’있게 진심을 전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오스틴: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되지 않겠어요? 게다가 리즈는 마음을 열어놓고 기다리잖아요. 리즈는 다시가 슬며시 마차에 올라탈 때 손을 잡아주는 걸 눈여겨보고, 춤출 때 좋아하는 음악이 같은 걸 확인하잖아요(). 마리안처럼 솔직한 것도 좋죠. 남자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16번을 함께 외울 수 있는 것에 감격해 하잖아요. 자기 자신을 다 보여줬다고 창피해하지 마세요. 진심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솔직한 태도를 더 사랑스러워 할 겁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해야지, 후회도 덜 하고 다치기도 덜 다치겠죠. 어설프게 남 흉내내다가 상처받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해요. 다만 먼저 유혹하기보다는 유혹하게끔 만드는 게 더 현명한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의 엠마, 의 셰어가 변신 컨설턴트인 건 까닭이 다 있죠. 셰어가 크리스천으로 하여금 데이트 신청을 하게 하는 걸 보세요.
제5강. 오해 풀기
수렁녀: 진도 잘 나간다 싶으면 엉뚱한 오해로 깨지는 게 다반사예요. 이놈의 지긋지긋한 오해, 이해로 바꿔주면 안 될까요?
오스틴: 좋아한다, 싫어한다, 뭐 이걸 가지에 붙은 나뭇잎 떼어가며 점칠 수도 없고, 연애하면서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죠. 제 작품에 악인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 건, 연인들 사이의 사소한 오해가 어떤 악인보다 더 악인 노릇을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비 온 뒤에 땅 굳고, 오해 뒤에 이해가 익어가는 게 순리 아닐까요. 이해란, 오해라는 샛길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좁은 문 이란 생각을 해요. 답답하시면 편지를 써보세요. 에서 다시가 보낸 편지 한통이 리즈의 닫힌 마음을 다시 열잖아요. 윌러비가 마리안에게 진작에 솔직한 편지를 보냈더라면 어땠을까요. 쉽게 내뱉은 말은 주워담기 어렵지만 고치고 또 고쳐 쓴 편지엔 진심이 담길 여력이 더 많지 않을까요. 너무 고루해요? 확실히 내가 늙긴 늙었군요! 하지만 왜 내 영화에 여러분들은 아직도 흥분하는 거죠? 사랑이란 감정은 늙으나 젊으나 똑같으니까!
제6강. 소양 갖추기
교양녀: 에서 다시가 아주 건방지게도 ‘여자는 6가지 교양을 갖춰야 한다’고 하는데 무시하고 싶지만 살짝 마음에 걸려요. 뭘 갖춰야 사랑을 더 잘 할 수 있는 거죠?
오스틴: 다시는 말만 그렇게 할뿐 진심은 그렇지 않아요. ‘변화가 왔을 때 변절하거나/변절자가 변절할 때 흔들리면/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폭풍우에도 흔들리지 않는/오, 사랑은 영원히 버티고 서 있는 등대’라고 읊조리는 로맨틱한 윌러비 스타일은 멋있어 보이지만 결국 여자들 뒤통수나 치잖아요? 말없이 사람을 배려하고 아팠을 때 돌봐주는 브랜든 대령 같은 사람을 만나야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그 사람의 진심을 알아차릴 수 있는 자기만의 진심이에요. 셰익스피어를 외우고, 에서 프랭크 처칠처럼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면 뭐 하나요.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봐주고 돌봐주는 행동은 그런 것보다 더 힘들고 더 고통스럽고 그래서 더 아름답지 않나요.
교양녀: 그거 너무 올드하다, 언니. 마리안은 피아노 치고 노래도 하고(), 엠마는 그림을 잘 그리잖아요(). 그래서 남자들한테 더 인기를 끈 거 아닌가요?
오스틴: 키스를 피아노 위나 그림 위에서 할 필요는 없죠! 옆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황홀하게 할 수 있다니까요. 살짝 귀띔하자면, 왜 마리안이 피아노를 쳤냐 하면요, 남자들이 자기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좋은지를 미리 알려주기 위해서죠. 흠, 농담이구요. 자기 취향과 색깔을 스스로 잘 안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겠죠.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면, 상대방이 더 힘들어하지 않을까요.
제7강. 상대와 친해지기
소심녀: 그런데요. 좋아하는 사람과 어떻게 하면 친해지나요. 이젠 소개팅도 지겨워요. 서로 좋아할 사람끼리 첫눈에 알아보게 바코드를 이마에 딱, 찍어서 다니면 안 될까요?
오스틴: 호호호. 제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도 선을 안 보는데 200년 젊은 사람들이 오히려 소개팅이다 선이다 커플매니저다 해가며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군요. 어맛! 죄송. 이렇게 놀릴 마음은 없었는데. 물론 제 작품 주인공들은 신분 차이, 지참금, 유산상속 같은 데 얽매여 있기는 하지만, 파티다 야유회다 해서 뻔질나게 모여서 춤을 추잖아요(). 거기서 자연스레 손도 잡고 스킨십도 할 수 있으니까.
소심녀: 지금 염장 지르세요? 여기가 무슨 미국이나 영국인 줄 아세요?
오스틴: 호호. 자꾸 나도 모르게 놀리게 되는군요. 서로 모여서 낭송회도 하고, 피아노도 같이 치고() 그런 기회를 만드세요. 뻘쭘하게 술만 마시는 것보단 더 나을 거예요. 그런 모임이 힘들면 잔머리, 아니 지혜를 짜내보세요. 괜히 연필도 떨어뜨리고 자기한테 선물도 해서 인기있는 사람처럼 위장도 해보고(), 자기 이름을 넣은 손수건 같은 걸 꺼내서 옷에 묻은 걸 털어주는 척도 해보세요. 조금 나쁜 방법이기는 하지만, 다리를 삐끗해서 그 앞에 쓰러지는 것도() 괜찮으실지 모르겠어요.
소심녀: 저처럼 소심한 애가 그런 가증스런 짓을 어떻게! 흑.
오스틴: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의 마리안-브랜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의 엘리노-에드워드), 심지어는 춤추자고 리지가 먼저 제안을 할 때(의 리지-다시) 남자들의 마음이 흔들렸죠.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때 남자들도 용기를 얻는답니다. 알고 보면 남자들이 더 소심해요. 다만 그들이 용기를 내게끔 그 앞으로까지는 가줘야 하겠죠? 근처에 가지도 않고서 마음만 두근두근대면 그 소리를 상대방이 어떻게 듣겠어요? 어머, 벌써 차 마실 시간이군요.
제인 오스틴의 연애 특강
출처 : 씨네21 2006. 03. 22
(가 원작), …. 할리우드와 영국에서 쉬지 않고 TV 미니시리즈와 영화를 만드는 이 작가는 연애소설, 로맨틱드라마의 원조 소리를 듣는다. 오늘도 밤잠 설치며 백마 탄 남자의 노크 소리를 기다리는 이라면 이 언니를 만나야 한다. 아직도 결혼할 생각이 없지만, 연애와 결혼에 관해서는 척척박사요, 뭇 관객을 울렸다 웃겼다 로맨틱한 결혼의 판타지로 관객을 집단 익사시키는 데 귀재인 이분을 특별히 모셨다. 230년 전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여전히 연애와 결혼의 비밀에 관해 목말라 하는 전 세계 언니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안겨주는 제인 오스틴 언니를 소개한다. 평소 궁금한 것, 사정없이 질문 던지시라. 제인 오스틴 언니, 준비되셨나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제인 오스틴의 연애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담자로 ME의 골수 애독자 언니들을 모셨다. 오빠들은 다음 기회에~
제1강. 바람둥이 퇴치하기조급녀: 제가 성격이 급해서요. 바람둥이 퇴치법부터 알려주세요. (이하 센스)의 윌러비, 와 의 엘튼, (이하 오만)의 위컴 같은 바람둥이를 어떻게 하면 감별할 수 있을까요?
오스틴: 의 마리안처럼 성격도 급하세요. 크게 당하신 적이 있나봐요. 200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사정은 비슷한 것 같아요. 윌러비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던가요. 결과적으로 여자에게 나쁜 짓을 하기는 했지만, 때에 맞는 적절한 말을 꺼내는 솜씨, 들판에서 꽃을 가져오는 센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외우는 로맨틱한 마음은 아름답지 않은가요. 에서 리즈에게 유산상속을 들먹이며 ‘자기가 결혼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 결혼해달라’고 멋없이 프러포즈한 콜린스 같은 남자보다 훨씬 낫지 않아요?
조급녀: 아니,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여자 등처먹는 남자들은 몽땅 다 혼을 내줘야 해요. 그런데 오스틴 언니는 윌러비를 혼내기는커녕, 마지막 장면에 우수어린 모습으로 등장시키기까지 하셨더군요, 흥!
오스틴: 글쎄요. 그 시나리오야 제 원작소설을, 제가 아끼는 후배이자 명배우이며 주인공 엘리노 역까지 맡은 엠마 톰슨이 썼으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고. 하지만 내가 엠마 톰슨이라도 그렇게 하겠어요. 사랑엔 여러 가지 표정이 있잖아요. 어떤 사랑만 유독 옳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제 소설로 만든 영화들이 행복한 결혼식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모든 사랑이 해피엔드가 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윌러비는 적어도 그때 감정에 충실했으니까요. 발목을 다쳐 누워 있는 마리엔에게 ‘들에 나오실 수 없어서 제가 들판을 직접 가져왔노라’며 들꽃을 꺾어 갖다준 윌러비를 당신이라면 문전박대하실 건가요? 물론 엘튼이나 위컴처럼 나쁜 사람도 있죠. 하지만 결국 겪어보는 수밖에요. 의 마리안, 의 셰어, 의 리즈는 실수를 연발한 끝에 지혜를 얻지요. 시도도 안 해보고 후회하느니, 시도해보고 후회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다만, 윌러비나 위컴처럼 남의 험담을 즐겨 하거나, 엘튼처럼 가식적이라면 한번 더 생각해 봐야겠지요.
제2강. 상대 알아차리기똑똑녀: 저 언니 너무 흥분하셨네. 전 이지적인 질문을 드릴까 해요. 내 영혼의 짝이 누군지 콕 찍어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오스틴: 제 영화들 보시면 알겠지만 주인공들은 거의 모두 끝까지 자기 짝이 누구인지 몰라요. 그건 눈으로 봐서 알 수 있는 게 아니죠. 영혼과 마음과 몸을 가랑비 적시듯 하는 사람을 찾아야 해요. 혹시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똑똑녀: 파랑새는 옆에 있다, 이런 말씀하려고 하시는 거죠?
오스틴: 그 사람이 의 브랜든 대령처럼 나이가 너무 많아 보일 수도 있어요. 의 나이틀리, 의 조시 오빠처럼 매력 없는 잔소리꾼처럼 보일 수도 있죠. 또 의 다시처럼 무뚝뚝하고 오만한 사람일 수도 있죠. 언뜻 보면 그들은 윌러비처럼 감미로운 매력도 없고 섹시하지도 않죠. 제 고귀한 입으로 ‘섹시’ 그러니까 얼굴이 화끈거리는군요. 암튼, 섹시하다는 건 미끄덩거리는 첫 인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적시는 영혼의 능력이죠. 브랜든 대령처럼 아플 때 곁을 지키며 시를 읽어주고, 다시처럼 여동생의 곤궁을 남몰래 도와주는 그런 남자가 결국은 당신의 인생을 끝까지 지켜줄 수 있다구요. 참, 그리고 여기 나오는 다시랑 의 다시랑 너무 닮았죠?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니까요. 그런 남자가 진짜 진국이라니까요.
제3강. 낙심에서 벗어나기절망녀: 그놈의 자식이 절 차고 가버린 뒤로 전 울음에 절어 살아요. 어떻게 하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죠?
오스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잘 울기 때문에 평균수명이 길다고 그러더군요. 윌러비한테 걷어 차인 뒤 마리안도 한참을 울죠. 우세요. 엘리노처럼 남을 위로해주느라, 그것도 자기랑 똑같이 에드워드를 좋아하는 여자를 위로하느라 자기는 울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의젓한 척하는 엘리노의 방법도, 펑펑 우는 마리안의 방법도 다 옳아요. 정답은 사람마다 ‘그때 그때 달라요’. 늘 자기다워야 해답도 나오는 거겠죠. 울 수 있게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좋은 친구도 준비해야죠. 제 작품에서 전 주인공들을 위해 단짝을 마련해뒀어요. 엘리노와 마리안(), 셰어와 디온(), 엠마와 스미스(), 아 그리고 놀라지 마세요 에서는 다섯 자매랍니다! 물론 제인과 리즈가 가장 친하긴 하지만요. 제가 8남매 사이에서 자라서 그런지 주인공 혼자만 달랑 있는 건 싫더라구요. 그렇게 친한 사람들 어깨에 기대어 후련하게 울다보면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시 보일 거예요. 파랑새를 앞에 두고 너무 먼 곳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헤맨 건 아닌가요?
제4강. 진심 전하기후끈녀: 리즈()는 바보같이 기다리기만 하고, 마리안()은 얼굴에 좋아한다는 게 벌써 다 써 있고, 어디 ‘센쑤’있게 진심을 전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오스틴: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되지 않겠어요? 게다가 리즈는 마음을 열어놓고 기다리잖아요. 리즈는 다시가 슬며시 마차에 올라탈 때 손을 잡아주는 걸 눈여겨보고, 춤출 때 좋아하는 음악이 같은 걸 확인하잖아요(). 마리안처럼 솔직한 것도 좋죠. 남자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16번을 함께 외울 수 있는 것에 감격해 하잖아요. 자기 자신을 다 보여줬다고 창피해하지 마세요. 진심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솔직한 태도를 더 사랑스러워 할 겁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해야지, 후회도 덜 하고 다치기도 덜 다치겠죠. 어설프게 남 흉내내다가 상처받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해요. 다만 먼저 유혹하기보다는 유혹하게끔 만드는 게 더 현명한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의 엠마, 의 셰어가 변신 컨설턴트인 건 까닭이 다 있죠. 셰어가 크리스천으로 하여금 데이트 신청을 하게 하는 걸 보세요.
제5강. 오해 풀기수렁녀: 진도 잘 나간다 싶으면 엉뚱한 오해로 깨지는 게 다반사예요. 이놈의 지긋지긋한 오해, 이해로 바꿔주면 안 될까요?
오스틴: 좋아한다, 싫어한다, 뭐 이걸 가지에 붙은 나뭇잎 떼어가며 점칠 수도 없고, 연애하면서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죠. 제 작품에 악인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 건, 연인들 사이의 사소한 오해가 어떤 악인보다 더 악인 노릇을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비 온 뒤에 땅 굳고, 오해 뒤에 이해가 익어가는 게 순리 아닐까요. 이해란, 오해라는 샛길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좁은 문 이란 생각을 해요. 답답하시면 편지를 써보세요. 에서 다시가 보낸 편지 한통이 리즈의 닫힌 마음을 다시 열잖아요. 윌러비가 마리안에게 진작에 솔직한 편지를 보냈더라면 어땠을까요. 쉽게 내뱉은 말은 주워담기 어렵지만 고치고 또 고쳐 쓴 편지엔 진심이 담길 여력이 더 많지 않을까요. 너무 고루해요? 확실히 내가 늙긴 늙었군요! 하지만 왜 내 영화에 여러분들은 아직도 흥분하는 거죠? 사랑이란 감정은 늙으나 젊으나 똑같으니까!
제6강. 소양 갖추기교양녀: 에서 다시가 아주 건방지게도 ‘여자는 6가지 교양을 갖춰야 한다’고 하는데 무시하고 싶지만 살짝 마음에 걸려요. 뭘 갖춰야 사랑을 더 잘 할 수 있는 거죠?
오스틴: 다시는 말만 그렇게 할뿐 진심은 그렇지 않아요. ‘변화가 왔을 때 변절하거나/변절자가 변절할 때 흔들리면/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폭풍우에도 흔들리지 않는/오, 사랑은 영원히 버티고 서 있는 등대’라고 읊조리는 로맨틱한 윌러비 스타일은 멋있어 보이지만 결국 여자들 뒤통수나 치잖아요? 말없이 사람을 배려하고 아팠을 때 돌봐주는 브랜든 대령 같은 사람을 만나야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그 사람의 진심을 알아차릴 수 있는 자기만의 진심이에요. 셰익스피어를 외우고, 에서 프랭크 처칠처럼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면 뭐 하나요.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봐주고 돌봐주는 행동은 그런 것보다 더 힘들고 더 고통스럽고 그래서 더 아름답지 않나요.
교양녀: 그거 너무 올드하다, 언니. 마리안은 피아노 치고 노래도 하고(), 엠마는 그림을 잘 그리잖아요(). 그래서 남자들한테 더 인기를 끈 거 아닌가요?
오스틴: 키스를 피아노 위나 그림 위에서 할 필요는 없죠! 옆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황홀하게 할 수 있다니까요. 살짝 귀띔하자면, 왜 마리안이 피아노를 쳤냐 하면요, 남자들이 자기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좋은지를 미리 알려주기 위해서죠. 흠, 농담이구요. 자기 취향과 색깔을 스스로 잘 안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겠죠.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면, 상대방이 더 힘들어하지 않을까요.
제7강. 상대와 친해지기소심녀: 그런데요. 좋아하는 사람과 어떻게 하면 친해지나요. 이젠 소개팅도 지겨워요. 서로 좋아할 사람끼리 첫눈에 알아보게 바코드를 이마에 딱, 찍어서 다니면 안 될까요?
오스틴: 호호호. 제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도 선을 안 보는데 200년 젊은 사람들이 오히려 소개팅이다 선이다 커플매니저다 해가며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군요. 어맛! 죄송. 이렇게 놀릴 마음은 없었는데. 물론 제 작품 주인공들은 신분 차이, 지참금, 유산상속 같은 데 얽매여 있기는 하지만, 파티다 야유회다 해서 뻔질나게 모여서 춤을 추잖아요(). 거기서 자연스레 손도 잡고 스킨십도 할 수 있으니까.
소심녀: 지금 염장 지르세요? 여기가 무슨 미국이나 영국인 줄 아세요?
오스틴: 호호. 자꾸 나도 모르게 놀리게 되는군요. 서로 모여서 낭송회도 하고, 피아노도 같이 치고() 그런 기회를 만드세요. 뻘쭘하게 술만 마시는 것보단 더 나을 거예요. 그런 모임이 힘들면 잔머리, 아니 지혜를 짜내보세요. 괜히 연필도 떨어뜨리고 자기한테 선물도 해서 인기있는 사람처럼 위장도 해보고(), 자기 이름을 넣은 손수건 같은 걸 꺼내서 옷에 묻은 걸 털어주는 척도 해보세요. 조금 나쁜 방법이기는 하지만, 다리를 삐끗해서 그 앞에 쓰러지는 것도() 괜찮으실지 모르겠어요.
소심녀: 저처럼 소심한 애가 그런 가증스런 짓을 어떻게! 흑.
오스틴: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의 마리안-브랜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의 엘리노-에드워드), 심지어는 춤추자고 리지가 먼저 제안을 할 때(의 리지-다시) 남자들의 마음이 흔들렸죠.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때 남자들도 용기를 얻는답니다. 알고 보면 남자들이 더 소심해요. 다만 그들이 용기를 내게끔 그 앞으로까지는 가줘야 하겠죠? 근처에 가지도 않고서 마음만 두근두근대면 그 소리를 상대방이 어떻게 듣겠어요? 어머, 벌써 차 마실 시간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