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17화> 감정연습2

바다의기억200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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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 아... 그래. 다양한 연기를 보는 것도 중요하니까.



난데없는 두 사람의 등장에


연출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딱히 그들을 막아야 할 이유도 없었기에


일단 자리를 비켜주었다.



김씨 - 흣차.... 엇차... 으드드득....


허씨 - 쉭쉭, 쉭, 오케이.



...... 왜 감정연습을 하러 나와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거냐?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목이며 어깨를 풀던 그들은


곧 시합종이 울린 복서처럼


자신의 양 볼을 두드리며 연습실 중앙으로 나왔다.



연출

- 자, 허씨가 =한번만=을 하고


김씨가 거절하는 쪽이야.


방법은 아까 봤으니까 잘 알겠지?


레디, 아바락쑌!



=땡~=


1라운드 공이 울렸다.



허씨 - ..... 한번만.


김씨 - 싫어.


허씨 - 야... 한번만 부탁하자.


김씨 -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인마.


허씨 - 짜식아... 친구잖아.


김씨 - 내가 언제부터 너하고 친구였냐?


허씨 - ..... 그러기냐?


김씨

- 그러기는 그림 속에 기러기가 그러기고....


난 이딴 부탁하는 놈 친구로 둔 적 없다.



허씨 - ..... 네가 나한테 이럴 줄은 몰랐다.


김씨

- 나도 네가 이럴 줄 몰랐어!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할 수 있냐?



우려했던 것보단 지극히 양호한 두 사람의 연기.


오히려 그 색다른 분위기와 상황은


후배들에게 좋은 예시가 됨직도 했다.


하지만...



허씨 - 그러니까 한번만이라고 말을 하잖아!!


김씨

- 그놈의 한번만, 한번만!


넌 한번이면 뭐든 된다고 생각해?


사람 목숨 하나야, 한번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허씨 - 어려운 부탁인 거 나도 알아. 하지만...



...... 어, 언제 사람 목숨까지 걸린 일이 됐냐?


뭘 부탁하는 거야 대체?



김씨 - 됐어. 못들은 걸로 하고... 그만하자.


허씨 - 야! 김씨!!


김씨 - ....... 더 할말 있어?


허씨

- ..... 이게 내 인생에 마지막 기회야.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잖아.


제발... 한번만 도와줘라.


만약 실패해도.... 한나는 내가 책임질게.



김씨 - ..... 뭐?



허씨의 그 말에


김씨는 잠시 멍한 얼굴로


한나와 허씨를 번갈아 보더니


이내 헛웃음을 치며 허씨에게 바짝 다가섰다.



김씨 - 허, 허, 허, 허.... 그랬구나... 그런 거였어.


허씨 - ......


김씨 - 그러고도 네가 사람 새끼냐!! 앙!!



=퍼억! 쿠당...=



뭔가 위험한 분위기를 느낀 연출이


김씨를 말리려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허씨는 이미 김씨의 주먹에 나동그라진 후였다.



김씨

- 어째 예전부터 둘 사이에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이젠 친구 죽이고 둘이 잘 먹고 잘 사시겠다?


그러고도 입에서 친구소리가 나오디?



허씨 - 김씨...


김씨 - 닥쳐, 넌 입이 열개라도 할 말 없어.


허씨 - 넌... 내가 그런 놈으로 밖에 안 보이냐?


김씨 - 지금 상황이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김씨가 분노와 설움이 섞인 절규를 토하는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허씨는


툭툭하고 망가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더니



=빠아악!=



이내 김씨의 얼굴에 강렬한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



허씨

- ..... 난..... 너와 만나고...


피보다 진한 우정이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믿음이 고작 이 정도였다니.... 허무할 뿐이다.


내가 무리한 부탁을 했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그게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건 아니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허씨는 바닥에 쓰러진 김씨를 향해 그렇게 말하고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훔치며 돌아섰다.



김씨 - 허씨......


허씨 - 됐다. 그만하자. 이제 너랑 나는 남이다.


김씨 - ...... 친구야!


허씨 - ......


김씨 - ..... 내가.... 너를 위해 두 번 죽어줄 순 없다... 알지?


허씨 - 김씨....!!



허씨는 쓰러진 김씨를 와락 끌어안으며


피보다 진한 우정의 존재를 확인했다.


내내 불안함에 안절부절 못하던 연출도


이 순간만큼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의 연기에 찬사를 보냈다.



연출

- 자자,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같은 연습이라도 상대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그럼 이어서 =가지 마=를 보도록 하자.


허씨가 가고, 김씨가 잡는 쪽으로...


자.... 레디..... 응?



허씨 - 끄에에에에에.....


김씨

- 그런데 이 자식이 아주 감정을 실어서 치고 있어.


완전 턱 돌아가는 줄 알았네.


자식아, 장난 하냐? 응?



....... 김씨, 마주 안은 자세 그대로 옷깃조르기 작열!!




잠시 후.



연출

- ..... 자, 자, 감정에 몰입하는 것도 좋지만


안전이 최우선이니 너무 격해지지 않도록.....


침착하게 =가지 마=를 한 번 해보자.



허씨 - 오케이. 쉭쉭, 뒤~졌어.


김씨 - 오냐. 이번엔 확실히 보내주마.


연출

- ....... 자자, 흥분하지 말고, 페어플레이 하자고.


레디..... 아으아아악쑌!



액션신호와 동시에


크로스카운터라도 날릴 것 같던 두 사람이었지만


막상 상황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예상외로 침착했다.



김씨 - 가지 마라.


허씨 - ...... 잡지 마. 난 갈 거야.


김씨 - 가면 죽는다. 가지 마라.



..... 대체 왜 이 두 사람은


뭘 해도 꼭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걸까?



허씨

- 안 가면.... 안 가면 어떻게 하는데?


득칠이, 영구, 동하, 봉철이, 정환이...


얘들 목숨 다 어떻게 하고? 그냥 없던 일로 해?


다들 목숨을 바쳐가며 이루려던 일을


우리 둘만 남았으니까 그만 둬?


난 그렇게 못해. 가서 뒤지는 한이 있어도!!



벌써 그렇게 많이 죽은 후였던 건가...


아마 김씨 허씨가 대본을 쓰면


엑스트라를 제외하고도 100명은 필요할 것 같다.



김씨

- 지금 그만두자는 게 아니잖아!!


너까지 여기서 가버리면


우리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저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야?


일단은 한 발 물러서서 다음 기회를 노리자고!



허씨

- ...... 아니, 다음 기회 같은 건 없어.


언제는 기회 같은 게 있었어?


그냥 갖다 박는 거잖아!


깨져라! 깨져라! 그러면서 그냥 갖다 박는 거잖아?


겁쟁이가 되서 절절매다 아무것도 못하고 죽고 싶진 않아.


개죽음이라도... 지금 죽는 게 명예롭게 죽는 거야.



김씨 - 이런 바보자식!!


=퍼억!!=



결국.... 또 일은 터졌다.



김씨

- 왜 죽을 생각밖에 안 해!


친구 따라 죽는 게 우정이야?


그거야 말로 속 편히 죽고 싶은 겁쟁이들의 방법이야!



허씨

- 왜...왜 때려? 형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때려!!



김씨 - 이 자식이 그래도...!!



아... 그런가, 둘은 형제사이였던 건가?



허씨

- 어차피 피도 섞이지 않은 남남인데...


이제 내 인생에 상관 마....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한 데로 할 거야!!



김씨 - 너...너 어떻게 그 사실을...?


허씨

- 내가 언제까지 모를 줄 알았어?


형 생일이 10월이고 내 생일이 2월인데!


4개월만에 어떻게 애가 태어나?


내가 무슨 돼지야? 4개월만에 태어나게?



김씨 - 그건.... 아버지가 내 출생신고를 늦게 해서...


허씨 - 그만!! 더 이상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



어느새 그런 출생의 비밀까지...



점점 본연의 테마에서 벗어나


한편의 드라마를 이뤄가는 두 사람의 연기.


뒤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연출은


이걸 멈춰야 할지, 계속 봐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김씨 - 내가.... 내가 어떻게 해야 안 가겠니?


허씨 - ..... 필요 없다니까.


김씨 - 내가 꿇을까?


허씨 - .....뭐?


김씨 - 내가 무릎이라도 꿇을까? 그럼 안 갈래?



그 순간, 허씨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건 아마도....


안 가는 쪽을 택하고 김씨가 무릎 꿇은 모습을 볼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버텨서 자신의 우세승으로 연습을 마무리 할 것인가...하는


지극히 치졸한 고민임에 틀림없었다.



허씨 - ..... 일단 보고 결정하자.



.... 약았다. 허씨.



김씨 - 그래, 너를 위해서라면 그깟 자존심 따위.... 쿨럭!! 커헉?!



그런 허씨를 앞에 두고 정말 무릎을 꿇으려던 김씨.


하지만 이내 그는 거친 기침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출생의 비밀에 이어 불치병 등장인가...



허씨 - 혀, 형!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숨넘어가는 기침 소리를 내며 바닥에 고꾸라진 김씨를 향해


다급히 뛰어가는 허씨.


바로 그 다음 순간, 김씨는 튕기듯 몸을 날려


허씨의 무릎 뒤를 잡아 쓰러뜨렸다.



김씨 - 페이크닷! 븅신아!!


허씨 - 크앗?!


김씨 - 거 참 가지 말라는 데 말 더럽게 안 듣네!!



허씨를 쓰러뜨린 김씨는


능숙한 몸놀림으로 허씨를 제압하며


마운트포지션을 차지하려했다.



허씨 - 이런 치사한 새끼! 네가 그러고도 형이냐!


김씨 -크헉!!



그런 김씨를 발로 차내는 허씨.


그 다음부턴 완전 개싸움이었다.



김씨 - 오냐! 거기까지 갈 것 없이 그냥 지금 뒤져라!!


허씨

- 말 잘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널 죽이고서라도 가주마!!



=우당탕탕탕...쿠당탕=


........



연출

- 자.... 잘들 봤지? 같은 연습이지만...


하는... 사람에 따라... 이런 다양한 형태로....



허씨 - 죽어라!! 죽어라 이놈!!


김씨 - 우워어어어어!!



어떻게든 분위기를 수습하려 노력하는 연출 뒤로


엎치락뒤치락 싸움을 계속하는 두 사람.


신입생들은 그런 두 사람의 액션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과연 이들 중에......


김씨와 허씨의 전설을 이을만한 재목들이 있을까?



연출 - 그만햇!!!!


김씨 - 넌 또 뭐얏!!


연출 - 크헉?!


후배들 - 오오! 하이킥!!



.....차라리 없는 쪽이 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