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스냅사진 같은
성긴 날들이 저녁 어스름 속으로 까맣게 밀려가고
젖은 창가에 매달려
살다 보면 몽근 흙반죽처럼
뭉개지는 일
이 나이 들도록 뭐했나 싶어
놀빛처럼 걸리는 가슴속 가지들을 꺼내들고
생맥주 몇 잔을 주문하고 나면
안주로 나온 노가리의 입매가 불현듯 나를 닮아 있다
말이 되지 못한 말들이여
뻘밭 같은 지층의 날들이여
잘 있거라 잘 가거라
살다 보면
때로 미끈하게 잘 생긴 날도 있을 법 싶어
생의 소실점 위에 그려 넣은
지지리도 못난 수채화 몇 장
돌아보고 또 돌아보다가
부욱 찢는다
찢어진 풍경 사이로
소리들, 밤이 이슥하도록 모여들고 있다
쓸쓸한
시간의 등뼈들이 보였다.
어느 날의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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