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수채화

김지영200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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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스냅사진 같은 성긴 날들이 저녁 어스름 속으로 까맣게 밀려가고 젖은 창가에 매달려 살다 보면 몽근 흙반죽처럼 뭉개지는 일 이 나이 들도록 뭐했나 싶어 놀빛처럼 걸리는 가슴속 가지들을 꺼내들고 생맥주 몇 잔을 주문하고 나면 안주로 나온 노가리의 입매가 불현듯 나를 닮아 있다 말이 되지 못한 말들이여 뻘밭 같은 지층의 날들이여 잘 있거라 잘 가거라 살다 보면 때로 미끈하게 잘 생긴 날도 있을 법 싶어 생의 소실점 위에 그려 넣은 지지리도 못난 수채화 몇 장 돌아보고 또 돌아보다가 부욱 찢는다 찢어진 풍경 사이로 소리들, 밤이 이슥하도록 모여들고 있다 쓸쓸한 시간의 등뼈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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