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年40%로 제한…사채시장 움직임

모기지론1142006.06.06
조회50
[매일경제 2006-06-06 12:23]     ■ 장면 1=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S캐피털 사무실에는 5일 고객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이 회사에서 월 3.8%(연 45.6%)에 150만원을 빌렸다는 최 모씨(52)는 "연간 이자율을 40% 이내로 제한한다는 뉴스를 보고 지금 받고 있는 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했다"며 "현재 이자가 너무 부담스러웠는데 서민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조치"라며 환영했다.

■ 장면 2=

서울의 한 저축은행은 이날 오전 8시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했다.

재래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연 50%짜리 일수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이 저축은행은 이자율이 연 40% 이내로 제한되면 수익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이자제한법이 시행되면 가만히 앉아서 수익 중 5분의 1 이상이 날아간다"며 "회사 포트폴리오와 리스크 관리 실태를 긴급 점검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지난 4일 대출 이자율을 연 40% 이내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부활 등의 내용을 담은 '서민법제 개선 방안'을 발표한 다음날인 5일 제2금융권 모습이다.

이자제한법은 62년 제정돼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폐지된 법. 법무부는 고리사채로 인한 서민 피해를 막기 위해 이 법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이자제한법이 통과되면 대부업법 규제를 받는 등록 대부업자를 제외하고 모든 미등록 대부업자와 사채업자가 이 법에 따라 이자율을 정해야 한다. 은행, 저축은행, 카드, 캐피털 등 1ㆍ2금융권 기관도 이자제한법이 정한 범위를 넘는 연체이자를 물릴 수 없다.

5일 오후 서울 명동과 강남역 일대 2금융권과 사채시장은 잠잠했다. 정부의 이자율 제한 방침이 이미 1년 전부터 한 달이 멀다 하고 반복됐던 얘기라 내성이 생긴 탓일까.

명동에서 18년째 사채업을 하고 있는 김 모씨는 "법으로 이자율을 제한해도 불법 고리사채는 절대 못 막는다"고 단언했다.

김씨 말을 듣고 있자니 불법 고리사채가 달리 불법이 아니었다. 김씨는 "예를 들어 100만원을 빌려주고 200만원을 빌려줬다고 허위 계약서를 쓰면 이자제한법이 정한 이자율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대부업법 시행 후 사채이자가 더 올라갔듯이 위험이 높아진 만큼 고객은 더 많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자제한법이 실제로 시행되면 가장 타격을 입는 곳은 연 30~60% 이자를 받고 소액 신용대출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일부 저축은행과 캐피털 회사다.

이들 회사는 실제 시행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도 서민을 위해 정부가 추진한다는 법이 오히려 서민의 돈줄을 더욱 옥죄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실제 법이 시행되면 은행에서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해 상당수 고객이 탈락될 것"이라며 "이들 고객이 이자제한법 적용을 받지 않는 대부업체로 이동하면서 2금융권 소액 신용대출 영업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 저축은행은 법 시행에 대비해 곧 기존 소액 신용대출 고객의 신용도를 재심사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신용도가 낮아 현재 가장 높은 연 60%대 이자를 물고 있는 고객은 당장 대출금 상환을 요구받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현재 2금융권에서 이자제한법 기준인 연 40%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받는 고객은 신용등급 10등급 중 5~7등급에 해당된다. 전체 경제인구 중 30%에 달한다. 그나마 현재까지는 저축은행과 캐피털 등 2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자제한법이 시행되면 이들 대부분이 2금융권에서 밀려나 사채 등 비제도권 금융을 이용해야 한다.

물론 신용도가 낮아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은 이 대책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역의 한 캐피털 회사를 찾은 윤 모씨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주는 정부에 감사한다"며 "이왕 하는 거 40%가 아니라 더 낮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