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각나그네'의 의미를 이야기해 주세요.
각나그네(이하 ‘각’) : 일단 제 본 명이 ‘김대각’이거든요. ‘빛나는 옥구슬’이라는 뜻인데요, 그 의미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계속 대각이라는 이름을 써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나그네’라는 의미가 좋아지더라고요. 지난날의 영광에 취해 있지 않고 배움을 위해 끝없이 떠돌아다니는 나그네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나그네라는 단어를 참 좋아했는데, 제 이름의 끝 글자인 각을 한번 붙여보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각나그네’라는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미국에서 살던 10살 때까지는 대각이라는 이름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미국에서는 그냥 ‘Michael Kim'으로 불렸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어르신들께서는 한국 이름을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 대각이라는 이름을 말씀드렸더니 어린 아이 이름으로는 너무 기가 세다고 하셔서 잠깐 동안은 ’지훈‘이라는 예명을 쓰기도 했어요. 중학생이 돼서야 다시 대각이라는 이름을 쓰게 됐죠.
직접 음악 씬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각 : 미국에 있을 때부터 힙합을 좋아했는데, 한국에 와서 국내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면서 상당히 자극을 받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어린 나이에 봤던 ‘업타운(Uptown)'의 공연은 한국 뮤지션들도 저런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감동이었어요. 저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었죠. 그래서 저도 직접 랩을 조금씩 하다 보니 자연스레 씬에 들어서게 됐네요.
파운데이션(5oundation)과의 인연은 어떻게 이어지게 된건가요?
가장 처음 제가 함께 활동을 했던 사람은 작년에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 앨범을 내기도 했던 아방가르드 박 형이었어요. 둘이 같이 하다가 허니패밀리를 비롯해서 여러 뮤지션 분들과 교류를 할 수 있게 됐는데요, 제 친구이기도 한 넋업샤니, 본킴 등하고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을 계속 해왔죠. 그런데 제 색깔에 맞는 레이블을 찾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전 공통된 목적의식을 가진 뮤지션들이 한데 뭉쳐서 만들어진 레이블이 참 멋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때까지만해도 우리나라에는 확실한 색깔을 가진 레이블이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결국 제 힘만으로 EP를 제작하게 됐어요. 그때 마침 아프로킹의 형과 친구들이 다른 분들과 함께 UMF 행사를 만들었어요. 당시의 UMF는 지금과는 성격이 많이 달랐죠. 친구들이 호스트도 보고, 프리스타일 배틀도 하고, DJ와 B-Boy 쇼케이스도 하면서, 친구들만의 공연을 할 수 있는 그런 무대였죠. 그래서 원래 친했던 형들이었지만, 점점 교류를 더 많이 하게 되면서 크루가 형성됐습니다. 저희의 궁극적인 목적은 음악을 위한 레이블이었거든요. 그런데 아프로킹의 주된 이미지가 파티다 보니까 너무 틴에이저만을 위한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때문에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갖는 전문적인 레이블이 되고자 유명했던 아프로킹이라는 이름을 과감히 버리고 ‘파운데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하게 된 거에요.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말이죠.
이번 싱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요. 최초 알려졌던 싱글의 타이틀은 [Winter]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Jean & Andy]로 바뀌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각 : 아, 타이틀이 바뀐 것은 아니에요. 처음에 ‘Winter’라고 했던 것은 Jean과 Andy라는 주제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너무 싱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앞으로 나올 앨범의 주제가 사계절로 나누어지는데, 개인적으로 겨울을 주제로 한 음악에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그런데 앨범이 나오게 되는 시기가 봄이다 보니 아무래도 겨울을 주제로 만든 음악들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될 같다는 걱정 때문에 먼저 겨울에 관련된 음악을 싱글로 내놓게 된 거에요. Winter라는 것은 겨울과 관련된 음악이라는 의미에서 그냥 말했던 건데, 그 부분에서 약간 착오가 있었네요.
수록곡들이 모두 신선하지만, 특히 ‘Midnight’은 참 개성적입니다. 랩과 내레이션, 슬래밍이 모두 한데 모여있는 듯한…… 이 곡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듣고 싶네요.
각 : 이 이야기는 많이 길어질 것 같네요. 우선 말씀하신 ‘Midnight'이라는 곡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제가 미국에 있었을 때, 포이츄리 슬램(Poetry Slam)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대학에 갔을 때 많은 친구들을 사귀면서 제 인생에 있어서 시야가 넓어지게 되는 계기가 됐었는데요, 그때 힙합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웬만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다 다니고는 했어요. 그러다가 슬래밍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그게 정말 신선했어요. 랩이면서도 음악은 없고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 슬래밍을 보는 순간 이것은 제 음악의 대안이자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요. 그 공연을 보고 온 날은 잠을 못 이룰 정도였으니까요. 그때부터 로컬에 있는 Open MIC Club이라는 곳을 자주 갔습니다. 말 그대로 일반인들이 올라가서 시를 읊거나 연주를 하거나 스탠딩 코미디, 혹은 사랑 고백 등을 할 수 있는 열려있는 마이크가 있는 곳이었죠. 그런데 대부분 슬래밍을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기존 Poetry Slam 아티스트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정말 잘 하는 거에요. 그런 것을 자주 보면서 자극을 참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한국에 오면 꼭 슬래밍을 해보고 싶었어요.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리고 싶었고요. 제 예전 EP에서도 넋업샤니와 본킴같은 친구들과 함께 슬래밍을 시도했었지만 좀 어설픈 것이 사실이었고, 예전 디제이 소울스케잎(DJ Soulscape) 형의 앨범에서도 원래는 슬래밍을 시도했는데, 제 실력이 미숙해서 그냥 일반적인 랩으로 곡이 나와 버렸어요. 그게 정말 천추의 한이 됐었거든요. 그 후로도 계속 슬래밍을 추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다가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이 없는 슬래밍도 매력적이지만, 음악과 함께 편히 들을 수 있는 저만의 슬래밍 스타일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전 Open MIC Club 무대 위의 의자에 앉아서 시를 읊었던 때를 연상하면서 ‘Midnight'이라는 곡을 만들게 된 겁니다.
와, 그렇군요. 각나그네씨가 국내에 슬래밍을 거의 처음으로 소개한 뮤지션일 수도 있겠네요
각 : 제가 이것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많은 분들께 자극을 줄 수 있었다고는 생각해요. 제가 만나는 뮤지션 분들께 항상 슬래밍에 대해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럼 타이틀곡인 ‘Jean & Andy'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각 : 이 곡은 천재적인 화가였던 ‘바스키아’와 팝아트의 거장이었던 ‘앤디 워홀’에 대한 이야기에요. 제 누나가 미술을 전공해서, 집에 디자인과 미술 관련된 책이 많았습니다. 그 책들을 보다가 바스키아의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참 인상 깊었어요. 팝아트의 거장이었던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말 절친한 사이였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둘은 예술적으로 추구하는 부분이 완전히 반대였거든요. 그래도 서로 베스트 프렌드였고, 이 둘의 이야기를 보고 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들이 참 많았어요. 둘 다 입지는 슈퍼스타였고 서로 가지지 못한 부분을 채워 주었지만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둘의 사이가 저에게는 참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어요. 그런 느낌에 저도 공감을 많이 했고, 이들의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이 두 아티스트를 소개하면서 한편으로는 제 삶에서 벗어난 쓸쓸함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기자 주 : 각나그네씨는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흥미롭게 해주셨습니다. 애석하게도 지면 관계상 그 이야기를 다 다루지 못한 점 각나그네씨와 독자 분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이 둘의 이야기를 꼭 한 번 여타 매체 등을 통해서 접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럼 정규 앨범 [GREEN TOUR]는 언제쯤 만나 볼 수 있을까요?
각 : 지금 작업을 2월 중순 안에 다 완료할 계획이에요. 항상 마무리 단계이기는 했는데, 더 완벽함을 위하다 보니까 자꾸 늦어져서 이제는 어느 정도 욕심은 버리기로 했고요. 다음 움직임을 위해서라도 빨리 작업을 완료하고 2월 말이나 3월 초에는 앨범을 발표 할 겁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플로우를 가지고 계신데요, 어떤 분들은 '각나그네의 랩은 비트를 엇갈려 가는 랩이다'라고 말씀을 하는데, 각나그네씨의 플로우는 어디서 비롯된 건가요? 이를테면 자연스레 형성된 건가요, 아님 특별히 스타일을 만드신 건가요?
각 : 아,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일단 저는 더블 타임 라이밍같은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그리 익숙하지를 못해요. 지금까지 음악에 대해서도 어떻게 보면 무식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느낌에 충실했거든요. 제 플로우도 그렇게 느낌에 따라 자연스레 형성된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아, 그리고 요즘에는 랩을 빨리 하는 것만이 잘한다거나 멋있다는 인식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진짜 중요한 건 그 느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때로는 지미 핸드릭스의 현란한 연주보다도 얼 클루가 기타 줄을 한 번 튕기는 것이 더한 감동을 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전 플로우가 느리던 빠르던 자신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를 지을 때(가사를 쓸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메시지죠. 저는 메시지가 없으면 MC가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제가 힙합음악에 가장 크게 매력을 느꼈던 부분도 메시지적인 면이었고요. 그것이 긍정적인 내용이든 부정적인 내용이든 간에 음악은 힘이거든요. 옛날에 미국에서 투팍(2Pac)의 노래를 듣고 꼬마 아이가 경관을 총으로 쏜 사건이 있었잖아요. 아무리 ‘Parental Advisory'마크를 찍어놨고, 미성년자들은 듣지 말라고 했어도, 어쨌든 사건은 벌어졌고, 음악인의 메시지가 듣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거잖아요? 누구도 자신의 음악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단 한 사람이라도 제 음악을 듣고 힘이 되는 분이 계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저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분명히 제가 쓰는 가사에 영향을 받는 분들이 계실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로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다면 비판적인 가사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각 : 물론 비난이 아닌 비판적인 가사도 중요해요. 딱 꼬집어줘야 하는 것은 꼬집어줘야 하거든요. 하지만, 그 접근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이죠. 예를 들어 잘못된 것을 보고 “야, XX야 너 정말 잘못 됐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야, 이러 이러한 다른 길이 있는데 그 길로 가보는 건 어때?” 라고 표현 한다는 거죠.
gme : 그럼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은 언제였나요?
각 : 작년 1월 21일에 있었던 디제이 크러쉬(DJ Krush) 공연에서 MC로서는 유일하게 제가 게스트로 무대에 섰었는데요. 그날 관객이 천 명 정도로 클럽 안에 꽉 찼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큰 공연에 모니터 스피커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어떻게든 모니터 스피커 하나를 급조해서 공연을 했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 그런데 분위기가 너무 고조되다 보니 관객 분들이 무대 위로 막 올라오셨어요. 전 관객 분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채 공연을 해야 했죠. 그때의 열기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데프잼(Def Jam)의 98년 공연 ‘Survival Of Illest’를 방불케 할 정도였습니다.
와~ 정말 장난이 아니었네요.
정말 그날 공연처럼 기분 좋았던 적은 없었어요. 물론 음향적인 조건이 뒷받침 되지는 못 했던 점은 많이 아쉬웠지만요.
'각나그네의 음악'에서 그려내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가요?
각 : 일단 곧 나올 정규 앨범 [Green Tour]와 관련해서 약간 말씀을 드리자면,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제 욕심을 좀 덜 부리고 절충을 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은 그 이후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더 오래 음악을 하려면 더 넓은 바닥에서 더 큰 경험을 해야 한다고 여겼는데 그렇다고 본질적인 것이 변한 게 아니고요, 스타일 면에서 제 색깔을 조금은 양보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음악을 더 들려주고 싶어요.
끝으로 흑인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바라는 점이라든지.
각 : 특별히 바라고 싶은 점은 뮤지션을 향한 피부로 와 닿는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뮤지션들만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닌, 뮤지션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서포터 분들이 많아져서 정말로 힙합에 미쳐서 힘들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만큼은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게끔 용기와 영감을 주셨으면 하거든요. 그래야 씬에 대한 발전도 논 할 수 있는 건데, 지금은 관객 분들이 칼을 품고 있는 듯한 인상이 강해요. 특히 온라인 매체 등을 통해 봤을 때 말이죠. 제가 말한 피부에 와 닿는 서포트라는 건, 앨범을 구매한다든지 공연장을 직접 찾으시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는 것 등이에요.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간직하고 있는 한국 힙합에 대한 사랑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보여주시면 되는 거에요
[인터뷰] 각나그네 - 입으로 글을 쓰는 글쟁이
아직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각나그네'의 의미를 이야기해 주세요. 각나그네(이하 ‘각’) : 일단 제 본 명이 ‘김대각’이거든요. ‘빛나는 옥구슬’이라는 뜻인데요, 그 의미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계속 대각이라는 이름을 써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나그네’라는 의미가 좋아지더라고요. 지난날의 영광에 취해 있지 않고 배움을 위해 끝없이 떠돌아다니는 나그네처럼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나그네라는 단어를 참 좋아했는데, 제 이름의 끝 글자인 각을 한번 붙여보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각나그네’라는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미국에서 살던 10살 때까지는 대각이라는 이름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미국에서는 그냥 ‘Michael Kim'으로 불렸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어르신들께서는 한국 이름을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 대각이라는 이름을 말씀드렸더니 어린 아이 이름으로는 너무 기가 세다고 하셔서 잠깐 동안은 ’지훈‘이라는 예명을 쓰기도 했어요. 중학생이 돼서야 다시 대각이라는 이름을 쓰게 됐죠.
직접 음악 씬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각 : 미국에 있을 때부터 힙합을 좋아했는데, 한국에 와서 국내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면서 상당히 자극을 받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어린 나이에 봤던 ‘업타운(Uptown)'의 공연은 한국 뮤지션들도 저런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감동이었어요. 저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었죠. 그래서 저도 직접 랩을 조금씩 하다 보니 자연스레 씬에 들어서게 됐네요.
파운데이션(5oundation)과의 인연은 어떻게 이어지게 된건가요?
가장 처음 제가 함께 활동을 했던 사람은 작년에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 앨범을 내기도 했던 아방가르드 박 형이었어요. 둘이 같이 하다가 허니패밀리를 비롯해서 여러 뮤지션 분들과 교류를 할 수 있게 됐는데요, 제 친구이기도 한 넋업샤니, 본킴 등하고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을 계속 해왔죠. 그런데 제 색깔에 맞는 레이블을 찾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전 공통된 목적의식을 가진 뮤지션들이 한데 뭉쳐서 만들어진 레이블이 참 멋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때까지만해도 우리나라에는 확실한 색깔을 가진 레이블이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결국 제 힘만으로 EP를 제작하게 됐어요. 그때 마침 아프로킹의 형과 친구들이 다른 분들과 함께 UMF 행사를 만들었어요. 당시의 UMF는 지금과는 성격이 많이 달랐죠. 친구들이 호스트도 보고, 프리스타일 배틀도 하고, DJ와 B-Boy 쇼케이스도 하면서, 친구들만의 공연을 할 수 있는 그런 무대였죠. 그래서 원래 친했던 형들이었지만, 점점 교류를 더 많이 하게 되면서 크루가 형성됐습니다. 저희의 궁극적인 목적은 음악을 위한 레이블이었거든요. 그런데 아프로킹의 주된 이미지가 파티다 보니까 너무 틴에이저만을 위한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때문에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갖는 전문적인 레이블이 되고자 유명했던 아프로킹이라는 이름을 과감히 버리고 ‘파운데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하게 된 거에요.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말이죠.
이번 싱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요. 최초 알려졌던 싱글의 타이틀은 [Winter]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Jean & Andy]로 바뀌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각 : 아, 타이틀이 바뀐 것은 아니에요. 처음에 ‘Winter’라고 했던 것은 Jean과 Andy라는 주제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너무 싱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앞으로 나올 앨범의 주제가 사계절로 나누어지는데, 개인적으로 겨울을 주제로 한 음악에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그런데 앨범이 나오게 되는 시기가 봄이다 보니 아무래도 겨울을 주제로 만든 음악들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될 같다는 걱정 때문에 먼저 겨울에 관련된 음악을 싱글로 내놓게 된 거에요. Winter라는 것은 겨울과 관련된 음악이라는 의미에서 그냥 말했던 건데, 그 부분에서 약간 착오가 있었네요.
수록곡들이 모두 신선하지만, 특히 ‘Midnight’은 참 개성적입니다. 랩과 내레이션, 슬래밍이 모두 한데 모여있는 듯한…… 이 곡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듣고 싶네요.
각 : 이 이야기는 많이 길어질 것 같네요. 우선 말씀하신 ‘Midnight'이라는 곡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제가 미국에 있었을 때, 포이츄리 슬램(Poetry Slam)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대학에 갔을 때 많은 친구들을 사귀면서 제 인생에 있어서 시야가 넓어지게 되는 계기가 됐었는데요, 그때 힙합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웬만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다 다니고는 했어요. 그러다가 슬래밍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그게 정말 신선했어요. 랩이면서도 음악은 없고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 슬래밍을 보는 순간 이것은 제 음악의 대안이자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요. 그 공연을 보고 온 날은 잠을 못 이룰 정도였으니까요. 그때부터 로컬에 있는 Open MIC Club이라는 곳을 자주 갔습니다. 말 그대로 일반인들이 올라가서 시를 읊거나 연주를 하거나 스탠딩 코미디, 혹은 사랑 고백 등을 할 수 있는 열려있는 마이크가 있는 곳이었죠. 그런데 대부분 슬래밍을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기존 Poetry Slam 아티스트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정말 잘 하는 거에요. 그런 것을 자주 보면서 자극을 참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한국에 오면 꼭 슬래밍을 해보고 싶었어요.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리고 싶었고요. 제 예전 EP에서도 넋업샤니와 본킴같은 친구들과 함께 슬래밍을 시도했었지만 좀 어설픈 것이 사실이었고, 예전 디제이 소울스케잎(DJ Soulscape) 형의 앨범에서도 원래는 슬래밍을 시도했는데, 제 실력이 미숙해서 그냥 일반적인 랩으로 곡이 나와 버렸어요. 그게 정말 천추의 한이 됐었거든요. 그 후로도 계속 슬래밍을 추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다가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이 없는 슬래밍도 매력적이지만, 음악과 함께 편히 들을 수 있는 저만의 슬래밍 스타일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전 Open MIC Club 무대 위의 의자에 앉아서 시를 읊었던 때를 연상하면서 ‘Midnight'이라는 곡을 만들게 된 겁니다.
와, 그렇군요. 각나그네씨가 국내에 슬래밍을 거의 처음으로 소개한 뮤지션일 수도 있겠네요 각 : 제가 이것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많은 분들께 자극을 줄 수 있었다고는 생각해요. 제가 만나는 뮤지션 분들께 항상 슬래밍에 대해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럼 타이틀곡인 ‘Jean & Andy'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각 : 이 곡은 천재적인 화가였던 ‘바스키아’와 팝아트의 거장이었던 ‘앤디 워홀’에 대한 이야기에요. 제 누나가 미술을 전공해서, 집에 디자인과 미술 관련된 책이 많았습니다. 그 책들을 보다가 바스키아의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참 인상 깊었어요. 팝아트의 거장이었던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말 절친한 사이였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둘은 예술적으로 추구하는 부분이 완전히 반대였거든요. 그래도 서로 베스트 프렌드였고, 이 둘의 이야기를 보고 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들이 참 많았어요. 둘 다 입지는 슈퍼스타였고 서로 가지지 못한 부분을 채워 주었지만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둘의 사이가 저에게는 참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어요. 그런 느낌에 저도 공감을 많이 했고, 이들의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이 두 아티스트를 소개하면서 한편으로는 제 삶에서 벗어난 쓸쓸함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기자 주 : 각나그네씨는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흥미롭게 해주셨습니다. 애석하게도 지면 관계상 그 이야기를 다 다루지 못한 점 각나그네씨와 독자 분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이 둘의 이야기를 꼭 한 번 여타 매체 등을 통해서 접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럼 정규 앨범 [GREEN TOUR]는 언제쯤 만나 볼 수 있을까요? 각 : 지금 작업을 2월 중순 안에 다 완료할 계획이에요. 항상 마무리 단계이기는 했는데, 더 완벽함을 위하다 보니까 자꾸 늦어져서 이제는 어느 정도 욕심은 버리기로 했고요. 다음 움직임을 위해서라도 빨리 작업을 완료하고 2월 말이나 3월 초에는 앨범을 발표 할 겁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플로우를 가지고 계신데요, 어떤 분들은 '각나그네의 랩은 비트를 엇갈려 가는 랩이다'라고 말씀을 하는데, 각나그네씨의 플로우는 어디서 비롯된 건가요? 이를테면 자연스레 형성된 건가요, 아님 특별히 스타일을 만드신 건가요? 각 : 아,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일단 저는 더블 타임 라이밍같은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그리 익숙하지를 못해요. 지금까지 음악에 대해서도 어떻게 보면 무식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느낌에 충실했거든요. 제 플로우도 그렇게 느낌에 따라 자연스레 형성된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아, 그리고 요즘에는 랩을 빨리 하는 것만이 잘한다거나 멋있다는 인식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진짜 중요한 건 그 느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때로는 지미 핸드릭스의 현란한 연주보다도 얼 클루가 기타 줄을 한 번 튕기는 것이 더한 감동을 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전 플로우가 느리던 빠르던 자신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를 지을 때(가사를 쓸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메시지죠. 저는 메시지가 없으면 MC가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제가 힙합음악에 가장 크게 매력을 느꼈던 부분도 메시지적인 면이었고요. 그것이 긍정적인 내용이든 부정적인 내용이든 간에 음악은 힘이거든요. 옛날에 미국에서 투팍(2Pac)의 노래를 듣고 꼬마 아이가 경관을 총으로 쏜 사건이 있었잖아요. 아무리 ‘Parental Advisory'마크를 찍어놨고, 미성년자들은 듣지 말라고 했어도, 어쨌든 사건은 벌어졌고, 음악인의 메시지가 듣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거잖아요? 누구도 자신의 음악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단 한 사람이라도 제 음악을 듣고 힘이 되는 분이 계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저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분명히 제가 쓰는 가사에 영향을 받는 분들이 계실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로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다면 비판적인 가사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각 : 물론 비난이 아닌 비판적인 가사도 중요해요. 딱 꼬집어줘야 하는 것은 꼬집어줘야 하거든요. 하지만, 그 접근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이죠. 예를 들어 잘못된 것을 보고 “야, XX야 너 정말 잘못 됐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야, 이러 이러한 다른 길이 있는데 그 길로 가보는 건 어때?” 라고 표현 한다는 거죠.
gme : 그럼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은 언제였나요?
각 : 작년 1월 21일에 있었던 디제이 크러쉬(DJ Krush) 공연에서 MC로서는 유일하게 제가 게스트로 무대에 섰었는데요. 그날 관객이 천 명 정도로 클럽 안에 꽉 찼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큰 공연에 모니터 스피커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어떻게든 모니터 스피커 하나를 급조해서 공연을 했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 그런데 분위기가 너무 고조되다 보니 관객 분들이 무대 위로 막 올라오셨어요. 전 관객 분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채 공연을 해야 했죠. 그때의 열기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데프잼(Def Jam)의 98년 공연 ‘Survival Of Illest’를 방불케 할 정도였습니다.
와~ 정말 장난이 아니었네요.
정말 그날 공연처럼 기분 좋았던 적은 없었어요. 물론 음향적인 조건이 뒷받침 되지는 못 했던 점은 많이 아쉬웠지만요.
'각나그네의 음악'에서 그려내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가요?
각 : 일단 곧 나올 정규 앨범 [Green Tour]와 관련해서 약간 말씀을 드리자면,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제 욕심을 좀 덜 부리고 절충을 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은 그 이후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더 오래 음악을 하려면 더 넓은 바닥에서 더 큰 경험을 해야 한다고 여겼는데 그렇다고 본질적인 것이 변한 게 아니고요, 스타일 면에서 제 색깔을 조금은 양보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음악을 더 들려주고 싶어요.
끝으로 흑인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바라는 점이라든지.
각 : 특별히 바라고 싶은 점은 뮤지션을 향한 피부로 와 닿는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뮤지션들만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닌, 뮤지션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서포터 분들이 많아져서 정말로 힙합에 미쳐서 힘들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만큼은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게끔 용기와 영감을 주셨으면 하거든요. 그래야 씬에 대한 발전도 논 할 수 있는 건데, 지금은 관객 분들이 칼을 품고 있는 듯한 인상이 강해요. 특히 온라인 매체 등을 통해 봤을 때 말이죠. 제가 말한 피부에 와 닿는 서포트라는 건, 앨범을 구매한다든지 공연장을 직접 찾으시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시는 것 등이에요.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간직하고 있는 한국 힙합에 대한 사랑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보여주시면 되는 거에요![[인터뷰] 각나그네 - 입으로 글을 쓰는 글쟁이](https://images.gme.co.kr/images/gmestyle/wmark_gme.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