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리 4년차의 구직자를 위한 조언 -특히, ‘끼’와 ‘자유로운 사고’를 중시한다는 조직에 지원하는
후배들을 위하여
요즘 후배님들, 제 눈에는 다들 뛰어난 인재로 보입니다. 입맛에
맞는 단어 하나면 몇 시간이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놀라운 수다! 저는 그 왕성한 수다도 재능으로 여깁니다.
선배인 저는 새로 맞은 후배님들의 취향과 에너지와 정보력을 거기에서 살짝 뽑아내곤 합니다. 구획정리 되지 않은 생각과 더 이상 짧을 수 없는 표현과 가식 없는 웃음들~. 참말로 너무나 귀엽고, 때론 듬직하기까지 한 후배님들의 모습을 아무쪼록 그대로 유지시켜주기 위해 선배로서 저는 무척 노력합니다.
그 중 가장 큰 노력이 무엇이냐면.... 바로 ‘무관심’입니다.
3년 이상을 조직에서 개긴 선배의 관심은, 우선은 업무 처리 속도를 증가시키냐, 지연시키냐, 그리고 선배 자신의 편의에 따라 지도
편달되기 일쑤니까요(선배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선배라는 착각 속에 있습니다. 아,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당신에게 인덕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요).
후배님의 생기발랄함이 시들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관심’이라고, 오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니까, 다재다능한 후배님들은 결국 저 같은 선배의 무관심 속에 좌충우돌하기 위해 2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사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그 경쟁에 합류하고픈 후배님들을 위해, 용기를 내어
몇 가지 충고합니다.
아, 다시 말하지만, 모든 회사에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참고해두시면 어디든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하나, 자신을 시장, 다시 말해 채용 전문 사이트, 곳곳에 ‘내놓지’ 마세요. 조직에는 업무를 막론하고 전화 한 통화면 수십 명을 면접실로 불러들일 수 있는 상사들이 수두룩합니다. 시장에 내놓고 방치해두면, 보험회사나 텔레마케팅 회사로부터 연락이 올지도 모릅니다. 상실감만 더 커집니다.
둘, 이력서는 총 2장을 넘기지 마십시오. 1차 합격자 명단에 올랐더라도 후배님이 써낸 자기소개서의 제5페이지는 누락된 채 보고될지도 모릅니다.
셋, 이력서에는 기본 사항을 가장 눈에 띄게 기재하세요. 가령, 성별이라든가 나이, 결혼 여부, 종교 같은 것을요. 참, 종교는 독실하지 않다면 애써 기재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상사와 종교가 같아서, 혹은 달라서 1순위로 탈락할 수도 있겠습니다.
넷, 상무 혹은 전무급의 면접관이 “밥 친구 할 수 있는가?”라고 묻거든 더욱 신중해지십시오.
보통 우리나라 기업의 이사급 이상의 상사는 퇴근 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무턱대고 “예” 했다가는 젊음을 저당잡힐 수 있습니다.
다섯,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해 묻지 않고, “여기서는 자신의 재능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습니다”라며 ‘올 라운드 플레이어’ 운운한다면, 반드시 재고해보십시오.
후배님은 온갖 잡(雜)에 시달리다 지칠 것입니다. 물론, 제너럴리스트를 꿈꾸신다면 서슴지 말고 응하십시오.
여섯, 시간이 허락된다면 필요에 따라 타인의 말을 흘려듣는 훈련을 해두십시오.
입사 후 처음 듣게 되는 말과 대접은 돌아보면 대부분 합당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과소평가이거나, 혹은 과대평가일 뿐이죠. 어떤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로봇 같은 평정심을 갖도록 훈련하세요. 혹은 평정을 잃더라도 재빨리 회복하는 노하우를 익혀두세요. 그 어느 곳에서도 이를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곳은 없을 듯하지만요.
대리 4년차 선배의 후배 구직자를 위한 조언
어느 대리 4년차의 구직자를 위한 조언
-특히, ‘끼’와 ‘자유로운 사고’를 중시한다는 조직에 지원하는
후배들을 위하여
요즘 후배님들, 제 눈에는 다들 뛰어난 인재로 보입니다. 입맛에
맞는 단어 하나면 몇 시간이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놀라운 수다! 저는 그 왕성한 수다도 재능으로 여깁니다.
선배인 저는 새로 맞은 후배님들의 취향과 에너지와 정보력을 거기에서 살짝 뽑아내곤 합니다. 구획정리 되지 않은 생각과 더 이상 짧을 수 없는 표현과 가식 없는 웃음들~. 참말로 너무나 귀엽고, 때론 듬직하기까지 한 후배님들의 모습을 아무쪼록 그대로 유지시켜주기 위해 선배로서 저는 무척 노력합니다.
그 중 가장 큰 노력이 무엇이냐면.... 바로 ‘무관심’입니다.
3년 이상을 조직에서 개긴 선배의 관심은, 우선은 업무 처리 속도를 증가시키냐, 지연시키냐, 그리고 선배 자신의 편의에 따라 지도
편달되기 일쑤니까요(선배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선배라는 착각 속에 있습니다. 아,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당신에게 인덕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요).
후배님의 생기발랄함이 시들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관심’이라고, 오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니까, 다재다능한 후배님들은 결국 저 같은 선배의 무관심 속에 좌충우돌하기 위해 2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사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그 경쟁에 합류하고픈 후배님들을 위해, 용기를 내어
몇 가지 충고합니다.
아, 다시 말하지만, 모든 회사에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참고해두시면 어디든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하나, 자신을 시장, 다시 말해 채용 전문 사이트, 곳곳에 ‘내놓지’ 마세요.
조직에는 업무를 막론하고 전화 한 통화면 수십 명을 면접실로 불러들일 수 있는 상사들이 수두룩합니다. 시장에 내놓고 방치해두면, 보험회사나 텔레마케팅 회사로부터 연락이 올지도 모릅니다. 상실감만 더 커집니다.
둘, 이력서는 총 2장을 넘기지 마십시오.
1차 합격자 명단에 올랐더라도 후배님이 써낸 자기소개서의 제5페이지는 누락된 채 보고될지도 모릅니다.
셋, 이력서에는 기본 사항을 가장 눈에 띄게 기재하세요.
가령, 성별이라든가 나이, 결혼 여부, 종교 같은 것을요. 참, 종교는 독실하지 않다면 애써 기재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상사와 종교가 같아서, 혹은 달라서 1순위로 탈락할 수도 있겠습니다.
넷, 상무 혹은 전무급의 면접관이 “밥 친구 할 수 있는가?”라고 묻거든 더욱 신중해지십시오.
보통 우리나라 기업의 이사급 이상의 상사는 퇴근 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무턱대고 “예” 했다가는 젊음을 저당잡힐 수 있습니다.
다섯,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해 묻지 않고, “여기서는 자신의 재능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습니다”라며 ‘올 라운드 플레이어’ 운운한다면, 반드시 재고해보십시오.
후배님은 온갖 잡(雜)에 시달리다 지칠 것입니다. 물론, 제너럴리스트를 꿈꾸신다면 서슴지 말고 응하십시오.
여섯, 시간이 허락된다면 필요에 따라 타인의 말을 흘려듣는 훈련을 해두십시오.
입사 후 처음 듣게 되는 말과 대접은 돌아보면 대부분 합당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과소평가이거나, 혹은 과대평가일 뿐이죠. 어떤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로봇 같은 평정심을 갖도록 훈련하세요. 혹은 평정을 잃더라도 재빨리 회복하는 노하우를 익혀두세요. 그 어느 곳에서도 이를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곳은 없을 듯하지만요.
이 모든 충고는 지금은 귀담아 들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직은 유지되나 봅니다.
글 / 최 담(최지영)
- 이 글은 계간 [문학나무] 2005년 봄호에 게재되었습니다.